• 진보정치 통합,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2015년 10월 20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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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정치 통합의 불씨가 아직 미약하지만 다시 살아나고 있다.

    최근까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당명을 둘러싼 정의당(대표 심상정)과 노동정치연대(대표 양경규), 진보결집+(대표 나경채), 국민모임(대표 김세균) 3자의 이견이 해소되지 못하면서 사실상 진보통합은 물 건너가는 분위기였다. 10월 7일 4자 대표자회의에서 3조직이 최종 수정안을 제시하고, 10월 9일 정의당 전국위에서 총선 전 당명 변경이 어렵다는 결론을 내면서 진보통합에 대한 비관적 분위기가 많았다. 실제로 1주일에도 몇 차례 열리기도 했던 대표자회의와 집행책임자회의가 9일 이후에는  공식적으로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진보정치의 통합이 실패하거나 침몰해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이견에 대한 입장 차이보다 더 큰 것 또한 사실이다. 정의당을 포함해 4조직 내외의 분위기는 의견 차이에 대한 강조보다 진보통합이 깨져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가 훨씬 압도적이다. “당명 때문에 통합이 깨졌다면 누가 그걸 이해하거나 동의할 수 있겠나? 진보정치에 대한 냉소만 더 짙어질 뿐”이라는 게 가장 단순한 대중적 비판이다. 그래서인지 9일 이후 의미 있는 대화는 이어지지 못하고 있지만 아무도 진보통합, 4조직의 통합에 대한 ‘결렬’ 선언을 하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불씨가 다시 살아나기를 바라는 탓이다.

    사실 이번의 진보통합은 누구나 알듯이 진보정치의 ‘대’통합은 아니다. 법적으로 해산을 당했지만 구 통합진보당 세력들은 노동운동이나 지역에서 상당한 영향력과 세력을 갖고 있다. 하지만 통합 논의에는 참여하지 않는다. 녹색당과 노동당 또한 독자적인 정당으로 존재하고 있으며 현재 4조직의 진보통합 논의에 참여하고 있지 않다. 대통합이 아닌 이유이다.

    그럼에도 유일한 원내 진보정당인 정의당과 노동당을 탈당한 진보통합파 세력이 중심인 진보결집+, 노동정치의 복원을 주장하며 노동운동 내에서 적지 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는 노동정치연대, 지식인들과 문화예술계의 진보인사들이 주축인 국민모임의 결합은 적어도 주변화 되고 왜소화된 진보정치의 현재를 타개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근거지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게 많은 이들의 기대였다.

    이번 진보통합은 과거의 진보를 혁신한 새로운 진보정당, 제도정치와 사회운동에서 확장성을 가지는 대중적 진보정당을 위한 최소한의 몸집 만들기인 것이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그런 몸집 만들기가 실패하면 당분간 그런 기회는 오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한 대다수의 관측이다. 이런 요인들이 적지 않은 이견에도 이번 진보통합에 대한 결렬을 선언하지 못하게 하는 요인들이다.

    최근에 4조직들은 공식적인 대표자회의가 아닌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통합의 불씨를 다시 살리려는 모색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의당과 3조직의 공식적 1:1 협의 틀이 아니라 다각적인 접촉을 통해 의견 차이를 극복해보려는 시도가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가장 최근에는 정의당과 진보결집+ 사이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지난 18일 첫 논의가 진행됐다. 물론 이 논의는 대화 당사자만의 통합 논의가 아니라 4조직 모두의 통합을 위한 최소한의 조건을 만들기 위한 논의이다. 대략 방향은 가장 큰 쟁점인 당명은 ‘정의당’을 내년 총선까지 과도적으로 사용하고 총선 이후 노동의 가치, 복지와 평등의 가치가 담긴 명칭으로 개정하는 절차에 착수하는 것을 큰 줄기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대표체제와 관련해서는 기존의 3조직이 제출한 의견을 정의당이 큰 틀에서 수용하는 기조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다각적 접촉을 통해 의견 접근이 이뤄진다면 이것이 진보통합의 최종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략 이번 주와 다음 주가 그 최종 국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으로서는 진보통합이 가장 큰 총선 대책의 하나이고 또 정의당의 지역적, 대중적 기반의 한계와 불충분함을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라는 점에서 최종 합의를 위해 노력할 것으로 보인다. 진보결집+ 또한 명칭 자체에서 보이듯이 조직의 목표가 진보정치의 결집에 있기 때문에 통합 논의의 좌초를 가장 우려하고 있다. 노동정치연대와 국민모임이 현재로서는 진보통합에 비관적인 분위기이지만 진보통합 자체를 깨서는 안 된다는 분위기도 적지 않다. 또한 그동안 진보결집+와 양 조직이 진보통합 논의에 공동 논의와 대응을 해왔기 때문에 진보결집+와 정의당의 논의 결과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동당이 창당된 2000년 이후 15년 동안 진보정치는 나름 의미 있는 성과를 낳고 대중들의 기대를 받았던 적이 있었다. 하지만 지난 15년의 진보정치를 더 크게 규정하는 것은 진보의 분화와 분산의 역사였다. 이번 진보통합 논의가 분화와 분산의 역사에서 작지만 소중한 통합의 시간으로 기록될 것인지, 아니면 “혹시나 했지만 역시나”의 시간으로 기록될 것인지, 이제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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