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의 임금피크제,
    병원 고액 의사·임원 제외
    성과퇴출제, 진료비 증가·안전 위협
        2015년 10월 14일 07:5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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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했던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귀족노조, 기득권 정규직의 이기주의’라며 원색적 비난을 퍼부었던 정부여당이 정작 ‘진짜 기득권층’인 대형 병원의 고액연봉을 받는 임원들에겐 임금피크제 적용을 제외하라고 한 것으로 드러났다. 청년 일자리 확대를 위해 노동자의 희생을 요구했던 정부 정책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전국공공운수노동조합이 14일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은 지난 13일 오후 3시 3급 이상 관리자 대상으로 임금피크제 설명회를 개최하고 임금피크제 도입 완료 계획을 발표했다. 경북대병원 또한 관리자회의를 열고 개별 동의를 통해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정했다.

    노동조합의 반대에도 국립대병원이 이처럼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려는 이유는 정부에서 임금피크제를 10월 중 도입하지 않을 경우 인건비 총액 인상률 25%를 삭감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기득권 이기주의 운운하던 정부…고액 연봉 임원은 임금피크제 대상 제외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모든 직원에게 형평성 있게 적용하지 않아 일자리 창출 효과도 없이 불평등만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공공운수노조는 “교육부는 일반 직원의 임금은 깎으면서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는 의사나 임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며 “교수 인건비의 0.76%만 활용해도 훨씬 저임금인 일반 직원의 임금을 20%나 깎을 필요가 없다”고 전했다.

    이들에 따르면 서울대병원의 경우 정년연장 직원의 임금을 20% 삭감해 줄어드는 인건비는 약 8억 원이다. 이는 서울대병원의 전임의나 전공의를 제외한 교수들이 받는 인건비 총액 약 1,072억의 고작 0.76%에 불과하다.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학교에서 정식으로 받는 연봉외에도 추가적으로 연구비 등을 받기 때문에 실제 급여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 서울대

    서울대병원 파업집회 자료사진(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임금피크제, 병원은 특히 실효성 없어
    부족한 일손 충원하는 방식으로 일자리 창출해야

    정부가 임금삭감 으름장까지 놓았지만 국립대병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 속도가 나지 않는 이유는 정년 연장에 해당되는 직원 수가 극소수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하나마나한 정책이라는 거다.

    공공운수노조는 “내년 정년 60세 의무화로 정년이 연장되는 수가 국립대병원 전체 직원 중 극소수에 불과하다”며 “정년 연장으로 인한 병원 인건비 증가도 거의 없고 신규채용이 별로 줄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서울대병원의 경우 일반직 직원 5천여 명 중 내년에 정년이 연장되는 직원의 수는 58명이고, 서울대병원은 정부 지침에 따라 이들의 임금을 삭감해 44명의 신규직원을 추가 채용할 방침이다. 고작 44명을 신규채용하기 위해 임금삭감 협박까지 하며 노동자가 동의하지 않는 정부정책을 밀어붙이겠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른 기관보다 특히 병원은 부족한 인력을 충원하는 방향으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병원 인력 부족은 지난 메르스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인력 충원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더욱 설득력을 얻은 바 있다.

    특히 서울대병원은 매년 300명 이상의 직원을 신규로 채용해왔지만 인력 부족으로 인한 노동 강도를 이기지 못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허다하다.

    공공운수노조는 “현재 서울대병원에 존재하는 1,500명의 비정규직 일자리는 그야말로 ‘나쁜 일자리’의 대명사”라며 “교육부는 이런 국립대학교 병원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제대로 된 인력충원은 하지 않고 임금피크제 실적만 올리기에만 혈안이 되어있다”고 비판했다.

    병원에 성과연봉제?
    진료비 부담 증가, 안전 위협 우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과 함께 성과가 낮은 노동자의 임금을 깎거나 해고할 수 있는 성과연봉제, 성과퇴출제 등도 준비하고 있다. 이 또한 실적 때문에 불필요한 진료를 부추겨 진료비 부담만 더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공공운수노조는 “병원이 직원들의 성과에 임금과 고용을 연계시키면 불필요한 진료만 늘고 협업은 파괴돼 환자의 건강과 안전을 위협하고, 병원 노동시장과 작업환경을 왜곡하는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이들은 “적정 인력을 확충하고 상시지속업무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부터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일자리도 늘리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고 노동자들이 고용불안 없이 과로에 쓰러질 걱정 없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립대병원의 임금피크제는 청년을 위한 것도 인건비 부족으로 인한 불가피한 것도 아님이 분명히 드러났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을 강압하기 위한 일체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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