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
“학생들에게 무슨 짓 하고 있나...답답”
    2015년 10월 12일 05:1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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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부가 12일 발표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 계획과 관련해, 교육 현장에 있는 역사 교사들의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1987년 국정화 교과서 시절부터 역사를 가르치기 시작해, 국정제와 검인정제 모두를 경험한 수락중학교 윤종배 교사는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에 대해 “학생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나 하는 생각 때문에 답답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윤종배 교사는 12일 오전 S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국정이라는 건 하나의 교과서라는 뜻인데 우리가 말로는 창의적인 인재를 기른다고 하면서 경쟁대상도, 비교대상도 없는 딱 한 권의 책으로 얼마나 창의력을 일궈낼 수 있을까, 저는 그건 어불성설이라고 본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는 국정교과서 시절은 언급하며 “그때 교과서는 주로 교수나 연구자들이 집필에 참여했기 때문에 내용이 학생들이 보기에 어렵고 눈높이에 맞지 않고 활동도 창의적인 사고를 자극할 수 있는 것들이 빈약했다”며 “그래서 역사가 암기 과목이라는 오명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역사교과서 집필진들의 편향성이 문제라는 새누리당의 주장에 대해 윤 교사는 “교과서 집필진이 좌편향됐다고 칭하는 건 그 책을 검정한 교육부의 엄격한 검정 절차라든가 집필진들의 전문성을 부정하는 게 아닌가 싶다”며 “더군다나 이명박 정부 때 만든 교육과정에 따라서 쓰고 현 정부에서 검정이 이뤄졌고 문제가 있다고 수정 명령을 대거 내렸다. 그런데도 좌편향이라고 한다면 허술하게 검정한 교육부 담당자를 오히려 문책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부정하고 있다’는 여당의 비판에 대해서도 “대표적으로 언론에 보도된 게 대한민국은 정부 수립이라고 하고 북한은 국가 수립이라고 해서 격하시킨 것 아니냐는 것이었는데, 저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을 정부 수립이라고 표현한 건 3.1운동 정신을 바탕으로 1919년 4월에 임시정부가 만들어졌는데 그 정통성 위에 제대로 된 정부를 수립했다고 표현한 거라고 본다”며 “당시 이승만 대통령도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본인이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었기 때문에 굉장히 자연스러운 표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1979년도 제가 고등학교 때 배운 국정 교과서와 20년 전에 제가 가르쳤던 국정 교과서도 찾아 봤는데 이 무렵에 정부 수립이라는 표현, 그냥 수립이라는 표현이 혼용돼 있다”며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잘 모르겠다”고 정부여당의 비판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을 친일 독재자이자 남북 분단의 원인 제공자라고 묘사하는 반면 김일성 내각은 친일 청산을 잘한 항일 정부’라고 왜곡한다는 주장 또한 “상세한 집필 기준이 따로 있어서 이런 걸 벗어나면 검정을 통과할 수 없다”며 “지금의 문제는 필자에 따라서 아 다르고 어 다른 수준이라고 저는 보는데 과도하게 문제 삼는 게 아닌가 싶다. 북한에 대한 문제도 워낙 서술 분량이 대한민국보다 훨씬 적고, 그러다 보니 기본 사실을 소개하고 비판도 곁들이는데 기본 사실 중의 일부 구절을 문제 제기하거나 아니면 비판이 본인이 볼 때 충분치 않다고 지적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제가 보기에는 국민소득이 20배나 넘게 차이나는 북한을 찬양하는 교과서 집필자가 어디 있을 것이며 이런 학생들이 곧이곧대로 믿고 따르겠느냐 하는 상식적인 의문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학생들의 수능 부담 때문에 학부모들의 요구가 많다는 정부여당의 주장에 대해 윤 교사는 “국정이라서 쉽고 검정이라서 어렵다는 건 무의미한 논의”라고 지적했다.

그는 “과거 국정 교과서 시절에는 교과서가 한 권밖에 없고 그것만 분석해서 기출문제 분석하다 보니까 나중에는 출제자들이 문제 낼 게 없어서 지엽적인 것들을 낸 적이 있다”면서 “오히려 여러 종의 교과서가 있으면 안 배운 걸 낼 수는 없으니까 공통분모를 내지 않겠나. 공통분모가 바로 교육부가 정한 핵심 성취 기준이다. 그러니까 시험 범위가 오히려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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