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주노총, 공개토론회 열어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총선 대응'
        2015년 10월 11일 08: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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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노총이 미뤄뒀던 정치 방침에 대해 드디어 논의를 시작하는 모양새다.

    민주노총은 그간 정치방침을 드러내지 않았다. 일부에선 민주노총이 총파업에만 치우쳐 정치방침을 지나치게 등한시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왔고, 또 한편에선 노동자 민중의 분노를 모아 총파업으로 현 정권에 맞서야 한다는 주장이 엇갈렸다.

    하지만 민주노총의 정치방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내년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국회에선 선거제도 논란이 한참이다. 총선이 그들만의 기득권 싸움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총선과 대선에 관한 민주노총의 역할은 필요해 보인다.

    더욱이 쪼개진 진보정당 내부에서 결집 논의가 치열하게 진행 중이고 진보결집에 동의하지 않은 세력들도 후보를 내서 총선에 대응한다는 입장이다. 또한 박근혜 정권이 밀어붙이는 노동법 개악에 맞서기 위해서라도 총파업 등의 구축과 함께 정치 방침이 필요하다는 민주노총 안팎의 목소리는 계속 커지고 있다.

    민주노총은 8일 오후 4시 민주노총 13층 대회의실에서 토론회를 열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와 노동진보진영의 2016년 총선대응’ 토론회를 열었다. 정치방침에 관한 공개 토론회는 한상균 집행부가 들어선 이후 처음이다. 토론자로는 정의당 김형탁 부대표, 노동당 최승현 부대표, 진보결집+ 권태훈 공동대표, 노동정치연대 이병렬 집행위원,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백종성 현장정치특위장, 공안탄압대책위 장원섭 집행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논의의 시작인 만큼 민주노동당과 그 이후의 분열, 현 상황에 대한 평가가 논의의 주를 이뤘고, 그 평가를 토대로 앞으로의 진보정치가 가야할 길을 찾아야 하는 점에 대해선 공감했다. 다만 그 평가와 방향에 있어선 정당 간, 세력 간 큰 입장 차를 드러냈다. 때문에 이날의 토론회는 이를 어떻게 좁혀 총선에 대응할 것인가라는 중요한 과제를 남겼다. 다만 그 ‘키’를 민주노총이 잡아야 한다는 점에 있어선 대부분 입장을 함께 했다.

    토론

    토론회 모습(사진=유하라)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정치개입 필요해…
    진보정치 분열, 피로감 넘어 단합과 투쟁을 방해

    토론자로 나온 진보결집+ 권태훈 공동대표는 민주노총의 적극적인 정치개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분열된 진보정치를 통합하기 위한 노력에 민주노총이 주도 내지는 연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권태훈 공동대표는 우선 “올해 초부터 진보결집에 대한 논의 있었고 과정에서 이 논의에 대해 올해 안에 결실을 맺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진보결집+의 입장을 밝혔다.

    권 공동대표는 총선 대응과 관련해 “진보정치 혁신과 결집을 위해 노동자들이 냉소를 보낼 수밖에 없는 구조를 해소하고 현장에선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진행해야 한다. 이 두 가지가 잘 결합돼야 한다”며 “가능하다면 진보정당과 민주노총이 공동선대본을 꾸려 유대와 연대를 맺고 공동 행보를 취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총선 승리의 핵심과제”라고 강조했다.

    권 공동대표는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개악이 처음에는 임금피크제로 시작했다가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까지, 한번 둑이 터지니 계속 밀려들어온다. 그런데 새누리당 내부는 자신감이 강하다. 왜냐하면 그렇게 해도 지지율이 45%는 나오고, 총선에서 이길 수 있다는 것”이라며 “그만큼 보수 헤게모니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의 원인에 대해 짚으며 원내 진보정당 확장의 필요성을 피력했다.

    권 공동대표는 “올해 초에 빈민 활동가 간담회를 했다. 진보정당이 합쳐서 지방의회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한다. 예전엔 구의원 하나 아무 것도 아니라고 했는데 진보정당의 구의원이 다 떨어지고, 서울에 하나 남았다. 하다못해 철거투쟁을 하더라도 비빌 언덕이 없다는 거다. 구청장을 압박할 사람이 없는 거다. 그래서 현장투쟁에서도 밀리는 것”이라며 “원내도 마찬가지다. 정치영역에서 노동자 입장을 가지고 함께 싸울 세력이 부재하니까 마음대로 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진보정당의 분열 자체가 현장과의 괴리를 낳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러한 괴리가 노동자들이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데에 방해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권 공동대표는 “진보정치 분열은 피로감을 넘어 단합과 투쟁을 방해하고 있다. 이 문제는 진보정당을 하는 사람이 해결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진보정당을 지지하는 데 장애요인이라고 말한다면 해결하고 지지해달라고 하는 게 수순이다. 그동안 진보정치는 자기 것을 고집하느라 그렇게 하지 않았다. 반성이 필요하다”고 했다.

    “민주노총, 진보정당 지지 선거방침으로 해야
    민주노총의 조직적 통합력과 장악력 높일 수 있어”

    총선 대응에 앞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각 노동진보진영의 여러 입장이 나왔지만 그보다 앞서 진보정당의 큰 획을 그은 민주노동당이 왜 무너졌는지에 대한 평가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은 모두에게서 나왔다. 그 평가 또한 제각각이었지만 일부에선 민노당 내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적 역할이 매우 미흡했으며 향후에도 그러한 문제제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동정치연대 이병렬 집행위원장은 “노동정치연대는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 여전히 노동자에게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를 독자적 (정당 건설)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통합된 진보정당을 목표로 했다”며, 노동정치연대의 입장을 밝혔다.

    이병렬 집행위원장은 “민주노총이 배타적 지지 방침을 11년간 했는데 조합원 중 민주노동당 당원이 5% 밖에 안 됐다. 배타적 지지 방침 아닌 유럽 진보정당은 50~60%가 진보정당 당원이다. 배타적 지지 방침까지 해도 5% 정도인 현실을 따져봐야 한다”며 “이런 상태에서 민노당을 과연 노동 중심의 대중적 진보정당이라 규정할 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만들었다 얘기해놓고도 정당에 대해 (민주노총이) 어떤 역할도 못한 점에 대해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그래야 이후 민주노총이 주도해 다른 정당 만들어도 제대로 할 수 있다 본다”고 강조했다.

    민주노총 창립 당시 노동자 요구 쟁취를 위해 ▲산별노조 건설 주력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2가지 수단을 선언했다는 점을 환기하며 “노동자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투쟁을 시작해 배타적 지지까지 이어졌다. 배타적 지지 과정에서 2004년 10명의 (의원) 배출 후 당에게 민주노총은 무엇이고 노조는 당에서 어떤 역할 하는지 끊임없이 논쟁은 지속되고 있고 지금가지 정리되지 않은 논쟁”이라고 말했다.

    그는 거듭 “민주노총 주도로 당을 만들었으면 인적·물적 토대를 구축해야 하는데 인적 구성에 중요 당직에 노동출신이 거의 없었다는 게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생각”한다며 “이건 앞으로도 과제”라고 했다.

    총선 대응과 관련해선 “2016년 총선은 통합된 진보정당으로 총선대응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끼리는 논쟁하지만 저번 집담회 때 예전 지역본부장님이 현장에 가니 통진당, 정의당, 노동당 차이를 모른다는 거다. 대중은 그 차이 모른다고 얘기하면서 통합해야 한다고 한다”며, 현장에선 냉소도 나오는 한편 진보정당들의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짚었다.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노동개악, 전 계급의 투쟁으로, 총선은 상징적인 인물로 돌파”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원회 백종성 현장정치특별위원장은 “재벌 사내유보금 환수 전면화 방침을 가지고 있다”며 “그런 문제의식 하에 단체와 노조까지 면담하면서 사내유보금 환수운동본부를 공식적으로 본부로 출범하기 위해서 제안을 하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고 밝혔다.

    백종성 현장정치특별위원장은 “과연 진보라는 말을 계속 쓰고 있는데, 뭔가 다르게 쓰고 있는 것 같다. 모호하다. 민주당까지 포함하는, 자유주의까지 포함하는. 실체가 없다”고 현 상황을 평가하며, 그 원인을 “전술적 유연함 명분으로 행해져 온 야권연대에 문제가 있다. 전 현직 지도자가 문재인, 안철수에게 간다고 하지 않나. 을지로위원회에서 활동하지 않나. 더욱 중요한 건 공개적인 비판 역시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백 위원장은 “이는 노동자 정치세력화 1기가 자처한 것”이라며 “야권연대라는 이름으로 총대선때 자처한 것이고 2기는 이런 것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나라에선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있어야 하고 현장투쟁만 바라봐선 안 된다는 말들을 한다”며 “과연 그러한 과거는 어떻게 된 것인지 묻고 싶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노동당 “묻지마 결집, 민노당 실패 반복하자는 것”

    정의당,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진보결집+의 진보결집 논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던 노동당의 경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향에 대해 전체 노동자 계급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표성 확대를 위한 조직화 전략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방향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노동당 최승현 부대표는 그간의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 방침이 오히려 노동자의 주체적인 정치 활동을 방해했고 정치 주체로서 주변화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최승현 부대표는 또한 “민주노총의 비정규직 사업은 주변적이었다. 전체 노동자 계급의 대표성은 약화됐고, 이 약화된 대표성을 보완하기 위한 측면에서 무분별한 야권연대 등으로 해결하려 했다”며 “하지만 그것은 보수정당에 노동자 정치를 위탁한다는 의미 이상 이하도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해 “노동자가 정치적 주체로 서는 일, 정치적 노동자계급 형성”이라고 강조했다.

    총선 대응과 관련해선 투쟁으로 돌파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민주노총은 96~97년 총파업과 같은 정치투쟁을 11월에 조직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야 한다”며 “투쟁에 함께하는 노동자, 정당, 세력이 2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주체가 돼야 한다. 현 정세에 맞서는 투쟁과 새로운 정치 주체의 형성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와는 무관한 ‘묻지마 통합 혹은 결집’ 논의는 1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를 반복하는 주장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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