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 결집과 통합,
    이대로 좌초할 것인가
    정의당 전국위원회와 이후 전망
        2015년 10월 10일 12:5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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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일 열린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채 마무리되지 못하고 교착상태를 맞고 있는 진보정치 통합에 대해 “정의당은 진보정치 세력의 결집과 통합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과제임을 재확인”하면서 쟁점인 당명과 관련해서는 “총선전략 측면과 당원 권리상의 원칙임을 재확인”하는 것으로 만장일치 결론을 냈다.

    2일 국민모임, 노동정치연대, 정의당, 진보결집+로 구성된 진보혁신회의 대표자회의에서는 최종적으로 당명과 대표체제에 대해서는 1안과 2안의 복수안으로, 나머지 5가지 의제에 대해서는 합의안이 제출된 상황을 확인하고 자기 조직의 의견을 다시 수렴하여 대표자회의를 갖기로 했다.(관련 기사 링크) 당명 관련 1안은 모든 당명에 대해 제한 없이 (통합정당) 당원총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이고 2안은 4조직의 명칭(유사당명 포함)을 제외하고 당원총투표로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7일 열린 대표자회의에서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진보결집+ 등 3조직에서 당명에 대한 정의당의 양보가 있으면 나머지 의제에서는 합의사항에도 불구하고 정의당의 의견을 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수정안을 제출했으며(관련 기사 링크), 9일 정의당 전국위원회의 결정은 이에 대한 부정적 답변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7일 이후의 진보혁신회의 대표자회의 일정은 잡혀져 있지 않다. 다시 논의를 재개할지, 이 상태에서 사실상 결렬로 갈지 모두 모호한 상황인 것이다.

    정의당의 전국위원회

    이날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는 진보통합과 관련한 의제에서 10여명의 전국위원들이 발언을 했으며 일부는 통합 논의의 지지부진과 피로함을 이유로 통합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고 일부는 당명 개정을 통해서라도 진보재편을 이뤄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지만 대다수는 통합 논의의 지속과 당명 문제에서 정의당이 제출했던 안을 강조하는 입장이었으며 최종적으로는 위의 2가지 입장을 만장일치로 확인했다.

    심상정 대표는 이날 전국위원회에 앞서 당원들에게 드리는 글 형식으로 진보재편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심 대표는 그동안 진보재편에 대해 임했던 원칙에 대해 “당명 개정의 본질은 권한의 배분문제가 아니라 당원들의 권리로서 존중되어야 하고 통합정당을 승리를 위한 정치적 판단 차이를 좁히는 문제”로 접근했으며 “권한(권력)을 둘러싼 쟁점과 관련해서는, 성찰과 혁신과정에서 확립된 단일지도체제의 정신은 유지하되, 앞으로 통합, 확대될 정당에서 정의당의 권한을 (반 이하로) 줄이겠다는 입장으로 임했”다고 밝혔다.

    특히 당명과 관련해서는 “새로운 당명을 만들자, 정의당명으로 총선을 치르고 이후 당원들과 함께 결정하자는 입장 중에 어느 것이 절대 옳다고 주장할 수 없다”며 각각의 장단점이 있음을 지적하고 “두 가지 중 어느 하나의 의견이 서로를 설득 할 수 없다면 두 가지를 모두 열어놓고 당원들과 함께 판단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 당원 다수의 부정적 의견에도 불구하고 통합의 과정에서 당원 모두가 숙고하는 기회를 만들자고 총투표안을 제 결단으로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심 대표는 “총선 후 개정 또는 창당과정의 당원총투표로 제안되어 있지만, 당명개정에 대한 정의당의 입장은 당명을 개정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열어놓고 숙고하고 당원들이 함께 결정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당원에게 드리는 글 말미에서 심 대표는 “진보재편은 저와 정의당의 역사적 소임”이며 “진보재편은 성찰과 혁신의 결집이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갈라진 진보정치를 하나로 묶고 명실상부한 진보대표정당을 만들어 가기위한 소임을 다하기 위해 이 자리에 계신 전국위원 동지들이 저와 함께 마지막까지 있는 힘을 다해주실 것”을 요청했다.

    유권자 행진

    3일 진행된 정치개혁시민연대와 정의당 등이 진행한 불합리한 선거제도 개혁 유권자 행진 모습(사진=정의당)

    향후 전망

    현재 진보통합의 핵심 지점은 3조직이 수정안에서 “당명 문제에서 정의당의 양보가 있다면 다른 의제에는 전적으로 정의당 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과 심 대표가 당원에게 드리는 글에서 “저는 협상 초기부터 당명문제에 접근이 이루어지면 다른 모든 쟁점에 대해서는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한 것에서 보듯이 결국 당명 문제로 수렴된다.

    총선을 앞두고 당명을 개정해서는 총선에서 생존할 수 없으며, 총선까지 과도적으로 정의당 당명을 함께 사용하고 이후 당명을 개정하자는 정의당 의견과 정의당 당명으로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출범을 드러낼 수 없으며 노동자 대중과 진보적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와 새로운 출발을 만들어낼 수 없으며 결국 정의당으로의 입당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 평행성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당명을 제외한 쟁점에서는 미미한 차이를 보이거나 합의를 이룬 상태에서 당명으로 진보정치 결집과 통합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그 후과는 정의당이나 3조직 모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정의당으로서는 진보정치 결집을 통해 유력정당으로 일어서려는 노력이 수포로 돌아가거나 오히려 통합 논의 이전보다 더 부정적이고 비판적인 의견이 정의당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 3조직에게도 진보통합을 추진해오며 노동자 선언 등 대중들에게 약속했던 것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과 내부의 이견들이 분출될 가능성이 크다.

    역지사지에서 해법 찾아야

    사실 당명 문제는 서로 상대방의 처지에 서서 살펴보고 대안을 모색한다면 쉽지는 않지만 타협과 합의의 길이 보일 수도 있다.

    비(非)정의당 3조직의 입장의 핵심은 정의당이 아닌 특정한 당명을 선호하거나 그걸 실현하는 게 아니다. 당명이라도 바뀌지 않으면 대중들에게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출범을 드러낼 수 없으며 단순한 정의당으로의 (개별 혹은 집단) 입당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 3조직 주장의 핵심이다. 노동자를 비롯한 진보 대중들에게 “정의당이 아니라 정의당이 포함되는 새로운 진보정당”에 참여하자고 호소할 수 있는 대중적 상징, 대중적 표상이 없다는 점이다. 이것은 정의당의 의도나 패권의 문제가 아니다. 3조직의 목표는 권력 배분이 아니라 대중적 참여를 통한 주변의 냉소적 비판적 노동대중들과 함께 하는 진보정치의 재건과 결집에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는 정의당이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거꾸로 정의당의 입장 또한 ‘정의당’이라는 고유명사에 대한 집착이 아니라는 점 또한 3조직이 이해해야 한다. 정의당은 정의당을 총선까지의 과도적 명칭으로 사용하고 총선 이후 개정 여부를 논의하는 게 아니라 개정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총선 이후에는 정의당이라는 당명을 반드시 바꾸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총선이라는 주요한 정치일정과 생존 여부를 검증받아야 하는 시점에서 진보 내부적으로 새로운 당명이 의미가 있을지라도 총선에서 대중의 신뢰와 지지를 지지율로 확인하고 확장시켜야 하는 데 실패한다면 자족적인 당명 개정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3조직이 해결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이제 앞으로의 길은 두 가지밖에 없다. 대표자회의를 다시 소집하여 지난한 협의를 통해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재개하는 것과 이 상황을 사실상 통합 논의의 결렬로 선언하고 각자의 길을 가는 것, 이 두 가지밖에 없다.

    이견을 좁히고 진보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당원총투표’의 절차가 일부가 우려하듯이 정의당 당명을 재확인하는 요식절차가 될 것이냐, 아니면 통합정당의 당원들이 승리하는 총선전략과 새 진보정당의 출범 의미를 극대화시키는 것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과정을 통해 새로운 진보정당의 당명을 결정할 수 있을 거냐의 문제이다. 이것은 물론 어떤 객관적 징표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대표자들 사이에서 상호 진지하고 신뢰를 갖고 논의한다면 접점이 나올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정의당도 정의당을 총선까지의 과도적 당명으로 인정하고 있듯이, 즉 총선 이후 개정에 대한 합의를 전제로 총선까지 어떤 과도적 당명으로 이 국면을 돌파할 것인가에 대한 정치적 합의를 모색하는 방안도 진지하게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결렬의 후과와 가능성

    이 상황 자체로 4자간의 통합과 결집 협상이 좌초되고 각자도생의 길을 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의당 전국위원회에서 일부 성원들이 통합 논의가 지루하고 이 논의에 대한 피로감이 커지면서 총선 준비에 차질이 있으니 통합 논의를 중단하자는 의견을 밝혔고, 또 3조직 내부에서도 정의당과의 진보결집이 사실상 어려운 것 같으니 포기하거나 결렬을 선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정의당 입장에서 결렬의 후과는 클 것으로 보인다. 재편과 결집을 통해 진보정당의 양과 질을 대폭 확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정의당이 진보세력의 맏형인 현 상황에서 진보재편에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이었다는 비판적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으며 이는 진보재편 논의를 하지 않은 것보다 더 부정적 후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정의당 자력으로는 일정한 지지 기반을 갖고 있는 호남지역에서는 천정배 등의 비새정치연합 세력과 고단하고 쉽지 않는 싸움을 해야 하고, 지지 기반이 절대적으로 취약한 영남지역에서는 노동대중들의 지지와 신뢰가 이전보다 더 옅어지거나 부정적 여론이 형성되면서 어려운 총선을 치러야 할 가능성이 높다.

    반면 3조직 입장에서는 결렬이 될 경우, 3조직의 독자 진보정당을 모색할 수도 있지만, 이는 3조직이 진보정치의 통합이 아닌 별도의 독자정당 건설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분명히 해왔기 때문에 그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정의당과의 협상이 결렬될 경우, 진보정치 통합과 결집을 동력으로 정치활동을 해왔던 점에서 내부적 고민과 진로 문제가 강하게 대두될 것으로 보인다. 자체 동력을 유지하면서 이후의 진보정치 재건과 재기를 위한 모색을 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 통진당 세력들의 모색

    한편 구 통진당 계열의 세력들도 총선을 앞두고 그동안의 암중모색을 끝내고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드러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새 정당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과도한 추측이라는 게 구 통진당과 가까운 이들의 평가이다. 하지만 준정당조직의 이름으로 내걸고 무소속으로 내년 총선에 출마할 가능성은 높은 건 사실이다.

    이미 통진당이 법적으로 해산을 당했지만 다앙한 단체와 조직 형식으로 세력을 재규합하고 있으며 그 규모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 내부의 구 통진당 경향이었던 전국회의 세력도 적지 않은 산별연맹과 지역본부의 대표자로 선출되거나 복귀하고 있다. 통합 집행부 논의에 참여하거나 경선 과정에 적극 참여하면서 노동운동의 일선으로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여기에는 정당운동에서는 구 통진당 세력 자체가 상당한 불신을 받고 있기 때문에 쉽지 않다는 점과 결국 진보정당의 가장 큰 기반은 노동운동이기 때문에 노동현장에서 자기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점, 그리고 내년 총선에서 적극 나서기 위해서라도 민주노총 내에서의 대표성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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