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당'을 위하여!
    정의당 당원들에게
    [기고] 진보정치의 새 시대를 열자
        2015년 10월 08일 10: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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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보혁신과 결집을 위한 진보혁신회의 대표자회의가 7일 열렸다. 이 자리에서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진보결집+의 대표들은 교착상태에 빠진 진보통합 논의의 진전을 위해 새로운 수정안을 제시하였다. 3조직의 대표들은 정의당이 당명 변경에 대하여 동의한다면 지도체제를 비롯한 모든 쟁점에 대하여 정의당의 주장을 존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하여 3조직을 대표하여 양경규 노동정치연대 대표가 그 제안의 의미를 정의당 당원에게 드리는 편지글 형식으로 기고하였다.(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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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의당 당원 여러분께 드리는 글

    참죽나무 가지를 베는 것을 바라보던 시인은, 중심을 잡으려 가지 하나 이파리 하나까지 부들부들 몸을 떠는 나무를 보며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린다”라는 절창을 뽑아냈습니다. 시인은 숨을 쉬는 일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직장을 옮기는 우리 삶의 모든 일들이 사실은 흔들리지 않으려 흔들리고, 흔들려 흔들리지 않으려는 것이라 했습니다. 함민복 시인의 시입니다.

    진보통합을 위한 논의가 참 어려운 고비를 넘어 오고 있습니다. 통합을 위해 저마다의 논리를 가지고 상대방을 설득하며 어떻게 해서라도 마음을 맞추어 보려는 노력들이 있었습니다. 그 진정성에도 불구하고 진보통합은 몇 차례씩 기우뚱거리며 위태로운 행보를 이어 왔습니다. 진보정치에 대한 애정을 가진 대중들은 우려하고 분노했으며 관전자들은 아낌없는 냉소를 보냈습니다. SNS 공간에서는 서로에 대한 날선 비판들도 있었습니다. 흔들리는 진보통합을 붙잡고 안간힘을 쓰는 형국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러한 흔들림이 사실은 제대로 된 진보정당을 만들기 위해 중심을 잡아가는 흔들림이라 생각했습니다. 흔들려 덜 흔들리기 위한 진보정치의 몸부림이라 믿었습니다.

    그랬기에 우리는 한발 한발 서로에게 다가섰고 이제 비로소 서로의 얼굴을 정면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한편으로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만큼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더 이상 서로를 품지 않으면 밀치거나 비켜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결정을 할 시간이 된 것입니다.

    정의당 당원 여러분!

    저와 노동정치연대는 그 무엇보다도 진보통합 그 자체가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 왔습니다. 그것은 진보통합이 분열을 극복하고, 일그러져 가는 우리 사회를 펴고, 소외된 사람들을 보듬고 위로할 수 있는 길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크고 강하게 힘을 모은 통합된 진보정당이야말로 보수정치에 실망하면서도 대안을 찾지 못하고 있는 노동자와 서민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줄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다양화된 진보의 가치를 세우고 부문과 지역을 하나로 묶어 내는 진보정치의 큰 길을 낼 때만이 우리사회를 분명하게 바꾸어 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 어떤 단위도 이런 역사적인 소명을 간과하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4자는 참으로 치열하게 진보정치를 어떻게 혁신하고 또 어떻게 새로운 지평을 열 것인가를 논의해 왔습니다. 당명이나 지도체제 등에 대한 논쟁은 바로 그 연장선에 있었습니다. 마치 보다 중요한 가치를 외면한 무위한 논쟁처럼 보였을지 몰라도 지금 진보정치가 처한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서 필요한 부분이라 생각했습니다. 통합 이후 출범할 새 당이 명실상부한 통합 진보정당으로서의 위상을 확보해 나가기 위해서 반드시 짚어야 할 부분이라 믿었습니다.

    그래서 4자 중 어떤 단위도 그저 단순한 이름 짓기나 자리 나누기라고 생각하고 접근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차마 그까짓 당명, 그까짓 지도체제라고 부를 수 없었습니다. 4자는 모두 당명과 지도체제를 어떻게 하는 것이 진보정치를 보다 확장하고 대중적 토대를 넓힐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당면한 과제인 총선에서 진보정치의 새로운 비상을 만들 수 있을까를 생각했습니다.

    당명을 고수하는 것이 정의당의 패권이라거나 조직이기주의라는 이야기가 들릴 때 저는 참 터무니없는 비난이라고 생각했습니다. 3단위의 주장이 자리를 나누고 지분을 더 가지려는 욕심을 포장한 어깃장에 불과하다는 비난을 접할 때는 너무나 안타깝고 당혹스러웠습니다.

    4자의 논의에는 단언컨대 그러한 것이 끼어들 여지가 없었습니다. 저는 정의당의 주장도 또 다른 3단위의 주장도 그 모두가 통합정당의 미래를 위한 열정의 표현이며 스스로의 책임을 자임하겠다는 결의였다고 보고 있습니다.

    정의당 당원 여러분!

    그런데 지금 서로의 주장이 진보통합의 길을 막아서고 있습니다. 각각의 주장이 어떤 진정성을 갖고 있든, 또 진보정치의 미래에 대한 어떤 확신이든 내려놓지 않고는 진보통합을 이룰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물론 누구라도 자신의 신념을 놓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더구나 그것이 진보정치의 미래와 연결되는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더욱 그러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진보통합을 무산시키는 것은 너무나 큰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일이며 역사를 거스르는 일이 될 것입니다.

    노동정치연대와 진보결집+, 국민모임의 동지들은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진보통합의 의미를 살리고, 통합정당의 미래를 위해 우리 3자가 지금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를 생각했습니다.

    결론적으로 3자는 당명을 제외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쟁점이 되었던 지도체제에 대하여 정의당의 심상정 대표님을 중심으로 한 단일한 지도체제를 통해 우리당의 미래를 만들어 가는데 최선을 다하기로 했습니다. 이미 그 원칙과 방향에 대하여 합의에 이르렀지만 대의체제, 지역조직과 집행체계, 공직선거 후보선출, 진보의 혁신과 정강정책 등의 논의과제에 대해서도 추후 정의당의 판단과 결정을 존중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이러한 제안이 주고받는 협상의 한 방식으로 이해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어떻게 해서라도 진보통합을 무산시킬 수 없다는 진정성으로 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하면서도 여전히 당명에 집착하고 있다”라고 탓하기 보다는, 당명을 다시 한 번 얘기할 수밖에 없는 3자를 대신하여 드리는 저의 고민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왜나 하면 제가 고민하는 것이 바로 여러분도 고민하고 있는 통합이후 함께 하게 될 “우리당”에 대한 미래에 대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4조직

    첫 번째 고민은 진보통합을 통해 태어나는 우리당이 진보정치세력의 통합으로 이루어진 새로운 정당이라는 것을 대중적으로 어떻게 확인시킬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번 진보통합을 통해 지난 시기 분열을 극복하고 더 크고 강한 진보정당이 새롭게 태어났다는 것을 보여주길 간절하게 바라고 있습니다.

    새로운 당명은 바로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며 대중에게 줄 수 있는 가장 분명한 메시지가 될 것입니다. 정의당의 당명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대중에게는 진보를 내세우는 여러 진보정당 중의 하나로만 여전히 보일 것입니다. 아무리 이를 통합정당이라고 주장해도 그 의미를 충분히 전달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입니다. 새 술이 새 부대가 아니라 옛 술통에 있는 것처럼 보일 것입니다.

    통합을 이루고도 그 의미가 대중에게 확인되지 않는다면 이는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저 우리끼리의 소동에 불과한 일로 만들어 버릴 수는 없습니다. 진보정치의 확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스토리텔링을 만들어 나가야 할 때입니다. 새로운 당명은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두 번째 고민은 통합정당이 어떻게 지금보다 더 넓은 대중적 토대와 지지기반을 확보할 수 있을까 하는 것입니다. 정의당의 이름으로는 안타깝지만 진보정치의 대중적 토대를 확장하기가 쉬워 보이지 않습니다. 분열과 패권에 실망한 대중에게 다시 진보정치가 뭉쳤음을 알려야 당의 대중적 토대도 당에 대한 지지도 올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 노동자와 지식인, 문화예술인들이 모두 새로운 진보통합 새 정당의 출현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들은 그저 홀로 입당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통합정당의 이름을 가지고 각자의 현장으로 뛰어 들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말합니다. 정의당명을 유지하는 것은 정의당으로 입당하자라고 하는 것인데 이는 과거와 전혀 다르지 않은데 어찌 현장을 파고들 수 있겠냐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가능했다면 이미 시작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또 정의당이라는 이름이 이 통합에 부정적인 시선을 거두지 않는 사람들에게 공연한 빌미를 주어 함께 할 수 있는 많은 대중들을 혼란에 빠뜨리게 될지 모른다는 걱정도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당명으로 모두가 신명나게 우리당의 미래를 위해 뛰고 싶다는 것이 모두의 바람입니다. 바로 그때 우리당은 보다 넓은 토대와 지지기반을 갖게 될 것입니다.

    물론 당의 대중적 토대가 노동자와 지식인, 문화예술인만으로 형성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시민사회의 영역과 조직노동자 밖의 노동자로 그 토대가 넓어져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과제는 진보정당이 자기정체성을 통해 대중을 통해 꾸준히 다가가는 가운데 점차적으로 성과가 날 부분입니다.

    진보적 가치를 공유하는 사람들로서 확실한 조직적 기반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진보정당의 대중적 토대의 확장이라고 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일이 될 지도 모릅니다. 무릇 세계의 진보정당운동이 모두 그러했음을 지난 시기의 역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와 노동정치연대는 정의당이 최선을 다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부족한 노동기반을 구축하는 데 최선을 다해 나갈 것입니다. 이는 보다 많은 진보적 대중을 포괄하는 것으로 이어져 단기적으로는 총선승리를, 중장기적으로는 진보정당의 영역을 확장시켜 가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저는 믿고 있습니다.

    세 번째 고민입니다. 정의당이 당명유지의 가장 중요한 이유라고 들고 있는 정의당이라는 이름의 인지도와 총선에 대한 우려들입니다. 정의당이 주장하는 인지도의 문제와 총선 승리를 위한 정의당명의 불가피성은 동의할 수 있는 부분도 많이 있습니다.

    작은 정당으로서 대중에게 이름을 알린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이며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우리도 모두 과거 당 활동을 했던 입장에서 모르는 바는 아닙니다. 이를 위해 정의당 당원 여러분이 지난 세월 얼마나 노력해 왔는지도 헤아려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지도의 상승이 곧 지지율을 담보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정의당의 인지도는 시간이 지나면서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지만 그것이 곧 지지율의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정의당이 보여 온 지지율의 추이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진보정당의 지지율 상승은 진보적 가치를 통해 대중과 호흡할 때 그 효과가 나타납니다. 최근 정의당의 지지율의 변화가 정의당의 당직 선거나 심상정 대표의 국회발언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아도 알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인지도가 아니라 이후 우리당의 활동일 것입니다. 노동현장의 대부분의 조합원은 정의당을 거의 100% 인지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동자 밀집지역에서 정의당의 지지율은 높지 않습니다. 더구나 지금 우리는 전혀 없던 당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대중에게 친숙한 진보정치인들이 참여하는 당을 만들고자 하고 있습니다. 정의당의 인지도를 극복하지 못할 만큼 우리의 조건이 나쁘거나 시간이 부족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그동안 정의당의 이름으로 총선을 준비해 온 정의당의 지역구 총선후보들에게 지금 당명을 변경하는 것이 많은 어려움을 줄 것이며 실제 지지율에도 부정적 줄 개연성이 있다는 것을 십분 동의합니다. 그리고 그런 점에서 힘들게 준비해 온 후보들에게 힘이 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을 갖습니다.

    그러나 총선에서의 전당적 승리는 보다 많은 후보의 출마와 이에 근거한 정당명부투표에서의 지지율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당명의 통합정당을 통해 더 넓은 대중적 기반을 확대하고 더 다양한 단위들의 결합을 통해 더 많은 후보를 출마시킬 수 있는 전략을 가져야 합니다. 50명의 후보의 10% 지지율이 아니라 10명 더, 20명 더 출마하면서 얻어내는 지지율이 전당적으로는 더 의미 있는 총선의 성과로 나타날 것 것입니다.

    아직 진보정당은 지역구에서 확실한 승리의 기반을 가지고 있지 못한 것이 현실이고 결국 진보정당의 총선승패는 늘 정당명부투표에 기대어 왔음도 사실입니다. 이는 과거 모든 총선이 그러했습니다. 그렇다면 정말로 우리당이 총선에서 승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도 보다 넓은 대중적 기반과 보다 많은 후보를 가능하게 하는 새로운 당명에 대하여 충분히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저는 특히 노동자밀집지역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낼 수 있는 총선후보를 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우리당은 부산에서, 경남에서, 울산에서, 광주에서, 그리고 다른 노동자밀집지역에서 현재 정의당이 보이고 있는 낮은 지지율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새로운 이름의 통합정당은 이를 가능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저는 새로운 당명이 결코 총선에서도 불리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당명제정과 관련된 민주적 절차의 문제입니다. 저는 정의당 당원 여러분의 총의에 의해 결정되었던 과거의 당명제정의 과정을 존중합니다. 그저 테이블에 앉아서 4자 대표가 당명을 결정하는 방식이 옳다고 보지 않습니다. 당원의 총투표라는 민주적 절차를 통해 새로운 당명이 제정되기를 바랍니다. 정의당 당원 여러분의 권리를 간과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또한 저는 당명을 정하는 과정을 통해 새롭게 입당한 당원과 기존의 정의당원이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고 또 이 과정을 통해 당 밖의 대중들도 관심을 갖게 하는 기획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새로운 당명에 대한 대중적 관심과 인지도를 높여 나가야 합니다. 저는 그 과정에서 새로운 통합진보정당의 의미를 대중에게 선전하는 기회도 만들 수 있으리라 봅니다.

    정의당 당원 여러분!

    구구절절 길어졌습니다. 그만큼 정의당 당원 여러분께 간절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는 것으로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꽤 오랜 시간을 끌어 오면서 아직도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있으면서 변명하듯이 이런 글을 드리는 것도 참으로 면목이 없는 일입니다. 어쩌면 노력했다고 짐짓 생색을 내는 것처럼 보이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3자의 제안과 고민이 정의당 당원 여러분의 마음에 얼마나 닿을 수 있을지 우려스럽기도 합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저와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진보결집 더하기는 여러분께 우리의 고민을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넉넉한 마음으로 함께 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는 진보정치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 그 길에 함께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습니다.

    필자소개
    노동정치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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