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리아 민중에 대한
    모든 폭격을 중단하라!
    [기고] 시리아의 민중혁명은 어떻게 왜곡·파괴돼 왔는가
        2015년 10월 07일 03:1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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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 러시아가 시리아 공습을 시작했다. ‘이슬람국가’(IS)를 소탕하기 위해서라는 핑계였다. 러시아가 중동 지역에 직접적 군사 개입을 시작한 것은 1979년 아프가니스탄 침공에서 실패한 이후 처음이다. 러시아와 동맹 상태인 이란도 지상군 파병을 시작한다고 한다. 중동에 더 커다란 전쟁의 불길이 번질 거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시리아 폭격

    러시아 비행기의 폭격 후 모습(방송화면)

    ‘난민 위기 등을 만드는 악랄한 IS를 소탕하자’는 게 지금 미국, 유럽 강대국, 러시아, 이란, 사우디 모두 한 목소리도 말하는 것이다. 하지만 IS는 원래 친서방 사우디 정권의 도움 아래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재정적·군사적 독립을 하며 시리아와 이라크에서 국가체계를 세운 것이다. IS는 ‘이슬람 원리로 돌아가 제국주의가 생지옥처럼 망쳐놓은 중동을 통일하겠다’며 성장해가고 있다.

    ‘IS가 난민 위기를 만들었다’는 것도 과장이다. 시리아 난민은 IS가 출현하기 전인 2013년 초에 이미 아사드의 학살 속에 6백만 명을 넘어섰다. 아사드는 즉각적 폭력과 학살을 통해서 반독재 민중항쟁이 군사적 무장 저항으로 나가도록 만들었다. 또 반정부 세력 내부의 종파적 갈등과 분열을 부추겼다.

    여기에 아랍혁명 납치 기회를 노리던 제국주의의 개입이 결합되면서 시리아 혁명은 종파적 내전으로 변질돼 갔다. 재정적·군사적으로 열세인 반군은 갈수록 서방에 의존했고, 아사드는 반정부 세력을 ‘외세에 의존하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로 싸잡아 매도할 수 있게 됐다.

    지금 시리아는 크게 아사드, IS, 친서방 반군에 의해 세 등분 상태다.(일부 쿠르드 자치지역도 나타났다.) 한 시리아인은 “우리는 아침에 시리아 정부군의 공습, 오후에 연합군의 공습, 그 중간에 이슬람국가의 처형 사이에 끼여 있다”고 했다.

    여기에 러시아의 폭격이 추가로 끼어들고 있다. 러시아가 노리는 것은 시리아 천연자원에 대한 통제권이며 중동지역에서 군사전략적 교두보 확보이다. 시리아의 타르투스항은 러시아가 확보한 중동지역 유일의 해군기지이며, 친러 아사드 정권의 유지가 중요한 이유다.

    러시아가 홈스를 폭격하자, 아사드보단 친미 정권 수립을 선호하는 미국은 그 맞불로 또 알레포를 폭격했다. 폭탄에는 눈이 없으니, 주거니 받거니 폭격 속에 시리아 민중만 죽어나고 있다. 오바마는 ‘푸틴은 과격한 IS와 온건 반군을 잘 구분해서 폭격하라’고 하지만, 웃기는 소리다. 러시아가 폭격한 ‘알 누스라 전선’은 바로 미국이 ‘과격 테러집단’으로 지명한 바 있다.

    사실, 시리아를 식민 지배했던 것도, 레바논과 강제 분단시킨 것도, 종파적 분열의 씨앗을 뿌린 것도, 석유를 위해 유린해 온 것도 프랑스, 미국 등 제국주의 강대국들이다. 이들은 학살자 아사드 제거보다 2011년 ‘아랍 혁명’의 불씨 제거에 더 관심이 많았다.

    따라서 ‘오바마의 시리아 정책이 실패해 왔다’는 것은 반만 맞는 말이다. 저들은 ‘튀니지에서 시작해 이집트로 번졌던 혁명의 불길을 시리아에서 잡아냈고, 이집트에서도 다시 반혁명에 성공했다’고 평가하며 만족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IS 소탕’은 이들이 중동에 군사적 개입을 재개하는 좋은 빌미가 되고 있다. 이라크 전쟁의 대실패 이후 주춤했다가 말이다. 특히, 아래로부터 혁명의 희망이 자라는 것은 모든 나라 지배계급에게 두려운 일이다. 그래서 서로 갈등·경쟁해 온 미국, 러시아, 중국, 이란, 사우디, 이스라엘이 모두 ‘IS 소탕’ 구호 아래 손을 잡는 괴상한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근래 개봉했던 영화 <바르샤바 1944>에도 독일로 진군하던 소련군이 유대인 봉기에 대한 독일군의 진압을 기다렸다가 폴란드로 들어오는 내용이 나온다.)

    지금 이집트, 시리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는 ‘반테러’를 내세운 아랍 반혁명 동맹의 야만을 목격할 수 있는 세 군데 거점이다. 이집트에서는 수천 명의 학살과 사형이 이뤄지고 있다. 이스라엘은 가자에서 툭하면 학살을 자행하고 있다. 아사드는 특히 아랍 혁명 물결의 파괴자로 나서며 권력을 유지하고 무려 20만 명 이상을 학살해 왔다. 위의 표가 보여주듯 시리아 민중의 대부분을 죽인 것은 IS가 아니라 아사드다.

    아사드가 ‘반제국주의’라는 것은 착각이다. 냉전 시절 친소 정권이었던 아사드는 냉전 해체 이후 미국의 이라크 침공을 지지하는 등 타협 시도를 해 왔다. 지금도 ‘미국의 반테러 전쟁을 돕겠다’고 하고 있다. 물론 지금은 친미 정권 수립을 더 선호하는 미국에 맞서 러시아의 힘을 빌리려 하지만 말이다.

    박노자 교수는 “한쪽 제국주의가 다른 쪽 제국주의에 의해서 생긴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며 “시리아 민중들은 미국과 러시아 등 여러 제국주의들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또 “절실한 것은 국경을 넘는 좌파들의 평화 련대”라고 했다.

    필요한 것은 제국주의의 개입에 반대하면서, 독립적인 민중의 힘과 단결로 아사드에 맞서는 것이다. 세속 좌파들이 이런 대안 건설에 실패해 왔기 때문에 IS같은 이슬람급진파들이 저항세력의 주도권을 잡게 된 것을 직시해야 한다.(그 점에서 쿠르드 독립 투사들이 미국에 의존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해 EBS에서 방영한 다큐멘터리 <홈스는 불타고 있다>는 2011년에 시리아에서 진정한 아래로부터 혁명이 등장했었다는 것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홈스는 이번에 러시아가 폭격한 지역이다.) 하지만 그 혁명이 어떻게 끔찍한 피바다 속에 빠졌고, 힘겨운 무장 투쟁 속에서 사람들이 죽어갔는지도 보여 준다.

    이 다큐의 주인공인 시리아 국가대표 축구선수 출신의 혁명가 바셋은 ‘이 혁명의 끝이 올까’라는 친구의 물음에 이렇게 답한다. “그럼! 저들은 불사신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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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혁재장전 rreload.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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