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수화되고 권력화된
    기독교 대한 근원적 질문
    [책소개] <함께 읽는 성서> (송주성/ 우물이있는집)
        2015년 10월 04일 11:3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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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를 그대로 둔 채 부패한 윤리 체계와 그 국가 체제 및 법률 체제를 바꾸는 것은 미친 짓이다.”

    첫 페이지에 헤겔의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책이 시작하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오늘날 기독교의 현실을 두고, 종교가 사회를 걱정하는 것이 아니라 거꾸로 사회가 종교를 걱정해야 하는 시대가 되었다는 말이 유행이다. 헤겔의 말대로 오늘날 사회적 진보는 현재의 종교를 그대로 두고서는, 특히 기독교를 지금처럼 그대로 두고서는 좀처럼 전진해가기 어렵게 되었다. 문제의 핵심은 바로 ‘유대-기독교’에 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묻는다.

    오늘날 그리스도교 신자들은 정말로 그리스도교를 믿고 있는 것일까? 혹시 그들은 예수그리스도를 섬기는 것이 아니라 유대교를 그리스도교라고 착각해서 믿고 있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 기독교가 권력화되고 보수화된 근본원인은 바로 성서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성서 속에는 정말로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만 있는 것일까? 성서를 읽을수록 예수보다는 유대교에 가까워지고 심지어 유대교에 뒤섞여 있는 옛 이란의 조로아스터교, 바빌로니아의 토착종교들, 이집트의 아텐교, 인도의 전생-내세설 등 고대 오리엔트의 여러 종교들을 믿고 섬기게 되는 것은 아닐까?

    바울은 예수를 본 적도 없는 유대교 바리사이파 출신이다

    예수를 본 적도 없는 ‘열세 번째 사도’ 바울, 정통 유대교 강경파인 바리사이파 출신의 그 ‘사도 바울’이 세운 기독교는 정말로 예수의 가르침을 그대로 따르는 것일까?

    왜 서양 수많은 인문학 지성들은 ‘기독교’라는 말 대신 ‘유대-기독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일까?

    니체와 헤겔, B 스피노자를 비롯해서 오늘날의 슬라보예 지젝, 조르조 아감벤, 장 뤽 낭시 등 서양의 인문 지성들은 어떤 이유로 기독교의 변질과 왜곡의 중심에 ‘사도 바울’과 그의 유대교가 있다고 보는 것일까?

    프로이트는 죽기 전 마지막으로 매달린 저술 작업으로 기독교의 유일 신앙 체계의 집단적 무의식을 분석하면서 왜 유대교와 고대 이집트의 아텐교와의 관계에 주목했던 것일까?

    세계에서 가장 많이 읽힌 <예수평전>의 저자 에르네스트 르낭(Ernest Renan)은 왜 ‘예수의 적’으로 유대교를 지목했을까? 그런데 성서 속에는 예수의 가르침과 ‘예수의 적들’이 어찌하여 함께 공존하고 있는 것일까? 과연 오늘날 사람들은 성서 안에서 그것들을 구별해낼 수 있을까?

    함께 읽는 성서

    인문학 독자에게 친숙한 이론가들과 함께 재발견하는 성서

    이 책은 철학자 니체, 헤겔, 하이데거, 키르케고르, B. 스피노자, F. 셸링 등 수많은 철학자들을 비롯해서 20세기의 주요 인문 지성들인 정신분석학자 자크 라캉(Jacques Lacan), 프로이트(G. Freud),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그리고 오늘날 세계 최고의 스타 지식인인 슬라보예 지젝, 그리고 프랑스의 알랭 바디우(Alain Badiou), 영국의 마르크스주의 이론가 테리 이글턴(Terry Eagleton), 프랑스의 문학비평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인 르네 지라르(Rene Girard), 이탈리아의 철학자 조르조 아감벤, 독일 헌법학자이자 정치철학자인 칼 슈미트(Carl Schmitt) 등 오늘날 현대 인문학 독자들에게 친숙한 이론가들과 인문 지성들을 거의 모두 망라하고 있다.

    저자는 한국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체로, 그들이 기독교와 성서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성서 속에서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가르침을 어떻게 구분해야 할 것인지, 또 유대교적 왜곡과 변질 속에서 예수의 가르침을 어떻게 올바로 재발견할 것인지 등에 대하여 이해하기 쉽게 각 주제별로 재구성하여 서술하고 있다.

    다양한 시사적 내용과 흥미로운 사례들 제시

    고도의 인문학적 지성을 요구하는 이들의 주장을 한국 독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이 책은, 딱딱한 이론적 언술로만 이뤄져 있지 않고 문학작품, 대중문화, 역사적 사례와 최근의 시사적 사실 등을 풍부하게 동원하여 설명한다.

    가령, 도스토예프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셰익스피어의 <햄릿>이나 <베니스의 상인>, 프란츠 카프카의 <성>과 밀란 쿤데라의 <소설의 기술>, 사무엘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나 우리피데스의 희곡 <바쿠스> 등과 같은 세계 작가들의 작품들, 공지영의 소설 <높고 푸른 사다리>, 이승우의 <지상의 노래>와 같은 한국작가의 문학작품에서 예를 들고 있을 뿐 아니라 <리스본 행 야간열차>, <완득이>, <레미제라블>, <안개 속의 풍경> 등의 영화와 드라마 <밀회>, 크레이그 톰슨의 그래픽노블 <담요> 등의 대중문화 등을 예로 든다.

    또한 2008~2009 글로벌 금융위기, 한국 국가축구대표팀의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의 16강 진출 등의 시사적인 내용들, 뿐만 아니라 옛 소련의 ‘보르쿠타 29광산’의 파업과 진압 사태, 나치즘 하의 홀로코스트, 8~9세기 유럽을 피로 물들였던 성상파괴운동 등과 같은 역사적 사실들 등등,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사례들을 다양하고 풍부하게 제시하고 있다.

    저자의 시적 감수성과 인문학적 통찰이 돋보이는 책

    오늘날 세계적으로 유명한 인문 지성들이 유대-기독교의 실체를 전면적으로 분석하고 있고 또 그들의 저술들이 거의 대부분 한국에 출판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 독자들에게는 아직 이런 내용이 생소한 까닭은, 한 마디로 그들의 책이 어렵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의 인문 독자들에게 맞는, 한국인 저자에 의한 풀이와 설명이 절실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486’세대 출신의 시인이자 오랫동안 인문학 스터디와 강의를 해온 ‘독립인문학자’인 저자는 바로 이 점에 착목하여, 예리한 시적 감수성과 인문학적 통찰력으로 이들 현대 인문 지성들의 기독교에 대한 비판적 분석과 주장들을 한국 독자들이 알기 쉽게 재구성하여 서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탐구를 위해서 쓰여진 것이 아니라 일반 독자 대중과 기독교 신앙인 일반을 위해서 쓰인 책으로서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으며 동시에 기독교 신앙인들이, 자신의 신앙적 사색을 위해서도 매우 유익한 책이다.

    특히 기독교 신앙인들은 이 책을 통해 대중문화와 흥미진진한 현실 사례, 역사적 사실 등을 함께 읽으며 여러 신앙적 주제들에 대하여 인문학적 사색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 신의 정의, 신과 인간의 관계, 신과 타자, 사랑과 용서, 죄와 벌, 구원의 시간과 현재의 의미, 욕망과 죄에 대한 정신분석학적 이해 등 신학적 주요 주제들을 인문학적 깊이에서 사색할 수 있는 계기를 던져 준다. 특히 성서 속에서 유대교의 패러다임과 예수의 패러다임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지에 대하여 구체적인 길들을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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