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까지만 참겠다"
    김무성, 청와대에 반격
    국민공천제, 새누리당 내 갈등 격화
        2015년 09월 30일 08:2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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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천제도를 두고 새누리당 내 계파 간 내홍이 격화되고 있다.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도에 대해 청와대가 노골적으로 비판하자 김무성 대표는 “오늘까지만 참겠다”는 경고성 발언까지 하며 한 치의 물러섬도 없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향후 박근혜 대통령과 권력투쟁으로까지 불씨가 번질 가능성도 있다.

    새누리당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추인을 위해 30일 의원총회를 열었지만 수용 여부에 대해선 정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공천제도 논의 특별기구를 신설하기로 했다.

    추석 연휴 중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부산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회동해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합의했다. 김 대표가 그간 주장했던 미국식 오픈프라이머리 도입이 야당의 반대에 부딪히자 차선책을 선택한 셈이다.

    양당 대표의 합의 결과가 발표되자마자 청와대를 비롯한 친박계 의원들의 비판은 거셌다. 친박계 핵심 인사인 조원진 수석부대표는 박근혜 대통령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공천제도를 합의한 것에 불만을 표했고, 청와대 정무특보인 윤상현 의원 또한 최고위원회에 동의를 구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졸속 합의’라고 규정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도 이날 춘추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려스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역선택으로 인한 민심 왜곡 ▲휴대전화 여론조사의 저조한 응답률 ▲조직선거의 우려 ▲과도한 비용 등을 문제로 삼았다.

    이 관계자는 특히 김무성 대표를 겨냥해 “이런저런 중요한 일들이 내부적인 절차 없이 이렇게 그야말로 졸속이라는 표현들도 나오고 있는데, 그렇게 합의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라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자체는 물론, 합의 과정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앞서 ‘김무성 불가론’을 언급한 청와대 정무특보 윤상현 의원은 이날 의총장 앞에서 “한 정당의 후보자를 여론조사 방식으로 뽑겠다는 나라가 세상에 어디 있나. 여론조사 법제화는 인기투표 법제화하겠다는 것”이라며 “휴대폰 공천제는 19대 총선에서 친노 (여론)몰이용 공천룰이었다. 우리가 실패한 친노 룰을 사용한다? 생각해봐야 한다”면서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어 절차상의 문제에 대해서도 “공천제도는 당헌으로 규정하는 사안”이라며 “우리 스스로 먼저 토론했어야 했다. 당 내 토론 전에 당 대표가 다른 당 대표와 합의한 것은 정상적이지 않다”고 했다.

    친박계인 김태흠 의원 또한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여야 대표가 합의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합의는 정당 대표들이 앞장서 정당의 존재 의미를 부정한 ‘정당정치 포기 합의’이며, 내용과 절차 등이 잘못된 ‘부실 합의’이라”고 김무성 대표를 맹비난했다. 김태흠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도 이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친박계가 이처럼 전방위로 김무성 대표를 압박하고 있지만, 김무성 대표는 개헌 발언 때나 유승민 전 원내대표 사퇴 때와는 달리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전략공천은 내가 있는 한 없다”며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청와대 관계자의 비판에 대해선 “청와대 관계자가 당 대표를 모욕하면 되겠나. 오늘까지만 참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표는 더 나아가 자신이 ‘안심번호 합의’에 대해 당내 의원들에게 사과했다는 일부 친박계의 말에 대해서도 “내가 왜 뭘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냐. 어떤 X가 그런 소릴 하냐”며 격한 반응을 감추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청와대 관계자가 오늘 5개항으로 반박했는데 이것에 대해 당 대표는 ‘이래선 안 된다’고 말했다”며 “‘여당대표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의 이름으로 비판하는 것이 맞느냐’고 하면서, ‘(이렇게 해서) 원활한 당청관계를 어떻게 만들겠냐’고 강한 톤으로 얘기했다”고 전했다.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가 모욕했다’고 한 것은 맞느냐는 질문에는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도 했다”며, 김무성 대표의 강경한 입장을 그대로 전했다.

    또한 김무성 대표는 “공무원연금 개혁하려고 매일 전화테러 당했다. 당대표로 정말 노력 많이 했다. 온갖 욕을 들으면서도 굴하지 않고 열심히 했다. 지금도 노동개혁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 대변인은 전했다. 그간 청와대의 주문을 이행하기 위해 노력했으며, 인내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지적한 안심번호 국민공천제의 5개 문제점과 관련해서도 김 대표는 “마무리 발언에서 5개 항목에 대해 팩트가 틀리다”고 했다고 김 대변인은 말했다.

    정당정치를 언급하며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반대하는 친박계에 대해선 김 대변인은 “역선택 문제는 조족지혈의 문제다. 해결할 수 있다”며 “정당정치 책임정치 말하는 분 있는데 오픈프라이머리를 당론으로 정했을 때 우리가 이미 바꾼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천제도 논의 특별기구 신설로 결론이 나기는 했지만 김영우 대변인은 사실상 안심번호 국민공천제가 수용된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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