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중 정상회담의 의미
    한반도 비핵화‧평화 및 지구촌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 필요
        2015년 09월 25일 10:52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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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부터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국 대통령 간 정상회담이 25일(미국 현지시각) 예정되어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양국 간에 갈등을 보이고 있는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사이버 보안, 인권 문제뿐만 아니라 한반도 비핵화, 기후변화 대책 등의 문제가 포괄적으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중 두 나라는 경제규모뿐만 아니라 군사비 등에 있어서도 세계 1.2위인 명실공히 G-2 국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사람들이 그런 위상에 걸맞게 두 대국의 정상 간 회담에서 자국 이익을 앞세운 갈등은 줄이고 지구촌의 생존과 평화를 위한 협력은 강화하는 책임 있는 모습을 보이길 기대하고 있다.

    시진핑 주석은 첫 방문지로 시애틀을 택했고,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 회복과 양국 간 경제협력을 강조했다. 그리고 “미중이 충돌하면 전 세계에 재앙을 가져온다”며 신뢰관계 구축을 강조하고, “중국은 결코 패권과 확장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일 베이징에서 열린 열병식에서의 힘의 과시에 대한 우려를 불식하고, 양국 간에 협력의 필요성과 접점이 큰 경협을 통해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비해 미국 지도부는 중국이 사이버 해킹을 일삼고 있고, 남중국해에서도 약속과 달리 환초 등에 비행장 등을 건설하고 있다며 따질 것은 강하게 따지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우리로서는 영유권 분쟁 등 지역 차원의 평화 문제나 세계적 차원의 기후변화 대책 등에 대한 두 강대국의 논의 동향에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도 더 관심이 높은 것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문제에 대한 양국 논의의 향배이다. 현재 미국 측에서는 수전 라이스 백악관 안보보좌관 등이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탄도미사일 개발노력에 대해서도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천명해, 위성발사 명목의 장거리로켓 발시 시 강경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 예상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해서는 라이스 보좌관이 “미중 모두 북한을 결코 핵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은 한반도 비핵화에 단합되어 있고, 북한이 핵 보유와 경제발전 중 선택을 더 분명히 하도록 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는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대니얼 러셀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차관보는 “북한의 핵 포기에 따라 한반도 평화체제와 관계정상화, 경제지원을 제공한다는 기존 약속을 재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9.19공동성명상 공약을 다시 확인한 것일 수도 있지만, 핵 포기가 전제조건인지 과정상에서 함께 달성해가자는 것인지는 다소 불분명하다. 미국의 기존 입장으로 보자면 핵이 완전히 폐기될 때에야 반대급부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아니지만, 핵 포기와 관련한 신뢰할만한 행동이 선행되는 것을 여전히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시진핑 주석이 양 강대국의 충돌 방지와 신뢰관계 조성을 이야기한 것은 ‘기존 패권국과 신흥 강대국 간 충돌이라는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말자, 상호 존중하자’는 신형대국관계를 다시 강조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중국이 결국 기존 현상의 변경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며 아시아 회귀 전략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고 있다. 갈등과 협력이 병존하는 미중 관계이지만, 동아시아에서는 남중국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 등 해양 영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치열하고, 한-미-일과 미-일-호 등 미일동맹을 중심으로 한 군사적 포위전략 대 중국의 군비확장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어떻게 해석하고 대응해야 할까?

    위에서 서술한 군사 부문을 중심으로 한 이런 갈등 양상에 경각심을 가지고, 양 세력 간의 다툼에 휘말리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하지만 당장 신냉전 시대 도래가 기정사실인 것처럼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된다. 그러면 대중들은 미국과 중국 중에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논쟁을 하고, 그러면 누구처럼 역시 미국을 더 중시할 수밖에 없다는 단세포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먼저 현실을 있는 그대로 볼 필요가 있다. 한반도를 둘러싸고도 미국은 ‘북한위협(론)’ 등을 이용해 한미동맹뿐만 아니라 한미일 3각 안보협력까지 강화하려 하고, 중국은 북한을 완충지대로 두는 것은 물론 경제 등을 이용해 최소한 한국이 대중 동맹의 선봉으로 변환하는 것을 견제하고 나아가 탈동맹화하는 것까지 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1950~53년 한국전쟁 당시와는 달리 한반도에서의 충돌 방지와 안정, 비핵화의 목표 등에 있어서는 이해가 일치하고 있다. 심지어 비핵화-관계정상화-평화체제 등 포괄적 타결에 대해서도 그 원칙은 공히 인정하고 있다.

    즉, 속내와 장기 전략이 어떻든 한반도를 둘러싼 양국의 쟁점은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을 조건 없이 재개하고 적대관계와 안보우려 해소를 위한 평화회담을 병행해 갈 것이냐, 아니면 대북 압박에 중국이 좀 더 적극적으로 동참할 것을 요구하고 북의 비핵화 조치 선행을 고집할 것이냐의 차이라고 할 수 있다.

    한반도 문제의 해법을 둘러싼 이런 논쟁 지형에서 우리는 미중 정상이 6자회담 조기 재개 등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실천적인 합의에 도달하기를 기대하고 촉구해야 한다. 단지 북한에 비핵화를 일방적으로 촉구하고 압박하며 대화마저 기피하는 것은 6자회담 장기공전 시기 동안 북한 핵능력이 급속히 증강한 현실이 보여주듯 무책임하고 무능한 행태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중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반도에 긴장을 초래할 수 있는 모든 행동 반대’라는 천명이 미중 정상회담에서도 되풀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그것은 비단 북한이 행할 수 있는 그런 행동에 대한 경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반발만 초래할 수 있는 언행 또한 자제하는 데도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모쪼록 실질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에 기여하는 논의와 합의의 장이 되기를 촉구한다. 더불어 동 정상회담에서 해양영유권 분쟁의 현명한 해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세계경제의 회복과 안정, 가속화되는 온난화 저지 등 동아시아와 세계적 차원의 문제 해결을 위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한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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