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견법 개정안,
재벌 구하기 청부법안?
파견사업장 절반 이상, 파견법 위반
    2015년 09월 24일 05:30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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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업종을 대폭 확대하는 ‘파견법 개정안’이 노동개혁의 핵심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운데, 파견사용 사업장 중 절반이 현행 파견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 파견법 위반 건수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상황에서 파견업종을 대폭 확대할 경우 노동시장 양극화가 너무 심각해질 것이라는 지적과 함께, 불법파견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대기업에 노골적으로 혜택을 주기 위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파견사업장 절반 이상 파견법 위반

새정치민주연합 은수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24일 배포한 고용노동부의 ‘파견‧사내하도급 파견법 위반 적발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파견법 위반으로 적발된 사업장이 53.3%(538개)로, 절반 이상이 파견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기준 위반 사업장 19.2%(754개)와 비교하면 파견법을 위반한 사업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고용노동부가 점검 사업장 수를 2013년부터 대폭 줄이면서, 2011년 점검 사업장 수 3,920개에서 2015년에는 1,008개로 축소됐다. 이 때문에 적발 사업장 수는 줄었지만 점검 사업장 수 대비 위반사업장 수를 놓고 보면 위반 적발 수는 2011년보다 월등히 높다.

파견대상 업무에 해당하지 않는 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하거나, 파견 절대 금지업무에 파견노동자를 사용하는 경우 등에 대해서 사용사업주에게 직접 고용의무를 부여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 직접고용을 지시한 노동자 수도 2013년 이후 올해 3,379명으로 지난 해(점검 사업장 1,017개/ 2,153명) 대비 63%나 증가했다.

올해의 경우 파견법의 핵심인 파견허용업종 및 파견허가를 위반한 사업이 가장 많았다. 자료에 따르면, 적발된 538개 사업장 중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 제5조(근로자파견대상업무 등)인 위반한 사업장은 253개소(47%)로 가장 많았고, 무허가 파견이 106개소(19.7%)로 그 다음을 이었다.

은수미 의원은 “파견‧사용 사업장 절반이 파견법 위반 사업장이라고 볼 수 있는 심각한 상황에서 파견업종 등을 확대하겠다는 것은 무법지대를 더욱 확장시켜서 노동시장 양극화를 더욱 확대하겠다는 것”이라며 “고용노동부가 대기업 불법파견 봐주기 관행을 계속하는 한 이와 같은 불법파견 무풍지대는 앞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했다.

불파 4개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불법파견 관련 규탄 행동들

파견법 개정안, 불법파견 골머리 앓는 대기업 위한 청부법안?

한편 파견 허용 업종을 확대하는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이 불법파견과 사내하청으로 논란이 많은 대기업의 ‘청부법안’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한국노동사회연구 김유선 선임연구위원은 이날 오전 정동 프란치스코 회관에서 열린 ‘노사정 합의안과 새누리당 ‘노동시장 선진화법’ 대응 노동-시민-학계 공동토론회’에서 “불법파견, 사내하청을 많이 사용하고 불법파견 시비에 휘말려 있는 재벌들의 이해관계와 일치한다”고 지적했다.

2014년 3월 기준 노동부 ‘고용형태 공시제 결과’를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 사내하청은 87만 명으로, 파견근로(파견·용역·사내하청)는 167만 명(8.9%)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이밖에도 300인 이상 대기업 노동자 436만 명 중 비정규직이 162만 명(37.3%)이고, 이 가운데 기간제 등 직접고용은 75만 명(17.2%),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은 87만 명(20.0%)이다.

정부여당의 파견법 개정안에 따라 55세 이상과 고소득 관리직·전문직에게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 및 절대금지 업무를 제외) 파견근로를 전면 허용’하게 되면, 55세 이상 고령자 328만 명(전체 노동자의 17.4%)과 고소득 관리전문직 200만 명(10.7%)에 대한 파견근로가 가능해진다. 55세 이상 고령자와 고소득 관리전문직은 중복을 제외하면 504만 명(26.8%)으로 전체 노동자 10명 중 3명을 새로이 파견근로 대상에 추가된다는 것이 김 선임연구위원의 설명이다.

토론자로 나선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권영국 공동본부장은 “청년은 알바노동, 35세 이상은 계약직, 55세 이상은 파견직으로 전 국민 평생 비정규직 시대 도래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기업규모가 클수록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을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10대 재벌 계열사 120만 명 중 비정규직은 43만 명(36.3%)이며, 이 중 기간제 등 직접고용은 7만 명(6.1%), 사내하청 등 간접고용은 36만 명(30.2%)이었다.

권영국 공동본부장 또한 “일명 재벌 구하기 청부법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이번 파견법 개정안에는 파견대가를 직접인건비, 간접인건비, 일반관리비, 근로자파견사업자의 순이익 등을 구분명시토록 하고, 원청의 공동안전보건조치, 직업훈련, 고충처리 지원 등을 근로자파견의 징표에서 제외했다.

권 본부장은 “원청 사용자가 파견노동자의 임금수준을 결정하고 파견노동자에 대한 안전보건조치, 직업훈련, 고충처리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는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현재 법원에서 파견의 주요한 판단 요소로 보고 있는 원청의 임금 결정, 안전보건조치, 직업훈련, 고충처리 지원 등을 근로자파견의 징표에서 제외하게 되어 사실상 상당부분의 위장도급과 불법파견을 합법화시켜주는 효과를 가져 오게 된다”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민주노총 이창근 정책실장 또한 “그동안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재벌 대기업들에게 파견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길을 확대하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라는 자신의 ‘노동개혁’ 목표에 역행한다”고 꼬집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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