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여명 노동자 참여
민주노총 9.23 총파업 집회
무기력한 마무리에 항의....위원장 '사과문' 발표
    2015년 09월 23일 09:35 오후

Print Friendly

경찰 공권력이 민주노총 9.23 총파업 진압 과정에서 흡사 ‘묻지마 폭행’ 수준의 행태를 보였다. 이날 총파업 집회와 행진을 간단하게 끝내고 산별연맹 차원의 마무리 집회를 하는 현장에 몰려든 경찰들은 취재 중인 기자들까지도 강제연행을 시도한 것이다. 인도에 서 있는 조합원과 기자들의 얼굴을 향해 캡사이신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하거나 소화전이나 캡사이신을 무기로 위협적으로 달려들며 마무리 집회 중인 조합원들을 폭력적으로 잡아끌어 강제로 연행했다.

경향 앞 집회

이하 사진은 유하라

민주노총 9.23 총파업, 1만 대오 집결
한상균 “노동자 무권리 시대에 맞서 총파업 투쟁해야”

민주노총 16개 산별노조와 지역본부 등 1만 명(주최 측 추산)이 23일 오후 3시 정동 경향신문 사옥 앞에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맞선 총파업을 위해 집결했다. 짧은 시간에 확정 지은 투쟁이라 총파업 직전까지도 우려가 컸지만 비교적 많은 인원이 참여한 편이었다.

정부여당이 노사정위원회 합의 이후 추후 논의키로 했던 기간제법과 파견법까지 담긴 노동개혁 관련 5대 법안을 당론 발의하는 등 속도전을 내면서 민주노총 입장에선 위협적인 총파업을 성사시키는 것 외엔 다른 방도가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이날 총파업이 한상균 집행부 이후 민주노총과 공권력이 가장 첨예하게 충돌할 것이라는 예상과 긴급하게 성사된 총파업과 집회 규모에 대한 우려가 공존했다.

한상균 위원장은 대회사를 통해 “노동자의 무권리 시대를 만들어가는 정권에 맞서, 농민들의 희망을 없애는 정권에 맞서, 도시빈민을 사지로 내모는 정권에 맞서, 세계적으로 가장 우수한 스펙을 쌓고도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들과 딸들을 위해서 싸워야 한다”며 “오늘 청와대까지 가는 길들 험할 수 있지만, 그 길에 모두가 연행을 각오하고 구속을 각오하고 1만 대오가 모여 분노의 화살을 쏴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7 위원장

2. 연좌

한 위원장은 “전 민중들이 민주노총으로 모여들고 있다. 모두가 살고 싶지 않은 세상, 그래도 희망은 민주노총뿐이라고 말한다”면서 “이젠 민주노총이 피를 철철 흘려서 불의한 정권을 갈아엎고 노동이 아름다운 세상, 민중이 주인인 세상을 만들라는 역사적 사명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파업 사업장 투쟁발언과 청년유니온, 노동자연대 학생그룹 등 청년단체의 연대 발언 등이 끝난 오후 4시 20분 대오는 청와대 방면으로 행진을 시작했다. 그러나 행진을 시작한 지 채 10분도 되지 않아 구세군 회관 앞에서 경찰 병력이 일사불란하게 차벽을 설치하면서 행진이 중단됐고 잠깐의 무력 충돌이 발생하기도 했다.

4. 행진 깃발

경향 대로 행진

차벽에 막혀 이리저리…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하고 해산

민주노총은 경향신문 사옥 앞에서 오후 4시 50분경, 각개로 흩어져 광화문 광장으로 오후 5시 30분까지 집결하라고 방송을 했다. 하지만 각 산별노조와 지역본부들은 서대문역과 시청방면까지 설치된 차벽으로 인해 발이 묶이기도 했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오후 5시 40분이 조금 넘은 시각에 총파업 해산을 알렸다. 총파업 대오 중엔 차벽에 가로막혀 광화문 광장까지 도착도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여기저기서 반발이 터져 나왔다. 1만 대오를 집결하기도 쉽지 않지만, 정부의 노동개혁 강행이 코앞에 닥친 상황이라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비판이었다. 행진에 앞서 ‘구속을 각오하고 싸우겠다’던 한상균 위원장 발언과도, ‘오늘은 긴 투쟁이 될 것’이라는 민주노총 한 관계자의 예상도 빗나간 결정이었다. 이에 지도부가 긴급하게 회의를 했지만 끝내, 해산을 알리고 총파업을 마무리했다.

1만 대오를 모은 총파업이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한 채 허무하게 끝나버리자 여기저기 한숨이 터져 나왔다. 지도부 또한 참담한 표정이었지만, 이러한 결정을 한 이유에 대해선 그 누구도 명쾌하게 말하지 않았다.

이러한 무기력한 해산 과정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만이 거세지자 한상균 위원장은 9시경 “투쟁력 고양에 역행한 점”에 대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한 위원장은 자신 명의의 사과문에서 “무기력한 모습으로 대회를 마무리한 것은 보다 강력한 투쟁이 필요한 시기에 잘못된 결정이었다”며 “전체 임원은 총파업대회의 혼란과 과오를 극복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찰의 ‘묻지마 캡사이신’…“이게 어떻게 공무집행인가”
한겨레 기자 질질 끌며 강제연행 시도

지도부의 방침에 따라 오후 6시 10분경 산별, 지역본부들도 각각 마무리 집회에 들어갔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세종문화회관 계단 앞에 모여 수고했다는 말을 주고받는 동안 광화문 광장에 퍼져 있던 경찰 병력이 이들을 둘러싸기 시작하면서 급작스러운 충돌이 발생했다.

세종문화

광화문 최루탄

기자 연행

경찰은 조합원들을 인도까지 밀어 제압한 후 캡사이신을 무차별적으로 살포했다. 밀고 밀리는 과정에서 살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이날은 경찰과 일정 거리를 유지하고 있음에도 캡사이신을 뿌리는 호스로, 흡사 ‘칼부림’을 하듯 대오를 위협했다. 캡사이신을 등에 맨 경찰 한 명이 캡사이신을 살포하고 다른 한 명이 손에 잡히는 조합원을 경찰병력 속으로 끌어들여 강제연행하는 과정이 반복됐다. 경찰이 실적 올리기 때문에 이처럼 과격하게 대오를 자극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경찰병력은 인도를 넘어, 세종문화회관 계단까지 점거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경찰에게 이미 신분을 밝힌 한겨레 기자는 대여섯 명의 경찰들의 손에 양 어깨를 제압 당한 채 계단 아래로 끌려 내려오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를 목격한 다른 기자들의 거센 항의가 빗발치자 해당 기자를 풀어주고 계단을 점거하던 수많은 경찰병력이 동시에 철수했다. 앞서 마무리 집회 직후 캡사이신을 뿌리는 경찰들의 사진을 찍던 사진기자도 경찰의 손에 잡혀 병력 사이로 끌려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