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프라스 총선 승리,
    연기된 시리자 최종승리
    [분석] 그리스 조기총선 결과와 의미, 이후 전망
    By 원시
        2015년 09월 23일 09:55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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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1월 총선과 9월 총선의 차이점은 있는가?

    시리자 치프라스는 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좌파연합 시리자의 최종 승리는 연기되었다. 9월 20일 조기총선은 1974년 그리스 군부독재 종식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 가장 적은 투표 참가율, 56%를 기록했다. 이는 그리스인들이 긴축통치와 트로이카의 압력에 지쳐있다는 증거이기도 하고, 시리자를 포함한 전체 그리스 정치정당들에 대한 기대가 수그러들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총선 결과를 두고 몇 가지 입장들이 나뉜다. 맨 먼저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입장에는 빈곤한 그리스 국가 살림에 438억원(3320만유로) 총선 경비를 들인 결과는, 결국 1월 총선과 비교해서 거의 달라진 것은 없고, 차이가 있다면 시리자를 탈당하고 ‘그렉시트’와 ‘드라크마화 복귀’를 반긴축 통치 대안으로 제출한 25명의 전 시리자 의원들이 (현 민중연합 소속) 의원직을 상실한 것이라고 볼 것이다.

    보수파 입장에서도 독일 보수 기민당 노베트 뢰트겐(Röttgen)이 인터뷰한 것처럼, 1월 총선과 비교해서, 9월 총선이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시리자 치프라스가 유럽채권단 트로이카가 요구한 ‘재정 삭감 긴축 개혁안들’을 수용했기 때문에, 이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관련 내용 링크)

    또 다른 한편 시리자의 총선 승리를 축하하면서 유럽 국가들의 반-긴축, 반-신자유주의 연대 투쟁을 호소하는 입장도 있다. 시리자 치프라스를 응원해왔던 스페인의 포데모스 대표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는 “그리스인은 치프라스를 총리로 원하고 있다. 알렉스 치프라스, 내 친구에게 권력을 !”이라는 축전을 보냈다. (관련 내용 링크)

    이와 더불어 시리자와 긴밀한 연대를 맺고 있는 독일 좌파당 원내대표, 그렉고어 기지는 그의 페이스북에서 “독일 좌파당의 형제자매당 그리스 시리자, 그리고 내 친구 알렉스 치프라스의 승리를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하면서, “그리스인의 시리자 치프라스의 선택은 유럽채권단과 독일 정부에 대한 올바른 대답이다”고 논평했다. (관련 내용 링크)

    치프라스

    9월 18일 시리자 치프라스 선거운동을 지원하는 스페인 포 데모스 이글레시아스 대표와 독일 좌파당 기지(Gysi) 원내총무

    9월 총선 결과를 놓고 보면 얼핏 보기에는 1월 총선과 거의 동일하다. 눈에 띄는 차이는 9월 총선에서 중도연합(CU)이 처음으로 9석을 얻은 반면, ‘민중연합’ 소속 25명이 모두 의원직을 상실했다는 점이다. 중도연합 대표 바실리스 레벤티스는 90년대부터 심야 TV쇼에서 신민주당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등 주류 정치의 부정부패를 비꼬고 비판해오면서, 그리스 정가에서 돈키호테로 통한다. (관련 내용 링크)

    좌파연합 시리자는 4석 줄어든 145석, 2위 보수파인 신민당은 1석 줄어 75석을 획득했다. 반갑지 않는 결과는 친나치 극우당인 ‘황금새벽당’이 1석을 더 얻어 18석으로 제3당이 되었다는 것이다. 2년 전 랩 가수 파블로스 피사스 살해 사건으로 황금새벽당 당대표가 범죄 조직 가담 및 범행 심판 중이어서, 선거 국고지원금 1억 6천만을 받지 못했다. 이러한 경제적으로 불리한 조건에서도 황금새벽당이 제3당을 유지한 이유는 트로이카의 긴축정책으로 그리스 경제적 상황이 더 악화되자, 이주민들과 난민들에 대한 극우파들 비난과 폭력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구제금융 지원 이전에는 유럽에서 가장 자살율이 낮은 나라였던 그리스였지만, 지난 5년간 신자유주의적 긴축통치는 그리스인들의 관용적인 태도마저 바꿔놓았다.

    도표1

    1월과 9월 선거에서 각 정당들의 득표율 비교

    (표 설명 : 위에서 순서대로 시리자 – 신민주당 – 황금새벽(친나치 극우파) –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1월과 달리 민주좌파와 선거연합을 함) – 그리스 공산당 – 포타미 – 그리스 독립당 – 중도연합 – 민중연합. 의석수는 1월과 9월을 비교하면 순서대로 149→145(-4석), 76→75(-1석), 17→18(+1석), 13→17(+4석), 15→15(동일), 17→11(-6석), 13→10(-3석), 0→9(첫 원내진출), 0(원내진출 실패)이다.)

    시리자가 신민당에 5% 정도 앞선다고 발표한 여론조사 기관 프로라타(Pro Rata)를 제외하고, 거의 모든 여론조사기관들은 신민당과 시리자가 0.6~1.5% 이내 박빙 경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렇게 고전을 면치 못한다던 시리자와 치프라스는 왜 다시 총선에서 승리했는가? 그 이유들을 몇 가지 분류해보기로 하자.

    2. 시리자 치프라스의 총선 승리 이유는 무엇인가?

    첫 번째 유권자 민심과 여론의 측면에서 살펴보자. 시리자 정부는 유럽연합 브뤼셀 어웨이 경기에서 유럽 채권단에 완패를 당했다. 시리자의 채무위기 해법들과 제안들은 거의 다 거절당했다.

    그런데 이번 9월 총선에서 그리스인들은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와의 6개월 협상에서 굴욕적으로 난타당한 시리자 치프라스에게 어웨이가 아닌 홈경기를 치를 수 있는 기회를, 즉 ‘내치'(內治)라는 기회를 한 번 더 부여한 것이다. 이러한 여론을 단순하게 해석하자면, 신민주당의 시리자 공격과의 반대로, 그리스인들은 시리자 치프라스 협상팀이 무능했다기보다는 채권단 트로이카 공격과 협박이 시리자 치프라스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판단한 것이다.

    독일 좌파당 대표 카트야 키핑이 시리자 총선 승리에 대한 당 논평에서, “위기에서 좌파정부가 부패한 구-정치정당들 보다 훨씬 더 낫다”고 말한 대로, 그리스인들도 거액의 뇌물수수와 탈세에 연루된 구 집권당 신민주당과 범그리스사회주의(PASOK)보다는 아직까지는 때묻지 않는 청정 정치세력인 시리자를 선택했다고 볼 수 있다. (관련 내용 링크)

    두 번째, 경쟁자 신민주당 메이마라키스와 비교의 관점에서 볼 때, 신민주당과의 연정을 하지 않겠다고 일관되게 선언한 시리자 조기총선 기획이 투표율의 하락에도 불구하고 1월 총선 시리자 지지층(집토끼)을 다시 투표장으로 결집시켰다.

    선거 전날까지도 시리자의 정책 브레인 재무장관 차칼로토스는 신민주당,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포타미 등은 부정부패세력이기 때문에 시리자 연정 대상이 아니라고 선을 확실히 그었다. 시리자 지지자들은 물론 부동층에게도 시리자의 일관된 정치 메시지를 전달하는데 성공했다. (관련 내용 링크)

    이는 올 7월 13일 제3차 구제금융 협상 이후 영국 역사학자 페리 앤더슨이 시리자를 비판하면서 발표한 예측과는 어긋난 결과였다. 앤더슨은 “시리자가 1931년 보수당까지 다 포함시켜 거국 내각을 만들고, 대공황 하에서 긴축 정책을 단행한 영국 노동당 램지 맥도날드(Ramsay MacDonald)의 길을 갈 것이다”고 예언을 한 바가 있다. 그런데 시리자는 총선 내내 보수파인 신민주당과의 연정 찬성 여론이 34%였지만 구-정치정당들과의 연정을 일관되게 거부했다. (관련 내용 링크)

    이에 비해 치프라스와 시리자를 ‘아마추어, 무능정치꾼, 거짓말쟁이, 경제파산자’로 비난하면서 동시에 시리자와는 ‘대연정’을 하겠다고 한 신민주당 선거 기획은 기존 신민주당 지지층을 제외하고는 부동층 유권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리자 치프라스는 1월 총선에서는 ‘긴축 통치’ 트로이카와의 투쟁을 강조한 반면에, 9월 총선은 부패한 특권층 올리가히와 구-정치정당들을 몰아치면서 신민주당을 공격했는데, 이러한 선거 전략이 신민주당 메이마라키스의 ‘대연정’ 애국심 호소에 비해 설득력이 있었다고 볼 수 있다. (관련 내용 링크)

    투표율1

    세 번째, 그리스 국가채무 위기 대안으로 ‘유로존 탈퇴(그렉시트)’와 구 화폐 ‘드라크마’로 복귀를 주장하는 정당들에 대한 시리자의 여론전이 어느 정도 성공했다. 그리스 공산당, 시리자 탈당파 ‘민중연합 PU’은 시리자가 7월 13일 협상에서 트로이카 ’긴축‘에 굴종했다고 판단하고,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주장했다. 물론 그리스인들의 80% 정도가 그리스 유로존 잔류를 찬성하고 있기 때문에, 그렉시트 대안이 그리스인들의 다수 견해가 쉽게 될 수는 없다.

    이러한 그리스인들의 이중적인 태도, 긴축통치는 반대하지만 유로존 잔류 선택이라는 일견 상반된 여론에 대해서 시리자는 유로존 개혁과 그리스 위기 원인은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결함에서 비롯된다는 일관된 메시지를 그리스인들에게 전달했다.

    이러한 그리스인들의 유럽연합 선호도 여론과 별도로, 드라크마 복귀가 계급차별과 소득불평등 문제를 해결해주지 않는다는 점도 지적했다. 게로바실리 시리자 정부 대변인은 유로 대신 드라크마를 채택한다고 해도 저소득층과 중산층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고 여론전을 수행했고, 재무부 차관 마르다스(Mardas)는, 1980년부터 2000년까지 당시 그리스 화폐, 드라크마를 7회 정도 평가 절하를 했지만, 수출은 2배에도 미치지 못했다는 역사적 평가를 그 증거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렉시트를 한다고 해도, 그리스 경제성장이나 경상수지 적자를 극복하긴 힘들다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일관되게 언론에 퍼뜨렸다. 이러한 선전을 넘어서 공격적으로 나가기도 했다. 행정부 장관 파파스는 ‘민중연합 PU’의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 주장은 유럽채권단의 희망사항이자 독일 쇼이블레의 계획과 일치하고, 다른 극단적인(우익) 유럽정치세력들의 기획이라고 맞받아치기도 했다.(관련 내용 링크)

    그리스 국민들 61%는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 독재에 반대하지만, 아직도 75%~80% 국민들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시리자의 ‘유로존 잔류 및 유로존 내부 개혁’ 노선이, 트로이카의 긴축강요와 시리자 치프라스의 ‘후퇴적 수용’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그리스 여론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이번 총선 여론이라고 볼 수 있다.

    민중연합

    원내 진출 실패 후, 기자회견 하고 있는 전 국회의장 콘스탄토풀루와 전 산업에너지 장관 라파자니스 (민중연합 소속)

    3. 시리자를 탈당한 ‘민중연합’은 왜 3% 문턱 기준을 넘지 못했나?

    주류 정치 풍자 TV쇼 프로그램 진행자인 레벤티스가 이끄는 중도연합(CU)에도 뒤진 결과를 고려하면, 25석 규모의 민중연합의 원내 진출 실패는 사실 충격적인 패배로 볼 수 있다. 라파자니스(시리자 정부 전 산업에너지 장관), 콘스탄토풀루(시리자 정부 시절 국회의장) 등이 이끄는 ‘민중연합 (라이키 에노티타)’은 시리자 치프라스 총리가 총선 공약을 실천하지 못하고, 오히려 7월 13일 트로이카 ‘긴축’에 굴복한 점을 들어, 시리자를 탈당해 9월 조기 총선에 참여했다.

    민중연합의 주요 정책은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와 과거 그리스 화폐 드라크마로 복귀를 통한 민중복지 실천이었다. 그러나 의회 진출 최소 자격조건 3% 문턱을 넘지 못하고 2.85%에 그쳤다. 총선 결과에 대해 ‘민중연합’은 “전투에서 졌지만 전쟁에서 패배한 것은 아니다”라고 논평했지만, 민중연합 대표 인물들의 그간 언론 노출도를 고려하면 이번 총선 실패는 상당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9월 조기총선 직전까지만 해도, ‘민중연합’은 전 시리자 소속이긴 했지만 25명의 의원을 가진 제3당이었다. 그러나 막상 총선 결과는 2.86%에 그쳐 25명 의원들이 의원직을 다 상실하고 말았다. 왜 이런 선거 패배가 발생했는가? 그 이유들을 몇 가지 살펴보기로 하자.

    첫 번째 총선 공간에서는 공약도 중요하지만 대중적 정치가 역시 중요한 요소이다. 이런 관점에서 봤을 때, ‘민중연합’은 시리자 치프라스를 대적하거나 필적할만한 대중적 정치가를 아직 배출해내지 못하고 있다. 시리자 시절 <레프트플랫폼> 정치조직 수장 라파자니스도 베테랑 사회주의자로 알려져있지만, 치프라스만큼 대중적 인지도는 얻지 못하고 있고,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통한 경제주권의 회복을 2010년 이후 주창해온 라파비차스는 아직 급진적 교수로 인식되지, 대중적인 정치가로 각인되지는 못하고 있다.

    두 번째,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그리스 대안으로 내세웠지만, 막상 총선 캠페인 과정에서는 라파자니스는 ‘민중연합’은 ‘드라크마 복귀당’이 아니라고 수세적으로 대응하면서‘드라크마 당’이라는 낙인을 피하느라 에너지를 소모한 측면이 있다. 더군다나 중하층 이하 그리스 시민들이 은행 인출 통제로 인해서 하루 60유로 밖에 현금을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드라크마 복귀’ 제안은 시민들과 저소득층에게 당장 실효성 있거나 피부에 와 닿는 대안으로 각인되지 못했다.

    특히 2015년 1월부터 7월 사이 그리스 은행에서 인출된 총액은 394억 유로에 육박하고, 그리스 부자들은 이미 그리스가 아닌 해외 은행에 유로 계좌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드라크마’ 복귀 후, 그리스 화폐를 유로에 비해 평가절하하게 되면, 결국 저소득층은 손해보고 반대로 이익을 보는 사람들은 부자들이 되고 만다. 이러한 주장은 지난 3월까지 시리자 정책자문위원이었지만, 이번 9월 총선에는 참여하지 않은 존 밀리오스가 ‘그렉시트’를 부차적인 주제라고 본 이유이기도 하다. (관련 내용 링크)

    또한 드라크마로 복귀해서 평가절하를 하게 되면, 채소와 과일은 수출하지만 곡물 수입국인 그리스인들에게 불가피하게 곡물 가격 인상분은 가계 부담으로 다가올 것이다. 결국 노동자 시민들의 월급이 감소되고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 효과를 낳게 된다.

    세 번째, 민중연합은 기존 정당들과 차별성에 성공하지 못했다. 그리스 유로존 가입과 유로화 사용 자체를 유럽 자본가의 기획으로 간주하는 그리스 공산당 역시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대안으로 내세운다. 친나치 극우정당인 황금새벽당 역시 그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다. 두 정당들의 핵심적인 지지자들은 이번 총선에서 ‘민중연합’을 선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는 이미 두 정당의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시리자로부터 분리된 지 1개월도 채 되지 않아서 9월 총선에 뒤늦게 뛰어든 것도 유권자들에게 다 정당들과의 차별성을 각인시키지 어려운 점이었다. 또한 민중연합에서 ‘그렉시트’를 2010년 제1차 구제금융 이전부터 그리스 대안으로 제시해온 라파비차스 (Lapavitsas)의 주장은, 그가 인터뷰한 대로 “유로그룹과의 타협하에 유로존 탈퇴”이고 “유럽채권단이 채무 50%를 탕감해주는 유로존 협상 탈퇴”를 의미한다. (관련 내용 링크)

    그런데 지난 7개월간의 협상 과정에서 쇼이블레 등 강경파의 ‘압박과 협박’을 줄곧 지켜본 그리스 유권자들은, 이러한 유로존 협상 탈퇴를 적극적인 대안으로 해석하긴 보다는, 오히려 쇼이블레의 ‘그리스 일시적 유로존 탈퇴’안과 차별이 없는 것으로 간주해버렸다.(관련 내용 링크)

    네 번째로는 만약 민중연합의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가 정책적으로 시리자 ‘유로존 내부 개혁’ 노선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고 가정하더라도, 그 프로젝트에 대한 대중적인 인식이 아직 낮은 상태이다. 따라서 자본통제로 고통 받은 그리스 대중들은 시리자 치프라스가 트로이카와의 7월 협상에서 합의한 ‘채무 상환 시간표 연장’을 급한 불끄기 대안으로 선택했다. 라파비차스가 제시한 ‘그렉시트와 드라마크 복귀’안에 따르면, 그가 인정했듯이 화폐 가치를 재조정하는 리-디노미네이션을 하려면 수많은 법률들이 필요한데, 그런 준비에 대해서 그리스 대중들은 아직 확신이 없다는 게 이번 총선 결과이다.

    물론 그리스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과 유로 채택은 이러한 정치경제학적 입장과 정책만으로 다 설명되지는 않는다. 그리스인의 유럽연합 선택은 1~2차 세계대전 이후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군사적 배경과 냉전 이후 발칸 반도 지정학적 정치, 1989년 이후 냉전 해체 및 구 사회주의권 붕괴, 인접 국가들인 터어키 구-유고슬라비아 마케도니아와의 영토 분쟁과도 밀접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시리자 아넬

    총선 결과 발표 이후, 연정파트너 그리스독립당 대표 파노스 카메노스가 시리자 치프라스 연설 도중 박수를 치고 있다.

    4. 9월 총선 결과에 대한 그리스 정당들의 반응들은 무엇인가?

    그리스 9-20 조기 총선 결과에 대한 각 정당별 입장 발표는 다음과 같다.

    우선 치프라스의 연설 내용이다. 치프라스는 총선 결과에서 드러난 민심은, 시리자가 그리스인의 자긍심을 위하여 나라 안팎에서 싸워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그리스인은 유럽에서 저항과 인간 존엄성과 동일어로 통용되고 앞으로 남은 임기 4년 동안 이러한 그리스인의 투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그는 주장했다. 연설문에서 치프라스가 역설한 내용은 “그리인들이 (트로이카라는) 유럽 거대한 권력과 적들과 싸워오고 있다는 자긍심”, “약자 보호와 부의 재분배를 포함한 사회주의적 특성을 지닌 경제성장과 재건 다짐”, 그리고 “부정부패에 물든 소수 경제정치 독점 체제와 올리가히와의 투쟁을 지속한다는 정치개혁” 등이다.(관련 내용 링크)

    2위를 차지한 신민주당 대표 메이마라키스는 시리자 승리를 축하하며 대연정을 수립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는 대연정 이후에 자기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포타미 대표 테오도라키스는 1월 총선 6% 득표율이 4.1%로 주저앉은 것에 대한 책임을 지고 대표직을 사퇴할 것을 고려한다고 말했다.(관련 내용 링크)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PASOK) 대표 포피 제니마타는 그리스 정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생산적 대화를 해나갈 것이며 시리자는 향후 4년간 안정적인 국정 운영을 위해서 안정적인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발표함으로써, 시리자와의 연립정부 동거에 대한 여운을 남기기도 했다.

    그리스 공산당(KKE) 대표 쿠춤바스는 선거 이후 민중의 편에 서서 혹독한 긴축 내용을 담은 제3차 구제금융안을 실행하려는 시리자 정부에 맞서 싸울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1993년 총선 참여 이후 최초로 의회에 입성하게 된 중도연합(CU) 대표 바실리 레벤티스는 시리자의 그리스 독립당(ANEL)과의 연정은 실수이며 오히려 대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8% 득표로 3% 문턱을 넘지 못하고 의석을 얻는데 실패한 민중연합 (PU) 대표 라파자니스는 내일부터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와의 ‘양해각서’ 아마겟돈이 그리스를 기다리고 있다고 시리자 정부를 직설적으로 비판하면서, 민중연합은 결코 반-긴축 전선에서 물러서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군중

    시리자 총선 승리를 축하하는 시리자 지지자

    5. 총선 이후, 시리자와 치프라스의 정치적 과제들은 무엇인가?

    시리자는 기존 사회주의나 좌파정당과 달리 다양한 좌파 가치들을 지향하는 ‘실용주의적 다원주의적’ 좌파연합 정당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7월 13일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 수용 이후, 다시 말해서 시리자 프로그램과 상충되거나 모순되는 정책들을 ‘집행’해야 하는 행정부 역할을 수행하면서 위와 같은 좌파 정체성을 유지하거나 확장시킬 수 있을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를 수용하면서 대중들로부터 비난을 들은 2009년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이나 그 이후 연정주체인 ‘신민당’의 노선을 답습할 것인가?

    1월 총선과 달리 9월 총선에서는, 승리의 기쁨보다는, 시리자와 치프라스에게 밀린 정치 경제 개혁 과제가 남았다. 그리스 유권자들이 준 기대를 어떻게 충족시킬 것이며, 정치적 숙제를 어떻게 실천할 것인가라는 ‘정치적 부담’이다.

    1월 총선에서는 그리스인들은 시리자가 트로이카 긴축통치를 종식시키고 국내에서는 부정부패 정치세력을 척결해 줄 것을 열정적으로 기대했다면, 9월 총선 결과는 트로이카에게 비록 난타를 당했지만 시리자는 다시 일어서 싸우라는 그리스인들의 우려 섞인 ‘응원’의 메시지인 셈이다. 하지만 이러한 격려의 메시지 배후에는 근심과 걱정이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면 시리자가 해결해야 하는 정치적 과제는 무엇인가?

    첫 번째 과제는, 좌파연합 정치세력으로서 시리자 팀의 복원이다. 이번 총선과 7개월간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도 드러났듯이, 시리자라는 당보다는 알렉시스 치프라스라는 개인 정치가와 그 측근 그룹만 보인다는 비판이 나왔다. 여러 정치조직들과 정당들의 ‘무지개 연합’으로 구성된 시리자이기 때문에, 당 내 여러 정치조직들 간의 투명하고 공개적인 의견 토론과정이 절실해 보인다. 그리스 기존 정치권이 보여준 ‘보스’ 중심 정당 운영과 관료주의적 ‘상명하달’식을 극복하지 않는다면, 시리자는 내부 분열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이런 시리자 팀워크의 강화와 더불어, 치프라스 개인 정치가의 ‘노쇠화’ ‘기성정치인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터져 나오고 있다. 기성 정치권과 달리 친노동자 이미지였던 치프라스가 최근 몇 가지 행보에서 기존 신민주당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정치가들과 차별성이 없는 거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치프라스는 총리 당선 이전에는 ‘공교육 붕괴’를 우려하고 상류 특권층 사교육 기관들에 대해 비판했는데, 막상 총리 이후 자기 아들은 교사부족으로 고통받는 공립학교가 아닌 특권층 사립학교에 입학시켜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관련 내용 링크)

    또한 이번 8월 여름 휴가를 발모제 회사 사장이 제공한 보트를 타는 사진 등이 언론에 보도되어, 부자들 휴가에 편승하는 것 아니냐는 시리자 내부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관련 내용 링크)

    시리자와 치프라스는 당내 다원적 민주주의 질서와 무지개 연합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하고 팀워크 협동정신을 보다 더 잘 살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았다. 또한 시리자의 상징적인 정치가로서 치프라스가 부각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대중정치에서 필수적이지만, 시리자를 대표할 다수의 정치가들을 대중적으로 각인시키는 정치기획이 필요해 보인다.

    두 번째는 시리자 강령에 따라 국내 정치 경제 개혁을 단행해야 한다. 1월 총선에서는 시리자 공약으로 ‘제3차 구제금융은 없다’고 했지만, 이제는 달라진 상황이다. 이러한 조건에서도 존 밀리오스가 제안한 것처럼 “협동 계획, 서비스 산업 분야에서 폐쇄된 공장이나 기업들을 다시 열거나, 노동자의 삶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득과 부의 재분배를 위한 정의로운 조세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관련 내용 링크)

    세 번째는 시리자 정부는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 등은 공식적으로는 거절하고 있지만, 유럽채권단과 ‘부채 탕감’에 대해서 다시 논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외교적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제조건들은 우선 국내 정치와 시민사회의 통합력을 높이는 것이고, 유럽 국가들의 반-신자유주의 세력들과의 연대를 심화시키는 것이다.

    아니러니하게도 트로이카의 한 축인 국제통화기금의 수정적 태도는 시리자 정부에게 약간의 숨 돌릴 틈을 줄 수도 있다. 지난 7월 14일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에서 언급된 ‘부채 탕감’, ‘원금 상환기간 30년 연장’, 그리고 ‘360억 추가 지원’ 등에서 확인되듯이, 7월 13일 제3차 구제금융 양해각서는 현실적으로 실천 불가능할 확률이 높다. 트로이카의 한 축인 국제통화기금(IMF) 보고서들은 그리스 채무가 지속불가능하다고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다.(관련 내용 링크)

    주목해볼 만한 사실은 9월 20일 총선 전, 9월 17일 국제통화기금(IMF) 제리 라이스 대변인의 발언이다. “국제통화기금은 그리스 정치개혁과 채권단의 부채탕감이 선행되어야만 제3차 구제금융에 참여한다” (관련 내용 링크)

    국제통화기금(IMF)뿐만 아니라, 영국 경제사회 조사연구소 (NIESR)도, 8월 5일자 뉴스에서, 현재 3200억 그리스 부채 중에서 GDP의 55%에 해당하는 950억 유로 빚 탕감이 있어야, 올해 그리스 채무는 GDP의 130%에 이르게 된다고 봤다. 이러한 부채탕감이 없는 상황에서 “부가가치세 인상과 기초재정 기준 강화로 인해서 그리스 경제는 2015년~2016년 더 나빠질 것이다”고 주장했다.(관련 내용 링크)

    그리스 해운

    그리스 최대 항구 피래우스 사유화 매각을 다시 진행시켜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는 그리스와 시리자 정부

    네 번째는 지난 7개월간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지적된 ‘플랜 B’의 부재에 대한 대비책을 시리자 II 정부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 지난 번 치프라스와 바루파키스 등 시리자 협상팀은, 트로이카와의 협상장에 들고 간 카드는 ’단기국채 T-Bills 1년 한도액을 250억 유로로 증액을 통한 기초재정 흑자 달성’, ‘명목GDP 성장율과 단기국채 이자를 연계시켜, 성장율이 낮으면 이자를 갚지 않는 조항을 삽입해서 기초재정 흑자를 달성’, ‘ 1953년 런던 협약 모델을 내세워 경제성장과 채무 상환 연계’, 그리고 ‘2차 세계대전 나치 전쟁범죄 배상, 3320억 유로 요구’ 등이었다.

    그러나 트로이카와의 협상에서 이러한 시리자의 제안들은 수용되지 않고 거절당했다. 오히려 시리자 총선 ‘긴축 철폐’ 공약에서 훨씬 후퇴한 다음과 같은 주요한 ‘긴축안’을 받아왔다.

    ‘가난한 연금 생활자에게 지급하던 연대기금(EKAS) 연금 230유로 폐지’, ‘부가가치세 식당 음식 배달업 23%, 호텔 에너지 수도세 13% 등 인상’, ‘노동자 해고를 편리하게 하도록 노동시장 유연성 요구’, 그리스 국가 재산 매각을 통한 채무 상환, ‘전기송전회사(ADMIE) 2015년까지 사유화’ ‘피래우스 항구 사유화’ 등 매각으로 500억 유로 펀드기금 조성 등이 대표적인 ‘긴축안들’이다.(관련 내용 링크)

    그런데다 시리자-그리스독립당 (ANEL) 연립정부는 앞으로 2개월 동안 지난 7월 13일 ‘제 3차 구제금융’ 860억 유로(108조 3400억원) 댓가로, 100개가 넘는 관련법을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한다.

    9월 20일 총선 이후, 시리자 결정에 반대한 ‘민중연합’ 소속 의원 25명이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그리스공산당(KKE)과 친나치 극우세력인 ‘황금새벽당(GD)’을 제외하고는, 시리자 정부가 통과시킬 법안들에 반대표를 행사할 정당은 없다. 그렇다면 유럽채권단과의 협상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 그에 대한 계획을 시리자는 발표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2014년 9월 테살로니키 시리자 강령과 정책들의 수정을 의미한다. 시리자의 기존 정체성을 잃지 않고 어떻게 ’플랜 B’를 만들 것인가가 그들에게 놓인 어려운 과제이다. 시리자 정부는 ‘플랜 B’ 안에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 주장까지도 열어놓고 토론에 부치는 등, 다양한 시도들을 공개적이고 효율적으로 정치 대안으로 수용할 필요가 있다.

    다섯 번째는 시리자가 정당으로서 성공한 이유 들 중에 하나는, 정당과 의회 바깥에 존재하는 다양한 사회운동 흐름들과 자율적인 시민들 조직들과 ‘수평적 연대’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지난 트로이카와의 협상 과정에서는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그리스 정치 경제 개혁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했다. 노동력 부족으로 축소된 농업과 문닫은 공장들에서 어떻게 다시 그리스 노동자들과 시민들이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경제 재건의 주체가 될 것인가도 중요한 시리자의 과제이다. 아울러 유럽채권단에서 기초재정 흑자를 위해 강요한 공무원 감축에 맞서서, 시리자 정부는 어떻게 다시 ‘공적 서비스’ 고용 창출에 성공할 수 있는가 역시 단기적으로 중요한 정치적 임무가 될 것이다.

    유럽채권단의 ‘긴축안들’을 수용하고, 그 대신 860억 유로를 지원받기로 했다. 이 860억 유로의 사용처는 노동자들의 삶의 개선이 아니다. 치프라스가 인터뷰한 대로, 제3차 구제금융 이후 830억 유로가 생긴다면, 470억 유로는, 그리스 국채 및 대출 상환 비용이고, 200억 유로는 그리스 은행 재자본화에 사용되고, 45억 유로는 공무원 체납 임금으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관련 내용 링크)

    결론적으로 시리자는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노동자들의 삶의 개선하고 권력과 부, 소득의 재분배를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사회운동 정당들과 개인들의 네트워크, 무지개 좌파연합으로서 시리자가 ‘집권’하게된 정치적 의미를 획득할 것이다.

    필자소개
    원시
    캐나다 요크대학과 토론토대학에서 민주주의 이론, 비교 정치, 정치경제학,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역서로 '글로벌 슬럼프' (2011. 그린비 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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