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진좌파 시리자,
    그리스 조기총선 승리
        2015년 09월 21일 10:1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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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집권세력이었던 급진좌파 시리자(SYRIZA)가 20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조기총선에서 35.5%의 득표로 승리했다. 여론조사에서 초박빙을 보였던 중도우파 신민주당에 약 7% 가량 앞섰다. 예상보다는 비교적 큰 표 차이로 시리자가 승리했다.

    하지만 그리스 선거제도가 1위 정당에 300석 의석 중 50석을 추가로 배정하고 있지만 시리자가 단독으로 과반을 확보하기는 어려워 연정 파트너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그리스 내무부에 따르면 개표율 75% 기준으로 시리자가 35.46%를 득표해 신민주당(28.27%)을 비교적 큰 차이로 앞서 1위를 달리고 있다. 시리자는 전체 300석 가운데 145석을 얻고, 신민주당은 75석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이어 친나치 극우파인 황금새벽당(7.0%, 19석),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민주좌파와 선거연합)(6.4%, 17석), 그리스공산당(5.5%, 15석), 포타미(4%, 11석), 그리스독립당(3.7%, 10석), 중도연합(3.4%, 9석) 등의 순으로 8개 정당이 원내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시리자 내의 좌파들이 분당하여 결성한 민중연합(PU)는 2.8%로 3% 기준선을 넘지 못해 원내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추정된다.

    시리자

    사진=greece.greekreporter.com

    지난 1월의 총선으로 역사적 집권에 승리했던 시리자가 3차 구제금융 수용을 계기로 조기총선을 통해 신임 여부를 다시 물었고 그리스 국민들은 시리자에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이다.

    하지만 지난 8개월 동안 많은 것들이 변했다. 1월 총선에서는 시리자는 36.3%를 얻었고 직전 집권세력이었던 신민주당에 8.5% 앞섰다. 당시 시리자는 광범위한 좌파세력의 연합을 이루면서 신민주당의 긴축정책을 끝장내고, 채권단과의 구제금융 재협상을 이뤄내고 그리스 지배층에 만연한 부패를 뿌리 뽑겠다는 공약으로 승리한 바 있다.

    시리자는 1974년 군사독재가 종식된 이후 2015년까지 그리스 정치를 지배해왔던 신민주당(ND)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과두제적 정치세력들과 단절한 최초의 집권세력이었고, 1월 총선 승리 후 중도우파인 독립당(ANEL)과의 연정을 선택했다. 공산당은 시리자와 함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고 다른 세력들은 과거의 낡고 부패한 세력이었기 때문이다.

    집권 후 시리자는 2월 20일 채권단과 6월까지 4개월간의 과도적 구제금융에 합의했고 그 기간 동안 치열한 협상 과정을 진행했다. 결국 6월말 구제금융 시한이 다가오자 채권단은 그리스에 자신의 긴축정책을 수용하지 않으면 유동성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최후통첩을 했고 이에 6월 26일 시리자의 치프라스 총리는 국민투표를 통해 구제금융과 긴축정책 수용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채권단은 유동성 지원을 끊는 등 압박을 최고조로 강화했고 시리자는 자본통제와 은행 영업 중단 등을 통해 버티면서 세계의 관심은 7월 5일 그리스의 국민투표 결과로 쏠렸다. 결과는 62%의 “NO”였다. 채권단의 구제금융과 긴축조건을 그리스 국민들은 거부한다는 의지를 비교적 큰 차이로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국민투표 이후 채권단과의 막판 재협상에 나섰던 시리자는 채권단의 변함없는 강압적 태도, 유로존 퇴출 등 불확실한 미래 등이 더 심화되면서 협상 마지막 시한인 7월 12일을 앞두고 17시간의 협상을 통해 3년간의 긴축정책 수용과 860억 유로의 구제금융 합의를 하게 됐다. 시리자로서는 자신의 공약과 정책에서 상당히 전향한 것이다.

    이 7월 12일 합의는 그리스 국회에서 승인을 받지만 시리자 내부에서는 반대파들의 강한 반발로 진통을 겪었다. 직전까지 협상을 담당했던 바루파키스 전 재무장관과 시리자 내 좌파그룹의 대표격인 라파자니스 전 에너지부 장관, 국회의장 콘스탄토폴루는 끝까지 합의안에 반대하며, 치프라스와 시리자 주류세력이 자신들의 공약을 스스로 배반했다며 비판했다.

    결국 8월 국회 승인 과정에서 42명의 시리자 의원들은 끝까지 합의안에 반대했고, 치프라스 총리는 역설적으로 합의안 승인 과정을 반대파였던 신민주당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포타미 등의 도움을 받았다.

    결국 치프라스 총리는 이러한 정치상황이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 근거하여 8월 20일 사임과 조기총선 실시를 발표했다. 시리자 내 치프라스 비판세력들은 분당하여 민중연합(PU)을 결성했다. 하지만 민중연합은 3%를 넘기지 못해 정치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치프라스와 시리자가 이번 조기총선에서 승리했지만 앞길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긴축정책 중단이라는 수식어가 불가능하고 채권단과 합의한 긴축정책을 실행해야 할 위치에 처한 것이다. 그리스의 은행 시스템은 구제금융 지원이 없으면 유지되기 어려운 불안정한 상황이며, 채권단은 합의안 긴축정책의 실행과 자금 지원을 연동시키면서 강하게 압박할 계획이다. 또한 2015년에만 2십만 명의 넘는 난민들이 그리스에 유입되는 등 난민 위기를 해결해야 할 처지이기도 하다.

    치프라스와 시리자는 앞으로 72시간 안에 새로운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필자소개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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