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수원, 납품업체에 슈퍼갑질
    규정 어긴 사실 적발되자 모든 책임 납품업체에 돌려
        2015년 09월 17일 05:39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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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납품업체에 부품의 시험성적서 위·변조를 지시하다시피 해놓고는 산업부에 적발되자 모든 책임을 업체에 떠넘겨 해당 업체가 검찰 고발까지 당하는 등 도산 위기까지 내몰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전순옥 의원(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이 17일 한수원과 한전KPS측으로부터 제출받은 ‘소송 현황’ 및 ‘수사 요청서’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전 의원은 “한수원은 고리2호기 계획예방정비과정에서 협력업체 정비공사 관리지침을 어기고 납품업체에 선 발주한 뒤 작업지시를 내리고, 구체적인 시험성적서 위·변조까지 지시해 놓고 사실이 적발되자 모든 혐의를 업체에게 떠넘겼다”고 지적했다.

    한수원

    전 의원실이 배포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9월 한수원 고리원자력발전소 소속 김 모 과장은 고리2호기 정비에 필요한 부품(메케니컬 씰:Machnical seal) 구매를 위해 A업체에 ‘최대한 빨리 만든다고 가정하고 납품 가능한 시기’와 ‘견적서’를 요청하는 긴급 주문요청 메일을 보냈다.

    A업체 사장은 희망 납기일에 맞출 수 없다며 수차례 거절 했으나 김 모 과장이 직접 전화로 요청해 일감을 맡았다.

    이후 A업체 사장은 납품 시 제출해야 할 공인기관의 시험성적서 발행 절차가 보름 정도 소요돼 납기일 내 제출하지 못할 상황에 처해 한수원의 김 모 차장에게 전화를 걸어 타 기업의 공인기관성적서를 첨부해도 되는지 물었고, 김 모 차장은 ‘서류는 문제되지 않는다’, ‘단 최대한 빨리 제작하라’고 재촉했을 뿐 아니라 ‘타사의 명칭은 가리는 게 나을 것 같다’며 구체적인 지시까지 내렸다. 이에 A업체 사장은 지시에 따라 타사의 명칭을 삭제해 제품과 시험성적서 납품을 마쳤다.

    하지만 발주 관련 업무는 한수원이 아닌 정비계약을 맺은 한전 KPS의 업무영역이다. 한수원은 한전 KPS를 통해 교체가 필요한 제품의 구매지시를 하면, 한전KPS가 지입자재 공급사에게 작업지시를 내리고 납품된 제품에 대한 성능 등을 테스트한 후 한수원 측에 최종 확인을 받는 절차다. 한수원이 A업체에 사전발주, 구두작업지시를 내린 것은 협력업체 정비공사 관리지침을 어긴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실이 산업부에 적발되자 관리지침을 어긴 모든 책임을 A업체와 한전KPS에 돌린 것이다.

    이메일과 전화로 업무를 독촉하고 공인기관성적서 위변조방법까지 제시했던 한수원은 한전KPS를 상대로 6개월간 입찰 참가제한 제재조치를 내렸다. 이에 한전KPS는 부정당업체 제재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하고 A업체에 대해선 3개월의 입찰 참가제한 제재 조치 사문서 위·변조혐의로 검찰 수사를 요청했다.

    한전KPS는 부정당업체 제재 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영업활동이 가능했지만 A업체의 경우, 부정당업자로 묶여 영업활동도 중지되고 검찰 수사를 받아 도산위기에 내몰렸다. 지침을 어긴 것은 한수원인데 책임은 모두 A업체가 떠안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2012년 4월 당시 규정에도 계약사에 구두지시는 가능했고 공급사에 관련된 사항은 없었다며 2014년 2월에 선 발주 및 정비공사업체에 구두 지시를 할 수 없도록 규정을 개선했다고 답변했다고 전순옥 의원은 전했다.

    전 의원은 “한수원의 발주는 한전KPS를 통해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공급사에 직접 발주한 것 자체가 규정위반인데 별도 규정이 없었다는 답변은 또 다시 책임을 회피하려는 것 아니냐”며 “위변조를 지시한 한수원 직원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다. 절차를 위반한 직원에 대한 징계조항은 쏙 빼놓고 무슨 개선이냐”고 지적했다.

    이어 “범죄 행위를 사주하고도 발을 빼는 한수원의 태도는 갑질 중에서도 슈퍼갑질”이라고 질타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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