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 결집, 어디쯤 왔나
당명 대표체제 등 이견 커
    2015년 09월 14일 03: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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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 야당 새정치연합 내에서는 최근 문재인 대표 등 친노 세력과 박지원 의원 등 비노 세력들의 당 내 분파투쟁이 격심해지면서 연일 언론에 오르내리고 있다. 혁신위 안을 둘러싸고 문 대표는 혁신안 통과 여부에 자신의 거취를 연동하고 이에 대해 비노 세력들은 친위 쿠데타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도 비노 세력에 한발 걸치면서 문 대표 등 친노 비판에 가세하는 형국이다.

천정배 의원은 이 와중에 호남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을 모색하고 있고, 새정치연합 내 비노 세력들은 이에 가세할 기세이다. 천정배 의원이 구태 이미지가 강한 호남 새정치연합 비노 세력과 결합할 가능성은 아직 낮지만 친노와 비노로 새정치연합이 나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이런 새정치연합 내외의 복마전 같은 갈등의 한편에서는 진보정당과 노동진보세력들의 통합하고 결집하려는 움직임이 진행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래 분화와 분열을 거듭하던 진보정치세력 내에서 아직 미약하지만 결집과 통합을 통해 진보정치의 새로운 부흥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6월 4일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의 진보정치 통합을 위한 대표자 공동선언이 있었고, 노동당 내에서 갈등이 생기면서 노동당이 이 틀에서 빠졌지만 노동당 내 진보결집파들이 탈당하여 결성한 진보결집+가 이를 대체하여 지난 9월 2일 새로운 4자의 진보정치 결집과 혁신을 위한 대표자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11월안으로 창당하겠다는 선언이었다.

4조직

9월 2일 4조직 대표자들의 공동선언 모습(사진=정의당)

그 이후에는 4조직의 연대기구를 ‘진보혁신회의’로 명칭하고 대표자들과 집행책임자 회의 그리고 진보혁신, 정강정책, 인재영입 등을 담당하는 분과위를 구성하여 통합과 결집 논의를 구체화하여 진행하고 있다. 추석 전까지는 주요한 쟁점에 대한 합의의 가닥을 잡겠다는 게 4조직의 의지이다. 대전 등 지역별로도 4조직의 지역조직들이 연대기구를 만드는 등 조금씩 진도가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재까지 진행된 진보 결집과 혁신의 흐름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새정치연합 내부의 이전투구와는 결이 다르지만 주요 쟁점에 대한 이견이 쉽사리 좁혀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진보정치 결집과 혁신을 위한 거의 마지막 시도로 보이는 이 시도가 의미 있는 성과와 결론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무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진보정치 결집이 무산될 경우 기대는 체념과 비판으로 이어지면서 그 후과가 적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진보정치 결집 논의의 쟁점들

현재 진보정치 결집과 통합을 위한 논의의 쟁점은 새로운 진보정당 창당 방식, 당명, 대표 지도체제, 대의기구 구성, 지역구 및 비례대표 선출 방식, 지역조직의 운영방식, 강령과 정강정책 등이다. 일부에서는 합의가 이뤄지거나 쟁점이 좁혀진 반면, 일부 쟁점에서는 여전히 큰 간극이 확인되고 있다.

창당 방식과 관련해서는 비(非)정의당 세력들인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진보결집+ 등에서 현실성 등을 이유로 상당한 양보를 한 상태이다. 형식적으로는 정의당의 재창당 방식이면서 내용적으로는 새로운 진보정당의 창당이라는 것을 담아내자는 것으로 의견 접근을 본 상태이다. 하지만 이런 비정의당 세력들의 양보는 다른 쟁점에서 정의당의 입장 등으로 인해 다시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가장 큰 쟁점은 당명 문제이다. 정의당으로서는 총선을 앞두고 상당한 인지도를 확보한 정의당이라는 이름을 바꾸는 것이 곤란하다는 입장이고 또 당 내부적으로 당명을 바꾸는 것에 대한 동의를 확보하는 것도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양보를 한다면 총선 이후 당명 개정을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 정도이다.

이에 대해 비정의당 3조직은 정의당이라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고 창당 방식도 정의당 재창당 방식이라면 사실상 정의당에 개별적으로 입당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며 이런 방식으로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창당으로 볼 수 없고, 노동자들이나 무당파 진보진영이 대중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동력이 형성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진보 결집의 계기를 통해 노동자들이나 진보 대중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면서 다시 진보정치의 재기를 호소할 수 있는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한 관계자는 “정의당이라는 이름으로 내년 총선을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몇몇 사람과 세력을 수혈하는 것으로 현재의 진보정치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은 진보정치의 위기 상황, 결집과 혁신의 필요성이 지금 왜 절박한가를 이해하지 못하는 자기조직 중심의 사고”라고 비판했다.

지도체제와 대의기구 구성 또한 마찬가지 이유로 쟁점에서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정의당은 최근 당원 투표를 통해 심상정 대표의 단일지도체제를 선출한 상태에서 공동대표체제로 전환하는 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나아가서 대의원 구성 등에서도 나머지 3조직에 대해 대의원 배정이 쉽지 않거나 일부 비율의 배정 의견을 비치고 있는 상황이다.

3조직에서는 이에 대해 발끈하고 있다. 정의당의 재창당 방식으로 통합과 결집을 진행하자는 큰 방향에서 양보를 했지만 정의당 당명이나 심상정 대표의 단일지도체제, 대의원 구성에서의 배정 등에서 별로 양보하거나 의미 있는 제안을 하지 않는 보수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 내 분위기와 사정을 이유로 들고 있지만 납득하기 어렵다는 게 3조직의 입장이다. 사실상 정의당으로 입당하라는 것과 마찬가지 논리인 탓이다.

결국 문제를 단순화시키면 정의당의 입장은 여러 현실적 실무적인 문제와 당 내 사정을 이유로 정의당의 틀에 3조직 세력들이 참여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는 반면, 3조직은 지금의 진보 결집은 정의당에 입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의당과 3조직이 포함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창당하는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문제는 세력들 간의 갈등이나 권력 배분 문제이기 보다는 진보 결집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탓이 크다. 정의당은 자신들의 한계와 약점을 보완하는 시각에서 진보 결집을 바라보는 측면이 크고, 나머지 세 조직은 정의당의 현실적 주도성을 인정하더라도 정의당 입당이 아닌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만들어가는 과정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크다.

그래서 오히려 정의당 외 세 조직은 후보 선출방식이나 정강정책보다는 당명이나 지도체제 등 대중들이 볼 때 새롭게 비춰질 수 있는 측면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 정의당 입당 방식이라면 지금 이런 식의 논의를 진행할 필요도 없고, 이전이나 이후에도 언제든지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리고 그런 방식으로는 일부의 수혈은 가능하더라도 대중적 참여와 흐름을 형성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아직 정식으로 쟁점들에 대한 정의당 및 3조직들의 공식적인 입장이 공개된 것은 아니다. 아마도 16일 예정된 진보정치 결집을 위한 4조직의 공동워크숍이 공식화를 위한 첫 자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4조직은 9월부터 대표자와 집행책임자 등의 수준에서 쟁점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다가 16일에는 그 폭을 확장하여 각 조직에서 15인 내외의 주요 간부들이 참여하는 공동워크숍을 통해 논의를 진행한다. 워크숍 후 추석 전에 다시 대표자 회의도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정의당은 이번 주까지 당 내 ‘진보정치 재편 추진단’이 주관하여 4조직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진보 결집에 대한 당원 여론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진보정치 재편과 결집에 대한 당원들의 인지도와 필요성 여부에 대한 조사를 넘어 쟁점이 되고 있는 당명이나 지도체제 등에 대한 정의당 당원들의 여론조사를 할 예정이다. 당연히 정의당 당원 대상의 조사이기에 정의당 당명이나 현행 지도체제에 대한 선호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나머지 3조직들은 지도부의 의지가 담겨야 할 진보 결집의 방향성에 대해 당원 단순 여론조사를 진행하는 것은 쟁점에 대한 정의당 입장을 더 고착시킬 우려가 있다는 비판적 입장이다.

이 진보혁신회의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정의당 지지율이 당 대표 선출을 전후하여 최고 7%를 찍었던 컨벤션 효과가 끝나고 다시 3~4%의 지지율로 고착화되는 경향이 확인된다. 천정배 신당 등 새정치연합 내에서 분화되어 별도의 호남신당이 만들어진다면 진보정당에 호기가 아니라 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기회일수록 진보정치의 틀과 폭을 넓히고, 노동개악 등에 반발하는 노동대중과 굳건하게 결합해야 하는데, 정의당의 보수적 태도가 아쉽다.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정종권
레디앙 편집국장, 전 진보신당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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