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산가족 상봉 합의
    신뢰와 협력의 축적 필요
        2015년 09월 11일 10:0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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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십자 실무접촉 난항 끝 합의, 실행 성사의 복병

    남북은 9월 7~8일 적십자 실무접촉을 통해 다음달 20~26일까지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갖기로 합의했다. 상봉 규모는 쌍방이 각각 100명으로 하고, 거동이 불편한 상봉자에 한하여 1~2명의 가족이 동행하기로 했다.

    그리고 남쪽이 제기한 것으로 판단되는 (박 대통령이 광복절 축사에서 제안한) 이산가족 전면 생사 확인을 위한 명단 교환과 상봉의 정례화 등의 문제에 대해서는 이번 실무접촉에서는 구체적 합의 없이, 가까운 시일 안에 적십자 본회담을 열어 상의하기로 했다.

    이번 실무접촉이 상당히 시간을 소요하며 난항한 이유 중 하나로 상봉행사 시기가 거론된다. 남쪽은 10월 10일 북이 노동당 창건일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면 국제적 대북 제재 분위기 속에 이산가족 상봉 행사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보아, 이보다 앞서거나 가까운 시점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창건일 행사 준비와 추석 연휴로 더 많은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 북쪽 뜻대로 합의가 이루어졌다. 그래서 장거리로켓 발사, 대북 제재 논의 등에 따라 자칫 상봉 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다.

    상봉 성사와 정례화, 상시화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 전향적 정책 요구돼

    이산가족 상봉은 정치군사적 변수에 흔들리지 말고 합의대로 이뤄지고, 또 합의를 발전시켜 정례화, 상시화되어야 한다. 이산가족 대부분이 고령자로서 지난 15년간 하루 12명씩 사망하였는데,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2000년 이후 19차례 성사되어 1만 8천799명이 가족을 만났으며, 이는 전체 이산가족상봉 대기자 12만 9천698명 중 14.5%에 불과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두 차례, 박근혜 정부 시절 한 차례에 비해 참여정부 시절에는 10회에 걸쳐 총 10,002명의 상봉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그 경우를 적용해도 여전히 남아있는 한 차례도 가족을 보지 못한 6만 3000여명의 사람들이 모두 상봉하려면 60여 차례의 상봉이 이루어져야 한다. 결국 살아생전에 한번이라도 만나보고, 또 한 번 본 후에는 다시 보지 못하는 한을 풀어주기 위해서는 상봉의 정례화, 상시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북한 당국으로서는 행정적, 경제적 비용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도 사실이다. 상대가 소극적이라고 도덕적으로 비판하거나 일방적 촉구만 할 것이 아니라, 호응하고 나올 만한 반대급부를 제시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봉의 정례화 등을 위해 금강산에 이산가족면회소를 만든 만큼, 금강산에 더 많은 사람이 수시로 갈 수 있게 한다는 명분으로라도 금강산관광 재개 등에 더욱 전향적,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지 않는 것이 상봉 성사뿐만 아니라, 미국의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한 ‘전략적 인내’정책을 우회하고 남북합의의 모멘텀을 계속 살려가기에 수월할 것이다. 정부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일, 10월 16일 한미정상회담을 그냥 맥없이 기다리지 말고, 그 전에 8.25합의 제1항인 당국 간 회담 등을 통해 북한 당국을 설득할 필요가 있다.

    만약 그것이 여의치 않다면, 어떤 정치군사적 상황에서도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행사는 지속된다는 원칙을 내외에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심지어 5.24조치에서도 산모와 영유아 등에 대한 인도적 지원은 예외로 했다.

    다른 한편, 북이 최근 큰 홍수피해를 입었다고 대외적으로 표방하기까지 한 나진선봉 지역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도 적극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이 요청하지 않았다고 팔짱을 끼고 있기보다는 “지원을 하겠다, 무엇이 얼마나 필요한지 만나서 이야기하자”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임으로써 신뢰를 제고하고 협력의 경험을 다시 쌓아가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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