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범과 태연의
    ‘사랑보다 깊은 상처’
    [金土日의 Retweet] 어떤 만남
        2015년 09월 10일 04:35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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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재범의 30주년, 태연 솔로 앨범 발매 등으로 프로모션이 분주히 들어갈 노래 하나 소개해 보자. 9월 10일 발표된 노래 <사랑보다 깊은 상처>다. 너무 잘 알려진 노래이기도 하고 소녀시대의 태연이 함께 했으니 임재범을 ‘나가수’로밖에 잘 모르던 어떤 팬클럽의 친구들이 막 ‘좋아요’도 할 것이고 여기저기 분주히 소개도 될 터.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하면 노래는 별로다. 열심히 잘 만들었다고 이야기하기도 좀 그래서 뭔가 고생했다는 말을 하기도 어색하다. 그럼에도 장점은 있으니, 임재범 버전의 원곡과 거기에 양념을 버무린 박정현의 버전이 이번 기회에 또 한번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거라는 점이다. 그게 훨씬 좋다. 태연과 함께 한 버전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것도 많고, 과거에 만들어진 두 노래가 워낙 좋아서 지금도 그렇게 멋진 노래가 흔치 않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이번 시즌에 많이 듣자. 고맙다 에스엠.)

    나가수로 같은 자리에서 같은 시간에 최고의 주가를 올리던 임재범과 박정현이 왠지 이 노래를 한번 같이 해줄 것만 같았지만 끝내 그런 일이 벌어지지는 않았는데… 아마도 임재범이 고사했을 것 같다.

    그러니까 1997년에 임재범이 자신의 음반에 수록했던 것을 다음해 박정현이 자신의 음반에 듀엣 형식으로 재수록한 것인데, 여기서 임재범이 대단히 불쾌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아마도 자기 의사에 반해서 이뤄진 합방, 뭐 이런 것 아니었을까 싶은데, 사실 그랬다면 왠만큼 자존심 있는 음악인들이라면 당연히 그랬을 것 같기도 하다. 1년전 임재범의 목소리를 마치 샘플처럼 혹은 보쌈하듯 통으로 가져와 사용한 박정현도 일말의 미안함이 있을 것도 같고. 그러니까 듀엣으로 알려져 있지만 아마 ‘합성’이라고 하는 게 더 옳을 것 같다. 그래도 들어서 손해볼 것 하나도 없는 멋진 음악이니까 안 듣는 것보다 듣는 게 낫다. 듣자.

    임재범과 태연의 이번 발표곡에 대해 감상을 던지자면, 일단 믹싱이 노래와 전혀 맞지 않는 느낌을 준다. 그러니까 요즘 아이돌 노래처럼 현란한 반주와 자기목소리 복제 트랙으로 꽉꽉 들어찬 음악을 믹싱하듯 작업을 한 느낌이 들고 결과적으로 아이돌의 가수 목소리를 다루듯 두 사람의 목소리를 다뤘다는 느낌이 드니까. (원곡에 있던 따뜻하게 부서지는 고음, 훈훈하게 흐르는 저음, 그리고 그보다 더 인간적인 숨소리는 어디에?)

    리메이크곡이 원곡보다 호평을 듣기란 애초에 힘든 것이기도 하지만, 이것은 그걸 감안해도 좀 더 그렇다. 다시 한번 짧게 정리하자면, 믹싱이 충분히 잘못 되었고 당대적인 또 하나의 버전으로 기념할 수 있는 기회는 날아갔다.

    가창력 이야기 하나만 추가하자. 임재범은 정말 노래를 잘 했었고 잘 해 왔고 여전히 잘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이 노래에 국한시켜 감상을 넣자면, 20년 전 임재범이 훨씬 노래를 잘 불렀다. 믹싱에 의한 손해도 있겠지만 체력 문제와 같은 기본적인 능력의 저하를 피할 수는 없는 것이니, 이건 당연한 이야기다. 누구나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고. 반백년 고해를 헤치며 살아온 임재범의 목소리, 노래는 어떤 것이어야 모두에게 가장 행복할지 궁금하다.

    태연의 경우는 좀 안타깝다. 노래의 바탕이 잘 되어 있고 또 잘 부르지만 너무 오랜 시간을 소녀시대의 일원으로 있었다. 아마 체조나 피겨처럼 가창력을 항목화해서 점수를 매긴다면 태연이 박정현보다 더 좋은 점수를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역시 이 노래에 국한해서 이야기하자면 박정현이 훨씬 잘 불렀다. 그리고 사실 다른 노래들도 박정현이 훨씬 노래답게 부른다.

    가창력이 좋다는 것과 노래를 아름답게 부르는 것 사이에 생각보다 커다란 간극이 있는데 그 간극을 다루는 능력에서 오랜 세월 극강의 화려함과 극단의 외로움이 교차하는 솔로 무대로 단련된 박정현이 압도해 버린다. 소녀시대라는 대규모 아이돌상품의 일원으로 너무 오랬동안 활동한 결과라는 것은 이런 의미다. 안된 이야기지만 태연은 지금 씨스타 효린의 경쟁상대다. 게다가 시간이 이렇게 조금만 더 지나면 2~4명으로 활동하는 효린이 태연보다 앞줄에 있는 모습을 조만간 보게 될 것 같기도 하다. (나쁘지 않은데?)

    필자소개
    전주대 연구교수, 라디오관악FM 이사 머리는 좌익, 마음은 보수, 동네 음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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