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후변화,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
    [에정칼럼] 안심하지 말 것, 공감할 것, 행동할 것
        2015년 09월 10일 09:51 오전

    Print Friendly

    폭풍우가 오면 물에 잠길 것을 걱정하는 한 마을이 있다.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려 해수면이 높아지자 산업시설이 있는 중요한 도시를 지키기 위해 세운 거대한 제방, 그 아래에 있는 작은 섬마을이다.

    물이 이 섬을 언제 삼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리고 한 아이가 달리며 외친다. “폭풍이 와요! 폭풍이 와요!” 주민 사람들 대부분이 떠나고 열 명 남짓한 사람들만 마을을 지키기 위해 남는다. 남은 사람들은 물이 빠질 때까지 물 위로 남아있는 집 하나에 캠프를 만들고 지내지만 바닷물에 잠긴 마을의 모든 것은 서서히 죽어간다.

    절망적으로 보이는 이 마을은 바로 영화 <비스트>(원제: Beasts of the Southern Wild, 감독: 벤 제틀린)에 나오는 욕조섬이다. 이 영화는 배수구가 막힌 욕조에 물이 차오르듯 제방에 꽉 막혀 물에 잠겨버린 마을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 비스트 포스터

    이 영화는 주인공인 6살짜리 꼬마 허쉬파피가 담담하게 읊조리는 내레이션이 특히 인상적이다. “우주는 작은 조각들이 맞물린 퍼즐 같다.” 이어 빙하가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나오고 “아무리 작은 조각 하나라도 잘못되면 우주의 질서가 무너진다.”고 말한다.

    허쉬파피의 아빠는 마을의 물을 빼내기 위해 제방을 폭파시키는데 욕조의 배수구가 뻥 뚫리듯이 욕조섬을 가득 채우고 있던 물들이 빠져나간다. 이때 허쉬파피는 “깨진 조각을 맞추면 모든 건 제자리를 찾는다.”며 희망을 갖지만 그것도 잠시, 물이 빠져나간 마을이 이전과 같아지지 않음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때로 너무 심하게 깨진 조각은 다시 맞출 수가 없다.”고 말한다.

    바닷물에 잠겨버린 마을, 욕조섬에 살고 있는 꼬마아이 허쉬파피의 이야기는 영화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일어나고 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여행지로 유명한 몰디브 섬이 그렇다. 남태평양의 섬나라인 투발루 역시 9개 섬 중 2개 섬이 바다에 잠겼고 2002년부터 뉴질랜드로 순차적 이주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투발루의 인근섬인 키리바시 공화국의 사람들도 머리맡에 구명조끼를 두고 잠을 자야할 정도로 언제 바닷물이 섬을 집어삼킬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에 처해있다. 모두 기후변화의 최전선에 있는 나라들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키리바시의 아노테 통 대통령은 전 세계를 돌며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통 대통령은 지난 8월 27일 방한하여 ‘기후가 우리의 미래다’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기도 하였다.

    현재 키리바시는 국가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해있기 때문에 자국민들의 기술과 능력을 향상시켜 존중 받는 이주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존엄한 이주migration with dignity’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리고 어디에서나 기후변화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행동은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석탄 사용량 줄이기, 탄광 확장 반대’라는 구체적인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행동만이 우리의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강하게 와 닿았다.

    그런데 대통령의 강연보다 더 울림이 있었던 건 국회의원의 축사였다. 우리는 살만하니까, 저 나라 사람들이 불쌍해서 도와준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기후변화는 저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우리들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한파의 영향이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취약계층에게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이고 우리 사회의 ‘에너지빈곤’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한다는 내용이었다.

    기후변화라는 것이 야위어가는 흰 북극곰, 녹아내리는 빙하, 가라앉는 아름다운 섬 등의 이미지로 각인이 되어있었던 것은 아닌지 생각했다. 기후변화로 인해 여름철 폭염이 빈번해지면서 통풍이 잘 안 되는 따닥따닥 붙은 집에 사는 저소득층, 거리 위의 노숙자, 그리고 땡볕에서도 밖에서 일해야 하는 건설노동자들은 이 영향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기후변화라는 위기는 영화에 등장하는 가상의 이야기가 아니고 이름도 생소한 먼 나라만이 처한 현실이 아니며 우리 삶과 동떨어진 문제도 아니다. 지금 우리 한국 사회의 문제인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이해와 사회적 대책은 전무하다. 기후변화나 환경문제에 대한 교육도 부족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우선 안도하지 말 것. 바람이 잘 통하는 시원한 집, 에어컨이 나오는 사무실에 있다고 나는 괜찮으니까 다행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공감할 것. 폭염과 한파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저소득층, 물에 잠길지 모르는 섬에 살고 있는 사람들, 기후난민이 되어 환영받지 못 할 수 있는 사람들의 불안에 공감해야 한다.

    그리고 행동할 것. 나 자신을 바꿀 것. 결국 또다시 개개인들에게 변화하고 행동할 것을 요청하는 것 같아 씁쓸하지만 기후변화의 위험성에 대한 인식과 해결책이 부족한 사회에서는 나부터, 작은 것부터 바꾸는 것과 함께 정부에 책임성 있는 태도를 강력하게 요구해야할 것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비상임연구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