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행자부, 노동자 항의에
    임금피크제 '몰래 설명회' 강행
    노동자들 "정부, 지방공기업 정원이나 유지하라"
        2015년 09월 07일 10:1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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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의 대립이 극에 달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소속 지방공기업 기관장 등을 대상으로 한 행정자치부 주관의 임금피크제 설명회가 7일 개최된 가운데, 설명회에 참석한 지방공기업 노동자 60여명이 이의를 제기하며 단상에 올라 설명회가 중단됐다. 이에 관계부처는 설명회 장소를 급 변경해 기관장 출입만 허용한 ‘밀실 설명회’를 재개했고, 이 과정에서 건물 입구를 봉쇄한 경찰 병력과 조합원 사이에 충돌도 발생했다.

    행자부 임금피크제 설명회, 빨리 도입하면 경영평가 가점 주겠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장안동에 있는 서울메트로 인재개발원 3층 다목적홀에서 ‘지방공기업 CEO 임금피크제 설명회’가 열렸다. 이날 행자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빨리 할수록 경영평가에서 가점을 많이 부여하겠다는 내용을 기관장들에게 전달할 예정이었다. 이 때문에 사실상 기관장들에게 임금피크제를 압박하기 위한 자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설명회가 시작되자마자 단상에 오른 지방공기업 노동자들은 임금피크제 반대 입장 피력은 물론 이날 설명회 자리가 얼마나 부조리한지에 대해 성토했다.

    서울농수물산공사노조 홍태성 위원장은 “경제 파탄이 노조가 원인이라니 말이 되나. 전 정부의 막대한 예산 사업은 무시하고 경제 파탄의 모든 원인을 노동자 잘못인 양 매도하고 있다”며 “그런 말들을 듣고 더 이상 참기 힘들어 이 자리에 나왔다”고 운을 뗐다.

    홍 위원장은 “오늘 임금피크제 설명회가 주요 목적인가. 잘하면 경영평가 더 준다고 할 거다. 경영평가는 임금피크제만 잘 하면 다 잘 받을 수 있는 거다. 경영평가 가점을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로 결정하겠다고 하는 거다”라면서 “경영평가 1점이라도 잘 받기 위해 모든 지방공기업 노동자들의 노력은 필요가 없다는 거다. 임금피크제만 받으면 된다는 거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피켓

    설명회 장소에서 피켓팅을 하고 있는 노동자들(이하 사진은 유하라)

    피켓1

    이날 설명회장 단상을 점거한 대부분은 30, 40대의 젊은 노동자들이었다. 임금피크제가 도입된다 해도 당장 직접적으로 타격을 받는 이들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이 이토록 절실하게 임금피크제 도입을 막으려고 하는 이유는 임금체계 개편에 대한 논의를 노동자와의 충분한 논의 없이 일방적으로 강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여당에선 계속해서 민주노총에 노사정위원회에 복귀해 대화하자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정부는 방송사에서 마련한 노·사·정 공개 토론회를 민주노총이 참여한다는 이유로 출연을 거부하기도 했고, 대낮에 민주노총 건물 주변에 경찰병력을 배치해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체포에 열을 올리며 한 위원장의 발을 묶어놓기도 했다. 말로는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사실은 노동계와 대화할 의지가 전혀 없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것이다. 당연히 노동계 입장에선 정부의 대화 촉구가 진정성이 없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대구지하철노조 이승용 위원장은 “저는 임금피크제 대상이 되기까지 아직 많이 남았다. 현장 조합원들도 거의 젊다. 역사무실 앉아서 먹고 노는 역사무실 간부들 꼴 보기 싫어서 임금피크제 하자고 하는 말도 나온다”면서도 “하지만 이건 정당하지 않다. 나이가 많다고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아니지 않나. 합리적으로 의견을 도출해야 하는데 지금은 어떻나. 노사정위에서 임금피크제 원포인트 협의하기로 해놓고는 기재부는 계속해서 임금피크제를 압박한다”고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본부 고동환 본부장 또한 “정부는 대화를 하자고 하면서 경영평가 가점이라는 폭력적인 수단을 휘두르고 있다”며 “정부부터 막가파식 밀어붙이기 방식을 거둬들여야 한다. 그래야지만 진짜 공정한 테이블에서 노정 간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 본부장은 재차 “불공정한 테이블에서의 대화는 일방통행식으로 강행하겠다고 하고자 하는 절차에 불과하다”며 “진정한 대화가 될 수 있는 테이블을, 공정하게 대화할 수 있는 테이블을 만들어주지 않는 한 이렇게 저항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금피크제, 노동개악의 시작이다

    원칙과 절차에 대한 것도 있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임금피크제 도입 이후 급속도로 진행될 노동개악에 대한 우려다. 임금피크제를 수용하고 나면 정부에선 다음 단계로 쉬운 해고 제도 등을 밀어 붙일 것이라는 거다.

    서울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 김태훈 본부장은 “재벌과 박근혜 정권, 새누리당의 지시에 따라 기관장, 실무자들이 나와 계신데 이 자리에서 정말 우리가 알아야 할 것들이 있다. 임금피크제를 받아들이면 그 이후에 터질 것들이 많다. 임피제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며 “자동해고제 도입되면 직장은 초토화된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미 2010년도에 사업장에 자동해고제와 비슷한 직무재교육이라는 제도가 도입됐다. 소중한 동료 30명이 직권면직되는 끔찍한 아픔을 겪었다. 그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순직한 분도 있었다”며 “성과연봉제, 자동해고제 등 연이어 터질 것들이 우리가 감당하지 못할 것들이기 때문에 임금피크제 도입은 반드시 막아내야 한다”고 했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일반노동조합협의회도 이날 행사에 앞서 오후 1시 30분경 인재개발원 건물 정문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지방공기업 임금피크제 강제 도입 협박의 문제를 지방공기업만의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 다음 순서는 출자출연기관이고 이어서 지방자치단체와 대학 등 공공부문 전체로 확대될 것”이라며 이후 일반해고 확대가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 지방공기업 정원이나 유지해라”

    정부가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 일자리 확대를 말하기 전에 규정된 정원 먼저 채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정된 총정원만 채우면 임금피크제를 실시하지 않고서도 2천명에 가까운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민주일반연맹, 전국일반노동조합협의회는 “행정자치부는 임금피크제가 시행되면 1,817명의 청년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면서 “하지만 자신들이 만든 권고안의 공기업 현황을 보면 지방공기업의 총 정원은 47,487명이며, 현인원은 45,662명이다. 정해진 정원만 신규채용해도 1,821명의 고용을 창출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년일자리 창출을 지상과제로 이야기하는 박근혜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이야기하기 전에 지방공기업의 정원이라고 유지하도록 권고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또한 지방공기업에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을 받고 일하는 노동자들까지도 임금피크제의 대상이 된다고 우려했다.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비정규직 노동자나 외주용역 내지는 지자체 직영 환경미화원들도 임금이 삭감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물론 정부가 비효율적이라고 비난하는 연공서열식 임금체계에고 해당하지 않는다.

    기관장 명함 일일이 검사하며 ‘밀실 설명회’ 강행
    반발하는 조합원과 무력 충돌에 연행까지….

    지방공기업 노동자들이 임금피크제 반대 입장을 밝히며 기관장들에게 설명회를 거부할 것을 호소하는 동안 설명회를 주관한 행자부는 인재개발원 옆 건물인 교육센터로 기관장들을 불러들였다.

    노동자들이 단상을 점거한 지 1시간 30여분이 지난 오후 3시 40분경 기관장들은 하나둘 설명회장을 빠져나갔다. 설명회가 재개될 교육센터 건물 입구는 이미 빽빽하게 경찰병력이 가로막고 있었다. 그 가운데 부처 관계자들은 기관장의 명함을 일일이 확인하며 1명씩 출입을 허용했다.

    충돌2

    옆 교육센터로 몰래 설명회를 개최하는 것에 항의하는 노동자들

    노조는 건물 입구 앞에서 강하게 반발했지만 경찰의 철통 보안을 뚫지 못하고 마무리 집회를 준비했다. 그러던 중 급작스럽게 노조와 경찰 사이에 무력 충돌이 발생, 이 과정에서 서울지하철노조 부위원장이 연행되기도 했다. 조합원들은 연행한 부위원장만 석방해준다면 집회를 마무리하겠다고 했으나 경찰은 해산명령과 체포하겠다는 으름장만 놓을 뿐 석방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경찰 가로막기

    연행자 석방을 요구하고 있는 노동자들

    연행 후 1시간이 지났을 즈음 조합원들은 계속해서 석방을 요구하며 부위원장이 타고 있던 경찰차를 앞을 가로 막고 한때 연좌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오후 5시가 넘어서야 연행한 부위원장의 인적사항 조회 후 석방했다. 노조는 석방 직후 설명회가 진행되고 있는 교육센터 건물 앞에서 마무리 집회를 마쳤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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