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항소심 ‘선고유예’ 선고...직책 유지
    영주권 의혹 제기는 ‘공직 적격 검증’ 차원 인정
        2015년 09월 04일 05:5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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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당선무효형을 받은 원심을 뒤집고 항소심에서 선고유예 판결을 받았다. 이로써 조 교육감은 교육감 직을 유지하게 됐다.

    서울고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상환)는 4일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조 교육감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언론 자유는 선거 과정에서 보장돼야 하고, 공직 적격 검증은 필요하다”며 “의심할 사항에 대한 문제제기는 허용돼야 한다”는 취지로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2014년 5월 25일 국회 정론관 기자회견을 통해 제기한 고승덕 후보에 대한 미국 영주권 보유 의혹은 공직후보자 검증을 위해 정당하지만, 이후 고 후보가 2012년 3월 경 공천 탈락 후 지인과 언론에 ‘영주권이 있다’고 말했다고 들었다는 2차 의혹 제기는 허위사실 유포로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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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고 후 기자들에게 입장 밝히는 조 교육감(사진=유하라)

    이 정도 의혹제기에 소명자료 요구한다면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어려워

    재판부는 이번 항소심 쟁점사항 대부분에 대해 조 교육감 측의 손을 들어줬다. 특히 최대 쟁점이었던 조 교육감 측의 서울시교육감 선거 상대 후보였던 고승덕 변호사에 대한 미국 영주권 의혹 제기가 ‘사실 적시인지, 의견 표명인지’ 여부에 대해 공직 적격 검증을 위한 ‘의견 표명’으로 봤다.

    재판부는 “1차 공표(2015년 5월 25일 기자회견, 26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피고인은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공표했다. 피고인은 가정적·유보적 표현을 사용했고, (영주권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는) 반대 사실 가능성 인정하고 해명을 요구했으므로 유권자는 이를 통해 (고 후보의 영주권 보유가) 확정된 사실 아님을 알 수 있다”며 “이에 대한 소명자료 제시를 요구한다면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어렵게 하고 공직선거법의 목적 달성도 어려워진다”고 밝혔다.

    당시 보도자료와 라디오 인터뷰 등에서 ‘사실을 밝혀달라’, ‘해명해달라’ 등 의혹 제기에 대한 해명 요청의 표현만 있었고 언론에서도 이와 같이 보도했음을 근거로 들었다.

    재판부는 또한 “트윗글을 게재하고 리트윗하는 방법으로 미 영주권 보유 여부에 관한 의혹을 제기했으나, (고승덕 측의) 의미 있는 반론이나 정보공개가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며 “합리적 의심 정황이 존재했고 공적기관에 대한 판단이 없었다면 미 영주권 의혹을 사고 있다는 것을 두고 허위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러한 사실이 신문에 보도되지 않았다는 사실만으로 허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으로 검사 측과 피고인 측 모두 요청한 표현 내용에 대한 언어학적 분석 결과를 언급하며 “피고인은 의혹을 사고 있다는 것과 그에 대한 제보가 있다는 사실을 공표하고 있고 단정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고 있다. 검사와 피고인이 요청한 3명의 교수 모두 피고인의 5월 25일 기자회견 26일, 27일 라디오 발언 내용을 독해해, 피고인이 의혹을 제기하고 해명을 요구한 것이라는 점에선 동일한 의견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조 교육감이 지난 2014년 5월 23일경 기독교총연합회에 참석해 고 후보를 비판한 발언이 단정적 표현이었다는 점과 비교하며, 영주권 의혹 제기는 ‘사실을 밝히라’는 표현을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또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할 정치적 토론, 공방이 가장 활발한 것이 선거 국면이다. 상호비판과 검증은 불가피하고 이는 매우 다양한 형식과 상황으로 촉발된다”면서 악의적 의혹을 제기하는 주장을 배척하고 선거 과정에서 벌어지는 단순 공방으로 판단했다.

    또한 고 후보의 경력을 고려하면 일반인보다 미 영주권을 보유할 확률이 높고 특정적인 개인정보인 점을 고려, 피고인이 확인할 수 없다는 변호인단의 주장도 수용했다.

    재판부는 “고승덕은 2014년 5월 22일자에서 자녀가 시민권자임을 인정했다. 고승덕도 91년까지 2년간 미 로펌에서 근무했고, 경력과 능력 고려하면 영주권 보유할 개연성이 일반인보다 높다”며 “미 영주권 보유 여부는 개인정보, 미국정보라 피고인이 확인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사실 확인 노력, 트위터의 미디어적 속성 인정 등 조희연 측 주장 수용
    “합리적 추측에 의한 의혹제기, 허위 인식도 어렵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의 ‘의혹제기’ 트윗글의 신뢰성, 트위터의 미디어적 속성, 사실관계 확인 노력 여부, 고 변호사 낙선을 위한 악의적 의혹 제기 여부 등에 대해서도 조 교육감 측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사실 확인 노력에 관해 “고승덕의 미 영주권 보유 의혹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다”며 “원심은 피고인이 사실 확인의 노력을 다 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미필적 고의 인정했으나, 피고인이 고승덕의 개인정보에 해당하는 영주권 보유 여부를 개인적으로 물어서 확인하는 것이 의미 있는 방법이라고 보기 어렵고 그 방법으로 선거운동 내에 확인하기는 어렵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심은 1차 공표 전에 최경영에게 사실 확인 노력을 하지 않았다고 했지만, 기자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미디어 속성을 갖는 트위터에 올린 글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최경영 기자의 트윗글 자체에 신뢰성을 부여했다.

    외교부 등 기관에 영주권 보유 확인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1심은) 외교부에 타인의 영주권 보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하지 않은 점, 이민법 전문가에게 자문을 받은 적이 없는 점을 통해 사실 확인 노력이 없다고 했으나, 이런 기관들이 경쟁 후보에게 이러한 사실을 확인해줄 가능성이 없고 이런 인식 하에 (조 교육감 측도) 문의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한 후, 유의미한 결과 얻을 수 없는 방법임을 알면서도 이를 시도하지 않은 것을 두고 노력하지 않았다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재판부는 “합리적 추측에 기반에 둔 의혹제기”라며 “결국 피고인이 1차 공표를 통해 공표한 영주권 의혹을 사고 있다는 사실을 허위라고 보기 어렵고 허위인식도 어렵다”고 했다.

    또한 재판부는 조 교육감의 의혹제기가 선거과정에 큰 파장을 일으키지 않았던 점을 지적하며 “고승덕의 객관적 해명에 관해 48시간여만에 더 이상 쟁점이 확산되지 않았다. 선거일까지 8일 남아 해명의 기회를 가질 수 있었고 고승덕이 여권 사본을 공개했다”며 “상대 후보자에 대한 무분별한 의혹제기, 흑색선전으로 유권자의 선택을 오도하는 것은 어려워 보이고 비난의 가능성이 낮은 수준”이라고 밝혔다.

    조 교육감의 의혹제기로 인해 고 후보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검찰의 주장 또한 재판부는 선거 결과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친 의미 있는 자료가 없다고 배척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 방법으로 상대 후보 검증차원에서 제기한 것으로써 의심이 드는 경우 의혹제기가 쉽게 봉쇄돼선 안 되고, 때문에 (선관위 등에서도) 경고 처분을 했다”며 “피고인은 처음부터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고, 다만 법리상 죄인지 의문을 나타냈다. 성찰이 결여된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조희연 “표현의 자유 존중한 재판부, 현명한 판단에 감사”
    “고승덕 후보와 다른 국면에서 협력자로 만날 수 있길”

    선고유예 판결을 받아든 조희연 교육감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지지자들과 함께 법정을 나섰다.

    고법 대법정 정문 인근에서 재판 결과를 기다렸던 취재진 앞에선 조 교육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 적격 검증을 위한 의혹 해명 요구는 표현의 자유를 위해 존중되어야 한다는 취지로 일부 무죄 판결을 내린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에 깊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한편 재판부가 제가 선거운동 과정에서 더욱 섬세하고 신중하게 처신했어야 한다고 판단한 점에 대해 겸허하게 수용하고, 앞으로 서울시 교육행정 과정에서 더욱 섬세하고 신중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조 교육감은 또한 “이 자리를 빌려서 고승덕 후보에게 사과와 유감의 뜻을 전하고 싶다”며 “선거 공간에서 경쟁자로 만나다 보니 이런 불편한 관계에 놓였는데, 다른 국면과 다른 조건에서는 서로 협력자로 만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재판 과정을 도왔던 지지자들에게 “그 동안 너무 많은 분들이 성원해주시고, 염려해주셔서 큰 마음의 빚을 졌다”며 “이 큰 빚을 서울교육을 위한 헌신으로 보답하도록 하겠다”고 했다.

    한편 검찰은 선고유예를 내린 항소심 결과를 이해하기 어렵다며 상고의 의지를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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