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생아보다
    신생 자동차가 많은 나라
    [에정칼럼] 자동차 중심의 사회
        2015년 09월 04일 02:30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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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이카(my car) 시대다. 국토교통부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 6월말 현재, 한국의 자동차 등록대수는 2천55만대로 2014년 말 대비 43만대가 증가했고, 10년 전보다 515만대가 늘었다. 자동차 1대당 인구수는 2.5명이고, 1대당 세대수는 1.02세대가 된다. 2014년 1년 동안 43만5400명의 아이가 태어났는데, 늘어난 자동차는 71만7091대다. 신생아보다 신규 등록되는 자동차가 더 많았던 것이다.

    손은1

    이렇게 계속 늘어나는 자동차와 우리는 공존 가능할까. 기후변화는 지금도 심각한 수준이고 석유는 생산정점(Oil Peak)을 지났거나 곧 지날 것이다. 이런 지구적 관점에서 지속가능한가 하는 문제뿐만 아니라, 지역으로, 우리가 사는 동네 골목으로 시선을 좁혀보자.

    나는 이번 여름휴가를 부산 부모님 댁에서 보냈다. 출산을 앞두고 있는 동생도 세 살배기 조카와 함께 내려와 있었다. 하루는 동생에게 잠시 휴식도 줄 겸 이모 노릇도 할 겸, 조카를 데리고 집밖으로 나섰다.

    부모님이 사는 곳은 40년 가까이 된 오래된 아파트로 나의 10대 시절 추억이 담긴 곳이다. 아파트엔 놀이터가 따로 없었지만, 동과 동 사이의 공간은 한여름에도 건물이 그늘을 만들어줘 고무줄놀이, 술래잡기, 오징어달구지, 시마차기, 땅따먹기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그곳엔 주차선이 그어지고 자동차들의 차지가 되었다. 바로 옆 다른 아파트의 놀이터가 있던 곳도 주차장이 되어 있었다.

    나의 모교인 초등학교가 떠올라 발길을 돌렸다. 부산의 오래된 동네가 그렇듯 부모님의 아파트는 비탈길에 있었고, 나의 모교인 초등학교는 그보다 더 위에 있다. 그 사이에 왕복6차선 산복도로가 있다. 신호등은 멀리 있고 땡볕에 육교를 건너가야 하는 길. 세 살 아이는 걷을 수 있긴 하지만, 비탈길과 계단을 오르고 내리기엔 아직 서툴다. 그런 조카를 걸리고 안고를 반복해 도착한 나의 모교. 새로 지어진 건물과 주차장으로 운동장이 반 가까이 줄어있었고 운동장엔 흙이 사라지고 인조잔디가 깔려 있었다.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 있는 인조잔디엔 아무도 없었고 반바지를 입은 조카가 화상이라도 입을까봐 우리도 그냥 돌아 나왔다. 그렇게 1시간 넘게 땡볕에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왔다.

    없어진 놀이터, 아파트 건물 바로 앞 주차장, 좁아진 운동장, 왕복6차선 산복도로… 늘어나는 자동차를 감당하기 위해 달라진 도시의 모습이다. 놀이터도 공원도 골목길 평상도 버렸지만 여전히 늘어나는 자동차를 우리는 따라잡지 못한다.

    놀이터와 공원을 주차장으로 바꾸게 만드는 것들

    작년 겨울 경기도 부천에서는 주차문제로 이웃 간 살인이 벌어졌다. 살인까지 가지 않지만 도시 골목길에서는 주차문제로 인해 갈등이 빈번하다. 이웃 사람 얼굴도 모르고 살다가, 주차문제로 얼굴 붉힐 때 서로의 얼굴을 보게 된다. 그래서 주택가 주차난 해소는 지역의 주요 민원이다. 좁은 골목길에 주차된 차로 인해 소방차가 들어가지 못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골목길에 있는 상점들은 주차를 막기 위해 가게 바로 앞에 입간판, 화분들을 두지만 비껴 세워진 차들이 상점을 가리는 건 막을 수 없다. 아이들이 뛰어 놀고 평상에 노인들이 앉아 있는 도시 골목 모습은 드라마나 영화 속뿐이다. 가끔 차가 세워져 있지 않을 때, 주차선 안에서 아이들이 놀고, 노인들이 쉴 뿐이다. 그러니 실제 골목의 주인은 자동차들이 아닐까.

    손은

    주차를 막기 위해 입간판과 화분을 둔 은평민중의집 랄랄라(왼쪽) 그러나 비껴 주차된 차로 오가는 길에 눈에 띄진 않는다

    한편 새롭게 지어지는 아파트들 말고, 기존의 아파트 놀이터가 폐쇄되거나 주차장으로 바뀌기도 한다. 2008년 1월 제정된 ‘어린이놀이시설 안전관리법’에 따라 2015년 1월 26일까지 모든 어린이 놀이터는 안전 설치검사를 의무적으로 받았다. 국민안전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놀이터 6만4,494개 중 1,813개(2015년 3월 26일 기준)가 안전기준을 통과하지 못하거나 검사를 받지 않아 일시 폐쇄되었다. 단지가 크고 주민 소득이 높은 아파트는 개보수해서 재개방을 하지만 상대적으로 소규모의 영세 아파트는 4~천만 원의 보수 비용이 부담되어 폐쇄를 선택한다. 대신 주차장으로 바꾸면 지자체는 주차 1면당 50만원을 지원한다. 그렇게 놀이터는 사라지고 주차장이 들어서는 경제적 동기가 된다.

    매년 원활한 교통을 위해 도로를 확장하고 터널을 뚫고 주차장을 늘리는 예산이 어마어마하다. 그러나 놀이터를 개보수하고, 공원을 늘리는 예산은 아주 박하게 배정된다.

    정치를 누구에게 얼마만큼의 세금을 걷어서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로 본다면, 현재 한국의 전 국토뿐만 아니라 골목, 동네에도 자동차 산업과 자동차를 이용하는 어른의 이해가 더 반영된 공간이다. 주차장을 늘리고 도로를 확장하는 사업은 지역정치인들의 주요 공약이다. 마이카 주인들의 정치·사회적 발언권이 주부, 아이, 노인보다 더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이카를 선택한 사람들을 탓할 마음은 없다. 출퇴근길 버스와 지하철은 콩나물시루다. 대중교통은 마이카를 유지하는 비용보다 월등히 싸거나 편리하지 않다. 더욱이 정부는 거의 3년에 한 번씩 내수를 진작한다며 개별소비세를 인하해 자동차를 구입하라는 신호를 보낸다. 매일경제신문에 따르면, 2012년 개별소비세 인하로 그 해 4분기에만 32만 3000대의 차량이 팔렸다고 한다. 우리 사회는 자동차 산업을 더 키우고, 자동차 중심의 사회 구조를 만드는 정치가 작동 중이다.

    그런 거대한 흐름을 바꾸는 작은 시도가 있다. 최근 서울 동작구 성대골 주민들은 녹지공원을 만들기 위해 기존의 공용주차장의 주차면수를 줄이는 선택을 했다. 물론 쉽지 않았다고 한다. 녹지공원을 원하는 사람들과 주차장을 원하는 사람들. 그 사이에서는 날선 토론, 끝장 토론이 이어졌고 공원을 원하는 주민들은 주민 한 사람 한 사람 동의를 받으려 다녔다고 한다. 거기에 구의원들을 설득하고 구청장 승인까지.

    그렇게 2년의 노력 끝에 지난 7월 서울시 고시로 공고되었고 곧 공사에 들어간다. 하지만 더 쉽지 않은 과정이 남아있다고 성대골 어린이도서관 김소영 관장님은 말한다. 자동차가 줄지 않고 늘어나는 한 공원을 주차장으로 바꾸자고 하는 목소리도 커지지 않겠는가.

    성대골의 도전을 보며 살기 좋은 동네, 안전한 마을은 어떠한 곳인지 다시 생각해 본다. 아마 각자의 처지와 조건에 따라 이해관계가 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동네는 아이를 데리고 갈 데가 없던데.” 조카랑 나갔다 제대로 놀아주지 못하고 집으로 들어서는 내게 동생이 한 말이다. 독립하고도 여러 번 갔지만 나는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아이를 데리고 갈 데가 없’는 동네. 아이의 엄마 눈과 아이도 없고, 가끔 차를 모는 나의 눈은 그렇게 달랐다. 그렇다. 자동차 주인 중 누군가는 가끔 아이 손잡고 골목을 나가 놀아주는 부모이고 이모이고 삼촌일 것이다. 또한 그들의 부모도 골목을 배회한다. 한 사람의 이해관계도 다층적이다. 그 이해들 중에서 어떤 것을 더 끌어내고 조직할 것인가. 나를 비롯해 지역에서 녹색정치, 진보정치를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덧붙여 이야기 하고 싶은 말이다.

    필자소개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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