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좋은 일자리에 대한 열망
    [기고] 저절로 바뀌는 현실은 없다.
        2015년 09월 01일 07:40 오전

    Print Friendly

    저절로 바뀌거나 안타까움만으로 현실은 바뀌지 않는다는 점에서 필자는 앞으로도 우리 주변의 곳곳에서 암담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단체들의 이야기를 이어서 기고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해왔다. <편집자>
    ——— 

    매주 토요일, 좋은 책을 소개해 주셔서 레디앙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여기서 소개하는 책들! 제법 읽어볼만 하더군요. 적어도 한 달에 두 권 정도는 이곳에서 소개하는 책을 구해 읽곤 합니다.

    그 중에서 가장 최근에 읽은 책은 ‘나는 언제 최고의 능력을 발휘하는가’ <공간의 재발견>인데요.

    공간이 재발견

    이 책의 저자 론 프리드먼은 일하는 방식과 일하는 곳의 환경이 바꿔야한다고 주장합니다.

    1. 작업효율을 높이려면 창의적인 업무방식이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류를 범하는 직원을 비난하기보다 그들이 무엇인가 실험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2. 커피를 마시는 것보다 일하는 중간에 운동하는 것이 더 유익하므로, 직원들에게 운동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을 제공해야 한다.

    3. 사람이 외로워지면 판단력이 흐려진다. 그러므로 직원들끼리 절친이 될 수 있도록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4.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 업무방식, 업무시간, 업무공간을 결정하게 하라. 등등

    보고 있자니 꿈만 같은 이야기들이 소개되고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런 것들이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그런 일터가 생각보다 많다고 합니다. 미국의 소위 잘나가는 기업들이 이런 방식으로 일터를 만들고 유지하면서, 업무효율과 생산성을 높였다고 주장합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과학적 근거 또한 자세하게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이 책은, 착하고 똑똑한 사장님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립니다. 혁신적인 기업주가 되어서 이 책이 주장하는 바를 따라해야 한다고 유혹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착하고 똑똑한 사장은커녕, “그냥 사장”이 되기도 힘들죠. 이런 이유로 그래서, 어쩌라고?”라며 되물으신다면, 이 책의 저자는 물론이거니와 감명 깊게 책을 읽은 저 같은 독자들도 솔직히 할 말이 없을 것 입니다.

    어떤 분들은 이 책에 소개된 기업문화를 두고 “일시적으로 이익규모가 큰 IT기업이나 혁신기업에서나 가능한 이례적인 현상이며 우리가 모르는 이면, 즉 소개되지 않은 뒷이야기가 있을 것이다”라고 주장할 수도 있습니다.

    동의합니다. 그러한 문제제기에 별다른 이견이 없어요.

    임금피크제 유감

    꿈 같은 이야기를 보고나서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니 한숨만 나오더군요. 당장 임금피크제를 두고 우리사회가 갑론을박 하는 것을 봅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청년들에게 양질의 일자리를 제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이고, 그러기 위해서 누군가의 “양보”가 필요하다고 합니다. 또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사실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 제도는 그 자체로 청년고용에 도움이 안 되며, 그 제도를 주장하는 이면에 또 다른 목적이 있다고 주장합니다.

    몇 차례 여론조사를 통해서 국민들 절반 이상이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찬성하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후자의 의견이 우리사회에서 “소수의견”인 것 입니다.  논리의 전쟁이 펼쳐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차원의 막강한 지원 덕분인지 이 소수의견은 방어적이고 대단히 왜소해 보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충분히 설득력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역시 많습니다. 저 역시도 여러 가지 근거와 전망을 살펴본 결과, 이 제도가 허점이 많고 대단히 위험한 시도라는 주장에 동의하게 되었습니다.

    비록 절반 이상의 국민들이 이 제도의 도입을 막연하게 찬성하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우려도 존재한다는 것이, 동반해서 진행된 여론조사의 설문항목을 통해 드러나고 있습니다.

    임금피크제를 찬성하는 고령노동자들의 대부분이 “안정적인 정년보장이라는 전제”하에 이 제도를 찬성한다고 밝혔다는 점, 과반에 가까운 청년들이 “임금피크제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합니다.

    현수막

    사실 이 제도의 도입을 두고 형성되는 각종 여론, 그 여론 속에 담겨있는 다수 사람들 바람의 본질은 다른 데 있습니다. 바로 안정적인 일자리 /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사회적 요구입니다.

    “니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알아?”

    양질의 일자리를 두고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높은 임금이 양질의 일자리를 보장한다고 하고, 어떤 사람들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합니다. 소수의견이기는 하지만, 작업과정을 스스로 결정해보자는 사람들도 있고 직장 내 인간관계가 민주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참으로 훌륭하지만 고상한 이야기입니다. 높은 임금은커녕 법이 정한 최저임금조차 받기 힘든 사람들이 많습니다. 칼퇴근은커녕 돈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 새벽부터 밤까지(아니 새벽까지) 일해야 하고, 짧디 짧은 휴가 중에 상사의 업무지시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부지기수입니다.

    견딜 수 없는 업무강도로 인해 몸과 마음이 피폐해 있지만, 이를 토로하고 상의할 수 있는 동료나 상사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 일을 관두는 것이 그나마 속 편한 일이고, 일을 관두는 과정에서도 온갖 멸시와 비난을 감당해야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이런 탈출과정을 견딜 수 없는 멘탈의 소유자라면 그냥 참고 다닙니다. 그게 미덕이라고 스스로를 채찍질 합니다.

    공공기관이나 대기업에 임금피크제 도입해서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다 한들 뭐가 크게 달라지는 걸까요? 양질의 일자리 늘어나는 걸까요? 위와 같은 현실을 방치하고 있는데 양질의 일자리가 저절로 생겨날까요? 어찌어찌해서 실업률 좀 줄어들면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걸까요?

    아까 소개해 드렸던 책에 대해 다시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노동자들이 좋은 환경,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일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지 않나요? 여러분도 <꿈의 직장>에서 일하기를 원하지 않습니까? 적게는 하루의 1/3, 많게는 하루의 대부분을 생활하는 곳이 직장인데, 여기서 행복할 수 없다면 도대체 어디서 행복할 수 있을까요? 

    저는 이러한 염원을 긍정하고 사회가 변화할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촉구하는 것은, 많은 어려움과 고단함이 산재한 현실과 무관하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앞뒤가 바뀌었습니다. 누구 것을 빼앗기 전에 내 것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져야 하는데 그런 것은 뒷전으로 밀린지 오래입니다. 이런 방식의 고민이라고는 전혀 없는 정부와 여당에게 애당초에 바랄게 없습니다. (관련기사 – 청년의 절박함에 훈시와 허무맹랑한 조언만 난무)

    오히려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체로 동의하는 사람들, 진보적 시민운동이나 노동운동에 대한 원망이 생기더군요. 아무것도 안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누군가를 비난하기에 앞서 그 사람에 대해 먼저 이해하고 알아가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아닐 겁니다. 그것이 옳다고 이성적으로는 동의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사는 것을 쉽게 용납하지 않습니다. 이해보다 오해를, 협의보다 혐오를 체계적으로 종용하고 있는 것이 현대사회입니다. 평소에 그렇게 살아온 것 같아 부끄럽습니다. 반성을 하자니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오해에 앞선 이해를 실천하고자 합니다. 앞서서 이야기 했던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요구를, 그저 고상하게 고민하는 정도가 아니라 치열하게 부등켜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찾아봤습니다. 생각보다 그런 사람들, 그런 단체들이 많았습니다.

    미래1

    사진설명 : 서울남부-구로지역을 중심으로 임금체불신고접수를 위한 전화를 개설하고 홍보활동을 하는 <노동자의 미래> 같은 곳도 바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입니다.

    미래2

    원래는 책 소개로 시작해서 몇 줄의 글로 그런 사람들을 스케치하려고 했습니다만 너무 많아서 1회성 기사에 모두 담는 것은 포기하게 되더군요. 그 정도로 많았다는 겁니다. 진보운동, 노동운동이 죽었다고 하지만 아직 “살아있는 화석”같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한 정보를 종합하고 친절하게 소개하는 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더 알려져야 할 활동, 더 폭넓게 논의되어야 할 이야기, 더 격렬하게 요구되어야 할 주제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당분간 레디앙을 통해서 이런 일을 진행해 볼까 합니다. 양질의 일자리를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들을 소개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이들을 이해하고 지지할 수 있도록 돕는 정보를 정기적으로 게재할까 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더 많은 지혜가 모이고, 더 많은 자원이 모인다면 지금보다 일을 더 크게 벌릴 수도 있을 겁니다. 부디 그럴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제보와 조언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앞으로 실릴 기사들도 눈여겨 봐주십시오. 저와 페이스북 친구(필자의 페북)가 되어주시는 것도 대환영입니다. 감사합니다.

    필자소개
    때로는 하청노동자 때로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페이스북 www.facebook.com/dolja21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