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가 없어진 시대
    [책소개]<저널리즘의 미래>(이정환 김유리 등/ 인물과 사상사)
        2015년 08월 29일 05: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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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달라졌다. 국내 스마트폰 가입자는 4,000만 명을 넘어섰고(2014년 기준), 성장기부터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접한 젊은 세대에게는 종이 신문과 방송 뉴스를 챙겨보는 습관이 없다. 이들은 모바일 화면을 통해 휘발성 강한 가십성 연예 기사나 생활 정보 기사 따위를 주로 본다. 이에 언론사는 생존을 위해 연예·스포츠 뉴스 상품 개발에 더욱 몰두했고, 포털 사이트의 실시간 검색어가 언론사에 사실상 ‘트래픽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런 상황은 플랫폼 다변화에 따른 뉴스 범람의 시대가, 역설적으로 ‘뉴스 없음’의 시대임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제 사람들은 반드시 읽어야 하는 뉴스와 재미로 읽는 뉴스를 전혀 구별하지 않는다. 언론이 포털로 인해 동질화되면서 지금 자신이 읽고 있는 매체가 어떤 방향성을 가진 매체인지 인식하는 사람조차도 매우 드물어졌다.

    저널리즘의 미래

    모바일 뉴스 소비가 늘어날수록 단편적 소비가 늘어나며, 완성도가 떨어지는 뉴스가 끊임없이 공급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제 다른 미디어 플랫폼을 생각하는 것 자체를 매우 어려워한다. 습관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적극적으로 좋은 뉴스를 찾아 대안을 모색하는 사람을 표준으로 보기는 어렵다. 미디어 소비의 총량은 늘어나고 있지만 ‘어떤 소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한 사회적 분석은 부족하다.

    이런 현실 속에서 『저널리즘의 미래』는 언론이 처해 있는 사회문화적 환경을 총체적으로 돌아보고, 현실에 대한 날카로운 분석을 가한 뒤, 엄혹한 현실 속에서 저널리즘이 나아갈 길을 모색한다.

    소통 지점이 사라진 뉴스 소비

    사람들은 이제 자신이 보고 싶은 기사만 골라서 본다. 인터넷 보급 이후 정파적 보도가 늘어난 이유가 여기 있다. 정파적인 뉴스의 강화는 진보와 보수를 떠나 해당 언론사의 생존을 위해 뉴스가 상품화되는 것을 의미한다.

    인터넷 중심의 뉴스 소비는 역설적으로 다른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찾는 소통의 지점을 잃어버리게 했다. 지상파 뉴스는 갈등이 첨예한 사회 이슈를 아예 다루지 않거나 축소 보도하고 있다. 또는 기계적 중립에 만족하고 있다. 그 결과 의제 설정 기능을 잃어버렸다.

    편향된 뉴스를 빙자한 주의 주장을 듣는 세대, 포털에서 트래픽 목적으로 양산된 텍스트를 읽는 세대 모두 사회문제의 맥락을 짚어내는 ‘진짜 뉴스’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더욱이 ‘본방사수’가 사라지고, 출근길 종이 신문이 사라지고, 네이버 뉴스 캐스트가 사라지며 규칙적으로 뉴스에 노출되지 않는 시대가 왔다. 연예 정보를 제외하면, 뉴스를 아예 안 보는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작가 알랭 드 보통은 “민주정치의 진정한 적은 무작위의, 쓸모없는, 짧은 뉴스들의 홍수다. 그것은 점차 사람들이 이슈에 대한 본질을 파고들고 싶지 않게 한다”고 지적했다. 오늘날 뉴스가 맞닥뜨린 문제는 전 세계적이다.

    뉴스인가, 소음인가?

    파편화되고 편향적인 뉴스 홍수의 시대에 사람들은 뉴스의 맥락을 좇지 못한다. 언론사가 난립해 자격 없는 사람들이 포털에 기대 디포메이션(deformation)을 양산하며, 포털은 비즈니스 관점에서 이들을 활용한다. 이런 가운데 미디어별 하루 평균 뉴스 이용 시간은 모바일을 제외하고는 감소세다.

    영국『로이터』의 디지털 뉴스 보고서에 따르면 페이스북과 트위터 사용자의 절반이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한다고 밝혔다. 뉴스가 너무 많은데 무엇을 봐야 할지 판단이 어려워, 친구의 안목을 믿는 셈이다.

    21세기 미디어 수용자가 단일 창구에 뉴스 소비를 의존하지 않는 경향을 두고, 많은 선택지와 다양성을 제공하는 인터넷 덕분에 뉴스 소비자가 다양한 견해를 접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는 적극적인 뉴스 수용층에게만 의미 있는 말이다.

    세상이 이런 흐름으로 갈수록 뉴스의 질이 더욱 중요해진다. 이를 위해 앞으로 언론은 단순히 사실을 모으기만 해서는 안 되고, 지적 편향을 통해 사실의 타당성을 가려내야 한다. 기자들은 스스로 ‘나는 누구를 위해서 이 기사를 쓰고 있나’라는 물음을 던져야 한다. 2015년 BBC가 내놓은 「뉴스의 미래」보고서의 주요 의제는 ‘뉴스 대 소음(News vs Nois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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