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이후 적극적 행동이 중요
미-중 화해 시대 연 닉슨 참조해야
    2015년 08월 29일 12:0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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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고위급접촉 타결과 엇갈리는 전망

악화일로를 걷던 남북관계가 2+2 고위급 접촉이 진통 끝에 8월 25일 합의에 도달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했다.

그 이후 합의와 그 내용에 대한 정부여당의 자화자찬, 수구적 보수파 등의 불만, 김관진 안보실장과 황병서 총정치국장 등 남북 합의 당사자의 다른 해석 등 부수적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그러나 군사적 충돌 심화의 위기 속에서 남북이 대화를 통해 위기 증폭을 차단했다는 점, 대화와 관계개선의 모멘텀을 형성했다는 것만으로도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중론이고, 필자도 동의한다.

그런데 이번 합의 이후 남북관계가 지금까지의 불통과 불신, 군사적 충돌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고 남북정상회담까지 나아가는 관계 발전을 이룰지, 단지 위기의 일시적 미봉에 그칠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그 예측의 1차적 바로미터는 정부 당국의 의지와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26일 통일부 대변인은 남북대화와 접촉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다방면에서 전개될 것으로 내다보며, 5.24조치에 대해서는 이후 당국 간 회담에서 충분히 대화로써 다뤄질 수 있는 문제라고 답해 정부가 이후 남북관계에서 적극적이고 전향적으로 임할 것이라는 인상을 던져주었다.

그러나 27일 청와대는 협상은 지금부터 시작이라며, 하나하나 풀어가야 한다고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5.24조치에 대해서는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금방이라도 해제할 것처럼 하면 이상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NSC 상임위에서도 5.24조치 및 금강산 관광 등에 대해서는 (북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기본 입장에 변화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이것이 단지 이후의 협상을 유리하게 이끌고자 하는 것인지, 정책의 기조가 여전히 소극적인지 아직 예단하기는 힘들다.

한편 북한은 협상 당사자 중 한 명인 김양건 비서가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지뢰폭발에 대해 ‘원인모를 사건’이라고 규정하면서도, “극단적인 위기를 극복한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북남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건설적인 방향으로 전진시켜 나가야 한다”며 대담한 관계개선을 주장했다.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역시 이번 접촉 결과가 “민족의 운명을 걱정하고 평화를 귀중히 여기는 숭고한 이념의 승리”라고 높이 평가하면서, “화를 복으로 전환시킨 이번 합의를 소중히 여기고 풍성한 결실”을 이루자고 해 적극적인 남북관계 개선의사를 밝혔다.

남북합의

8.25 남북 고위급 접촉 공동보도문 합의 후 기념촬영

이렇듯 이번 합의에 대한 남북 당국의 내부에서의 각각 다른 선전들과 남과 북 당국의 표면적 관계개선 의지표명의 온도차가 있어 각자 무엇을 중시하느냐에 따라 해석과 전망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북한이나 남한 정권의 기본적 속성에 따른 정책의 고정 불변성을 주장하지 않는, 즉 이번 합의의 긍정성을 인정하는 사람들도 기회가 현실화될지와 관련해서는 의견이 갈리고 있다. 상대적으로 자신 있게 낙관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명박 정권 이후 남북관계가 크게 후퇴한 상황에서 남북의 서로에 대한 신뢰가 극히 낮을 뿐만 아니라, 특히 양 지도부의 관계개선 의지의 정도와 정책적 일관성에 대한 신뢰도가 높지 않아 예상되는 몇 가지 고비들을 잘 넘길 수 있을지 회의적이라고 할 수 있다.

예상되는 1차 큰 고비는 10월 10일 노동당 창당 기념일 즈음, 장거리로켓 발사(미사일 실험)가 진행될 것인가, 그리고 여기에 한국 정부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이다.

합의문과 연계해 분석해보자면, 3항에서 ‘비정상적인 사태’와 확성기 방송을 연계시켜 놓았는데 이게 북의 군사적 도발 등 강경책을 억제할지, 아니면 이후 오히려 충돌을 쉽게 에스컬레이터 시킬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확성기 방송이 북이 단지 극도로 싫어할 뿐만 아니라 그 효과가 아주 큰, 남의 유력한 비대칭전력인 것처럼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새누리당 의원들과 국방부장관이 주고받은 말처럼 장거리미사일(로켓) 발사와 핵실험 등도 비정상적 사태로 간주하고 대응하는 것으로 정리되고 실제로 행동에 옮길 경우, 북은 자신들의 ‘평화로운 위성발사’에도 남한이 앞장 서 적대적 행위를 한다며 강력 반발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번 합의에도 반하는 것이라며 합의 자체를 무효 선언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박 대통령 임기 내 남북정상회담은커녕 관계개선의 기회도 사라지고 위기는 훨씬 증폭될 것이다.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의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대북정책 필요

남북관계에 대한 전망 중 어떤 부분이 현실화되느냐 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남북 당국의 의지와 실천에 달려있다. 만약 한국 정부가 이번 합의에 대해 자신들의 ‘원칙’이 관철된 것이라며 국민들에 선전하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그걸 진심으로 믿으며 5.24조치 해제를 천안함에 대한 명시적 사과 및 재발방지 약속과 연계시키는 정책을 고수하면 남북관계는 전환의 동력을 살려가기 쉽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정부가 이미 합의한 사항의 이행을 위해 다음과 같은 노력을 전개할 것을 제안한다. 첫째, 5항의 이산가족 상봉을 반드시 성사시키되, 1회에 그치지 않고 금강산 면회소를 이용한 정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금강산관광 재개에 적극적으로 임할 필요가 있다. 둘째, 6항의 다양한 분야에서의 민간교류 활성화를 위해서는 5.24조치 해제 등에 대해 보다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 셋째, 1항의 빠른 시일 안의 당국회담 개최를 통한 여러 분야의 대화와 협상 진행 약속을 보다 발전시켜, 2+2회담이든 장관급 회담이든 당국 간 회담을 수시로 개최하는 등 정례화 시킬 필요가 있다.

북한 당국 역시 최고지도부의 관계개선 천명에 걸맞게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노력을 함께 전개해야 할 것이다. 만약 이런 노력을 일관되게 전개하기는커녕, 국제사회와 남한의 북 장거리로켓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발사를 강행하는 등의 강경책을 편다면, 북한이 주장하는 미국의 적대적 대북 정책 청산은커녕, 남북관계 발전도 크게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2000년 미사일 문제에 대한 북미 코뮤니케의 경우 김대중 정부와 6.15 정상회담이라는 조건 하에서 가능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번과 같은 사태를 되풀이 않기 위해서는 핵과 평화체제 등 한반도의 핵심적인 사안들에 대한 보다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정책들이 요구된다.

박 대통령과 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최고위급 대리인들이 긴급접촉을 통해 무박 4일간의 지난한 협상을 해야 했던 일련의 사태가 발생한 것은 근본적으로 한반도 정전체제의 불안정성, 이와 연계된 북의 핵-미사일 개발, 그나마 이를 관리하던 남북관계가 악화될 대로 악화된 데에 연유한다. 이 문제를 단지 북의 도발-합의-보상이라는 악순환의 문제로만 보거나, 그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며 재발방지 관련 약속이나 확성기 방송 등의 제어장치로 막겠다, 완전히 해결하겠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이번 합의를 이끌어낸 것이 한미동맹을 통한 힘의 과시 및 중국과의 공조를 통한 대화 압박이었고, 이게 북핵 해법의 새 모델이 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지난 7년간 시도해왔지만 성공하지 못한 정책으로, 이미 흘러간 물로 물레방아를 돌리겠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누차 강조하고 되풀이하지만, 이 문제는 비핵화 6자회담의 조속재개-정전체제의 평화체제 전환 회담 병행 등 포괄적 접근, 그랜드바겐을 통해서 풀 수밖에 없다.

이번에 남북이 합의에 이름으로써 9월 한중정상회담, 10월 한미정상회담 등의 의제도 단순히 북의 도발 억제에 대한 협조 구하기에서 벗어나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 달성 등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은 그동안 아베의 퇴행적 행태에 대해서도 북한 위협 대처를 명분으로 한 미국의 ‘과거사 묻기-한미일 3각 안보협력 강화’ 정책에 의해 효과적 대응을 못하고 대중 견제의 자장에 끌려들어가고 있었다. 국제정치라는 거대한 장기판에서 ‘졸’로 전락할 상황이었다. 다른 한편, 중‧일의 실리주의적 접근에 의해 자칫 방황하는 외톨이가 되지 않겠느냐는 비관적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 한중일 정상회의 추진에 탄력을 받는 등 상당한 외교적 자율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이렇듯 중국의 보다 적극적인 협조, 미중 간 갈등의 예방, 최소한 그 갈등의 소용돌이에 전위로 서지 않기 위해서는 남북관계 개선이 주요한 토대가 된다는 것을 이번 사태와 이후 외교적 전망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즉 북한 문제에 대한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정책으로의 전환과 실천은 비단 남북관계 개선에 그치지 않고, 국가와 민족의 평화를 지키고 외교적 자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도 한 번 하지 못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지 않고, 미중 화해의 신시대를 개척한 닉슨 대통령의 길을 따라갈 것을 기대하고 촉구한다.

필자소개
한반도와 동아시아 평화문제를 연구하는 정책가이며, 진보정당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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