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동개악 반대는 '비애국적'?
    "정말 노동운동, 노동정치가 잘 해야 하는데..."
        2015년 08월 26일 09:36 오전

    Print Friendly, PDF & Email

    “경제 침체로 모든 국민이 허리띠를 매는데, 자기 회사 어려운데 귀족노조는 나만 배부르면 된다는 식의 이기주의와 기득권 지키기로 일관하고 있다. … 지역경제와 나라경제 흔드는 일부 노조의 비애국적 행위가 계속되면 결국 우리 국민의 외면과 분노에 직면해 설 자리 잃게 될 것 … 노동개혁은 청년 실업의 해결과 경제 재도약을 위한 것이지 노동계의 희생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전체 근로자의 10%도 안 되는 일부 강경 노조, 기득권을 지키려는 과격 노조로 인해 나머지 90% 이상 근로자들이 눈물을 흘리고 손해를 보는 일이 있어서는 결단코 안 된다.”

    24일 새누리당 대표인 김무성이 최고위원회에서 내뱉은 ‘저주’라고 한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총파업 예고와 한국노총 내 노사정위원회 참여 반대를 주장하는 노동자들을 직접 겨냥해 집권여당 대표가 내뱉은 말이다. 이 발언에 대해서 대부분의 언론들은 “대기업 노조에 대한 경고”라고 표현했다.

    다시 확인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추진하려는 노동개혁(안)의 핵심은,

    ① 정규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성과가 낮으면 기업이 언제든지 해고를 할 수 있도록 ‘저성과자 일반해고 완화’제도를 만들고 (쉬운 해고)

    ② 근로자에게 불이익한 취업규칙 변경 시 노조의 동의나 소속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무시하고, 회사 측이 일방적(근로자에게 불이익이 되도록)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만들고 (회사에게 생사여탈권 부여)

    ③ 장기근속 노동자들의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임금 뺏기)

    ④ 35세 이상 비정규직(기간제) 노동자들을 4년 동안 연장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비정규직 사용을 더욱 쉽게 만들고 (비정규직의 확대 확산)

    ⑤ 55세 이상 고령 노동자에 대한 파견업종을 더욱더 늘려 비정규직을 확대하자.(고령층 착취의 확대)

    김무성 대표는 위와 같은 내용에 반대하는 노동조합, 노동자들을 향해 대놓고 “비애국적 행위”라고 낙인을 찍었다. 그의 말을 뒤집어놓고 해석하면 정부가 주장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받아들이는 노동조합과 노동자는 “애국적 행위”를 하는 사람들이다.

    김무성2

    일제 강점기에 대한민국 청년들을 “일본 천황을 위해 태평양 전쟁터로 나서라”며 선동질까지 했다는 김용주, 일제가 망하고 조선에서 떠난 뒤 적산기업 전남방직을 한국전쟁 중에 불하받아 부자가 된 김용주, 그 김용주의 아들인 김무성 대표에게 “애국적 행위”가 뭐냐? 노동자의 아픔을 알기나 하냐? 라고 묻자니 내 입만 더러워질 것 같아서 그만둔다.

    2015년 3월 26일 공직자 재산 신고에서 137억 5600만원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한 김무성 대표에게 “당신이 대한민국 노동자의 처지를 아느냐?”고 묻는 내 자신이 바보이지.

    정규직 노동자 해고를 자유롭게 만들고, 장기근속-숙련노동자들 임금을 강탈하고, 비정규직 사용을 더욱더 쉽도록 만들어서 노동자들에게 가혹한 고통전담을 강요하고, 자본가들에게 돈벌이 천국의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겠다는 박근혜 정권.

    이따위 정책을 던져놓고 청년실업자 취업과 경제 재도약, 노동시장 2중 구조 해소를 위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라고 떠들고 있으니… 그리고 뭐? 이를 반대하면 ‘非애국자’라고… 참,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힐 노릇이다.

    세상에 어떤 노동조합이 자기 소속 조합원들 “해고를 쉽게 하고, 임금을 깎고, 비정규직으로 전락시키겠다”는데 가만히 앉아서 쌍수를 들고 “찬성”할 수 있는가? 그런 노동자나 노동조합이 있다면 그 자체가 정신줄 놓은 인간들이지.

    뭐라,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안 받아들이면 “비애국자”라고, 그렇다면 청년실업자가 41만명을 넘어서고, 학자금 대출로 인해 수천만 원 빚더미에 올라앉아 사회생활을 시작하는 수만 명의 청년들, 날로 힘들어지는 중소기업은 구인난에 허덕이고, 대기업 재벌들은 자본을 해외로 이전하고, 30대 재벌들 곳간에는 710조 원이 넘는 사내유보금이 쌓여있는 2015년 대한민국의 자화상.

    대한민국을 오늘의 이 꼴로 만들어 놓은 이명박-박근혜, 집권당인 새누리당 정치권력을 우리는 뭐라고 불러야 하나?

    쓰레기 같은 노동개악을 반대하는 노동자들이 “비애국자”라면, 나라꼴을 이 모양으로 만들어놓은 너희 정치권을 우리는 “매국노”라고 불러야 하는 것 아닌가?​

    10%도 안 되는 강경 노동자들의 기득권을 빼앗아 노동조합조차 없는 90% 근로자들 눈물을 닦아주고,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에라이…

    정부가 내놓은 저따위 정책이 노동현장에 적용되면 노조가 있는 10%는 스스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저항이라도 하겠지만, 노조조차 없는 90%의 노동자들은 찍소리 한 번 못하고 고용불안, 저임금, 비정규직으로의 전락의 불안과 고통에 시달릴 것이라는 사실을 몰라서 저따위로 떠드는 거냐. 정치권력을 거머쥔 너희들이 언제 노조조차 없는 90% 노동자들의 고통에 눈길이라도 한번 준 적이 있었더냐?

    나는 김무성이라는 사람에게 관심도 없었다. 그런데 몇 년 전, 울산지방 방송의 뉴스를 보다가 “뭐 저런 xx가 다 있어”라며 분개했었다. 당시 뉴스에 등장한 머리 큰 인간이 떠드는 말 “현대자동차 귀족노조를 두드려 잡아야 합니다”라고 대놓고 내지르던 그.

    어쩌다가 친일세력 후손, 적산기업을 얻어서 배를 채운 자본가의 아들 김무성 같은 사람에게 “비애국자”라는 조롱까지 듣게 되었는지… 매국노 같은 인간들에게 말이다.​

    정말로 노동조합, 노동운동, 노동정치 제대로 잘 해야 하는데…라는 생각에 휴~ 한숨만 절로 나온다.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