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도 논리도 없고,
우격다짐만 있는 정권
강압에 맞선 공공기관 노조 투쟁
    2015년 08월 24일 04: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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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의 조폭과 같은 행태가 갈수록 어마무시하다. 8월 5일에는 최경환 부총리가 각 부처 장차관들과 공공기관장들을 모아놓고 임금피크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면서 임금피크제 도입 여부와 내용을 경영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았다.

바로 다음 날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대국민 담화문의 형식을 빌어 공공기관노조들을 협박했다. 입만 열면 법치주의라는데, 법도 없고 논리도 없고 우격다짐만 있을 뿐이다.

대통령은 공공, 노동, 교육, 금융 등 4대 구조 개혁에 고통을 무릅쓰고 동참해 달라고 열을 올렸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316개 공공기관이 올해 중에 반드시 임금피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말밖에 없었다. 임금피크제만 실시하면 우리 경제가 위기에서 단번에 탈출할 것처럼 확신을 갖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실질 노동시간 단축이나 청년고용 할당제 등 정부가 제도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외면하고, 700조원이 넘는 사내 유보금을 쌓아놓고 있는 30대 재벌 대기업들로 하여금 고용을 늘리게 하는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채, 오로지 성실하게 일해온 노동자의 임금을 깎는 것에만 혈안이 되어 있다. 호의호식해온 권력과 자본은 일체의 양보를 하지 않고 모든 고통은 국민들만 감내하라는 것이다.

대통령까지 나서서 공공기관들을 압박하자 바빠진 것은 정부 각 부처였다. 문화관광부, 농축산식품부 등이 앞 다투어 산하 공공기관에게 임금피크제 조기 도입을 강요하기 시작했고, 산업통상부는 40여개 공공기관장들을 불러 모아 10월까지 기관장직을 걸고라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완료하겠다고 선언하게끔 했다.

기재부는 각 부처에 지침을 보내 선도기관을 지정하여 8월까지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하고 나머지 기관들은 10월까지 완료하라고 들볶고 있다. 그 과정에서 총리실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국외 출장 중인 기관장에게까지 전화를 걸어 임금피크제 시행 계획을 빨리 제출하라고 채근했다.

연일 정부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사용자들은 아직까지는 다른 기관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하면서도 앞장서서 일을 저지르지는 않고 있다. 남부발전과 서부발전처럼 직원 개별 동의서를 강요하여 임금피크제를 불법적으로 도입한 곳도 있고, LH 등을 비롯해서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개별 동의를 받겠다는 방침이 흘러나오고 있기는 하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려면 노조와 교섭을 거쳐야 하지만 구체적인 교섭안을 제시하고 노조를 설득하려고 하는 사용자는 아직까지는 많지 않다. 물론 정부가 제시한 8월 말, 10월 말이라는 시한이 다가오면 사용자들의 불법 부당노동행위들이 극심하게 늘어날 것이다.

공투본 집회

7월 공공, 금융부문 공투본 집회 모습(사진=노동과세계 변백선)

임금피크제 등 노동개악, 노조의 투쟁이 관건

당연한 얘기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임금피크제의 향방은 결국 노조의 투쟁에 달려있다. 그것을 이끌어가야 하는 양대 노총의 상태는 어떤가?

4월과 7월에 2차례의 총파업을 선언했지만 성과가 미미했던 민주노총은 현재 진행되는 치열한 노정 대치 국면에서 유감스럽게도 존재감이 별로 없다. 한국노총은 현장의 반발에 밀려 노사정위 복귀 논의를 26일로 늦추기는 했지만 더 이상 버틸 것 같지는 않다. 그래서 양대노총 공공부문 공동투쟁본부와 여기에 속한 공공기관노조들이 얼마나 잘 싸울 것인가가 관건이다.

공공기관노조들은 1단계 가짜 정상화 과정에서 값비싼 수업료를 치르고 학습한 덕분인지 그나마 현재까지는 작년처럼 속수무책으로 무너지지는 않고 있다. 공공부문 공투본은 9.11 공공기관 노조 총파업 및 총력결의대회를 성사시키기 위해서 공투본 대표자 혁신도시 순회간담회(10곳), 공공기관 유형별 대표자회의 등을 연달아 진행해 왔고 9월 초에는 동시다발 대국민 선전전을 진행할 계획이다.

공기업 1군 노조 대표자회의에서는 임금피크제 등에 개별 합의하지 않고 공동대응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고, 한국노총의 노사정위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9.11 공동파업과 집회 투쟁을 결의했다. 이어 공기업 2군 노조 대표자회의도 같은 수준의 결론을 도출했다.

이러한 열띤 투쟁 준비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노조들의 고민은 9.11 파업의 규모와 강도는 정부의 압박을 잠재울 만큼 크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다.

공공운수노조의 경우 국민연금지부와 가스공사지부가 파업이 가능하고 철도시설공단노조가 총회 투쟁으로 집중한다는 것 말고는 다수 노조들이 파업에 준하는 투쟁 방침을 구체적으로 결정하지 못했고, 한국노총 소속 공공기관노조들도 실제 전면 파업에 들어가기는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8월 말이 임박하여 일부 공공기관노조들이 정부와 사용자의 공세에 무너질 수도 있다.

일부 공공기관노조에서 정부 지침에 따라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더라도 다수 공공기관노조들이 작년처럼 뒤따라가지는 않을 것이다. 임금피크제는 임금피크제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이다.

임금피크제 전선이 무너지면 정부는 파죽지세로 누적식 성과연봉제, 저성과자 퇴출제(이진아웃제), 취업규칙 개악 절차 완화, 일반 해고 요건 완화 등 노조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것들을 한꺼번에 밀어붙일 것이다. 그러므로 공동 투쟁이든지 연대전선이 무너져 개별 투쟁하든지, 공공기관 노조들은 이번 투쟁을 결코 피할 수 없다.

현재로서는 공공부문 공투본의 결정사항과 각 조직의 내부 투쟁 방침들을 제대로 실천하고 9.11 파업을 최대한 조직하는 것이 시급하고 중요하다.

공공기관 노조들이 8월 말을 무난히 넘기고 9.11 파업을 성공적으로 해내더라도 정부의 방침이 곧바로 바뀌지는 않는다. 정부가 강요하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기는 2016년 1월부터이다. 10월 말도 넘기고 올해 연말까지 함께 투쟁해야 임금피크제 지침을 폐기하거나 그 내용이라도 대폭 바꿀 수 있다.

그러기에 한 번의 파업 투쟁 못지않게 하반기 내내 크고 작은 투쟁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잘해야 한다. 공세적인 투쟁이 어렵다면 버티기라도 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협박이 대부분의 공공기관 노조들에게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되는 시점이 오면, 정부가 교섭하자고 먼저 공공기관 노조들에게 손을 내밀 수도 있다.

중언부언했지만 간략히 간추려 본다. 공공기관 노조들은 모든 힘을 다해 9.11 파업을 조직하자. 노조 대표자들은 열정과 헌신으로 현장 간부들과 조합원들의 투쟁 의지를 하나로 모으고 힘껏 투쟁하자. 나아가, 파업 못지 않게, 끝까지 함께 버티기는 더 중요하다. 그러려면 경영평가와 기관평가 따위 이해관계를 뛰어넘어 노조 대표자들끼리 상호 신뢰와 굳건한 연대를 다져서 쉽사리 투쟁 대오에서 이탈할 수 없는 힘을 만들자. 특히, 선도적으로 투쟁하는 노조에게는 지역과 소속을 떠나 인적 물적 지원을 최대한 집중해서 함께 승리를 만들자.

필자소개
민주노총 공공연구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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