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고] DMZ 포격전
    누가 더 제정신이 아닌지 보여주고 싶은 것인가
        2015년 08월 24일 10:5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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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 어디서 나온 지뢰인지 결정적 증거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11년만에 남북 합의를 어기고 확성기 방송을 시작할 때부터 불안했다. 그러더니 결국 이 지경이 됐다. ‘42년만에 DMZ에서 남북 간 포격전이 벌어지게 됐다’는 것이다.

    이렇게 사태를 악화시키는 데 힘을 보탠 남북한의 모든 세력은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특히 북한 지뢰 도발을 기정사실화하며 ‘단호한 응징’, ‘확전 불사’를 떠들었던 우파들은 호전적 선동을 그만둬야 한다.

    특히 이들은 최근 “정전협정 무시하고 원점과 지휘부까지 타격하겠다던 안보실장 김관진은 뭐 하냐”라며 군부 강경파를 더욱 부추겨 왔다. ‘북한이 도발했는데 뭐하고 있냐’며 ‘안보 무능’이라고 박근혜 정부를 압박하던 새민련도 잘 한 게 없다. 물론 확성기에 포탄으로 대응한 게 사실이라면 북한군도 큰일날 일을 한 것이다.

    호전적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은 이제, ‘진돗개 하나’가 발령된 한국군과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북한군이 위험천만한 상황으로 빠져드는 것을 보면서 과연 만족스러울까? 병력이 전진배치되고 주변지역 주민들이 대피를 하는 이 상황을 보면서 즐거울까? 누가 더 엄청난 재앙이 터지든 말든 신경 안 쓸 정도로 정신나갔는지 겨루는 식의 치킨게임이 진정으로 그들이 원하던 것인가?

    물론 한국 정부와 군부는 이 치킨게임에서 ‘우세’를 만들고 있는 듯하다. 확성기에서 1킬로나 멀리있는 야산에 떨어졌다는 14.5미리 포탄 한 발에 155미리 포탄 29발로 대응하는 ‘무모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실 14.5미리면 ‘포탄’보다는 ‘총탄’에 가깝다. 그런데 축구장 하나 이상은 초토화시킬 화력의 포탄 수십 발로 보복에 나선 것이다. 교전수칙의 기본인 ‘비례성’에도 맞지 않는 대응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더 얼척없는 일은 북한이 자신들은 포탄을 쏜 적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한국군이 “아군 포병의 발사원점도, 자기측 지역에 있어야 할 포탄의 낙탄지점도 확인하지 못하고 아군이 발사하였다는 포탄이 고사포탄인지, 소총탄인지, 로켓탄인지도 분별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러한 군사적 도발을 거리낌없이 감행”했다는 게 북한측의 항변이다. 한국 정부과 군부는 빨리 무슨 증거를 내놔야 하지 않는가? 하다못해 보온물병이라도.

    물론 한반도에서 남북한 지배자들이 일으켜 온 긴장고조 사태는 하루 이틀 벌어진 일이 아니다. 이 상황이 곧바로 확전이나 전면전으로 나아갈 가능성은 아직 그렇게 높지 않을 것이라 믿고 싶고 정말 그러길 빈다. 하지만 몇 가지 요소들 때문에 불안감이 커지는 것이 사실이다.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들

    첫째, 북한 악마화와 종북몰이를 통치의 핵심무기로 이용해 온 박근혜 정부가 집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구나 이 정부는 ‘곧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있고, 김관진같은 호전적 강경우파들을 전진배치해 놓고 있다.

    둘째, 오바마 정부가 중국 봉쇄를 위한 북한 압박에 몰두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는 2013년 한미군사훈련 때 처음으로 핵폭격기를 한반도 하늘에 띄웠고, MD 구축과 사드 배치에 매달리고 있다. 지금 미 국방장관은 2006년 ‘북한 선제공격론’을 주장했던 애슈턴 카터다.

    셋째, 한반도 긴장 고조를 재무장의 빌미로 이용하며 ‘전쟁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한 일본이 옆에 있다. 미일 동맹 강화 속에서 일본 자위대는 이미 그 활동 범위를 한반도로 확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넷째, 압박과 고립 속에서 북한 김정은 정권이 위험한 길을 택할 가능성이 높아져 왔다. 이미 다가오는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맞아 북한이 장거리 로켓을 발사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그것이 유엔 제재를 낳고, 다시 북한 4차 핵실험을 낳을 것이라는 우려였다.

    핵심은 갈수록 격화하는 미중 갈등 속에서 한반도가 그 무대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뢰사건에서 한국군을 넘어서 유엔사령부가 직접 조사에 나서서 성명을 발표하고, 미 국무부가 이를 지지한 것은 유례없는 일이었다고 한다.

    또 어제부터 한미 양국군이 ‘연합작전체제’를 가동하기 시작했는 데 이는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사건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군사평론가 김종대 씨는 “강대국 정치가 말을 할 때 한반도에서는 항상 분쟁이 일어났다”고 경고한 바 있다. 화약고를 무대로 폭탄을 뒤에 싣고서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 군사적 능력은 모자라지 않다. 부족한 것은 결의와 인내심이다. 우리 국민이 … 악순환을 끝내겠다고 결심하고 불편과 희생을 각오한다면 북의 도발 습성은 여기서 종지부를 찍을 수 있다”(<조선일보>)는 주장은 기가 막힐 뿐이다.

    국지전이라도 벌어져서 끔찍한 재앙과 고통이 닥치는 것을 참고 견디는 게 ‘인내심’이란 말인가? 그렇게 ‘인내심’ 많은 조선일보 사장 방상훈과 그 사촌동생은 왜 군 면제인가? 이 ‘인내심’ 많은 분들이 이 나라를 어떤 구렁텅이로 몰고 있는지 모르겠다.

    안타까운 것은 종북몰이와 진보당 해산을 거치며 이제 공식 정치권에서는 이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게 됐다는 것이다. “단호히 대응”, “철통같은 대비태세”, “튼튼한 안보”를 말하는, 진보통합을 주도하고 있다는 ‘유일 원내진보정당’을 보면 씁쓸하기만 하다.

    그나마 북한측에서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 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말이 나온 것에서 조그만 돌파구가 보이는 듯 하다. 정말이지 양쪽 모두 재앙으로 가는 치킨게임을 중단해야 한다. 확성기 방송할 시간에 북한 주민 식량 지원이나 해야 한다.

    그토록 북한 주민들이 대량탈북하기를 원한다면 한국사회에서 ‘극빈곤층’이라는 탈북자들 처지부터 개선하고 탈북자 고문과 간첩조작질이나 멈춰야 한다. 그게 확성기 방송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첨단무기 배치하고 수십발 포탄 날릴 돈으로, 자신들이 그렇게 걱정한다는 청년 일자리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 치킨게임 속에 또 남북한에서 누군가의 애꿎은 자식들이 희생될지 안타깝고 불안하기만 하다. 군사적 충돌과 전쟁 속에 팔다리와 목숨을 잃었거나 잃을 사람들, 그 고통과 비극을 지켜봐야 할 평범한 많은 사람들의 관점에서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그것을 반대하고 막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힘으로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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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혁재장전 htt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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