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리스 치프라스 사임
    9월 조기총선 실시 예정
    시리자 정치실험 1막 끝, 이후는?
    By 원시
        2015년 08월 21일 01:32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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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치프라스 총리가 20일(현지시간) 사임했다. 9월 조기총선을 위해 시리자 연립정부 전체가 일괄 사퇴한 것이다. 치프라스 총리는 이날 방송 연설을 통해 “1월 국민으로부터 받은 권한이 한계에 달했으며 이제 그리스 국민이 결정해야 한다”고 사임과 조기총선 의사를 밝혔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는 1월 총선에 승리해 집권했지만 국제 채권단과 구제금융과 긴축정책을 둘러싸고 7개월간의 집권기간 내내 길고 어렵고 힘겨운 협상을 진행했다. 하지만 협상 결과는 1월 총선에서 공약을 내세웠던 긴축정책의 중단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긴축정책 국민투표 등 우여곡절 끝에 지난 7월 13일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채권단과 합의했지만 치프라스 총리는 시리자 내의 강경파들의 반대에 부딪혔고(시리자 의원 149명 중 반대 32명 기권 11명) 이 상황에서 더 이상 집권세력으로 지속될 수 없다는 판단에 사퇴-조기총선 카드를 던진 것이다. 조기총선은 9월 20일경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치프라스 총리의 사임과 조기총선 실시는 7월 13일 제 3차 구제금융 협상 타결 이후 계속해서 흘러나왔기 때문에, 그렇게 충격적인 뉴스는 아니다. 이로써 7개월간의 그리스 시리자의 정치 실험의 제 1막은 종료되었다고 할 수 있다.

    그리스 일반 시민들과 민중들의 정치적 희망은 무엇인가? 일상 생활의 안정과 투명한 미래가 아닐까? 그것이 가능한 조건과 정치적 과제에 대해 간략하게 살펴본다.

    치프라스

    방송 연설을 하고 있는 치프라스 총리 greece.greekreporter.com/

    ‘정부’ 시리자와 ‘좌파연합정당’ 시리자의 괴리

    그리스인들의 치프라스와 시리자에 대한 지지도는 2위 신민주당(ND)보다는 18% 정도 앞서고 있고, 조기총선에서도 1위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좌파 연합체로서 시리자의 정치 실험은 현재 실패라고 단언하기에는 이르지만, 상처도 많이 남기게 되었다.

    주목해야 할 주제는 이것이다.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에 대한 저항자로서 시리자와 집권세력이자 행정의 주체로서 시리자의 정치수행 능력에는 격차가 있었고, 결국 내부 분열을 이겨내지 못했다.

    시리자 내부의 이견 해소 실패

    시리자는 그리스 공산당(KKE)이나 안타르시샤(Antarsya)와 같은 전통적인 좌파보다는, 민족주의적 우파 성향의 그리스 독립당(아넬 ANEL)까지 연립정부 주체로 끌여들이는 포용정책을 감행하면서 그리스인들의 ‘주권’ 박탈감을 해소하려고 했다.

    문제는 그리스 독립당보다는 시리자 내부의 “플랜 B”에 대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특히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와의 7개월 협상 과정에서, 유로존 잔류 조건 하에서의 그리스 개혁 노선과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후 개혁이라는 두 가지 노선이 시리자 내부에서 충돌했고, 결국 합의점을 만들어내는 정치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시리자 출신 의원 25명은 치프라스 노선에 반발해 시리자에서 탈퇴하여 <민중연합 Popular Unity> 정당을 만들기로 했다. 이들은 트로이카의 ‘긴축통치’에 대한 대안으로 그렉시트와 드라크마 복귀를 주장해온 <레프트 플랫폼(대표 라파자니스)> 소속이다. 그리고 국회의장 콘스탄토풀루 측근 라켈 마크리 의원도 등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중연합(PU)은 지난 8월 13일 치프라스와 트로이카 간의 제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반대하는 13개 급진좌파들을 다시 집결시켰다. 민중연합은 9월 조기총선 실시 이전에 의회 안과 바깥에서 트로이카와의 양해각서 <메모랜덤>과 ‘긴축’ 반대 토론회를 조직하고, 공공재산 사유화 반대, 은행 국유화 등을 주장할 예정이다.

    치프라스 총리 사임 이유와 향후 전망

    첫 번째는 시리자 내부 <레프트 플렛폼>등 39~43명 시리자 출신 의원들이 제3차 구제금융안에 대한 반대하거나 기권 투표를 했다. 치프라스는 시리자 의원 중에 31~32명이 꾸준히 반대하고, 오히려 신민주당 등 야당의 ‘찬성’으로 제3차 구제금융 관련 법안을 처리한 상황을 보고, 이제 더이상 행정부 이끌어갈 내부 추진력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 7월 16일 의회 투표 : 31명 시리자 의원 ‘반대’ 투표
    – 7월 23일 의회 투표 : 32명 시리자 의원 ‘반대’ 투표
    – 8월 14일 의회 투표 : 31명 시리자 의원 ‘반대’ 투표

    두 번째는, 치프라스가 8월 20일 신임 투표를 의회에서 할 예정이었으나,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 의회 표결에서 찬성표를 던진 야당 신민당(ND)과 PASOK(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등이 구체금융 협상안 “찬성”과는 별개로 치프라스 총리의 신임 여부에 대해서는 ‘불신임’을 하기로 이미 결정해 버렸다.

    세 번째, 9월 20일 정도 조기 총선을 실시하더라도 현재 여론 조사에 따르면 치프라스와 시리자가 다시 당선될 가능성이 크다. 유럽의회 시리자 출신 의원 파파디물리스가 보수적인 메가 TV와 인터뷰에서 밝힌 자신감도 이러한 이유에서이다.

    네 번째, 치프라스와 시리자 다수파(재무장관 차칼로토스, 부총리 드라가사키스)는 유럽채권단에 ‘긴축’ 정책을 양보한 대신, 부채탕감과 채무상환 연기 및 이자 축소 등을 얻어냈다고 판단하고 있다. 9월 20일 경 조기총선 이후 새 정부 구성 이후, 정치경제 개혁 프로그램을 실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IMF의 최근 <그리스 채무 지속가능성 분석 DSA>에서 꾸준히 언급하고 있는 ‘채무 탕감’이 어느 정도 실제로 이뤄질 것인가? 그리고 향후 시리자 프로그램은 지난 1월 25일 총선 공약 <테살로니키>보다 후퇴할 것인데, 그리스인들이 실제로 이것들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하느냐가 문제가 될 것이다.

    다섯 번째, 9월 20일 조기 총선에서 시리자가 단독과반 의석을 차지하는 경우와, 그렇지 못한 경우 연정 파트너를 다시 구해야 한다. 신민주당 ND은 이미 9월 조기총선을 시리자가 내부 분열을 해결하기 위해서 국가의 총선을 전략적으로 이용한다고 비난한 바가 있다. 이러한 신민주당과 시리자의 갈등 관계를 고려했을 때는, 만약 시리자가 과반을 넘지 못하더라도 신민주당(ND) 등과 대연정을 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낮다.

    <레프트 플랫폼>등이 시리자로부터 분리되어 새 정당 “민중연합”등과 같은 형태를 만들었을 때, 총선에서의 성적은, 현재 치프라스와 시리자의 국민 지지도를 고려한다면 긍정적이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라파자니스 등이 3% 이상 얻어 그리스 공산당(KKE 4~5%) 정도 수준으로 득표한다면, 가장 강력한 시리자와 치프라스의 감시자와 반대자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것 역시 불투명하다.

    9월 20일경 조기총선 예정

    8월 20일 오후 8시, 치프라스 시리자 정부 총리가 사임했고, 이렇게 되면, 치프라스는 파블로풀로스(Pavolpoulos) 대통령에게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 그리고 아직 확정적이지는 않지만, 9월 20일 조기총선이 실시될 예정이다.

    형식상으로 대통령이 다른 정당 지도자를 총리로 지명해서 그 사람이 내각을 구성할 권한을 가진다. 그러나 치프라스 사임 이후 시리자와 그리스 독립당은 다른 정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할 의지가 없고, 신민주당(ND) 등 다른 정당들은 의석수 과반인 151석을 형성할 수 없기 때문에 그리스는 다시 9월 20일 총선을 치러야만 내각을 구성할 수 있다.

    치프라스 사임에 대한  주요 정당들의 반응

    그리스 독립당(아넬:ANEL) : 현재 시리자와 집권 연립정부 구성하고 있다. 카메노스 대표는 9월 조기총선에서는 그리스 독립당으로 참여할 것이지만, 시리자와 치프라스와의 협력은 계속해서 이어나가겠다고 발표했다.

    신민주당(ND) : 금요일 아침 7시에 이메일을 통해, 그리스 헌법에 따라, 대통령 파블로풀로스는 현 야당 신민주당(ND) 대표 반겔리스 메이마라키스에게 내각 구성 권한을 부여했다. 메이마라키스는 치프라스의 9월 조기총선은 시리자 내부 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고 비판했다.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 :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 대표 포피 게니마타 (Gennimata)는 치프라스가 정치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조기총선을 실시하려 한다고 비난하면서도, PASOK은 이번 총선에서 다시 부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의 노선은 신자유주의도 아니고, 시리자의 좌파 포퓰리즘이 아닌 제3의 길이어야 한다고 게니마타는 주장했다.

    토 포타미(To Potami) : ‘토 포타미’ 대표 테오도라키스는 치프라스의 오류가 가을에 드러나기 전에 미리 방어벽을 치려는 수작에 불과하고, 9월 조기 총선은 그리스 실업 증가와 그리스 경제를 더 악화시킬 것이라고 시리자 정부를 비난했다.

    그리스 공산당 (KKE) : 그리스 공산당 대표 쿠춤파스는 그리스 국민들과 함께 시리자 정부의 대 국민 사기극에 저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시리자 치프라스의 조기 총선은 시리자 내부 분열을 축소시킬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필자소개
    캐나다 요크대학과 토론토대학에서 민주주의 이론, 비교 정치, 정치경제학,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역서로 '글로벌 슬럼프' (2011. 그린비 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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