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게 거짓말을 해봐"
    가장 치명적인 국가의 거짓말들
    [서평]『국가의 거짓말』(이유리 임승수 저/ 레드박스)
        2012년 07월 21일 12:4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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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꽤 오랫동안 사람들 사이에서 자주 언급되는 농담으로 거짓말에 대한 것이 있다. 그 농담이란, 세상에는 세 가지의 유명한 거짓말이 있다는 것인데, 장사꾼 이익 안 본다는 말과 노인이 죽어야겠다는 말, 그리고 처녀가 시집 안 간다고 하는 말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저 농담에는 새로운 내용만 계속 추가되었을 뿐, 원래 있던 내용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어쩌면 우리는 거짓말로 가득 찬 세상 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거짓말들이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어.’ 같은, 슬프지만 악의 없는 거짓말이기만 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우리가 만나는 거짓말들은 그렇게 낭만적인 거짓말은 아니라는 것을, 안타깝게도 우리는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다.

    서로 남을 속이고, 그렇게 남을 속여서 자신의 이익을 키우고, 또 거짓말을 하고…. 이런 슬픈 순환의 고리는 새로운 희생자만을 낳으면서 점차 커져가고 있다.

    <국가의 거짓말>은 제목 그대로, 이런 거짓말 중에서도 ‘국가’의 거짓말을 다루고 있다. 이런 ‘합법적 거짓말’들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정권들이 국민들에게 사용했던 계책이기도 하다.

    글의 서문에 대중선동의 1인자라고 불리는 괴벨스의 말이 인용된 것은 결코 우연의 일치는 아니리라. 이런 합법적 거짓말들은 특히나 오늘날의 대한민국에서 시민들의 큰 관심을 끌고 있는 것들이기도 하다.

    최근의 여러 사건들은 현 정부에 대한 시민들의 의심과 불만만을 키워놓았으며, 이런 의심과 불만이 수많은 시민들을 광장으로 이끌고 그들의 손에 촛불을 쥐어준 것이기도 하다. ‘북파간첩사건에서 반값 등록금’까지 ‘합법적 거짓말의 실체’를 밝히겠다는 저자들의 당찬 의지는 이런 점에서 독자들의 흥미를 더욱 끌고 있는지도 모른다.

    책이 다루고 있는 역사적 사건들의 범위는 상상외로 넓다. 우리가 겪어온 굵직한 사건들을 어느 정도 훑어줄 뿐만 아니라, 심지어는 우리나라를 넘어 외국의 사건들에 대해서도 다루어주고 있다.

    북파 공작원의 실태와 나라의 토사구팽, 보도연맹 대학살, 이라크 전쟁이나 9.11 테러 조작설과 같은 사건들에 대한 정부의 입장과 그런 ‘거짓말’들에 대한 저자들의 반박을 읽고 있노라면 단순한 미봉책으로 그 상황만 모면하려고 하는 국가의 태도 – 마치 교과서로 학습이라도 하는 듯 오랫동안 전해져 내려온 그 모습에 치가 떨리게 된다.

    고등학교 국어교과서에서 배우는 봉산탈춤에서나 나올 법한 구조와도 같다. 양반집 세 도령을 모시고 나온 말뚝이는 관객들 앞에서 양반들을 마음껏 웃음거리로 만들다가도 양반이 화를 내면 ‘아니 이 양반, 어찌 듣소.’ 하면서 순간을 모면하려고 하고, 그렇게 얼러주는 말에 기분이 풀린 양반들은 지화자 좋다며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춘다.

    이 구도가 섬뜩하게 느껴지는 것은 나만은 아닐 것이다.

    4대강 사업이나 국영기업 민영화와 같은 보다 ‘현실적인’ 사건들로 들어오면 이런 섬뜩한 구조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수많은 사람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불도저’로 밀어버리듯이 4대강 사업을 시작하였으며, 국민들의 반감을 물론이고 비슷한 역사적 경험으로 인해 이런 사업이 효율적이지 못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외국들의 감춰진 비웃음도 모른 척하며 4대강의 장밋빛 미래만을 홍보하기 바빴다.

    그리고 어느 덧 공사가 완공되어가는 지금, 우리는 그 대공사가 가져다준 이점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에 치를 떨고 있다.

    책에서 밝혀준 바와 같이, 현재 4대강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의 하천 정비율은 97.3%에 달한다. 우리는 그저 2.7%의 빈틈을 메우기 위해 22조 2천억의 엄청난 사업비와 거기에 더하여 연간 2400억이라는 유지비를 퍼부어야만 하는 것이다.

    5살 전임 시장(오세훈 시장)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세금둥둥섬’으로 결말이 난 현재의 상황을 보면 정부의 ‘삽질’이 가져온, 그리고 가져올 도미노 같은 문제점에 절로 탄성이 나온다. 아까운 나랏돈!

    저자들의 날카로운 시각은 외국의 사건에 대해서도 두루뭉슬하게 돌려 비판하거나 은근슬쩍 넘어가지 않는다. 2차 세계대전의 가미카제 특공대를 통해서 저자들은 ‘국가’라는 이름으로 희생된 개인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주목한다.

    ‘뭐가 애국이고 뭐가 조국이란 말인가? 뜬구름 잡는 추상적인 개념들 때문에 수백만의 생명을 해치고, 수천만, 수억의 인간으로부터 자유를 빼앗는 일을 받아들이라는 것인가?
    – 사사키 하치로, 도쿄제국 대학 재학 중 징집, 향년 22살 전사‘(p. 128)

    국가가 내세우는 이유가, 그들이 진정으로 국가와 일왕을 위해 죽었다는 그 이유가 사실이라면 그들은 왜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아야만 했을까. 그리고 왜 그 속마음은 오랜 기간 동안 비밀로 숨겨져야만 했을까.

    이와 같은 국가의 거짓말은 비단 그 국가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인 것만은 아니다. 심지어 어떤 국가들은 자신들의 국민을 대상으로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상대로 통 큰 거짓말을 내뱉기도 한다.

    이라크 전쟁이 바로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UN의 이라크 무기 사찰단의 조사 결과도 믿지 않고 자신들 멋대로 대량살상무기의 양산 가능성을 포착했다며 이라크를 침공해버린 미국의 모습은 한 국가의 넘치는 ‘패기’와 그런 패기에 동조(또는 침묵)하지 않을 수 없는 세계 정치의 냉정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것이다.

    이 전쟁으로 미국이 이라크의 막대한 석유 자원을 통제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되었고, 미국의 ‘세계 경찰’을 자칭하는 패권주의는 대통령이 바뀐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들은 왜 이런 ‘거짓말’에 집착하는 것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이런 거짓말들을 우리가 깨닫지 못할 경우, 그로 인해 발생하는 피해를 모두 떠맡아야 하는 사람들이 우리 자신이라는 점을 생각해봐야할 것이다.

    ‘사필귀정’이라지만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은 언제나 뒤늦고, 그를 찾기 위해서는 우리는 값비싼 희생을 치러야만 한다.

    학생운동의 수많은 피해자들과 인혁당 사건 등으로 대표되는 매카시즘의 희생자들이 복권되는 데에는 엄청난 경제적 비용과 시간, 그리고 무엇보다 당사자들의 희생 – 때로는 그들의 목숨에 이르는 – 이 필요했다는 점은 우리가 이런 거짓말들에 항상 눈을 치켜뜨고 대응해야한다는 점을 끊임없이 자각시켜준다.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국민들을, 또는 세계를 대상으로 수많은 거짓말을 하고 있다. 그런 거짓말들에 무력한 ‘양반’이 되어 ‘어찌 듣소’이 한 마디에 춤을 추는 국민들도 있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외로운 싸움을 계속하는 국민들도 있다.

    옛말에 ‘삼인성호’라는 말이 있다. 세 사람이 입을 맞추면 어떤 사람도 그 말에 속아 넘어가게 된다는 말이다.

    요즘처럼 대중 매체가 발달한 사회에서는 단순히 매체를 장악하는 것만으로도 수많은 사람들의 기억을 조작할 수 있다.

    이렇게 거짓말에 익숙해지고 편해지게 된다면, 그 속에서 결국 피해를 보는 사람들은 우리 자신들일 수밖에 없다.

    저자들이 서문에서 말하는 것처럼, 진실은 때로 조롱과 거센 반발을 가져올 만큼 우리에게 ‘불편’한 것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런 불편함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익숙함 속에서 결국 울고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런 모습이 싫다면, 불편함을 이겨내고, 보다 넓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라. 그리고 적을 도발하는 이소룡처럼 왼손을 접어 까딱거리면서 이렇게 외쳐보는 것이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

    필자소개
    학생. 연세대 노수석 생활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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