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의 대학 장악 제도,
총장 간선제…교수 투신자살 비극 불러
"교육부의 초법적 강압행사가 사태 원인"
    2015년 08월 18일 10: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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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학교 국문과 고현철 교수가 총장 직선제 폐지를 압박하는 교육부를 비판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총장 선출 방식을 간선제 방식으로 변경하지 않을 경우 재정 지원을 삭감하겠다며 총장 선출 방식에 개입한 교육부에 대한 성토의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고 교수는 지난 17일 오후 3시경 부산 금정구 장전동에 있는 부산대 본관 4층에서 투신했다. 투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끝내 사망했다.

고 교수는 이날 투신 현장에 뿌린 유서에서 “현 상황에서 교육부의 방침대로 일종의 간선제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서 올려도 시국선언 전력 등을 문제 삼아 여러 국·공립대에서 올린 총장 후보를 총장으로 임용하지 않아 대학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라며 “교육부의 방침대로 총장 후보를 선출해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후보를 임용하지 않는 상황이라면 대학의 자율성은 전혀 없고 대학에서 총장 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부터 오직 교육부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민주주의 심각한 훼손이 아닐 수 없다”면서 “희생이 필요하다면 감당하겠다”는 말로, 투신한 배경을 밝혔다.

교육부는 그간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해도 마땅한 이유를 밝히지 않고 임용제청을 거부해온 바 있다.

이에 대해 부산대학교 교수회는 “교육부가 초법적인 강압을 행사한 것”이 이번 사건의 핵심이라고 짚었다.

부산대 교수회 차정인 부회장은 18일 오전 CBS 라디오에서 “교육공무원법을 보면 총장선출제도는 해당 대학 교원의 합의된 방식과 절차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다시 말해서 총장 선출제도를 결정하는 권한은 해당 대학교원, 부산대학교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것이고 법률조문은 헌법이 정한 대학의 자율권을 구체화한 조문이기 때문에 중요한 조문”이라며 “때문에 교육부가 헌법상 대학교원의 권리를 박탈하고 재정지원을 수단으로 해서 불법적인 초법적인 강압을 해 온 것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비판했다.

총장 간선제 압박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대학 선진화 방안이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다. 총장 직선제 폐지, 정원 축소, 등 구조조정을 하지 않으면 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 이 방안의 주요 골자다. 정부의 압박에 굴복해 전국 38개 대학이 기존의 직선제를 폐지했다. 직선제로 선출된 부산대 김기섭 총장도 당초 직선제를 유지하려고 했지만 교육부의 지속적 압박에 못 이겨 직선제 폐지를 선언했다.

문제는 간선제로 총장을 선출해도 교육부가 마땅한 이유도 밝히지 않고 임용 제청을 거부한다는 데 있다. 정부 입맛에 맞는 총장을 임용하겠다는 뜻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공주대학교는,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총장 후보자를 내놓고도 교육부이 임용제청으로 법정 소송까지 간 사례가 교육부의 직선제 폐지 속내를 잘 보여준다.

교육부는 총장 선출 방식을 대학 자율에 맡겼다고 주장하지만 대학 측은 교육부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차 부회장은 “교육부가 만약에 총장직선제를 대학교 쪽에 맡기고 있었다고 말한다면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그에 대한 근거자료를 바로 낼 수가 있다. 각 국립대학에 보면 교육부가 직선제를 폐지하지 않으면 행·재정적 불이익을 주겠다는 협박문서가 수북이 쌓여 있다”고 질타했다.

정부가 직선제 폐지를 압박하는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는 지적에 차 부회장은 “교육부가 그렇게 한 동기는 정확히 설득이 안 되는 것이 더 문제”라며 “직선제에서도 약간의 문제점이 나타난 건 사실이다. (교육부가) 금품선거, 파벌조장 등의 논리를 계속 유지를 하는데, 금품선거의 문제는 사실 선거제도 자체에 기인한 본질적인 문제이지 직선제의 문제만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부산대 교수회는 직선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차 부회장은 “우리 대학 민주화의 퇴보가 사회 전반적인 민주화의 퇴보와 같이 연결되어 있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라며 “지금 민주화의 퇴보에 대해서 제대로 깊이 고민하고 말하는 사람도 많이 줄어들었다. 그에 대해서 매우 고심을 하면서 내가 여기에 대해서 문제제기를 함에 대해서 나의 희생이 필요하면 하겠다 이런 취지의 굉장히 무거운 말씀이 (유서에) 담겨 있다. 그 유지는 받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금품 선거, 파벌 조장 등 선거 혼탁을 이유로 직선제 폐지를 압박하고 있지만 학내에선 이를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선거 혼탁의 문제는 선거 자체에서 기인한 문제이지 직선제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필자소개
유하라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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