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베 '전후 70년 담화'
    "진정성 없는 억지담화"
    미국은 미일동맹 배경 긍정 평가
        2015년 08월 17일 01:5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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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14일 ‘전후 70년 담화’를 발표한 가운데, 그 내용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전쟁에 대한 사과를 과거형으로 표현하는 등 전후 세대에게 사죄의 숙명을 지우게 해선 안 된다고 하는가 하면, 식민지 지배와 침략 등의 단어를 언급하면서도 그 주체를 일본이라고 밝히지 않아 기만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인 새정치민주연합 원혜영 의원은 아베 담화와 관련, 17일 오전 MBC 라디오에서 “진정성이라고 도무지 찾아볼 수가 없어서 유감”이라며 “모든 사실을 과거 일로 치부해버린 억지담화로 끝났다”고 혹평했다.

    원 의원은 “‘차세대에게 사죄의 운명을 물려줄 수 없다’ 이렇게 주장을 했는데 때문에 진정한 사과와 반성이 필요한 것”이라며 “독일에 대해서 2차 대전의 피해자였던 프랑스 등의 이웃 나라들이 또 학살당한 유대인들이 반복적인 사죄와 반성을 요구하지 않는 게 독일의 진솔한 사과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아베 총리가 전쟁터의 뒤안에는 명예와 존엄이 크게 손상된 여성들이 있었던 것도 잊어선 안 된다 얘기했지만 이번에 면피용 사과, 과거용 사과를 함으로써 그분들의 명예와 존엄을 또 다시 상처 입힌 결과를 가져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원 의원은 “정말 답답한 게 지난 6월에 박근혜 대통령이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할 때 ‘위안부 문제에 있어서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 현재 협상의 마지막에 있다’고 얘기를 했다”며 “도대체 그 발언하고 이번 아베 총리의 담화하고 무슨 관계가 있는지 정말 참 아주 답답하고 기가 막힌다”고 비판했다.

    아베

    반면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간사인 새누리당 심윤조 의원은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향후 한일관계 구축에 주목했다.

    심 의원은 이날 같은 매체에서 “아베 총리의 종전 70주년 담화는 주변국의 입장을 많이 감안한, 고심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우리 국민의 기대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는 내용”이라며 “침략, 식민지 지배, 반성, 사죄, 이런 표현이 들어가 있긴 하다. 그러나 그런 반성과 사죄가 과거형이고 간접형이고 또한 일반론적인 언급에 그치고 있다. 그래서 우리가 듣고 싶어 했던 아베 내각의 분명한 역사인식 표명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다만 그 내용이 역대 내각의 입장을 흔들림 없이 계승해 나갈 것이다, 이런 얘기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이것을 평가하면서 이를 토대로 한일관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며, 일부 긍정 평가하기도 했다.

    교묘한 아베 담화,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 때문…

    학계에서는 아베 담화가 과거사에 대한 사죄 대신 미-일 관계에 치중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 정부의 외교적 무능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는 평가다.

    한신대 하종문 일본학과 교수는 이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담화는 정치적으로 보면 굉장히 교묘하게 잘 썼다”며 “그런데 만약 이 담화를 자신의 생각을 피력한 학생의 리포트라고 이야기한다면 C학점을 주고 싶다. 일단 주어는 생략되어 있고, 본인의 생각이 뭔지를 전혀 알 수 없다. 문제는 미국이라든지, 한국, 중국에서 요구했던 중요한 키워드는 다 넣으면서 본인의 생각은 피력하지 않았다는 면에서 정치적으로는 상당히 높은 점수를 줄 수도 있지만, 애매한 담화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하 교수는 “일본 내 이른바 양심세력들 같은 경우에 여러 가지 비판의 목소리는 있다”면서도 “전쟁에 관한 것이나 역사 인식에 대해서 잘 모르는 일반인들의 평가는 나름대로 아베 수상이 적절하게 대응했다는 긍정적인 반응이 약 50% 이상 나오고 있고, 비판적인 의견은 한 30% 정도 나오기 때문에 절반 이상에 대해서는 일단 아베 수상이 정치적인 효과를 거두었다”고 설명했다.

    아베 담화와 관련해 미국 국무부는 별도의 논평을 아직 발표하지 않았지만 일부에선 환영 의사를 표하고 있다. 이는 아베가 담화를 통해 과거사에 대한 사죄보다 미-일 관계에 무게를 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 교수는 “국가안보회의에서 아베 수상이 일본이 가했던 여러 가지 고통이라든지, 이런 것에 대해서 깊은 후회를 한다. 반성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환영을 표시했다”며 “그런 면에서 보자면 미국의 반응이 굉장히 도드라지는, 한국, 중국과는 다른 모습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하원의 외교위원장의 경우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은, 그리고 식민지배라든지 침략전쟁에 대한 역사 부분에서 사실상 아베 수상이 정말 진심으로 참회를 했는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의심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며, 미국에서도 아베 담화에 대한 비판이 있다고 전했다.

    핵심적 키워드를 언급하면서도 일본이라는 주체를 뺀 교묘한 담화 내용은 우리 정부의 외교 정책의 실패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견해도 있다. 과거사에 대한 사죄를 과거형으로 표현하며 책임을 회피했지만, 우리 정부가 정치적으로 강경하게 비판할 여지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 교수는 “그동안 대일외교라든지 이 부분은 역사 인식과 맞물리면서 중국하고 미국도 관련이 된다. 그랬을 때 우리 정부가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이 과연 어느 정도 외교 정책에서 효과를 거두었는가? 사실 그 부분에서는 ‘No’라는 대답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 참석한 일 천황은 처음으로 추도사에 “이전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이라는 문구를 포함했다. 2001년 이후에는 같은 표현을 사용해 추도의 마음을 밝혀왔으나 이번에는 전후의 발자취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언급을 추가했다.

    천황이 과거 추도식 이외의 장소에서 ‘깊은 반성’을 밝힌 예는 1992년 10월 중국 방문 시 만찬회과 1994년 3월 한국 대통령을 영접한 궁중 만찬회의 인사말이 있었다.

    이번의 추도사에서는 이전까지 같았던 “전쟁의 참화가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 것을 절실히 바란다”는 부분 앞에 “이전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등의 문구가 추가됐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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