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의 절박함에
    훈시와 허무맹랑한 조언만 난무
    새누리 청년간담회서 "외국어 할 줄 아나?" 윽박
        2015년 08월 12일 04:35 오후

    Print Friendly, PDF & Email

    새누리당 노동선진화특별위원회가 12일 ‘노동시장 선진화 특위 청년 구직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특위 구성원이 청년 구직자를 직접 만나 청년 실업 문제 해결책에 참고하겠다는 것이 간담회의 취지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여한 특위 구성원들의 발언은 당초 밝힌 간담회 목적과는 상반됐다.

    임금피크제가 청년취업 확대에 기여한다는 사례가 없다는 한 자문위원의 지적을 가차 없이 잘라 버리는가하면, 처우가 좋은 기업에 취업하기가 힘들다는 청년 구직자의 고충에 “전공과 관련된 자격증 가지고 있나” “외국어 할 줄 아는 거 있나”라는 말로 훈시를 늘어놓았고, 중소기업도 안 되면 해외로 진출해 취업하라는 허무맹랑한 조언도 나왔다. 한편에선 이주노동자로 인해 청년 일자리가 없다는 주장도 있었다.

    ‘면접 탈락 후 피드백 제도 원한다’는 청년 요구에
    이완영 “알려줄 이유도 없고 알 필요도 없어”

    이날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한 ‘노동시장 선진화 특위 청년 구직자 간담회’에는 ‘청년이 여는 미래’ 신보라 대표, 취업준비생 A(28), B(28), C(24) 3명이 참석했다.

    취업준비생 A씨 등 3명은 노동시장 개편에 대한 찬반 견해가 아닌 자신들이 구직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사례를 소개했다. 가령 강원도에서 나고 살았음에도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는 이유로 지역 기업에 취업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다거나, 면접에 매번 탈락해도 그 이유를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 해외취업 프로그램 시스템이 허술하다는 등이 이들이 말한 취업의 어려움이었다. 당연히 현실적 대안을 제시해줄 것을 기대한 호소였을 것이다.

    우선 A씨는 “면접 전형에서 떨어져도 왜 떨어졌는지 확인할 수 없다”면서 “‘눈높이를 낮춰서 가야한다’고 하지만 구직자 입장에선 연금이나 복리후생을 다 고려해봤을 때 모든 것을 내려놓고 (중소기업에) 가기 어렵지 않겠나”라고 했다.

    1년 째 구직활동을 하고 있다는 B씨 또한 “구직 활동하면서 느낀 것은 내가 (면접 등에서) 몇 점을 받았고, 뭐가 부족해서 떨어졌는지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라면서 “실제 모기업은 면접에 대해 피드백을 해주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기업에서) 이런 것이 없다보니 구직자에게는 악순환”이라고 지적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3명의 취업준비생 중 2명이 채용에 탈락한 이유를 알려주는 ‘피드백’ 제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자신이 채용에 탈락한 이유를 알고 그것을 개선해 나가기 위한 시스템을 만들어 달라는 거다. 실제로 탈락자에게 피드백을 해주는 기업이 있어 기업 자체에서 이러한 피드백 제도를 마련해달라는 것이 비현실적인 요구도 아니다.

    하지만 간담회에 참석한 청년 구직자들에겐 면접에서 떨어진 이유를 알 필요가 없다는 답만 돌아왔다.

    특위 이완영 간사는 간담회 말미에 “면접 서류 전형에 떨어진 이유를 알고 싶다고 하는데, 답이 있나. 100명 뽑으면 100명 이후이기 때문에 떨어지는 것”이라며 “알려줄 이유도 없고 알 필요도 없다. 그렇게 이해를 시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새누리 간담회2

    간담회 모습(사진=유하라)

    이럴 거면 왜 불렀나…
    “전공 관련 국가 자격증 있냐? 외국어 할 줄 아는 거 있냐?”
    “안 되면 해외취업 가라, 눈높이 낮춰라, 3D업종은 인력난이다”

    간담회에는 홍영기 건양대학교 산학협력단장도 참석했다. 대학교의 평균 취업률이 50%대에 머물지만 건양대의 경우 지역기업과의 연계를 통해 70% 이상의 취업률을 보인다고 전했다. 취업률은 4대보험 가입 여부를 기준으로 낸 통계다. 공교롭게도 건양대는 특위 위원장인 이인제 의원의 지역구인 충남 논산에 위치해 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C씨는 건양대의 높은 취업률에 의아해했다. 과연, 건양대의 70% 이상의 취업률이 학생들이 원하는 직장, 질 좋은 직장이냐는 거다.

    C씨는 “6개월 이상 마트에서 일해도 4대 보험 들어준다. 4대 보험을 조건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라는 직장은 굉장히 많다”며 “스터디, 면접 준비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돈이 없으면 구직활동을 할 수가 없으니 4대 보험이 되는 아르바이트로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것이 구직한 거라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취업을 못할 바에는 대학원에 가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대학원에 못가면 고시 공부를 한다. 방학에도 대학교의 모든 열람실에는 사물함 빈 자리가 없을 정도다. 온갖 고시 준비반들이 있다. 고시 준비도 스펙 쌓기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뭐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많다”며 고충을 털어놨다.

    C씨는 “대학 등록금만 최소 5백만 원이고, 대학 졸업하려면 최소 4천만 원이다. 심지어 지방에서 올라온 친구는 그 만큼의 생활비가 더 들어 최소 1억 원이 든다. 그만큼 투자를 많이 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서 눈높이를 낮추고 취업하기가 쉽지 않다”며 “10명 중 9명은 대학 안 간 친구가 없다. 1억 원이라는 부모님 돈을 들여 대학을 졸업했는데, 차라리 알바 2개 뛰는 게 더 나은 수준의 돈을 주는 기업에 가야하나, 그런 막막한 상태”라고 했다.

    ‘눈높이를 낮춰 중소기업에 취업하라’는 일부 기성세대의 지적에 대한 반박인 셈이다. 이에 대한 특위 구성원의 대답은 경악스러웠다.

    특위 유재섭 자문위원은 청년 구직자들을 향해 “최소한 전공한 과목의 국가 자격증 있어야 한다. 국가 자격증 있나? 외국어도 1개 정도는 해야 한다. 할 줄 아나?”라고 물었다.

    이어 “눈높이를 낮추더라도 (대기업이 안 되면 중소기업에 취업해야 한다). 중소기업에 취업한 청년들에 대한 지원책도 있어야 한다. 아직까지 우리는 그런 게 잘 안 돼 있다”면서 “현대그룹도 내년부터 임금피크제 도입한다고 했다. 여러분들도 국내 대기업 취업이 안 되면 중소기업에 가려는 자세가 필요하고 안 되면 해외 취업하는 길도 있다”고 말했다.

    유 자문위원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기의 스펙을, 외국어 정도하면 잘 되지 않겠나 생각도 든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에 ‘청년이 여는 미래’ 신보라 대표는 “중국 등은 좋은 인재를 국내에 유치하기 위한 경쟁을 하는 마당에 우리나라는 우리 청년을 밖으로 나가라고 하는 경향이 있다”며 “청년들은 한국 사회에 일자리 없으니 해외로 나가라는 건가”라고 반문했다.

    특히 눈높이를 낮추라는 유 자문위원의 주장에 신 대표는 “청년 고용 현실과 괴리가 있는 말”이라며 “중소기업으로 눈높이를 낮추라고 할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의 처우를 높은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며 “중소기업 취업한 사람이 3개월 내내 야근하다가 결국 화학 제품에 손이 데이고 나서야 회사에서 휴가를 내줬다고 한다. 그 후 6개월 정도 일을 하고 그만뒀다. 이런 중소기업에서 일했던 고충이 소문이 나면 누가 중소기업에 가려고 하겠나. 중소기업으로 눈을 낮추는 게 아니라, 중소기업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유 자문위원은 “대학 졸업자들은 중소기업, 3D업종에 가서 일하기 싫어한다”며 “그런 부분들 때문에 정부가 정책적으로 중소기업에 취업한 대졸 출신들 임대아파트라도 먼저 신청하면 당첨이 되는….”이라며, 다소 황당한 대책을 제안했다.

    새누리 간담회1

    새누리당 노동특위 위원들

    임금피크제 관철하기 위한 간담회?
    청년 고용 확대 사례 없다는 자문위원 발언 묵살

    청년들의 고충을 들은 이인제 위원장을 비롯한 특위 구성원 일부는 ‘미안하다’고 말하면서도 정부 추진 정책 밖으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않는 태도를 보였다. 실제로 청년들이 느끼기에 정부 정책이 청년 고용을 위한 올바른 해법인지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다. 정부가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얘기하자는 것이나 다름없다. 1차 노동시장 구조개편의 핵심인 임금피크제의 효과에 의문을 제기하는 일부 자문위원의 견해는 묵살 당했다.

    특위 배일도 자문위원은 간담회 내내 별다른 발언이 없다가 말미에 임금피크제의 실효성에 대해 지적하고 나섰다. 특위 자문위원으로선 처음으로 정부 정책을 비판한 것이다.

    배 자문위원은 간담회에 참석한 이재흥 고용노동부 정책실장에게 “지금 임금피크제가 거의 정책으로 확정이 돼서 추진될 상황이다.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 고용이 증대되거나 확대된 사례, 연구나 실제적 사례가 접수된 게 있나”라고 물었다.

    이에 이재흥 실장은 “일부 기업에서…”라며 말끝을 흐리자, 배 자문위원은 “일부 기업이라고 하지 말고”라며, 구체적 사례를 제시해달라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자 이완영 간사는 대뜸 이 실장을 향해 반말로 “LG화학 사례 얘기하면 되잖아”라며, 배 자문위원의 말을 잘랐다.

    배 자문위원은 “구글 사이트 들어가서 쳐보면 임금피크제를 통해 청년 고용을 확대했다는 외국 사례 하나도 없다. 굉장히 중요한 거다. 정책 추진되면 부작용이 클 텐데, 임금피크제라는 제도가 고용 증대 확대로 이뤄진 사례가 있는지 세밀하게 확인해봐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완영 간사는 “3년 전에 정년 60세법 환노위에서 대표 발의했다. 외국에는 정년을 법으로 정한 예도 거의 없지만 정년을 연장했을 때 청년 고용이 줄지 않는다고 당시 토론에서 답을 내렸다.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와 고령자 원하는 일자리가 다르기 때문”이라며 “일자리라는 것은 하나로 정해져 있는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임금피크제해서 기업의 인건비를 줄여줘서 청년 고용 여력을 만들자는 것이 그 당시의 답이었다. 지금에 와서 왜 이런 법(임금피크제)을 해야 되냐 이런 것은 절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년 60세를 하면 반드시 임금피크제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년 구직자 고충 듣긴 들었나?
    청년 일자리 부족…이주노동자 때문이라는 새누리당

    간담회에선 더 황당한 이야기도 나왔다. 한국노총 위원장 출신의 특위 박종근 간사는 청년 실업 문제가 이주노동자의 과도한 유입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말끝마다 기성세대로서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간담회 내내 청년 구직자들의 고충을 들은 건 맞나 싶을 정도로 시종일관 이상한 대안을 늘어놨다.

    박종근 간사는 “구직자들이 많이 생긴 거에 대해선 기성세대들이 경제정책이나 그런 것을 잘 못했기 때문”이라며 “노동하는 사람들이 잘못이 있다. 지나친 투쟁을 해 고임금을 요구하는 악순환이다. 예전에 노동자들이 파업한다고 하면 매출이 안 나오니까 무리해서 돈을 빌려서 임금 주고 그랬다. 노동운동이 문제가 있었다. 우리 기성세대들이 다 책임이 있다, 그걸 느끼고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이 정부에서 창조경제다 뭐다 해서 많이 움직이고 있지 않나. 몇 년 지나면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정부정책을 두둔하더니 “아까 교수님(건양대 홍영기 산학협력단장)이 얘기했는데 취업률이 74%다. 그렇게 치면 일자리가 없는 게 아니다. 일자리가 있으니까 취업률이 나오는 거 아닌가. 건양대학이 잘 했다기보다, 일자리가 있으니까 취업을 시켰을 거 아닌가. 홍 교수의 예를 들면 일자리가 없다고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금피크제만으로는 청년 고용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서 “그래서 어떻게 보냐 하면, 우리나라에 와있는 외국인 근로자들, 3D업종에 외국인 근로자들이 들어왔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것도 정부에서 신경을 써야 한다”며 “우리나라에 비합법적으로 들어온 외국인 근로자도 많지 않나. 이런 문제도 정부가 (청년실업 문제 해결책으로) 한 번쯤은 생각해봐야 하지 않나. 그렇지 않나. 우리 젊은 세대들한테는 정말 미안하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페이스북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