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원장 청문회
    법관의 관행적 행정부행 비판 제기
    세월호, 이주노조 설립 관련 현안질문엔 “모르겠다”
        2015년 08월 11일 03:37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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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지방법원장 출신인 이성호 인권위원장 내정자의 인사청문회가 11일 진행됐다. 이날 오전 질의에선 ▲내정자 선출 과정에서의 불투명성과 ▲고위 법관의 관행적인 행정부 진출 ▲그로 인한 인권위원회와 사법부의 독립성 훼손 등이 문제로 제기됐다.

    아울러 이 내정자는 인권위원장으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 2가지로 ‘인권 감수성’과 ‘독립성’을 꼽았다. 그러나 세월호 추모집회에서 벌어진 경찰의 과잉진압,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 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야당 위원들의 질문엔 대부분 “잘 알지 못 한다”고 답하기도 해 자질 논란에 대한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불투명한 인선 과정으로 인권 등급 하락 우려 제기

    국제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는 한국인권위원회에 인권위원장 선출 시 ▲공석을 널리 공고할 것 ▲다양한 사회 계층 및 교육 자격을 지닌 지원자의 수를 최대화할 것 ▲지원, 심사 및 선출과정에 있어서의 광범위한 협력 및 참여 도모 ▲선결되고 객관적이며 대중에 공개된 조건으로 지원자들을 평가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 내정자 선출 과정은 ICC의 권고사항이 하나도 지켜지지 않은 사례다. 때문에 청문회 전부터 시민사회단체로부터 많은 비판을 받았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밀실 인선’에 대한 지적과 ‘부재한 인선 과정’ 때문에 등급 하락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은 “투명한 인선 절차는 인권위 독립성과 중립성을 보장하는 전제”라며 “MB정부의 전임 위원장 인선 과정에서 시민단체나 국제기구로부터 많은 문제제기 받았다.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는 밀실 인선에 의해 내정단계부터 자질논란이 있었고, 전임 위원장 6년 동안 인권위는 정권위원회다, 잃어버린 6년이다, 인권위 흑역사라고 시민단체 등이 평가하고 있다”며, 현병철 전임 위원장을 통해 드러난 밀실 인선의 폐해에 대해 비판했다.

    새정치연합 박광온 의원 또한 “내정과정을 보면 ICC 권고기준이 제대로 적용되지 않았다는 느낌”이라며 “엠네스티는 과정이 불투명했고 이해관계자와의 논의 없이 통 결정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봤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성호 내정자는 “그렇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만 답했다.

    박 의원은 “이 내정자의 불투명한 인선 과정이 내년 등급심사에 장애가 되진 않을까 우려스럽다”며 “인권위가 준헌법적 독립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법부 독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음에도 (위원장직 승낙을) 결정했다고 했다. 그런데 인권위가 독립성을 가진 기구로 평가받으려면 국제적 권고 기준에 맞게 사회적 합의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성호

    고위법관의 관행적 행정부행…사법부 독립성 훼손

    박근혜 정부 들어 국민권익위원장과 감사원장 등에 고위 법관이 발탁되면서 사법부의 독립성과 삼권분립 훼손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이 내정자가 있었던 서울중앙지방법원장은 행정부 관료로 가는 경유지라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 청문회에서 새정치연합 부좌현 의원은 “법관이 인권위원장으로 내정돼 행정부로 가는 것에 대해 문제가 있다고 본다”며 “더 큰 문제는 후보자 한 분의 경우가 아니고 2012년, 2013년, 지난해까지 서울지법에 재직한 고위 법관이 방통위원장 등 연차적으로 행정부로 옮겨가고 있다. 이 전체 맥락으로 봐서 사법권의 독립 훼손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 내정자는 “그런 우려에 대해 이해한다”면서도 “인권위원장은 전에 가신 분(방통위원장 등 행정부 관료)들과 경우가 다르다. 헌재나 중앙헌관위처럼 행정부처가 아니라 독립기구이기 때문에 논란이 적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답했다.

    새정치연합 신정훈 의원 또한 “법관이 국가 공무원으로 영전하는 코스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다”며 “후보자가 근무했던 서울중앙지장법원 원장은 국정원 대선개입 사건, 조희연 교육감 사건 등 정치적 이해관계가 걸린 중요한 재판이 많다. 유독 서울지법원장을 국가의 중요한 직책으로 맡기는 데, 예정된 코스가 아닌가”라고 묻자, 이 내정자는 “저로선 다른 분에 대한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며 “인권위원장 특성을 고려해서 독립적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인권위원장 자질 문제도 거론

    국제 인권기구인 엠네스티 한국지부는 이 내정자에 대해 인권 활동에 대해 평가할 만한 내용이 없다며, 자질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시민사회단체들 또한 이와 유사한 비판을 제기한 바 있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이 내정자가 인권위원장으로서 적합한 지를 평가하기 위한 매우 기본적인 질의가 나왔다.

    현 시기에 인권위원장에게 가장 요구되는 자질이 무엇이냐는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의 물음에 이 내정자는 “인권 감수성,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본다”고 답했다.

    그는 “인권 감수성과 독립성은 평소 많은 노력을 해야 하는 문제”라면서 “저는 현장 감각이 부족하다. 취임한다면 많은 분들의 얘기를 듣고 소통하고 배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자인하기도 했다.

    이에 최 의원은 “노무현 정권에 비해 이명박·박근혜 정권 들어 인권 진정 건수 늘었다”며 “제가 보기엔 지금 인권의 심각한 문제는, 정권의 외압이라고 생각한다. 현병철 전임 위원장 때도 문제가 된 것은 정권의 외압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외압을 버틸 수 있는 힘이 중요하다”며 “또한 인권감각보다 중요한 것은 인권에 대한 소신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현 전임 위원장 인사청문위원이었던 새정치연합 은수미 의원은 “3년 전 현병철 전 위원장 모두 발언은 지금 후보자 이상으로 훌륭했다. 하지만 3년 평가는 매우 안 좋다”면서 “인권을 발전시키겠다는 후보자의 말에 신뢰 갖게 하려면 후보자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알아야 그 말을 믿을 수가 있다”며 이 내정자의 경력이 인권위원장으로 부적합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내정자는 “기존의 법도 인권을 위해 많은 역할하고 있다고 본다”며 “사법부를 인권의 최후 보루라고 하지 않나”라고 반박했다.

    인권 관련 현안 질의… “모르겠다”만 반복
    세월호 유가족 인권침해 ‘모르겠다’, 노조설립필증 거부 ‘몰랐다’

    현안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의도 이어졌다. 세월호 추모 집회 당시 경찰의 물대포, 최루액을 무차별 분사하는 등 과잉진압 논란과 이주노동자 노동조합 설립, 노동3권 등에 대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은 “어린 아이들이 희생된 세월호 참사에 대해 인권적 측면에서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묻자, 이 내정자는 “안전권과 관련해서 많은 얘기가 있는 것은 알고 있다”면서도 “후보자 신분으로서 전에 일어난 일이라 소상히 답변하지 못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이 의원은 재차 “세월호 참사처럼 큰 사건이 수습되는 과정에서 공무원들의 태도, 사회적 리더들의 태도와 의견 표출 방식이 인권침해라고 보지 않느냐”는 물었지만, 이 내정자는 “집회 시위와 관련된 부분은 알고 있지만 가족들에 대한 부당한 조치가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강동원 의원도 “세월호 추모집회 당시 유가족에 대한 과잉진압이 위법하다며 유가족들이 지난 5월 6일 헌법소원 청구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 인권위에서 아무런 입장도 표명하지 않고 있다. 위원장 되면 어떻게 할 생각인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대해서도 이 내정자는 “앞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분명하지 않은 답변을 내놨다.

    정의당 정진후 의원은 이주노동자 노조 설립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정 의원은 “이주노조 설립 인정받기까지 10년이 걸렸다. 대법에서 8년 묵혀놓고 있다가 2015년에 판결했다”며 “이주노동자의 권리가 8년 동안 제한 당했다. 인권위원장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라고 질의했다.

    이 내정자는 이 역시도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논평을 할 순 없다”고 하다가, 정 의원의 추궁에 마지못해 “대법원도 많은 고민을 했겠지만 빨리 했으면 좋았겠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대법원에서 노조 설립 인정 판결을 받고도 노동부의 거부로 설립 필증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파악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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