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상같은 법 집행”?
    한국 사법제도 국민 신뢰도는 밑바닥
        2015년 08월 10일 11:08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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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요일(9일) 아침, 딸아이는 일찍 아르바이트하러 집을 나갔고, 혼자서 텔레비전 채널을 돌리다가 한 종편에서 낯익은 얼굴을 보고 채널을 고정시켰다. 공병호경제연구소 소장인 공병호 박사였다. 최근 출간한 “리더의 나침판은 사람을 향한다”라는 책을 들고 출연해서 한국사회 전반에 관해 대담을 하고 있었다.

    ​공병호, 참 나의 머리에 깊이 기억된 인물이다.

    1998년 현대자동차에 1만 명의 노동자들이 ‘희망퇴직’이라는 이름으로 회사에서 밀려났고, 끝까지 밀어붙인 정리해고 때문에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자동차 공장,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이 36일 동안 멈췄고, 수천에서 1만 명이 넘는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싸울 때,

    그 때 텔레비전 화면에 등장해서 “현대자동차 정리해고는 지극히 정당하고 합법적이다. 기업의 인사권에 대항해 불법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동조합에 대해 정부와 사법부는 추상같은 법 집행을 통해 불법파업을 근절해야 한다”고 철저하게 자본의 입장을 대변했던 젊은 사람, 그가 바로 공병호 박사였다.

    그 당시 현대자동차노동조합 기획실장이었던 나는 그의 논리에 대응하기위해 골몰했던 위치 였기에 당연히 ‘공병호’라는 사람을 더 오래 기억하는지도 모른다.

    방송에서 그는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질문에 단호하게 “….해고를 좀 더 유연하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서 청년들이 찾아갈 일자리를 늘려야 한다”라는 식의 답변을 한다. 그 소리를 듣고 나는 혼자 웃었다. “역시 공병호답다”​

    국가신뢰도(2014년기준)

    오늘 아침, 뉴스에 보도가 되었고, 일부 포털에서도 기사가 올랐다가 오후가 되니 포털에서조차 사라진 기사가 있었는데, “한국 국민들 10명 중 7명이 국가를 신뢰하지 않는다”는 기사다. ​

    ​9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 눈에 보는 정부 2015′(Government at a Glance 2015) 보고서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한국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34%로 조사 대상 41개국 가운데 중하위권인 26위였다.

    이번 조사는 여론조사기관인 갤럽이 국가별로 국민 1천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해 이뤄졌다. 갤럽은 응답자에게 ‘국가 정부에 대한 신뢰(confidence)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예’ 또는 ‘아니오’로 답하도록 했다고 한다.

    특히, 한국 사법제도에 대한 국민 신뢰도는 OECD 조사 대상국 가운데 거의 밑바닥 수준으로 한국 사법제도의 국민 신뢰도는 27%(2013년 기준)로 조사 대상국 42개국 가운데 뒤에서 4번째였다. 한국에 뒤이어 사법제도 신뢰도가 낮은 국가는 콜롬비아(26%·2014년), 칠레(19%·2013년), 우크라이나(12%·2014년) 등 3개국에 불과했다.

    ​한국갤럽이 8월 첫째 주(4~6일 3일간) 전국 성인 1000명에게 박근혜 대통령의 직무를 잘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잘못 수행하고 있다고 보는지 질문한 결과, 33%는 긍정, 55%는 부정 평가했으며 12%는 의견을 유보했다

    OECD에서 발표한 신뢰도와 최근 몇 개월간 박근혜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거의 같은 수준이다. 이정도 수준의 지지도는 대구경북지역과 50세 이상 고령층 등 박정희 대통령으로부터 이어져 온 고정적인 지지자 외 나머지 일반 국민들에게는 전혀 지지를 못 받고 있다는 반증이다.

    ​국민들 10명 중 3명도 신뢰하지 못하는 대한민국 사법제도, 이명박 정권 이후 대법원 판결이나 헌법재판소의 판결마저도 정치적 논리에 휘둘리고,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결과는 하루가 멀다 하고 재판 결과로 쏟아져 나온다.

    국회법 개정안을 국회에서 국회의원 2/3가 찬성해서 법안을 만들어 청와대로 넘겼는데,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며 그 법안을 추진한 여당 원내대표를 두고 “저 놈 짤라”라고 대노하시니 그 법안에 찬성했던 여당 의원들이 대통령 눈치 살피느라 투표조차 못하고 설설 기는 판국이다. 입법부의 권위가 개털만큼이라도 있겠는가?

    행정부 수장이라는 대통령과 장관이 나서서 “시행령”을 만들어 국회가 만들어 놓은 모법을 휴지조각으로 만들겠다고 설친다.

    개판이 되어버린 대한민국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를 누가 믿고 따르겠는가? ​

    국가를 운영하는 행정부와 사법부, 입법부가 이 지경인데, 그래서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7명이 정부를 불신하고, 사법제도를 신뢰하는 사람이 10명 중 3명도 안 되는 2015년 8월의 대한민국.

    이렇게 무능하고 부정 당하는 권력을 대체할 정치세력, 진보정치 세력은 어디 있는가? 노동정치 복원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필자소개
    전 현대자동차노조 위원장, 전 민주노총 금속노조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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