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정책 실패 책임,
    노동자에 전가하려는 것
    한국노총 "한국, 근속년수 가장 짧은 나라"
        2015년 08월 07일 12:1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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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개혁 추진을 호소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에 대해 한국노총은 “굉장히 실망스럽다”며 “정부의 정책 실패 책임을 노동자에게 전가시키려 한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국노총 강훈중 대변인은 7일 오전 평화방송 라디오에서 “노동개혁에 대한 잘못된 현실 인식을 갖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담화를 혹평했다.

    한국노총

    구조개악 한국노총 집회 모습(사진=한국노총)

    노동시장의 유연화…노조 없는 사업장의 쉬운해고로 이어질 것

    박 대통령은 6일 대국민 담화에서 기득권 정규직 노동자의 양보를 통해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고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변했다.

    이에 강훈중 대변인은 “우리나라 노동시장이 굉장히 경직되어 있는 것으로 표현을 했는데 사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 지금 우리나라는 정년까지 가는 노동자 비율이 10%밖에 안 된다. 그리고 평균 근속연수가 5.6년 정도, 비정규직이 과반수”라며 “굉장히 고용이 불안한 나라”라고 지적했다.

    한국노총 이정식 사무처장 또한 같은 날 오전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노동시장이 경직돼 있다는 말은 노동자들이 너무 과도하게 보호받고 있다는 뜻인데 과연 그런가? OECD국가 중 우리나라는 평균 근속연수가 가장 짧은 나라”라며 “극단적으로 얘기하면 우리나라는 노동자들이 자기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노동조합 말고 뭐가 있나. 그런데 노조가 10%뿐이 안 된다는 얘기는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보호받고 있지 못하다. 법이나 조직에 의해서 언제든지 잘릴 수 있다는 거다. 그런데 노동시장이 경직됐다고 하면서 쉬운 해고를 가능하게 하겠다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질타했다.

    이 사무처장은 또한 “저희가 볼 때 정부의 의도가 불순하고 비겁하다고 보는 것이 현재 대법원 판례가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불이익하게 변경할 수 있다는 부분과 관련된 것이다. 정부는 판례를 명확하게 정리해서 안내서를 내겠다는데 우리는 이를 명확성의 역설이라고 얘기한다”면서 “IMF 외환위기 때 정리해고가 그 당시에도 대법원 판결에 의해서 가능했었는데도 매번 재판으로 가는 것이 불확실하니까 법으로 명확하게 해달라고 IMF에서 저희들한테 요구했다”며, 판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정리로 인해 대량의 정리해고가 이뤄진 전례가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노동조합이 있거나 노사관계가 원만한 데는 큰 문제가 없다. 그런데 90%에 달하는 열악하고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기업주가 언제든지 노동자를 내보낼 수 있다”며 “현재는 기업 경영상에 의한 정리해고라든가 징계에 의해 해고를 할 수 있는데 이게 쉽지 않으니까 기업주들이 성과나 무능하다, 능력이 없다, 이런 이유로 내보내려고 하는 시도를 정부가 앞장서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고 하니까, 저희는 이것을 전체 노동자를 위해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노총, 임금피크제·성과급제 등 임금체계 개편도 강력 반발
    “재계가 성과 공정하게 평가할 거라 생각 안 해”

    박 대통령은 임금피크제를 통해 중장년층이 청년들에게 일자리를 나눠야 한다는 세대론과 함께 능력성과급 임금체계로 기업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서도 강훈중 대변인은 “동의할 수 없다”며 “연공임금서열도 노동자들이 선택한 것이 아니다. 과거부터 사용자들에 의해서 설계되어 있는 것이고 산업화 단계 초기에 노동자들이 젊은 시절에 설계된 것”이라고 우선 지적했다.

    이어 “연공급 임금은 젊은 노동자들을 착취하기 쉬운 구조다. 그때 저임금을 감수하면서 산업 역군으로서 열심히 피땀 흘려 일하지 않았나. 지금은 20~30년 경력이 쌓여서 임금을 받는 수준까지 되니 임금체계를 바꾸자, 또는 임금피크제로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강 대변인은 또한 “임금수준과 인력수급요건은 사업장마다 천차만별”이라며 “저임금 사업장까지 (임금피크제를) 할 필요는 없다. 사업장 특성을 고려해서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해야지 정부가 강압적으로 하는 것은 문제다”라고 했다.

    특히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청년실업 문제 해결과 관련해선 “30대 기업만 하더라도 사내유보금이 711조가 있다. 돈이 문제라면 돈은 지금도 쌓여있다는 거다. 기업들의 곳간에 쌓여 있는데 이 어마어마한 711조 되는 사내유보금을 풀어서 투자를 하고 일자리를 만들면 되는 것”이라며 “그런데 하지 않고 있다. 이것도 제대로 풀지 않고 있는데 임금피크제로 통해서 절감된 돈으로 투자를 하고 청년 일자리를 만든다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임금피크제로 발생한 절약액이 고용 활성화를 위한 투자액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 판단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강 대변인은 “더군다나 지금 이미 상당수 대기업들은 임금피크제를 하고 있고 금융권에서도 이미 10년 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있다”며 “그런데 이제 와서 마치 임금피크제만 하면 청년실업 문제가 다 해결되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라며 거듭 비판했다.

    능력성과급 임금체계 개편 주장에 대해서도 한국노총은 재계에 대한 깊은 불신을 드러냈다.

    이정식 사무처장은 “연공서열형 임금체계를 모든 악의 근원인 것처럼 얘기하면서 직무, 성과, 능력중심제로 가겠다고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그렇게 하기엔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이 돼 있지 않은 상태”라며 “재벌들의 비민주적이고 불투명한 행태에서 나타나듯이 오너나 사장의 전횡에 의해서 임금이 마구 깎일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재계의 성과 평가 공정성과 객관성 부재를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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