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실업과 청년고용
    진단은 비슷, 대책은 상이
    새누리당, 새정치, 정의당의 시각 차이
        2015년 08월 05일 06:0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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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최근 ‘임금피크제’ 도입을 중심으로 청년고용절벽대책을 발표했다. 이 때문에 노동계가 강하게 반대하고 있는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일환 아니냐는 비판이 잇따른다. 정부여당에선 저성과자의 해고를 용이하게 하는 일반해고 요건 완화도 청년실업 문제를 극복하는 주요한 방법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자의 임금삭감, 고용불안이 청년실업 문제 해법이라는 것이다.

    청년 실업 문제…같은 진단, 다른 방안

    새누리당, 새정치민주연합, 정의당 모두 청년 실업 문제에 대한 비슷한 진단을 내놓았다.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5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사회 진출한 청년의 문제는 출발점에서부터 경제적으로 마이너스로 시작한다는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사회에 큰 문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새정치연합 혁신위 이동학 위원은 같은 매체에서 “제가 졸업한 지 4, 5년 됐는데 여전히 신림과 노량진에서 공무원시험 준비하는 친구들이 많다. 입사 5년차 후배는 월급이 101만 5000원이고, 최근에 친하게 지내던 친구는 4개월 전 10만 원 월급을 더 주겠다는 회사로 옮겼다. 그리고 3개월 딱 일하고 얼마 전에 퇴직을 당했다”며 주변의 사례를 소개한 후 “일을 잡기가 어렵지만 일을 잡아도 비정규직, 저임금의 안 좋은 일자리에 노출이 많이 돼 있기 때문에 생각보다 심각하다”고 고용불안과 저임금 문제를 지적했다.

    정의당 노동시장개혁똑바로특위 조성주 전문위원 또한 해당 매체 인터뷰를 통해 “한국의 청년실업자 중에서도 니트족이라 불리는 구직단념자 비중이 OECD 3위에 달한다. 한국의 구직단념자 중에는 약 42.6%니까 1~2명 중 1명 정도는 1년 미만 취업 경험밖에 없다. 나머지 절반은 아예 1년 내 취업경험이 없는 니트족이라 불리는 장기 구직단념자”라며 “국제기구조차도 ‘한국은 비정규직 근로자비율이 굉장히 높아서, 청년들이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것보다는 구직을 아예 단념하는 경우 많다. 한국 청년들의 삶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우려를 표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더 우려스러운 건 베이비붐세대 자녀들 때문에 지금 20대 인구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10만 명 정도 늘어날 예정”이라며 “고학년 청년들이 대거 노동시장에 나오면서 더 어려워지지 않을까 싶다”고 진단했다.

    이들은 청년 문제에 대해 비슷한 진단을 내놓으면서도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은 확연히 달랐다.

    조성주 전문위원은 질 좋은 일자리를 증대하는 것이 청년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는 입장이다.

    조 전문위원은 “한국의 노동시장 상황에서는 일자리 양보다는 일자리 질의 문제로 접근하는 게 맞지 않을까 싶다”며 “일자리 절대적 양이 부족하기보다는 질이 낮은 일자리가 너무 많다, 다르게 얘기하면 비정규직이 너무 많다”고 설명했다.

    또한 “비정규직으로 진입해 정규직으로 전환되는 비율이 11%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으로 취업할 바에는 아예 구직을 단념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이라며 “정부가 일자리 질을 높이는 전략으로 접근했을 때 청년고용 문제의 해법이 도출될 수 있다. 단순히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거나 차별 철폐 하는 것을 넘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 상생이나 경제민주화 과제가 실현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의 일자리들이 또는 영세업체들의 일자리들 질이 높아지기가 힘들다”고 강조했다.

    이동학 위원은 일자리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선 공정한 거래가 집행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일자리 질을 높이기 위해선 공정한 경제가 이뤄져야 된다고 본다. 공정한 경제를 위해서 우리 사회가 만들어놓은 기구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불공정하게 집행되고 있는 것이 문제”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의 담합이나 경제력 집중에 대해 검찰에 수사를 넘기는데, 90% 이상이 공소시효가 만료될 쯤 넘긴다. 검찰은 수사할 수 있는 어떤 여력이나 시간이 남아 있지 않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을 제대로 집행할 때 이것이 과연 경제력의 집중이나 이런 것들을 막아낼 수 있고 사람들의 일자리를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는데 일단 기본적으로 장치가 고장 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현 정부에서 추진하려고 하는 노동시장 구조개혁의 쟁점인 임금피크제, 일반해고요건 완화 등과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을 국회에서 서둘러 통과시키는 것이 청년문제의 해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기업 정년이 늘어났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임금부담으로 돌아온다. 이것을 단기간에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기업의) 숨통을 틔어줘야 한다”며 “저성과자나 업무태도 불량자에 대한 해고, 이것은 (일자리) 양보다는 공정성 시각에서 바라봐야 한다. 비정규직으로 2년 열심히 일해서 능력을 인정받은 청년들이 앞단에서 일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저성과자들을 해고하지 못하기 때문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의원은 임금피크제 도입, 일반해고요건 완화, 근로시간 단축은 단기적 해법이며,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등의 도입이 청년문제 해결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이라고 강변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새로운 먹거리를 찾자는 핵심”이라며 “국회가 일을 좀 더 열심히 해야 한다. 여야 대치 때문에 몇 가지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서 서비스발전법이라든지”라고 주장했다.

    채용

    이동학, 임금피크제 논의해봐야 할 문제
    조성주, 임금피크제로 청년 실업 해결됐다는 통계 자료 없어
    이재영, 기업에 임금피크제 혜택주고 청년고용 설득해야

    청년실업 문제에 대한 진단과 그 해법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유지했던 조성주 전문위원과 이동학 위원은 현안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대해선 다른 주장을 펼쳤다.

    이동학 위원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 “한번쯤 도입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지금 우리 당이 반대하고 있는 부분이지만, 해법을 찾기 위해선 그 부분도 전향적으로 같이 논의해봐야 한다”고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는 당론과 배치되는 입장을 개진했다.

    그러면서 “정년연장법에 수혜를 보는 사람이 누군지 봤을 때 국민 대다수가 사실상 정년까지 못 가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렇다면 노조, 공공부문을 저희가 설득해야 한다”며 “임금피크제나 저성과자 해고, 근로시간 단축, 이런 부분도 해법이 될 수 있지만 가장 크게는 대기업이 지금 가지고 있는 그런 부분들을 조금 더 나눠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동반성장은 대기업만의 노력으로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 부분(대기업의 부)은 사회에 적극적으로 지불을 해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부분들을 적극적으로 치고 나가야 되는데 우리들 스스로가 사실 안에 갇혀 있다 보니까 저는 좀 답답한 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기업이 사내유보금을 푸는 대신 임금피크제 도입을 수용하는 방식을 논의해봐야 한다는 말로 풀이된다.

    이에 조성주 전문위원은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 문제와 연결되지 않는다며, 이동학 위원의 의견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현재 임금피크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이 임금 절약분을 고용창출을 위해 투자하지 않는다는 것이 통계로 드러났다는 것이 이유다.

    조 전문위원은 “임금피크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이미 노사 자율로 다양하게 시행하고 있다”며 “그런데 청년고용이 확대되었느냐 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발견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금융권 같은 경우는 임금피크제를 통한 임금삭감률이 40%나 된다. 그런데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 2년간 금융권에서 8500개의 일자리가 오히려 줄었다”며 “오히려 임금피크제는 기업의 정년연장에 따른 인건비 절감 대책이라고는 할 수 있지, 청년고용으로 연결되기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강력한 정부의 정책이 있지 않으면 임금피크제가 청년고용으로 연결되는 것은 불가능하고 민간에서는 사실 효과가 별로 없다”며 “심지어 IMF조차도 고령자 고용과 또는 임금삭감이 청년고용과 연결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이동학 위원은 임금피크제 도입에 전제가 있다는 사견을 밝힌 후 “기업이 임금피크제에 따른 임금(절약분)을 가지고 청년을 고용할 있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강력하게 쓸 필요가 있다”며 “단순히 ‘설득하겠다’는 논리는 약하다. 그런 차원에서 저는 그 전제가 깔리지 않은 임금피크제는 정확하게 반대한다”고 의견을 덧붙였다.

    그러면서 “임금피크제를 우리 당이 받을 수 있다고 얘기하는 건 전략상 저는 더 큰 걸 얻어내야 된다고 보는 것”이라며 “임금피크제, 저성과자 해고, 근로시간 단축,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이 가지고 있는 부분(책임)들까지도 정부가 함께 의지를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중구조라고 하는 게 결국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문제도 있는 건데 이 부분도 저는 크게 얘기해야 될 필요가 있다”며 “임금피크제 이런 건 사실 너무 작은 문제이지 않나”라고 주장했다.

    반면 이재영 의원은 “임금피크제가 포괄적으로 적용이 되면 청년고용이 좀 더 큰 숫자로 나올 것”이라고 추측하며 “기업에 청년고용에 좀 더 신경을 써라 라고 설득해 나가야 되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저성과자 해고 관련 공방 치열
    이재영, 저성과자 고용은 기업에 부담… 청년고용 막혀
    조성주, 저성과자 해고 필요할 만큼 해고 어렵나? 해고 이미 일상적으로 일어나

    앞서 청년고용 문제 해결의 단기적 방안으로 이재영 의원이 제시했던 저성과자 해고에 대한 공방도 이어졌다. 저성과자를 해고하지 못해서 정규직으로의 전환이 어렵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조성주 전문위원은 “과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되지 않는 이유가 저성과자들이 버티고 있어서 라는 말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불법파견 판정을 받고도 수많은 비정규직 문제를 양산함에도 불구하고 불법파견을 시정해서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드라마 <미생> 같은 경우 오상식 과장이 해고되면 장그래가 정규직 전환이 되냐, 결국 결론은 그렇지 않다. 너무 단선적으로 연결하는 것은 노노 갈등을 부추기고 노사 갈등으로 확산되면서 오히려 사회갈등만 부추기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저성과자 해고가 필요할 정도로 기업들이 해고가 어렵나. 대한민국은 근속연수 1년 미만 노동자가 약 597만 명, 32.7%다. 해고가 일상적으로 이미 일어나고 있는 나라”라며 “오히려 저성과자 해고 문제는 악용될 위험성이 크다. 국내 굴지의 통신기업에서 노동자들을 ABC형으로 분류해서 C형은 저성과자로 찍는데, 대부분 노동조합 조합원이었다. 악용 사례를 법적으로 처벌하고 제도적으로 보완되지 않는 이상 굉장히 위험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이재영 의원은 “오 과장이 아닌 진짜 저성과자, 업무태도가 불량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기업이 안고 가야 되는 부담이 있다면 그건 그 한 사람뿐만 아니고 기업 전체, 우리 산업 전체에 있어서 안 좋은 사례와 안 좋은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고 피력했다.

    한편 이동학 위원은 “저성과자 해고를 단기적인 목표로 지정하고 청년실업을 마치 만회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는 것은 좀 의문”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정신이 있어야 한다. 이를 테면 중소기업이 하청관계에 놓여 있는데, 대기업이 성과를 내면 지금은 임원들에게만 성과급을 주는데 이런 것들이 밑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말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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