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세월호 특조위 예산 반토막 내
    특조위 “볼펜 한 자루도 사비로 구입하고 있다”
        2015년 08월 04일 05:01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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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획재정부가 416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요청한 예산을 반 토막 냈다.

    당초 특조위는 몇 차례 요구액 삭감을 통해 160억 원의 예산안을 제출했지만 절반 수준인 89억 원을 확정했다. 기재부는 이 같은 내용의 ‘2015년도 일반회계 일반예비비 지출안’을 4일 박근혜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특조위 김형욱 언론팀장은 “인건비를 제외하면 사업비도 남지 않는 수준”이라고, 반토막 예산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특조위가 기재부에 제출안 예산안은 이날 국무회의 통과하기 직전까지 논란에 휩싸였다. 예산안에 직원 체육대회 개최 비용 252만원, 동호회 지원 비용 720만원, 전체 직원의 생일 기념 경비 655만 원, 맞춤형 복리후생 비용 등이 포함돼 있다는 이유다. 장관급의 특조위 위원장은 물론 민간공무원의 연봉이 높다는 것도 지적의 대상이 됐다.

    이 뿐만 아니라 사무실이 지나치게 넓다거나, 직원들이 사용할 가구, 가전제품, 사무기기 등 사무실 집기를 새로 마련한 것에 대한 비난도 있었다.

    특조위가 ‘예산 낭비’, ‘세금 도둑’이라는 비난을 뒤집어쓰는 동안 기재부는 절반으로 ‘뚝’ 잘린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일부 보수 언론은 이날 자 보도에서 생일 기념 경비나 체육대회 개최비용 등 때문에 예산이 삭감된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특조위의 예산안은 모두 기재부 예산안 편성 세부 지침에 따라 만들어진 것이다. 위원장은 장관급 인사이고 특조위는 엄연한 정부기관이다. 다른 기관에도 똑같이 지급되는 복리후생 비용이 세월호 특조위에는 비난꺼리가 되는 기이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예산 삭감하려고 주지도 않을 생일 케이크 경비로 밑밥 깔기?

    특조위 박종운 상임위원은 지난달 28일 오전 CBS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관련 법령과 기재부의 예산안 편성 세부지침, 기존 공무원의 예에 따라 책정한 것이다. 세월호 특조위에 채용된 사람들도 국가 공무원이다. 공무원에 따른 처우를 받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비극적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이 굳이 경조사비와 같은 것까지 책정해야 하느냐는 비난은 있다.

    이에 박 상임위원은 “세월호 참사를 조사하는 공무원으로 채용이 됐다는 이유만으로 다른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들을 전부 박탈해야 하는 건…(아닌 것 같다)”며 “채용된 공무원들을 독려하고 격려해서 생일도 챙겨주고 단합대회도 하면서 일을 더 열심히 하도록 하는 게 맞지, 주어진 혜택까지 어떻게 임의로 박탈을 하면서 일하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세월호 특조위는 구성원 수에 비해 넓은 사무실, 가전제품·가구 등 사무실 집기를 새 것으로 구매했다는 이유로 뭇매를 맞고 있다. 특조위는 이날 정례브리핑을 통해 이를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우선 청사 규모 등의 문제에 있어선 특조위는 당초 정부 부처의 공실을 사용하겠다고 요청했고, 확인한 결과 공실이 없어 민간 건물을 임차하게 됐다. 특조위 설립단은 YTN타워, 올리브타워, 부영빌딩 등 민간건물을 답사한 후 교통의 편리성과 채무 안정성 등을 고려해 나라키움 저동 빌딩으로 결정했다. 나라키움 저동 빌딩은 국가 소유의 빌딩으로 약 3억 원의 예산을 절감하기도 했다.

    사무용 가구 구매 관련한 논란도 있었다. 책상, 의자, 컴퓨터 등 사무집기를 중고로 구입하거나 렌탈하지 않았다는 것이 비난의 근거였다.

    이 같은 비난과 달리, 특조위의 한 관계자는 “볼펜 한 자루도 받아본 적이 없다”며 “다 사비로 구입해서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특조위는 현재 위원장 사비로 유지되고 있는 형편이다. 특조위 초기 렌트했던 업무용 차량은 렌트비를 지불하지 못해 반환하기도 했다.

    특조위는 이날 정례브리핑 자료에서 “일부 렌탈 가구는 조달품목에 비해 품질이 떨어지는 중고가구라 향후 A/S도 보장되지 않아 추가비용이 발생할 수 있어 새 상품으로 구입했다”며 “사무집기는 향후 해수부 등 정부부처 관리 전환을 통해 재활용이 가능하고 렌탈 가구의 사후 관리 불안정성 등을 고려해 신규 구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며 예산낭비 비난에 반박했다.

    또한 컴퓨터나 프린터 등 고비용의 사무기기 구입에 대해선 2년이라는 위원회 활동기간을 감안하면 렌탈 비용이 구매가보다 1.5~3배 이상으로 더 많은 비용이 소요돼, 조달품으로 저렴하게 구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구입한 사무기기의 경우 품질도 우수한 편이라 특조위에서 사용 후 정부기관에서 관리 전환하면 된다. 고가의 사무기인 대형컬러복합기, 고속복사기 등은 렌탈해 초기예산 집행 최소화도 추진했다.

    특조위는 나름대로 최소한의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 노력한 것은 물론, 지난 7개월 간 기재부로부터 단 한 푼의 예산도 받지 못한 상황에서 ‘예산낭비’, ‘세금도둑’으로 몰리는 것이 억울한 상황이다. 일부에선 지원금 ‘0원’의 세금 도둑이 어디에 있냐는 한탄도 나온다.

    박종운 상임위원은 “예산안을 받았고 낭비했다면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지난 7개월 동안 정부로부터 특조위 차원에서는 예산을 한 푼도 받은 적이 없다”며 “2015년 예비비 예산안을 냈다는 이유만으로, 그 자체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비판을 받아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상임위원은 “기재부가 예산안을 주기 전에 뭔가 사전작업을 해서 저희에게 예산을 좀 적게 주더라도 그에 따른 비난을 적게 받으려는 게 아닌가 싶다”며 “예산안을 통해서 특조위 활동을 위축시켜 보려고 하는 게 그런 게 아닌가, 그런 의구심을 품게 된다”고 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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