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총파업 투쟁과
    민주노총의 '정치'
    [인터뷰]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 내정자
        2015년 08월 03일 11:4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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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 기간 공석이었던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에 양동규 전 사무부총장이 내정됐다. 중앙위원회에서 정식으로 인준을 받을 예정이다. 양동규 신임 정치위원장(서리)을 만나, 한상균 집행부 당선 이후로 잘 보이지 않았던 민주노총의 정치와 다가오는 총선에 대한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총파업이 정치투쟁이듯 정치활동도 투쟁이라는 점에서 민주노총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4월과 7월 총파업을 비롯한 총력투쟁에 대해서는 한상균 위원장 및 집행부가 조직적으로 결정하고 집행했고 하반기에도 그럴 것이기에 각종 의결기구 등에서 엄밀하게 계획하고 집행하고 평가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총파업에 비해  잘 드러나지 못했던 민주노총의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게 인터뷰의 배경이다. 정리는 유하라 기자가 맡았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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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정종권 편집장 : 한상균 집행부 출범 이후 총연맹 정치위원회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으며 연맹 및 단위사업장에서의 정치교육이나 정치활동도 유명무실화된 지 오래됐다. 총연맹의 정치위원회 활동에 대한 평가와 현재에 대한 진단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도 간략히 설명해달라.

    민주노총 양동규 정치위원장 : 총연맹은 한상균 위원장 당선 이후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선 투쟁전선의 구축에 우선점을 두었고 집중했다. 또 그런 투쟁전선의 구축 없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추진하는 것은 어렵다고 봤고, 민주노총에 대한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할 때 정치세력화 사업도 복원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2008년 민주노동당 분당과 2012년 직후에 있었던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현장 간부뿐 아니라 현장 조합원들도 진보정치에 대해 패배감, 실망, 불신이 상당히 많다. 예상하는 것보다 심하다. 어쨌든 지금은 이렇게 본다. 현장 간부들, 조합원까지 목소리를 좀 많이 들어야겠다는 계획이다. 우선 다양한 방안을 강구해서 현장과 지역의 의견을 듣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치위원장으로선, 앞으로 정치위원회 회의를 정상화하는 것에 집중할 것이다. 중앙 정치위원회, 각 산별과 지역본부 정치위원회를 정상화할 거다. 그러다보면 자연스럽게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리고 하반기 사업안을 정치위원회에서 한 차례 초벌토론을 했고 8월 18일에 수련회를 갖고, 9월 3일에 1차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현재로썬 그 정도 계획을 확정한 상태다. 수련회에서 하반기 세부적 사업 계획을 확정할 예정인데, 그 과정에는 지역과 가맹조직의 정치위원장, 임원, 조합원의 층위까지 다양한 의견을 듣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민주노총 중앙이 기존에 관행대로 해왔던 사업만 가지고는 민주노총의 정치위원회 활동이나 정치세력화 모색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현장 목소리를 많이 듣고 거기서부터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정치방침, 현장의 의견과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때

    정종권 : 정치위원회에서 현장 간부와 조합원 의견을 듣고 구체적인 정치활동 계획을 수립한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현재는 삭제됐지만, 지난번 대의원대회에 집행부의 정치방침 관련 초안으로 올라갔던 ‘신자유주의 세력과 연계된 국민모임과는 할 수 없다’, ‘정치적 다원주의’ 등에 대한 언급들과 지금의 고민은 일정하게 충돌하는 것 아닌가.

    양동규 : 한상균 집행부는 선거 과정에서도 이미 ‘민주노총이 대중조직으로서 조합원 사이에 다양한 정치적 견해가 존재하는데 배타적으로 특정 정치세력을 지지하는 건 곤란하다’는 기본입장을 밝혀왔다. 또 이미 민주노총에서 배타적 지지방침은 폐기가 됐고 지난 지방선거 때도 우리의 요구를 반영하는 여러 정치세력과 관계를 맺었다.

    민주노총이 과거 민주노동당을 만들 때처럼 정당 건설의 중심에 서서 조직건설을 추동하는 것이 바람직한지는 굉장히 신중해야 하고 어려운 문제라고 본다. 민주노총 내에서 진보정치에 대한 불신이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가령 현장에선 ‘정치보다는 투쟁을 잘하라’ 라는 말도 나온다. 그런데 이런 양상이 탈정치, 비정치로 갈 우려가 있는데, 그건 경계해야 된다고 본다.

    한국사회가 노동기본권 박탈, 임금삭감과 고용불안 등 신자유주의 완결판으로 가는 상황에서 조합원들의 정치적 성장, 정치의식의 함양을 위해 많은 정치세력이 협력하고 조합원에 대한 다양한 방식의 정치선전 교육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적 다원주의라는 표현을 한 것이다. 한국 노동자가 느끼는 요구와 고통을 잘 반영하는 정치투쟁의 방향을 많은 정치세력들이 제시하고 조합원과 토론해줬으면 한다.

    정종권 : 특정 조직에 대한 배타적 지지방침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말과 다양한 정치세력들의 존재를 그냥 그대로 인정한다는 의미의 정치적 다원주의는 다른 성격이라는 생각이다. 예를 들면, 민주노동당 시절만 하더라도 울산 등 노동현장에선 한나라당은 말할 것도 없이 민주당 등의 정치세력들이 현장에서 공개적인 정치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 노동진영에서는 일정하게 견제를 하고 규제를 했다. 그런데 지금은 현장 간부들이 공공연히 민주당(새정치연합) 이름으로 출마도 하고 현장에서 그 정당의 정치활동를 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양동규 : 과거에도 민주노총 소속 현장 간부 출신이 한나라당 후보로 출마한다고 해도 단위노조 지도부가 이를 지지하지는 않았다.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다. 다원주의의 의미가 새누리당, 새정치연합까지 다 포함해서 지지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니다.

    정종권 : 질문을 바꿔보자. 최근 정치정세는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새정치연합 내부에서도, 진보정치 내부에서도 갈등과 변화의 움직임이 상당히 나타나고 있다. 내년부터 3년 연속 이어지는 총선-대선-지방선거의 정치일정을 앞두고 각 세력들 내에서 다양한 모색들이 일어나는 징후라고 본다.

    반면 노동정치를 이끌어왔던 민주노총의 정치는 부재한 것 같다. 정치위원회의 활성화 여부와는 별개로 이러한 정치적 변화의 시기에 민주노총의 정치, 정치적 개입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한다고 보나. 특히 정치방침과 별개로 곧 다가올 총선에서 민주노총의 방침은 뭔가.

    양동규 : 정치위원회 사업에 총선방침 수립에 대한 계획이 있다. 1차적으론 민주노총이 고군분투하는 전체 노동자의 생존과 근로조건의 영향을 미치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특히 취업규칙 일방 변경의 경우 조직노동자는 투쟁할 수 있는 수단이 있는데 90%의 미조직 노동자는 완전히 무장해제를 당하는 거다. 또 당면한 전교조와 공무원노조의 법외화 상태, 타임오프와 복수노조, 근본적으론 실노동시간 단축이 안 되는 장시간 노동체제가 지속되고 있다. 주 5일제임에도 주 6~7일 근무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한국 노동체제가 거의 87년, 97년 체제가 짬뽕된 상태로 지속되고 있고 노동자들은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은 무권리 상태에 놓여있다.

    이 점에 대해서 내년 총선은 민주노총의 분명한 요구를 제기하고 그것을 정치사회적으로 쟁점화시키는 것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최저임금 1만원이 올해 일정한 사회적 호응을 얻었고 쟁점화됐다. 최저임금 1만원 실현 쟁취를 내걸고 총선에 적극 대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러한 우리의 요구를 수용하는 정치세력과 긴밀하게 협력하는 것이 민주노총의 총선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하반기부터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 등의 투쟁의 과정을 시작해서 내년 총선까지 이 투쟁들이 이어질 것이다. 차기 총선에선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등의 수준을 넘어서서 정치사회적 쟁점화를 위한 광범한 대중행동이라든지 이런 것과 연관돼서 고민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종권 : 좀 일반론적이고 추상적이지 않나. 선거방침은 총선 때 특정 후보와 정당을 반대하거나 지지하는 것 등 정치적 연대나 정책연대 등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는 것인데, 양동규 정치위원장의 말은 민주노총이 제기하고 있는 노동이슈나 노동정책에 대한 문제를 총선 시기에 쟁점화하겠다는 일반적인 말로 들린다.

    양동규 : 여기서 출발하겠다는 거다. 하반기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노동계 전체를 규정하는 이슈이기 때문에 성공적인 투쟁을 전개할 때 총선과도 직결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현장의 많은 의견들을 수렴하는 과정이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아직은 이런 수준에서 말씀드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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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동규 민주노총 정치위원장(사진=유하라)

    정종권 :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같은 의제들은 정치권의 현안이기도 하고, 제도정치의 법과 제도를 바꾸는 문제라는 점에서 정치적 접근도 필요하다고 본다. 투쟁전선 구축이 우선적 과제이고 그것을 기반으로 할 때만 정치세력화의 의미가 있다는 말에는 동의하지만 총파업으로 모든 것을 대신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선거가 다가오는 상황 속에선 정치에 대해 자기 입장이 구체화돼야 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한상균 집행부가 정치의제를 너무 평가절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노동 현안과 이슈를 매개로 새누리당, 새정치연합, 정의당 등 제도정당들에 대한 태도가 보다 구체화돼야 한다고 본다.

    양동규 : 평가절하는 아니다. 기본적으로 새누리당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고, 새정치연합은 노동 개악에 대한 자신들의 명확한 기조가 보이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 대표가 얼마 전 민주노총에 와서 지도부와 면담을 했고, 민주노총은 노동계의 요구를 받아서 새누리당에 대한 반대 전선을 분명하게 하고 함께 싸워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그것을 수용할지는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당선되고 민주노총에 예방했을 때도 지도부는 같은 주문을 했다. 민주노총은 쟁점화된 요구에 대해서 정의당이 당론으로 명확하게 밝혀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럴 때 정치위원회, 현장 간부, 조합원이 정당과의 관계 설정에 있어서 비로소 접점이 형성되지 않겠나.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은 제 정치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부족함을 느끼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제 정치세력이 어떻게 판단을 하며 민주노총과 어떻게 투쟁하려고 하는지 분명하게 밝혀주길 바란다.

    “노동현안과 의제를 선거 및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시킬 것”

    정종권 : 정치적 요구와 주문이야 당연히 할 수 있지만, 그 수준이 아니라 민주노총이 좀 더 적극적으로 정치에 나서야 하는 것 아닌가. 민주노동당의 배타적 지지가 현재는 유효하지 않는 지난 얘기라고 한다면 가령, 진보정당이 이 문제를 당론으로 정하게끔 요구하고 안 되면 ‘상당히 불편해질 거다’라고 압박을 하거나, 또는 ‘민주노총의 요구를 당론으로 만들면 지지하고 함께 선거에 임하겠다’는 태도까지 가야 하는 것 아닌가.

    더 나아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이 노동계의 사활적 쟁점이라면, 예를 들어 ‘새정치연합이 노동 개악에 대한 민주노총의 대안과 정책들을 받아들인다면 새정치연합을 지지하겠다’ 뭐 이런 수준까지 갈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이기도 하다. 수동적이고 소극적으로 정치적 주문을 하는 수준으로는 약해 보인다.

    양동규 : 민주노총이 정치세력과의 관계 설정을 하반기부터 당장, 윤곽을 잡아나가는 것은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진보정치의 실패로 현장에선 신중한 태도가 많다.

    물론 우리 요구와 입장은 분명히 있다.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당면한 한국사회의 노동조건 문제나 노동법 등 법과 제도가 우리를 옥죄고 있지 않나. 공무원노조나 전교조 자체가 인정받고 있지 못하고 있다. 노동운동이 탄압받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요구는 명백하다.

    새정치연합 얘길 했는데, 새정치연합은 역사적으로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정책을 추진하여 왔다. 우리 요구를 받으면 지지하겠다는 언급을 하기에는 너무 도식적이며 그러기 어려운 역사성이 있지 않나.

    그런 점에서 총선과 나아가 대선을 준비하는 정치 세력이 있다면 노동문제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가지고 민주노총과 만날 수 있다고 본다. 현장의 노동자들은 새정치연합과 새누리당의 차이에 대해 현장에선 큰 차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도 말씀드린다.

    정종권 : 민주노총이 노동시장 구조개악 저지를 조직 운명이 걸린, 전체 노동자의 사활적 과제라고 했다. 이것의 한 축으로서 총파업이든 총투쟁을 통한 무기를 가지고 있는데, 또 다른 한 쪽으론 정치적 대응을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사활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것 아닌가. 새누리당-새정연-진보정당의 지리멸렬한 모습들이 못미더우면 민주노총이 직접 이슈화해서 후보를 낸다든가, 이런 식으로의 정치 투쟁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즉 정치도 투쟁의 일환인데 너무 수동적이거나 정치의제가 주변화 돼있는 것 아니냐는 거다.

    양동규 : 박근혜 정권이 하반기 추진하겠다고 밝힌 4대 개혁 과제가 노동·공공·금융·교육이다. 이중 노동을 첫 번째로 거론하기 때문에 노동개혁 못 하면 다음 개혁 과제로 못 넘어간다고 본다.

    때문에 박근혜 정권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에 맞서는 총파업 전선이 최고의 정치투쟁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을 세우고 정권의 반노동자적인 정책에 맞서 대중적으로 시위하고 투쟁하는 것 만한 정치가 어디 있나. 국회는 이미 박근혜의 독주를 견제 못하고 있다. 새정치연합은 뒤쫓아 가기 바쁘고 무기력하다. 진보정당들이나 야당은 대안적 정치세력으로서의 위상을 상실해가고 있다. 이런 점에서 민주노총이 하는 투쟁 자체도 정치이며, 정치투쟁을 하고 있는 거다. 지금 우리가 싸우는 게 단지 임금투쟁만이 아니지 않나. 박근혜 정권의 법과 제도에 맞서는 정치투쟁이다.

    그러나 대 정치권 사업을 배제하겠다든지 총파업이 능사라는 것은 아니다. 민주노총의 투쟁과제와 문제의식을 문재인, 심상정 대표와 만나 얘기해 왔다. 민주노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받아 안고 투쟁 현장에 같이 서줄 때 신뢰가 축적될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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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종권 : 총파업이 가장 중요한 고도의 정치이라는 말엔 동의한다. 근데 또 정치도 투쟁이라는 것도 명확하다. 총파업을 하기 위해서 전략과 전술을 짜고 꼼꼼한 계획과 과정이 필요하듯이 정치 개입이라는 것도 투쟁이라는 관점에서 어떤 이슈로, 어떤 정책으로, 어떤 세력과 함께 할지 아니면 우리가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입장이 분명히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의미에서 상대적으로 주변화된 것 아닌가 싶다는 말이다.

    양동규 : 동의는 한다. 결국 적어도 새누리당의 독주와 폭압을 견제하기 위해선 원내에 있는 야당세력들과 적극적으로 접족하고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선 인정하고, 실제 도움도 필요하다. 노동자를 전면적으로 대변하는 정치가 현재 없지 않나. 그런 점에선 정치활동이 강화돼야 한다고 본다.

    정종권 : 선거 상황과 정세에 따라 일정하게 달라지는 선거 방침과는 별개로 민주노총 정치활동의 상과 전망에 대한 기조를 담는 ‘정치방침’을 새롭게 정립할 계획은 있나. 과거의 배타적 지지 방침에서 진화된 방침을 말하는 거다.

    양동규 : 7월 24일 정치위원회 2차 회의를 거치면서 정치위원들은 어떤 식으로든 정치 방침, 선거 방침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이 필요하고 가능한 빨리 윤곽을 잡아가자는 의견들이 있었다.

    1차적으론 임박한 총선 일정을 계기로 대응 방침을 잘 수립해나가면서 그 성과를 통해 조합원의 정치활동에 대한 자신감이 축적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나아가 정치방침으로까지 전화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정치방침의 수위는 다양하다. 낮게는 우리의 요구를 수립하는 것, 나아가 특정 선거 시기에 특정 정치세력과의 정책적 지지 수준일 수 있다. 또 정치적 연대관계를 수립할 수도 있고 다양한 층위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민주노총 상황에선 민주노총의 절박한 요구와 노동자 현실을 돌파하는 것을 정치적 목표로 삼고 투쟁과 정치를 결합한다는 관점 하에서 차근차근 준비해나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정종권 : 민주노총의 지난 선거 방침은 통합진보당, 정의당, 진보신당, 녹색당 4개의 진보정당과 준정당이라고 할 수 있는 계급정당추진위, 노동정치연대의 2개, 즉 4+2를 민주노총이 지지할 수 있는 정치세력으로 규정했다. 예를 들면 지금의 선거방침이 거기에서 플러스, 마이너스 되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획기적인 방향으로 구체화될 수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양동규 : 많은 고민과 토론이 요구되는 사안이다. 당장 언급하기가 쉽지 않은 의제 같다.

    정종권 : 아까도 말했지만 정치방침이라는 것은 충분한 공감대 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당장 쉽지 않을 것이라 보지만 당장 총선은 반 년 정도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선거방침 속도가 너무 더딘 것 같다. 조금 더 구체화해서 총파업과 연계되는 총선 방침, 선거투쟁으로 구체화해야 하는 거 아닌가.

    양동규 : 방향을 잡기 위해 지역과 현장의 많은 의견을 청취할 거다. 다만 민주노총이 선거에 너무 휘둘려선 곤란하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의 과거 정치사업은 당원 모집, 세액공제, 간부들의 지지 후보에 대한 선거지원이었다. 이 이상의 전형이 없다는 게 문제다. 현장 조합원들은 그저 선거를 중심으로 정치 활동을 지원하는 대상으로 간주돼왔다. 정치세력화와 중앙정치의 대상화가 됐다는 패배감과 실망감이 크다는 것이다. 다시 조합원이 주체라는 것을 일깨우면서 주체적으로 나설 때 실제 힘도 나올 것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한 부분이다.

    그런 점에서 이제는 현장의 노동자들과 투쟁 간부들이 정치 주체로 나서지 않고서는 노동자정치세력화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현장정치의 구축은 지난 해 정치위원회 활동에도 강조됐고 이후 정치위원회의 가장 큰 과제라고 본다.

    진보정치에 대한 현장의 불신 극복해야

    정종권 : 다른 질문으로 가보자. 지난 6월 4일 정의당-노동당-국민모임-노동정치연대 등 대표적인 진보정치조직들이 공동선언을 통해 진보정치의 재편과 통합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 이후 노동당 624 당대회의 결정을 통해 일정한 변화가 있었지만 진보정치의 재편과 통합을 통한 새 진보정당 건설이라는 방향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흐름을 포함해 진보정치를 재편하고 통합해 노동대중들에게 다시 희망의 대안을 만들려는 흐름이 있는데, 이에 대한 민주노총의 정치적 태도와 입장은 무엇인가.

    양동규 : 양당정치에 대한 환멸과 불신은 심화됐다. 그런 상황에서 진보정치와 노동자정치가 새로운 대안 정치세력으로 등장해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민주노총의 투쟁과 요구에 적극적으로 결합해주면서 관계를 발전시켜 나가면 되지 않겠나. 같이 투쟁하고 협력해나가는 관계를 만들어갔으면 좋겠다.

    정종권 : 정치위원장은 현장 조합원이 진보정치에 대해 실망과 불신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 현재의 사분오열 돼있는 진보정치를 다시 재편 통합하는 것은 조합원에게 다시 진보정치 노동정치의 주체로 나서자는 요청이기도 하고, 함께 다시 해보자는 제안으로 보이는데 그런 흐름들에 대한 민주노총의 의견은 어떤가.

    양동규 : 노동 대중의 요구에 착목하면서 수렴하는 활동을 해주길 바란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접점이 형성되고 협력 관계가 강화되지 않을까 싶다. 다소 추상적인 답변이지만.

    정종권 : 예를 들어, 비유해보자.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관련해서 민주노총이라는 조직 외부에서 의미있는 현장 투쟁이 벌어지고 있다면 이런 사건과 투쟁들에 대해 민주노총은 어떤 입장과 계획을 가질 것인가, 어떻게 개입할 것인지 고민하지 않겠나.

    6.4 4개 조직의 공동선언은 정치와 관련해서도 이런 흐름이라고 비유할 수 있다. 민주노총이 민주노동당처럼 직접 만들고 키워온 조직이 아니더라도, 그런 정치적 흐름과 모색이 있으면 민주노총은 어떤 태도를 가질 것이냐는 요구가 제기되지 않겠나.

    양동규 : 그런 정치적 모색과 노동현장의 고민이 접점이 형성되는 것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럴 때 만날 수 있다고 본다.

    정종권 : 한상균 집행부는 노동운동 진영 내에선 전통적 진보정당 운동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노동당,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등의 흐름과는 별개의 계급정당추진위와 일정한 친화성을 가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렇다면 계급정당추진위의 흐름에 대해선 어떻게 보나.

    양동규 : 민주노총이 노동자에 몰아치는 폭압적 공세와 공안탄압에 절박하게 투쟁하고 있다고 할 때 이 투쟁을 함께 엄호하고 노동자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정치세력과 접점이 형성되고 당연히 협력하고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계급정당추진위라고 해서 다른 입장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종권 : 앞서 말했던 노동정치, 진보정당의 고민들, 총선방침 등에 대해 비중을 낮게 보고 있다는 느낌이다. 직설적으로 물어보면 현 집행부가 계급정당추진위와 친화성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닌가.

    양동규 : 전혀 그렇지 않다.(웃음)

    정종권 : 헌법재판소의 현 선거구 획정의 위헌판결 이후 최근 선거구 획정 문제나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문제가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핫이슈가 되고 있다. 과거 민주노총은 선거연령, 노동자 투표시간 보장 및 선거제도 등와 관련해서 자기 입장을 확정하고 이를 이슈화하는 것을 중요한 정치활동으로 전개했다. 이런 정치개혁, 선거제도 개혁 이슈와 관련한 민주노총의 입장은 무엇인가.

    양동규 : 그간의 선거제도에 획기적 변화가 있지 않고서는 노동자정치나 진보정치가 자리 잡기 어렵다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지금 진행되고 있는 정치개혁 및 선거제도 개편에 대해 민주노총이 서둘러 토론을 시작해 입장을 마련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식 정당명부비례대표제, 선거연령 18세 인하, 투표시간 보장 등 정치제도 전반에서 보다 파격적이고 본질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것이야 말로 큰 정치투쟁이라고 보고, 본질적으로 접근해야지 인원수 조금 증원하는 것으로는 현재의 새누리당의 기득권 구조를 돌파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민주노총이 적극적으로 토론하고 입장을 마련해서 제도 개선에 힘을 보태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종권 : 정치적 정견과는 별개로 합의돼 있는 것이기는 한데, 민주노총이 계급 대중조직이란 측면도 있지만 가장 큰 유권자집단의 하나로서 선거제도 등과 관련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양동규 : 노동자 계급으로서 선거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접근해서 치열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

    정종권 : 민주노총의 정치위원장으로 민주노총의 ‘정치’에 대한 관점을 정리하는 것으로 마무리 발언 부탁한다.

    양동규 : 정치위원회를 활성화하고 민주노총의 정치 사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현장 간부는 물론 조합원 의견까지 많이 듣겠다. 조합원의 고민과 실망을 듣지 않고는 어떤 계획이 있어도 안 될 것이라고 절감하고 있다. 이를 통해 지난 정치세력화, 진보정치운동에 대한 성찰과 교훈을 얻어내는 것을 바탕으로 활동하겠다.

    진정한 노동정치가 되기 위해서도 현장의 조합원이 참여하는 현장정치 영역 구축이 핵심이라고 본다. 그러려면 우리 조합원들이 정세를 제대로 인식하는 눈을 가져야 하고, 스스로 정치적 판단을 할 수 있는 시야를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다양한 교육과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특히 투쟁과 정치의 결합을 끈질기게 견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정치위원회를 활성화해 1차적으로 내년 총선에는 노동자의 절박한 요구를 잘 결합해서 대응한다면 총선이 새로운 노동정치 성장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또 현장 정치역량을 강화하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기대한다. 많은 관심과 지원을 부탁드린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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