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의 본질과
보수 우파의 이념을 해부한 문제작
[책소개] <수퍼크래시>(대릴 커니엄/ 이숲)
    2015년 08월 01일 10:51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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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로 진원지인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가 공황 상태에 빠졌다. 거대 금융사와 불건전한 거래를 하고 있던 나라들은 아직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재무 건전성에 문제가 많았던 그리스는 최근 채무불이행 상태에 놓였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 사태의 심각성은 알지만, 그 내용을 제대로 아는 이는 드물다. 『정신병동 이야기』, 『과학 이야기』 등 ‘문제적’ 그래픽 노블을 출간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작가 대릴 커닝엄이 이번에는 거대 금융사들이 탄생한 이념적·역사적 배경과 그들이 천문학적 숫자의 금액을 벌어들인 수법과 전략, 그리고 서민복지와 시장경제, 경쟁과 분배 등의 문제에 관한 좌파 진보세력과 우파 보수세력의 서로 다른 철학과 이념, 심리적 배경을 사실에 바탕을 두고 예리하게 분석한다.

아인 랜드, 미국 보수세력의 대모

모두 3부로 구성된 이 책의 1부 「아인 랜드」에서는 미국의 우파 보수적 이념의 사상적 기틀을 마련한 아인 랜드의 일생을 다룬다.

러시아 출신 유대계 약사의 딸로 태어나 볼셰비키 혁명을 피해 러시아를 떠났다가 미국에서 소설가로 성공한 아인 랜드는 인간의 이기심을 가장 위대한 가치로 신봉하고 소수 엘리트가 무지한 다수를 지배하는 세상을 꿈꾸면서 『파운틴헤드』, 『아틀라스』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보수주의 철학을 통렬하게 전파한다. 특출한 능력 없는 보통 사람들을 ‘중고 인간’이라고 부르고, 장애인 등 능력을 상실한 소수자들을 ‘기생충’이라고 부르는 그녀는 이들을 사회복지제도에 의지해 연명하는 잉여적인 존재들로 간주하고, 인류 발전은 경쟁에서 이겨 권력을 장악한 소수 엘리트에 의해 이루어진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이후 신자유주의자들의 대모가 된 그녀 사상의 추종자이자 전파자였던 내서니엘 브랜든(국내에도 그의 심리학 저서가 다수 소개되었다)과 그의 아내 바버라 사이의 복잡한 삼각관계뿐 아니라 그녀의 열렬한 신봉자였으며 레이건 대통령 시절부터 네 명의 대통령을 거치며 다섯 번이나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회 의장직을 맡았던 앨런 그린스펀이 그녀에게서 어떤 사상적·이념적 세례를 받았는지도 전기적 사실들을 통해 충격적으로 소개한다.

수퍼크래시

세계적 금융 참사의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경제민주주의의 적들

2부 「크래시」에서 저자는 작은 정부를 구상했던 레이건 시대 이후 정부규제를 대폭 완화하면서 투자은행들의 활동 폭이 넓어지고, 금융사들이 합병을 거듭해 거대한 공룡으로 다시 태어난 과정을 추적한다. 그리고 그들이 ‘파생상품’이라는 괴물을 만들어내면서 투기와 사기가 횡행하는 무법천지가 된 현실을 조명한다.

아울러 전 세계적인 금융 참사를 일으킨 신용파산스왑(COS)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그토록 많은 피해자를 내게 되었는지 그 원인을 일반인도 알기 쉽게 차근차근 설명한다. 그림과 대사가 중심 역할을 하는 그래픽 노블의 매력이 진가를 발휘하는 대목이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월스트리트의 역할을 점검하고, 그들이 어떤 신용 조작을 통해 범죄 수준의 사기행각을 벌임으로써 어떻게 보통 사람들을 파산하게 했는지, 어떻게 아일랜드, 아이슬란드, 스페인 같은 나라를 극심한 재정 파탄 상태로 몰아갔으며 특히 리먼브라더스는 그리스를 유럽공동체에 가입시키기 위해 편법으로 어떤 통화간스왑(CRS: 용어가 어렵다고 겁먹지 마시라. 책의 끝 부분에 상세한 용어 설명이 달려 있다)을 조작했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현재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상태로 몰아갔는지를 드라마틱하게 설명한다.

또한, 시티그룹, 제이피모건, 아메리퀘스트, 컨트리와이드, 리먼브라더스 같은 거대 금융사들이 로비를 통해 어떻게 정부 규제를 무력화했는지, 스탠더드푸어, 피치, 무디 등 대표적 신용평가회사들이 어떻게 거대 금융사들의 사기 행각에 동조했는지, 이를 규제하고 통제했어야 할 당시 미국의 재무장관 로버트 루빈, 차관 래리 서머스, 연방준비위원회 이사회 의장 그린스펀 같은 사람들은 어떤 조처를 했고, 그들의 향후 진로는 어떤 것이었는지를 상세히 파헤친다.

특히 금융 참사의 뇌관이 되었던 미국의 주택담보대출의 배경에는 어떤 정부 정책이 있었으며, 금융사들은 이 채권을 활용해서 어떻게 천문학적인 숫자의 돈을 벌었는지, 그리고 정경유착의 행태가 얼마나 교묘하고 악마적이었는지를 당시 문제의 금융업체에서 일했던 임원들, 그리고 특히 그린스펀의 증언을 통해 들려주기도 한다.  이처럼 당시 관련 분야, 관련 직책에서 일하던 당사자들의 증언이 다수 수록되어 있어 사태 파악에 큰 도움이 된다.

보수주의 우파의 본질과 미래 전망

그러나 이 책의 백미는 역시 좌파와 우파, 진보주의자들과 보수주의자들의 철학과 이념적 성향, 그들의 타고난 심리적 특성들을 해부한 제3부 「이기주의 시대」다.

2008년의 금융위기로 수천만의 평범한 시민이 하루아침에 극빈층으로 전락했고, 1억 2천만 명이 극도의 궁핍 상태에 빠졌지만, 정작 거대 금융사들은 정부의 구제금융으로 아무 손실 없이 위기를 넘겼고, 심지어 임직원들은 그 지원금으로 거액의 보너스 파티를 벌이기도 했다.

금융사 회장들이나 국가 고급공무원들은 단 한 명도 구속되지 않았을 뿐더러 심지어 AIG를 파산으로 몰아갔던 골드만삭스는 이 기회를 이용해 엄청난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구제금융이라는 명목으로 금융사와 부유층의 배를 불려준 돈은 모두 시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온 세금이다. 이처럼 서민경제가 파탄 나고, 국가 파산으로 평범한 시민이 길거리로 나앉는 상황에서도 부유층은 금융과 부동산에 투자해 엄청난 돈을 벌고, 오히려 그것을 자랑으로 여긴다.

왜 그럴까? 왜 그들은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 약자들과 공감하지 못할까?저자는 좌파 진보주의자들과 우파 보수주의자들의 이념과 철학, 비전과 행동양식을 비교하면서 경쟁을 우선시하고 엘리트주의를 신봉하며 사회적 약자와 공감하지 못하는 보수 우파의 성향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해부한다.

우선 그들은 뇌에서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부터 다르고, 아주 어린 시절부터 ‘보수적’ 성향이 발현한다는 사실을 버클리 대학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설명한다. 또 다른 연구 결과는 좌파와 우파가 생활방식, 인간관계, 직업, 취향은 물론 심지어 가정과 사무실을 꾸미는 방법과 진열하는 장식물마저 다르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우파가 말하는 사회정의는 비례성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이기심을 미덕으로 간주하는 보수주의자들은 경쟁 상황에서 우수한 사람이 자신의 역량을 발휘해 더 많은 열매를 가져가는 것을 정의롭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복지라는 명목으로 저열한 일반 대중이 엘리트 계층에 기생하는 현실은 정의롭지 않다고 보는 것이다.

그들에게는 자유시장에서 능력이 뛰어날수록 많은 것을 가져가고, 능력이 모자라면 사회에서 도태되는 ‘비례성’이 바로 사회정의이며 도덕성이다. 우파에게 경제민주화란 자기 돈을 남에게 주는 것을 의미하며, 재화의 재분배를 담당하는 정부의 세금징수와 각종 규제를 부정적인 것으로 판단한다.

우파가 정부를 구성할 때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그들이 부자들에게 세금을 줄여주고, 세금 회피와 탈세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가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저자는 국가의 복지정책에 반대해 강경한 보수성을 드러낸 미국의 티 파티(Tea Party) 운동을 그 사례로 들고 있다. 실제로 1980년대 미국의 레이건 정부나 영국의 대처 정부가 들어선 이래 전 세계 정치판도는 우측으로 이동했으며 돈 잘 버는 기업이 주인공으로 활약하는 새로운 황금시대의 막이 올랐다.

본래 의미의 정치적 좌파는 거의 사라졌고,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들도 노동계급과 점차 멀어지면서 ‘신자유주의적’ 정당으로 변신했으며, 보수 정당과 별로 다르지 않게 중산층의 가치를 대변하려고 애쓰고 있다. 다시 말해 이제는 복종, 배타성, 혐오에 바탕을 둔 도덕적 가치를 신봉하는 사람들에게 권력이 넘어갔으며 자기보다 불운한 사람들과 공감하는 도덕성을 약점으로 여기는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저자는 아인 랜드식 자유주의는 ‘틀렸’으며, 이기주의는 미덕이 될 수 없으며, 이타주의는 도덕적 약점이 아니라고 강변한다. 그리고 세금과 복지는 인간이 문명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해 치러야 하는 당연한 대가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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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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