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 고용절벽 해소 대책,
    노동시장 구조개악안과 판박이
    20만개 일자리? ... 노동계 배제, 일자리 질은 낮고
        2015년 07월 27일 07:1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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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가 재계와 함께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27일 오후 2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민관합동 회의를 통해 ‘청년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청년고용대책)’을 발표했다. 이 회의에는 관계부처 장관과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등 6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이날 이 같은 내용의 청년고용대책을 발표하고 ‘청년 일자리 기회 20만+ 프로젝트 추진을 위한 정부-경제계 협력선언’에 서명했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청년고용대책은 향후 3년간 공공부문 5만 3천 개, 민간부문 3만 5천 개 등 정규직 일자리 8만 8천 개와 민간 부문 인턴 및 직업훈련 등의 방식으로 약 12만 5천 개를 창출한다. 전체 21만여 개 중 민간 영역의 일자리 기회는 16만 개 수준이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공공부문에서 ▲교원 명예퇴직 확대를 통한 신규교원 채용여력을 확보 ▲시간선택제 공무원은 2017년까지 4천 5백명 신규채용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한 공공기관 청년채용을 8천명까지 확대 ▲메르스 사태로 인력 확충의 필요성이 부각됐던 보건부문에선 포괄간호서비스 조기 확대 등을 통해 2017년까지 1만 명의 간호 인력을 확충 ▲어린이집 보조․대체교사의 단계적 확충 추진 계획이다.

    민간부문에선 ▲기업의 청년고용 창출노력에 대해 재정지원을 강화 ▲양질의 인턴․직업훈련 기회 제공 ▲청년인턴제를 우량 중소․중견기업 대상으로 연 5만 명 규모로 확대하고 인턴 후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지원 개편키로 했다.

    특히 일자리 친화적 경제구조 조성을 명목으로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확산하고 노동시장의 유연․안정성 제고에 초점을 맞춰 노동개혁을 가속화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정부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관광진흥법․의료법 개정안서비스분야 법안 등에 대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기도 했다.

    정부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대책안을 제시하며 “절박한 청년 고용상황을 타개하고자 정부는 인력수급 미스매치 해소를 위한 구조적인 대책과 함께 단기간 내 청년 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종합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간 박근혜 대통령이 강조해왔던 중동 등 해외취업과 관련해서도 연 1만 명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부

    사진은 산업통상자원부

    노동자 생존권 달린 일자리 대책 논의…노동계만 빠졌다

    이번 청년고용대책 논의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 김재춘 교육부 차관 등 정부부처 관계자 6명,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등 경제 6개 단체장이 참석했다. 반면 노동계 인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노동자의 생존과 직결된 일자리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에 정부와 경제인 단체만 모여 논의하고 대책안을 마련하고 서명까지 한 것이다. 당연히 노동계 측의 입장은 배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이번 청년고용대책에 임금피크제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임금피크제는 1차 노동시장 구조개악안의 핵심이었고 때문에 노동계에 반발은 지금도 매우 큰 상태다. 노사정대타협 당시 한국노총이 결렬을 선언한 이유 중 하나도 정부와 재계에서 임금피크제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노동계에선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안 그래도 불신의 골이 깊은데 노동자와 대화 없이 정부와 재계가 독단적으로 일자리 대책안 덜컥 내놓았으니 노동계에선 당연히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보건의료노조는 이날 성명에서 “실효성 있는 일자리정책이 성공적으로 추진되려면 현장의 실태파악과 현장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정부는 관계장관과 경제6단체장이 참석하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를 위한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구성·운영한다고 밝혔지만 정작 노동계는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계는 청년고용정책의 희생양과 들러리가 아니라 당사자이자 추진 주체”라며 “정부는 현실 적합성이 없는 책상머리 정책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현장의 인력실태조사와 인력충원 요구를 바탕으로 실효성 있는 일자리 확충방안을 수립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공공운수노조 또한 “공공부문 현장의 노동자를 대표하는 우리 공공운수노조를 비롯한 노동조합, 시민사회, 청년들과 대화해야 제대로 된 정책이 나온다”며 “우리 노조는 정부의 허구적인 일자리 정책이 아니라 청년과 중고령,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합의할 수 있는 대화를 통해 합리적인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청년고용절벽 종합대책… 노동시장 구조개악과 판박이

    청년고용대책은 큰 틀에서 보면 정부가 하반기 추진하겠다고 밝힌 노동시장 구조개악안과 거의 흡사하다. 공공부문 일자리 정책의 핵심은 결국 임금피크제다. 교원 명예퇴직을 확대해 신규교원 채용을 하겠다는 점, 임금피크제 도입을 통해 청년채용 확대하는 것 등이 그렇다.

    노동계에선 임금피크제를 중심으로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에서 큰 진전이 없는 내용이라는 평이 나온다.

    민주노총은 이날 논평을 내고 “최근 정부와 여당은 노동시장 구조개악 강행추진을 위한 정권차원의 총공세를 펴고 있으며 이번 대책은 그 일환으로 보인다”며 “이런 꼼수로 ‘쉬운 해고와 임금삭감’을 ‘일자리대책’으로, ‘개악’을 ‘개혁’으로 포장하는 선전효과를 얻으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공운수노조도 “정부가 공공기관에 강요하는 임금피크제는 정부는 전혀 재원을 부담하지 않고 노동자들에게 정년연장 비용과 청년 채용 비용을 모두 전가하는 정책”이라고 지적했다.

    노동계는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발표한 날부터 일관되게 이 같은 비판을 이어왔다. 노동개악과 차이 없는 대책을 이름만 바꿔서 내놨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노조는 또한 “이번 정부 대책은 시종일관 일자리 비용을 개별 공공기관, 지방자치단체, 지방교육청, 심지어는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일자리가 중요하다면 정부가 투자하라. 재원이 부족하다면 천문학적인 사내유보금을 쌓아둔 재벌에게 과세하고 사회적 책임을 요구해야한다”면서 “실효성 없는 정책을 포장해서 발표하는 정부를 보면 청년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기 위한 진정성이 있는지 의심된다. 오히려 쉬운 해고, 임금피크제 등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밀어붙이는 핑계로 ‘청년’을 악용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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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자리 20만개, 과연 양질의 일자리일까

    노동계 참여 여부를 떠나 이번 청년고용대책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필요성에 강조되고 있는 상황임에도 ‘쪼개기 일자리’의 일종인 시간제 일자리와 청년 인턴 정책은 비정규직 저임금 노동자만 양산할 뿐이라는 비판이다.

    민주노총은 “이번 대책을 통해 새로 만들겠다는 일자리 중 가장 심각한 것은 파견 비정규직이다. 이전까지는 특정 연령에만 파견 비정규직을 확산시키겠다니 이번 대책에는 ‘인력난이 심한 업종을 대상으로 파견규제 합리화 방안 마련을 하겠다’고 한다”며 “특정 연령에 더해 특정 업종에까지 파견직 허용을 확산시키겠다는 말이니, 기존 개악안 보다 더한 내용이 아닐 수 없다”고 질타했다.

    공공부문에서 교원 명예퇴직 확대와 임금피크제를 통한 청년채용 확대가 노동시장 구조개악 추진의 일환이라면, 민간 부문의 청년 인턴과 직업훈련 기회 제공 정책은 현실과 동떨어진 정책이라는 논란이 예상된다.

    실제로 패션노조 등의 문제제기로 저임금 고강도 노동의 청년 인턴제는 그 폐해가 고스란히 드러난 바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자료에 ‘청년인턴제를 확대하고 정규직 채용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한다는 문구만 적시했을 뿐 청년인턴제의 문제를 어떻게 바로 잡을 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도 언급하지 않았다.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공공운수노조는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와 관련해 “(정부의 정책은) 1~2년간 일시적으로 채용을 증가할 수는 있으나 외주화·민영화 정책이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다시 감축될 수밖에 없는 미봉책”이라며 “시간제 일자리 역시 공공서비스 업무의 성격에 맞지 않아 비효율을 낳고 있는데 확대하겠다니 설득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보건의료노조도 “시간선택제 확대 역시 병원 현실에 맞지 않는 일자리 창출 계획”이라고 비판했다. 병원 업무특성상 전문성과 숙련성, 협업성 등이 필요한데 시간선택제 근무가 도입되면 업무파행과 함께 의료서비스 질 하락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노조는 “병원에서 시간선택제 일자리 확대정책은 청년일자리 창출 대책이 아니라 숫자채우기용 임시방편책일 뿐”이라며 “오히려 양질의 정규직 일자리를 나쁜 비정규직 일자리로 교체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특히 보건의료 영역의 인력 충원이 시급하다는 것은 메르스 사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 정부에서도 보건의료 인력 충원을 위한 몇 가지 정책을 내놓았지만 이 또한 전 정부에서 실패한 정책의 답습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2017년까지 포괄간호서비스(보호자 없는 병동)의 조기 확대를 통한 간호인력 1만 명 확충 ▲유휴 간호인력 재취업 지원사업 등을 내놨다.

    보건의료노조는 포괄간호서비스 조기 확대 정책에 대해 “단기간내 청년일자리를 확보하기 위한 대책으로 접근할 문제가 아니라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 향상, 간병비 부담 해소를 위한 종합적인 일자리창출계획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단기적인 청년고용 절벽 해소용으로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에 숟가락을 얹으려는 꼼수를 부릴 것이 아니라 2015년 7월 현재 49개 병원에서 시행중인 포괄간호서비스 시범사업을 2017년까지 1800여개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에 전면 확대 시행하기 위한 <포괄간호서비스 전면 제도화계획>을 대범하게 수립하여 차질없이 추진해야 한다”며 “이것이 가장 적극적인 사회적 일자리 창출계획이자 청년 고용 절벽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유휴 간호인력 재취업 지원사업은 전 정부에서 가장 많이 시도했으나 모두 실패한 사업으로 평가된다.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조건 개선 없이 재취업 지원사업만 강행한 결과다.

    노조는 이에 대해서도 “낮은 임금, 열악한 야간근무 및 교대근무, 높은 노동강도, 일-가정 양립이 어려운 모성보호 현실 때문”이라며 “간호사 이직의 근본요인을 해결하지 않고 교육·상담·소개만으로 유휴간호사를 간호현장으로 복귀시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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