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연 항소심 쟁점,
    소셜미디어의 신뢰 정도
        2015년 07월 26일 04:3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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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의 항소심 2차 공판 쟁점은 SNS(소셜네트워크)에서 공유되는 정보의 신뢰도 정도였다. 고승덕 변호사의 영주권 보유 의혹을 제기한 <뉴스타파> 최경영 기자의 트윗이 언론 보도 못지않은 파급력이 있었기 때문에 선거 당시 이에 대한 조 교육감 측의 문제제기가 정당하다는 것을 피력하고 나선 것이다.

    24일 오후 서울고등법원 형사6부(김상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희연 교육감의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위반 항소심 2차 공판에서 조 교육감 측은 국내 최초 SNS 분석 전문가인 서울대학교 장덕진 교수를 증인으로 출석시켰다.

    장덕진 교수는 증언에서 SNS, 특히 트위터가 ‘소셜 미디어’의 역할을 하며 그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게시글을 접하는 모든 트위터 이용자를 통해 검증된다고 설명했다. 허위 정보가 다수 유통되는 트위터에서 최경영 기자의 트윗만으로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 무리라는 검찰 측의 주장을 뒤집는 견해다.

    조희연

    조희연 교육감(사진=미디어오늘 이치열)

    장덕진 교수 “트위터, 어떤 SNS보다 정보의 신뢰성 높다”

    페이스북 등과 달리 상대방의 동의가 없어도 팔로우만 하면 게시글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트위터를 ‘개방형 네트워크’로 분류된다. 반면 상대방 휴대폰 번호를 알아야만 연결이 가능한 카카오톡은 대표적인 ‘폐쇄형 네트워크’다.

    SNS의 개방성과 폐쇄성이 게시 정보 및 출처의 신뢰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장 교수의 말이다.

    장 교수는 “개방형 SNS 정보의 신뢰성은 폐쇄형 SNS보다 훨씬 높다”며 “개방형은 모든 사람과 연결될 가능성 높고, 수많은 사람들이 글을 보고 올린다. 수만 명이 글을 올리면 당연히 틀린 정보가 있을 수 있지만 개방형의 경우, 틀린 정보를 아는 사람이 반박 글이나 지적을 하게 된다. 악의적인 정보에 대해 바로 지적하고 트위터 본사에 신고 등을 할 수도 있고, 사회적 제재나 검증 받을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 반면 폐쇄형은 아는 사람들끼리만 메시지를 주고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잘못된 정보라는 것 알기 어렵다. 트위터의 신뢰성은 상당히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트위터는 관련 연구자들 사이에서 ‘소셜 미디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소셜미디어는 특정 상황에서 많은 사람이 기자 역할을 한다. 재난상황에서 동시다발 정보가 필요한데 전통기자 감당하기 어렵고, 이럴 때 트위터 이용자가 기자 역할을 한다. 전통언론은 편집권이 집중되어 있는데, 소셜미디어는 편집권을 가진 사람이 없어서 다양한 사람이 올리고 집단지성을 통해 검증하게 된다”고 말했다.

    특히 트위터 관련 조사한 자료를 제시하며, 잘못된 정보를 본 트위터 이용자 중 85%가 하루 이내에 잘못된 정보가 수정됐다고 답했다고 전했다. 장 교수는 “트위터에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지만 빠른 시간 안에 정정되는 효과가 있다”며 “트위터에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지만 빠른 시간 안에 수정된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트위터에서 허위 정보가 상당히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검찰 측의 주장과 상충되는 견해다.

    그는 “잘못된 정보가 올라오지만 사례나 트위터의 구조를 살펴보면 잘못된 것임이 명백한 정보가 널리 확산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잘못된 정보라고 생각하면 리트윗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리트윗이 여러 차례 일어나면 사람들이 정보를 신뢰하게 된다. 잘못된 정보는 영향력을 갖고 퍼져나가는 경우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제3자에게 신뢰를 심어주고자 하는 트위터 이용자의 성향 때문에 리트윗이 많은 글의 경우 정보의 신뢰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이다.

    최경영 기자가 지난해 5월 23일에 올린 ‘고승덕 변호사 영주권 의혹 제기’는 같은 달 31일까지 2천70회 리트윗됐고, 최종 4백19만 명에게 전달됐다.

    “최경영 기자의 트윗, 상당한 영향력 있어… 정보 신뢰도도 높아”

    영향력이 있고 신뢰도가 높은 이용자가 올린 정보일수록 리트윗 수가 많다는 것이 장 교수의 분석 결과다.

    그에 따르면, 정동영 전 의원의 트윗 중 가장 영향력 있는 트윗이 리트윗된 횟수가 1천 60회, 유시민 전 의원은 6백 9회, 박근혜 대통령은 1백 64회다. 최경영 기자의 고승덕 변호사 영주권 의혹 제기 트윗이 리트윗된 횟수는 5월 31일까지 하면 2천70회이고 최종 전달은 총 4백 19만 명이었다.

    리트윗 횟수가 영향력의 핵심요소라면 최경영 기자 트윗의 영향력은 판단할 수 있느냐는 변호인단의 질문에 “거의 확인할 수 있다”며 “최 기자 트윗이 (5월 31일까지)2천 70회, 그 당시 정동영의 2배 정도 영향력”이라고 말했다.

    장 교수는 “리트윗 하는 것은 자기 팔로우에게 볼 만한 가치가 있는 정보니까 시간 할애해서 보라는 의미다. 정보사회에서 정보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넘쳐난다. 이 때 어느 정보에 나의 한정된 주의력 나눠줄 것인지가 핵심적인데, 리트윗 한다는 것은 자기 팔로우에게 본인 주의력을 할애해서 보라는 의미”라며 “리트윗 많이 될수록 팔로워 입장에선 정보의 신뢰성 높다고 판단할 영향이 많다”며 최경영 기자의 트윗이 상당히 신뢰도가 높았음을 증언했다.

    검찰, “고승덕 의혹 자정작용 4일 걸렸다” 트윗 자정작용에 의문제기

    장덕진 “개인정보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고승덕이 빠르게 대응하면 됐을 일”

    검찰은 SNS에서 얼마나 많은 허위 정보가 유통되고 있는지를 부각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또한 짧은 선거 기간을 감안하면 허위 정보가 수정될 가능성은 낮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SNS 이용자 66%가 잘못된 정보를 봤다는 장 교수의 증언을 바탕으로 트위터의 허위정보 유통량을 물었다. 이에 장 교수는 “트윗이 하루에 8백만 개다. 이용자는 한달에 2억 4천만 개의 글을 보게 되는데 그 중 하나만 잘못된 글 봐도 나는 잘못된 정보 본 적 있다고 할 수 있다”며 66%라는 수치의 오도 가능성을 지적했다.

    검찰은 그러면서 ‘정치적 성향에 따라 트윗을 지지하고 반대하는 성향이 구분되어 잘못된 정보라도 리트윗 될 수 있다고 본다’며 리트윗 수가 많을수록 정보의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장 교수의 주장을 배척했다.

    이에 장 교수는 “어느 정도 영향이 있겠지만, 개방형 SNS는 정상적 논의를 방해할 수준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난 몇 차례 선거 분석해본 결과, 후보들이 SNS에서 열심히 목소리 낸다. 이 때 잘못된 정보를 올리면 다른 쪽 후보 지지자들은 같은 정도로 잘못된 정보에 대해 지적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만의 정보에 끌려갈 가능성은 없다”며 반박했다.

    짧은 선거 기간에 잘못된 정보여도 바로 수정되기 어렵지 않냐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서도 “SNS 시간과 오프라인 시간 사이에는 엄청난 간격이 있다”며 “선거 운동 기간을 일주일이라고 한다면, SNS상에선 어마어마하게 긴 시간이다. 과거 연구 결과에 따르면, 한국인의 모든 리트윗은 8분 안에 일어난다. 어떤 글이 올라왔을 때 리트윗이 8분 안에, 8분을 쪼개보면, 반론할 시간은 충분히 길다”고 지적했다.

    ‘최경영 기자가 5월 26일 트위터로 관련 의혹 제기에 대한 사과 의사를 표시했다. 4일 정도 걸렸고 그 과정에서 잘못된 정보가 확대 재생산됐다’는 검찰의 주장에 장 교수는 “이 트윗의 경우에는 사건 성격이 개인정보에 대한 것이라 집단 지성이 잘못되었는지 알기 어렵다”며 “고승덕이 빠른 시간 대응하면 빨리 알려졌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선거운동 상황에서 개인 신상에 대한 잘못된 정보가 정정되지 않고 확대 재생산되는 부작용이 있다고 본다’고 지적하자, 장 교수는 “일반인이라면 다르지만 공직 후보자이고 개인 정보이긴 하지만 그렇게 민감한 정보도 아니었다. 고승덕이 영주권 의혹에 대해 밝히는 것도 트윗에서는 얼마든지 대응할 수 있었다”며 “일반인은 해당 트윗에 대해 모를 수도 있지만 선거 운동 과정에서 (공직후보자 측은) 즉시 알지 않았겠나”라고 반문했다.

    한편 이날 2차 공판에는 사실 확인 노력 여부를 가리기 위해 선거 당시 조희연 후보 캠프에 비상근직으로 근무했던 시명준 씨도 증인으로 참석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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