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TX 승무원 직접고용,
    시민안전 외주화 중단"
    파기환송심서 약자보호 판결 기대
        2015년 07월 22일 02:3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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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TX 해고 여승무원들이 한국철도공사를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의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1, 2심을 완전히 뒤집는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후 이들에겐 많은 일이 있었다. 철도공사에 물어줘야 할 1억 원 가량 빚이 생겼고 그로 인해 10년간 함께 투쟁했던 동료를 떠나보내야 했다.

    KTX 해고 여승무원들은 동료가 떠난 슬픔을 잠시 뒤로한 채 22일 서울역 광장에 모였다. 오는 24일 파기환송심 재판부의 양심적 판결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각계각층 및 시민 3000명의 지지를 안고 이들은 ‘KTX 승무원 직접고용 및 시민안전 외주화 중단’하라고 한 목소리로 외쳤다.

    코레일 회견

    KTX 직접고용 촉구 3000인 선언 기자회견(사진=유하라)

    앞서 지난 2월 26일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판결문에서 “코레일 소속 열차팀장 업무와 철도유통 소속 KTX 승무원 업무가 구분됐고, 철도유통이 승객 서비스업을 경영하면서 직접 고용한 승무원을 관리하고 인사권을 독자적으로 행사했다”며 “코레일과 승무원 사이 직접 근로관계가 성립했다고 단정할 수 없고, 근로자 파견계약 관계에도 해당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또한 “KTX 승무원은 안전과 무관한 업무를 했고, 이례적인 상황에서만 안전 업무를 했다”고 판결을 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자 코레일관광개발은 승무원 안전교육을 실시한다며 지난 20일 대대적 홍보에 나섰다. 승무원의 업무는 안전과 무관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상식에 어긋나는 판단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셈이다.

    KTX열차승무지부 김승하 지부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법원은 판결문에서 안전업무는 이례적 상황일 뿐이지, 주된 업무가 아니기 때문에 철도공사 직원이 아니라는 어이없는 판결을 내렸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기 전 철도공사는 불법파견이 밝혀질까봐 ‘안전업무를 하고 있지 않다, 안전업무는 철도공사 정직원인 팀장만 할 뿐’이라고 쉬쉬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철도공사는 대놓고 승무원에게 안전업무를 맡기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 최종진 수석부위원장 또한 회견에서 “하루 15만 명 이상을 수송하는 KTX는 무엇보다 안전이 요구된다.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경우 승무원은 승객 대피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안전 의무에 직접적으로 무관하다고 대법원은 판결했다”면서 “안전사고 빈도가 높아져야만 안전업무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인정하겠다는 것인가. 반사회적, 반노동적 판결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안전 업무는 그 성격은 감안해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고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의 병적인 ‘안전불감증’은 전혀 고쳐지지 않고 있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훌쩍 지났지만 정부가 제시한 구체적인 대책은 찾아볼 수 없고, 비정규직 채용이 만연한 노동현장에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 KTX 승무원이 안전과 무관한 업무를 하는 근로자라는 판결이 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최 수석부위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1년이 지나도 달라진 것이 없다. 정부는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고 질타했다.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한 1, 2심을 완전히 뒤집은 대법원의 판결로 승무원은 소송비용과 판결에 따라 지급받아 왔던 생계비 등 1인당 1억 원 가량의 금액을 철도공사에 지불해야 했다. 10년 간 이어온 싸움의 허망함과 어마어마한 채무에 함께 투쟁해왔던 동료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김 지부장은 “대법원의 판결 이후에 저희들에게나 많은 일 생겼다. 각자에게 오는 충격이 많이 달랐고, 그래서 너무나 가슴 아픈 선택을 한 승무원도 있었다. 각자 어려운 사정이 있지만 지금 다시 모였다”며 “저희는 외침을 멈출 수가 없다. 얼마나 오랫동안 이래야 할지 모르겠다. 절대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코레일 홈페이지 올라있는 승무원의 안전교육 모습

    코레일 홈페이지 올라있는 승무원의 안전교육 모습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공동대표이자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의 권영국 변호사도 이날 회견에 참석했다. 권 변호사는 “하급심에서 인정된 사실관계를 뒤집으며 스스로 법리심을 부정한 판결”이라고 질타했다.

    주로 법리판단을 하는 대법원이 1, 2심에서 확정한 사실관계까지 뒤집는 이례적인 판결을 했다는 지적이다. 통상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사실판단을 확정하면 법리적으로 문제가 없는 지만 판단할 뿐 하급심을 전면 부정하는 판결은 거의 내리지 않는다. KTX 승무원에 대한 판결은 상당히 이례적인 것이다.

    권 변호사는 “대법원 판결은 열차팀장과 승무원은 ‘소통하지 말고 일하라’고 조장하는 것이라고 본다. 같은 공간 내에서 일하는데 서로 지시나 연계 없이 일하라고 하는 것은 소가 웃을 판결”이라며 “사법정의가 어떻게 굴러가든 여승무원은 열차 팀장과 소통하며 일할 수밖에 없다. 철도공사의 직접 근로자임을 부정할 수 없는 아무런 근거도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정부와 공기업이 먼저 비정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철도공사부터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이 땅의 고용문제를 해결하는 것이고 철도의 안전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파기환송심이 오는 24일에 열린다. 여승무원들과 시민사회계, 노동계 등은 재판부의 상식적이고 양심적인 판결을 기대하고 있다.

    최종진 수석부위원장은 “내일모레 대법에서 파기환송했던 심리가 있다. KTX 당사자들의 직접고용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사회가 안전을 우선시한다면 고법이 상식적이고 안전을 우선시하는 판결을 내리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도 “법이 정권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약자를 보호하는 모습을 파기환송심에서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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