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보정치 과제와 방향
    [발제문] 진보결집 통해 한국진보정치 2장 열어야
        2015년 07월 21일 05:43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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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일 경남 창원에서 경남대 민교협과 교수노조 부울경 지부 공동주최로 “진보정치 건설을 위한 경남토론회”가 있었다. 정의당, 노동정치연대, 국민모임 등이 참여했다. 이 토론회에서 김세균 국민모임 상임대표가 발표한 발제문을 동의를 얻어 게재한다. 진보정치 재편과 통합에 대한 시각을 읽을 수 있는 자료라는 판단에서이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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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모임은 작년 세월호 광화문 농성에 참가했던 학계, 문화예술계, 사회운동 진영 인사들이 중심이 되어 조직되었고, 올해 1월 29일 신당추진위원회를 이어 3월 29일 창당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국민모임은 또 하나의 독자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기존 진보정당들을 통합하고 더 많은 진보세력들을 규합해 궁극적으로 야권교체를 실현시키고, 정권교체도 주도할 수 있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밀알과 마중물 역할을 수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활동해 왔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진보결집에 동의한 정의당, 노동당, 노동정치연대와 함께 4단위의 조직적 통합을 기반으로 하여 올해 말까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겠다는 ‘6.4.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그런데 지난 6월 28일 노동당 당대회는 6.4 공동선언에 기초한 진보결집안을 당 노선으로 채택할지의 여부를 당원총투표를 통해 결정하자는 대표 발의안을 부결시켰다. 그 결과 진보결집을 추진해온 지도부가 사퇴하고 노동당이 진보결집을 위한 협의기구에서 빠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그런데 노동당을 탈당한 진보결집파는 최근에 ‘진보결집+’라는 새로운 단체를 결성했는데, 이 단체가 노동당을 대신해 진보결집을 위한 협의기구에 참석할 예정으로 있다. 이로 인해 애초의 4자 협의기구는 변형을 겪게 되었지만, 국민모임은 앞으로 이 협의기구에 새로운 세력들을 더 많이 참가시키고, 대중적 토론과 캠페인을 조직하는 것 등을 통해 6.4공동선언에서 천명한 대로 늦어도 올해 말까지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기 위해 함께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이 자리에서 나는 진보결집에 기초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필요성,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상에서 제기될 수 있는 여러 문제 등에 대한 내 자신의 견해를 간락하게 나마 피력해 보려고 한다.

    1. 진보결집에 기초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필요성

    – 우리 사회는 자본주의 사회다. 이 사회에서 노-자 모순은 ‘기본’모순이며, 이 기본모순의 해결을 위해서는 자본주의의 극복이 요구된다.(1) 그런데 현 단계 한국 자본주의는 초국적 자본과 융합된 독점재벌이 한국경제 전반을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적 (국가독점) 자본주의체제’로 규정될 수 있다. 이 규정이 옳다면 현 시기 한국사회의 ‘중요’모순은 신자유주의를 둘러싼 초국적 자본과 융합된 소수 독점재벌과 권력 대 압도적 다수의 국민대중 간에 성립되어 있는 대립관계이다.

    이와 관련해, 나는 다수 대중의 입장에서 신자유주의의 극복을 추구하는 세력을 넓은 의미에서 ‘우리 시대의 진보세력’이라고 부르겠다(2). 그리고 이 넓은 의미의 진보세력에는 ‘사회적 리버럴’ 세력-이 세력을 우리는 자유주의좌파 또는 진보적 자유주의세력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과 사민주의세력 및 사회주의세력 등이 포함된다. (이 규정과 관련해 우리는 사회적 리버럴 세력을 ‘진보우파 세력’으로, 사민주의 세력을 ‘중도 진보세력’으로, 사회주의 세력을 ‘진보좌파 세력’으로 부를 수 있다. 더 단순화한다면 사회적 리버럴 세력과 약한 사민주의세력을 ‘온건진보’ 내지 ‘온건좌파’ 세력으로, 강한 사민주의세력과 사회주의세력을 ‘급진진보’ 내지 ‘급진좌파’ 세력으로 부를 수도 있다.)

    중요모순의 해결을 위해선 무엇보다 신자유주의의 극복을 추구하는 ‘범진보연합전선’의 형성이 요구된다.(3) 때문에 ‘사회적 리버벌’ 세력 역시 그들이 타 자유주의세력과 결별하고 진보세력들과 기꺼이 연대하려 하는 한 범진보연합전선에 참여시켜야 한다.

    한편 진보좌파 세력에게는 ‘중요모순의 해결을 위한 투쟁’을 ‘기본모순의 해결을 위한 투쟁’과 결합시켜야 할 과제가 있다. 이와 관련해 진보좌파 세력은 비록 전선 내부에서 소수파가 될지라도 어떤 진보세력보다 신자유주의 극복을 위한 범진보연합전선의 형성에 앞장서는 동시에 타 세력과 공존하고 협력하는 가운데에서 전선운동의 급진화 등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와는 달리 중요모순의 해결을 위한 연합전선의 형성을 무시하거나, 그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선체 내에서 소수파가 되는 것을 두렵게 여겨 참가를 거부하는 것은 진보좌파에게 주어진 시대적 책무를 방기하는 것과 같고, 또 그러한 한 좌파가 사회를 진정으로 변혁할 수 있는 현실적 힘으로 자신을 상승시키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해, 우리는 과거에 유럽에서 사회주의세력이 파시즘체제 하에서 반파쇼 범민주연합전선의 형성에 앞장서고, 이 전선에서 부르주아민주주의세력과도 협력하면서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을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한 투쟁과 결합시키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크게 신장시킬 수 있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 반신자유주의 범진보연합전선은 대중운동의 수준에서, 그리고 정치운동의 수준에서 조직될 필요가 있다. 이때 정치운동 수준에서의 연합전선은 ① 단일의 연합정당이나 ② 정당들 간의 연합체인 정당연합의 형성으로 구체화될 수 있다.

    그런데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와 같은 제도적 뒷받침이 부재한데다가 제대로 작동하는 정당연합의 역사적 경험을 지니지 못한 한국에서 정당연합은 원심력의 작용으로 인해 연합전선의 형성과 원활한 작동 자체를 어렵게 만들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진보세력의 제도정치 진출에도 여러모로 많은 불이익이 생겨난다.

    나아가 권력과 자본의 신자유주의의 공세가 날로 강화되고 있는 오늘날의 정세 속에서 함께 공통으로 대처해야 할 과제들은 산적해 있는 반면 진보세력들 간의 차이는 현재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먼 미래에 현실화될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오늘날 진보정치세력들 간에는 같이해야 할 부분들이 많지만 당을 달리해야 할 차이는 적다. 이는 정치적 수준의 연합전선이 진보연합정당의 형태로 조직되는 것이 옳음을 가리킨다.

    – 진보정당은 크게 보아 ① 대중운동의 성장-발전을 뒷받침하는 사회운동적 정당 (내지 비제도적 투쟁정당)과 ② 제도정치 영역으로의 진출과 집권을 목표로 활동하는 제도정당으로 구분될 수 있다.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진보정당은 그 어떤 때에도 사회운동적 정당의 성격을 버려서는 안 되지만, 정치적 민주주의가 진척되면 될수록 진보정치는 ‘국가에 대항하는 정치’만이 아니라 ‘국가 속에서의 정치’를 전개할 능력을 지녀야 한다. 정치적 민주주의가 기본적으로 각동하는 체제에서는 진보정당에게도 제도정치권으로의 진출과 집권이 커다란 중요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제도정치권으로의 진출을 추구하는 이상 진보정당은 선전-선동 구호를 외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국가정책 형성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미치고, 집권정당으로서 실현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적 정강정책을 제시할 능력을 지녀야 하며, 자신을 활동가정당이나 전위정당 또는 등대정당이 아니라 민주적 대중정당으로 조직해야 한다. 민주적 대중정당은 일반적으로 여러 세력들의 연합정당이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오늘날의 조건 속에서 세력연합정당으로서의 진보정당은 기본적으로 ‘반신자유주의 진보연합정당’으로 조직되는 것이 마땅하다.

    – 통진당 사태를 거치면서 진보정치 세력의 정치적 위상은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게다가 진보정치세력이 분열되어 있는 상태는 진보정치 운동에 참여할 잠재력을 지닌 많은 사람들을 무당파 인사로, 진보정치세력의 지지층이 될 수 있는 많은 대중을 진보정치에 무관심하거나 진보정치를 불신하는 대중으로 만들고 있고, 대중운동의 성장-발전에도 심각한 해악을 끼치고 있다. 정당연합으로서는 이런 상태를 벗어날 수 없다. 이런 사정은 진보결집에 기초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절박한 것으로 만든다.

    – 새정치연합의 정치적 위상이 극도로 떨어진 오늘날의 상황 속에서 진보정치 세력이 분열을 극복하고 작지만 신뢰할만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을 건설하는 데에 성공한다면, 새 진보정당에 참여하거나 지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대폭 늘어날 수 있을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진보정치 세력이 분열을 극복하지 못한 가운데 새정연이 일정하게 혁신된 모습으로 자기를 변모시키거나나 새정연을 대체하려는 새로운 중도개혁정당이 출범하기라도 한다면, 잠재적으로 진보정당에 참여하거나 지지를 보낼 수 있 사람들의 진보정당으로부터의 이탈은 가속화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더 한층 추락하느냐, 아니면 상승하느냐”의 갈림길에 서 있는 지금이야말로 진보정치가 분열의 극복을 통해 자신의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을 정치적으로 재도약시킬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경남토론

    중간 양복을 입은 이가 김세균 교수

    – 진보결집의 목표가 다가오는 총선용이므로 총선 이후에는 다시 분열의 과정을 밟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런 우려는 과잉 우려다. 우선 진보결집을 위한 노력은 지금 시작된 것이 아니라 이미 이전부터 실패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추구되어 온 것이다. 다음으로 분열이 모든 진보세력의 공멸을, 설령 살아남는 세력이 있을지라도 자기 위상의 심대한 추락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분열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을 절실한 것으로 만들고 있다.(4)

    – 분열의 극복을 위해선 그러나 새로운 주체적 노력이 필요하다. 즉, 진보연합정당이 지속력을 지닌 정당이 되기 위해선 참여하는 세력들이 내부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경쟁하는 가운데에서도 상호공존과 상호존중의 정신에 따라 공통의 과제 해결을 위해 서로 협력하는 가운데 소수파의 의견을 존중하는 합의민주주의적 기풍을 조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와는 달리 당에 참여한 타 세력들을 자기 세력 신장의 수단이나 도구로서만 활용하려 들거나, 다수파가 다수결의 원리를 앞세우면서 자기주장만을 관철하려고 든다면 그 정당은 다시 와해와 분열의 과정에 놓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점은 진보결집에 기초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건설에 참여하는 세력들이 깊이 유념해야 할 가장 중요한 사항 중의 하나이다. 국민모임은 앞으로 건설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이 소수파 의견을 존중하는 합의민주주의 정신이 넘치는 정당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2.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되는 여러 문제들

    – 진보결집에 왜 구 통합진보당(통진당) 세력의 참여를 배제하는가를 질문하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구 통진당 세력도 함께 할 수 있지만 참여를 논하기 전에 고려해야 할 문제들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우선 우리는 국가권력이 통진당을 불법화한 것을 반대하며, 통진당이 자유로운 정치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런데 구 통진당 세력은 현재 진보결집에 참여하려 하기보다는 자신의 합법성을 되찾기 위한 일반민주주의 투쟁에 집중하고 있다. 이런 사정은 자연히 구 통진당 세력의 참여문제가 거론될 수 없는 조건을 만들고 있다.

    다음, 이전의 한국 진보정치운동이 크게 보아 구 통진당 세력 중심의 운동이었다면, 오늘날 우리는 그런 진보운동으로써는 더 이상 진보정치의 미래를 개척할 수 없는 조건 속에 살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은 평화체제의 구축과 자주적 평화통일의 추구와 같은 구통진당 노선의 합리적 핵심을 계승해야 하지만 북한에 대해 무비판적 입장을 취해온 이들의 대북노선을 분명하게 극복해야 할 과제를 지니고 있다.(5)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대북노선은 ‘반통진당노선’이 아니라 ‘비통진당노선’이 되어야 한다. 때문에 구 통진당세력이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에 참여하려면 이에 앞서 그들이 자신의 이전의 대북노선을 수정하는 것이 요구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지도부를 따랐지만 지도부 노선에 투철했다고 볼 수 없는 일반당원들의 경우 지금이라도 이전의 통진당 노선을 버리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운동에 참여해 주길 바라고 있다.

    끝으로, 비통진계의 탈당을 불러일으킨 이전의 통진당 사태에서 재차 들어난 그들의 자기 중심주의적인 패권적 행태에 대한 자기반성이 있어야 한다. 그런 반성 없이는 설령 그들이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에 참여한다고 할지라도 그 정당은 또 다시 분열의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구 통진당 세력이 통진당 사태와 관련해 자신들은 억을한 피해자일 뿐이고 모든 책임이 정의당으로 분당되어 나간 세력들에게 있다고 지금도 주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나는 심각한 우려심을 갖고 있다.

    – 진보결집을 위한 4자 협의로부터의 노동당의 철수는 정의당과 노동당의 합당을 포함한 진보결집을 무산시켰다. 이런 상황에서 추후 노동당의 새 지도부가 진보결집 협의에 참여하겠다고 해도 4단위 대표들이 공동으로 발표한 ‘6.4.공동선언’ 합의 내용을 노동당이 수용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6.28 당대회가 그 선언에 입각한 진보결집 추진을 사실상 거부했기 때문에 노동당 새 지도부가 6.4. 공동선언의 합의 내용을 수용할 수 없을 것이다. 때문에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진보결집 협의에 노동당이 재 참여하는 것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과의 조직적 통합 등은 추후의 과제로 미룰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당대회 결정으로 지금 이뤄지고 있는 진보결집 운동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진보결집에 원칙적으로 반대하지 않는 노동당 당원들의 많다는 점에서 추후의 논의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렇지만 이런 조건 속에서도 우리는 새로운 세력들을 합류시키고 대중적 참여를 적극 조직하는 것을 통해 진보결집을 진보정당 운동의 주류적 흐름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6)

    그런데 진보결집에 기초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이 가시화되면 지금은 통합에 반대하거나 거리를 취하는 진보정치세력들 중에서도 늦든 빠르든 이 흐름에 합류할 부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러나 합류하지 않을지라도 노동당, 노동자계급정당추진위, 녹색당과 같은 진보정치세력이 우리가 건설하고자 하는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의 가장 중요한 연대대상임은 분명하다.

    –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과 관련해 앞으로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에는 당명 문제, 지도부 구성 문제, 강령문제, 창당방식 등이 있다. 이런 문제들은 정의당에 새 지도부가 들어서면 본격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내 개인적으로는 당명은 새로 정해야 하고, 과도기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세력들을 배려하는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된다. 협의 과정에서 주요 문제들에 대해 여러 이견들이 제출될 수 있겠지만 상호이해와 상호존중의 정신으로 제기되는 제 문제들이 잘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믿는다.

    그런데 상층 합의는 원칙적인 것에 대한 합의로 최소화하고, 그 외의 것들은 최대한 밑으로부터의 활발한 대중적 토론을 통해 확정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은 보수, 중도세력과 구별되는 진보세력의 독자적 정치세력화를 전략적 원칙으로 굳건하게 견지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이 건설되면, 타 진보정당들 및 새정연이나 앞으로 출현할지 모르는 새로운 개혁적 중도정당과의 선거연대나 정권교체를 위한 연대 및 연정 참여 등이 주요 이슈로 제기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전략적 원칙의 문제가 아니라 전술적 선택의 문제이다. 때문에 나는 이런 문제들에 대한 방침을 당 건설 과정에서 미리 확정할 필요가 없고, 당 건설 이후 최종적으로 당 내부의 민주적 결정을 통해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개인적으로는 새정연이 중도보수화 노선을 버리고 최소한 혁신자유주의적 정책들을 대거 수용함과 더불어 정당명부비례대표제와 결선투표제의 도입을 핵심 내용으로 하는 선거법 개정에 찬성하는 것이 선거연대 등을 추진할 수 있는 제1의 조건이다. 그러나 절대적으로 배제할 필요는 없지만 대통령중심제 하에서 연정 참여는 득보다 실이 많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은 원내 교섭단체가 될 수 있는 20석 이상 의석 확보를 내년 총선 참여의 목표로 삼아 창당하면 이 목표 달성을 위한 준비작업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 그러나 새 진보정당은 제도정당만으로 기능해서는 안 되고 대중운동과 지역운동,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 등의 성장-발전에 기여하는 사회운동적 정당으로도 굳건하게 성장해 나가야 한다.

    3. 결론

    ‘국민승리 21’ 결성에서 시작해 민주노동당의 결성으로 이어졌던 1987년 이후 한국 진보정치운동의 제 1장은 2013년 통진당 사태의 발생과 더불어 종결되었다. 지금 이루지고 있는 진보결집에 기초한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운동은 한국 진보정치운동의 제2장을 여는 본격적인 움직임의 첫 출발이다.

    이 운동은 진보정치 운동의 제1장을 연 민주노동당 중심의 진보정치운동과의 완전 단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운동의 성과를 계승하고 그 한계를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새로운 운동이 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앞으로 결성될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은 다음과 같은 정당이 되어야 한다.

    – 노동자정당의 성격을 지녀야 하지만, 계급문제로 모두 환원될 수 없는 환경문제, 여성문제 등의 해결을 위해서도 적극 애쓰는 정당

    – 북한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민족문제의 해결에 적극 기여하는 정당

    – 인권과 일반민주주의와 같은 시민적 가치와 평화의 가치 등을 옹호하는 정당

    – 최소강령이나 최대강령이 아니라 최적 강령으로 현실에 개입할 능력을 지닌 정당.

    – 비정규직 정당, 특히 청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정치화를 위해 힘을 쏟는 정당. 그러면서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 조직노동자와 비조직노동자를 하나의 계급으로 형성시키는 데에 적극 기여하는 정당

    – 노-농-빈의 연대, 노동자와 우리 사회의 가난한 모든 서민들과의 연대전략을 적극 추구하는 정당.

    – 대중운동, 풀뿌리 민주주의 운동, 협동조합 운동 등 제반 사회운동들과 수평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가운데 그런 운동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정당. 지역사회에 강력히 뿌리내리는 정당

    – 글로벌한 이슈에도 적극 대응할 능력을 지닌 정당

    – 패권주의와 자파 중심주의를 청산하고 내부적으로 소수파를 존중하는 합의민주주의 원리가 관철되는 정당, 직접민주주의의 원리를 최대한 보장하는 정당, 당원과 활동가들의 전문적 능력의 개발과 교육에 애쓰는 정당

    새 진보정당은 무엇보다도 대중과 함께 호흡하면서도 대중을 급진화시키는 가운데 자신도 끊임없이 진화할 능력을 지닌 정당이 되어야 할 것이다.

    <참고>

    1. 완전고용, 동일노동 동일임금, 고임금, 보편적 복지, 공동영역의 확대 등은 ‘강한 사민주의’로 불리기도 하는 제2차 대전 이후의 구사민주의와 (반자본) 사회주의의 공통된 이상이다. 구사민주의는 사민주의의 동의어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 사민주의는 ‘약한 사민주의’라고 불리기도 하는, ‘제3의 길’론 등으로 대변되는 오늘날의 우경화된 신사민주의와는 구별된다. 그런데 사민주의 역시 사회주의와 마찬가지로 토지사회화와 금융사회화 등을 추구할 수 있다. 그러나 사민주의가 거대 독점자본에 대한 민주적-사회적 규제의 강화를 추구하는 반면 사회주의는 그 부문 ( 및 주요 산업)의 사회화를 성취해야 할 핵심적인 사회변혁 프로그램으로 올리고 있다. 그러나 사민주의 좌파의 경우에는 적어도 추구해야 할 장기적 과제로서 독점자본의 사회화의 꿈을 버리지는 않고 있다.

    2. 여기서 말하는 진보는 사회의 계급적 관계와 관련해서 규정될 수 있는 바의 진보이다. 그러나 우리는 환경문제와 여성문제 등 계급문제와 불가피하게 얽혀 있지만 계급문제로 모두 환원될 수 없는 제반 사회적 모순들의 복잡한 증층결정을, 또 이와 관련해 ‘진보의 다차원성’ 등을 적극 사고해야 한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계급문제와의 관련에서 본 진보에 대해서만 언급하겠다.

    3. 이명박근혜 정권 하에서 한국의 민주주의가 심대하게 후퇴하고 있는 사정에 비춰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더 많은 민주주의를 추구하는 ‘범민주연합전선’의 형성 역시 요구된다. 그러나 이명박근혜 정부를 파시즘체제로 규정할 수 없는 한, 범민주연합전선의 형성이 범진보연합전선에 우선할 수 없다.

    4. 이와 관련해, 우리는 오늘날 정의당이 진보정치세력들 중에서 상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이 통진당에서 분리되어 나왔지만 그 이전에 진보통합에 참여한 결과로 그런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만일 노동당의 전신인 진보신당이 진보통합에 참여했더라면 이후 분열되었다고 할지라도 통진당 주류세력이 소수파가 되어 당을 탈당해야 할 처지에 빠졌을 수도 있고, 아니면 구진보신당계가 통진당 주류세력에 반대하는 타 세력들과 함께 탈당을 감행했다고 할지라도 자신의 정치적 위상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을 것이 분명하다.

    5. 국민모임은 내부적으로 대북정책과 관련 북한의 세습체제와 인권 및 북한의 핵무장 강화노선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한 바가 있다.

    6.이 과정에서 국민모임은 특히 이전에 진보정당운동에 참여하지 않았던 학계, 문화예술계, 사회운동계 인사들을 참여시키거나 지지를 확보하고 새로운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해 노력함으로써 진보의 외연을 넓히는 데에 최대한 주력하겠다. 이와 관련, 나는 우리 사회의 진보적 변혁을 바라는 무당파 사회인사들이 설령 추후 당원이 되지 않더라도 새로운 대중적 진보정당 건설의 밀알과 마중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국민모임의 발기인으로 많이 참여해 주길 바라고 있다.

    필자소개
    국민모임 상임대표, 서울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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