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여당의 노동개혁,
    '노조의 무력화'가 목표
    노동계 "김무성, 노동자 현실 아는 게 아무것도 없어"
        2015년 07월 20일 05:48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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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청 간 분란으로 잠시 주춤했던 정부 여당이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본격 강행할 태세다. 정부는 그간 계속해서 개악 의사를 예고해왔다. 당청 관계가 회복세인 만큼 이제부터는 이를 실질적으로 이행할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이다.

    김무성 대표는 박근혜 대통령과의 독대 다음 날인 지난 17일부터 계속해서 노동시장 구조개악 강행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이날 김 대표는 ‘이승만 전 대통령 50주기 추모식’ 자리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은 완성했고, 이제 노동개혁 부문을 우리가 중점 개혁 목표로 잡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20일 오전 최고위원회에서 추경이나 국정원 해킹 사건 등 다른 주요 현안은 다 제쳐놓은 채 노동시작 구조개악에 대해서만 집중 발언했다. 김무성 대표는 “새누리당은 상반기에 공무원연금 개혁을 마무리했는데 올 하반기에는 우리나라의 미래를 위해서 노동개혁을 최우선 현안으로 삼고 당력을 총동원해서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내년 총선과 내후년 대선을 앞두고 있지만 국민과 미래세대를 위해서라면 표를 잃을 각오로 노동개혁을 해나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김 대표는 “노동시장 양극화로 인해서 소득격차가 커지고 이에 따라 소비 부진, 가계부채 증가, 기업의 투자의욕 약화 등이 발생하면서 우리 경제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저소득층과 비정규직들의 고용불안과 생활불안이 가중되면서 사회경제적 갈등이 커지고, 국민통합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불평등이 심해지면 그 나라는 절대 건강한 나라가 될 수 없고 미래는 어두워질 수밖에 없다. 지금은 ‘같이 살자’고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의 외침이 높아지고 있고, 또 비정규직 등 약자들은 ‘함께 살자’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외침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노사정위원회를 통한 노동개혁은 노동계의 반발로 불발탄이 됐고, 노조는 정부의 노동개혁에 반발하면서 기득권 지키기에 나서고 있다”며 “노동시장 유연성이 세계 70위, 노동시장 효율성이 세계 86위, 노사협력이 142위로 툭하면 파업하는 나라에 과연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전했다.

    이어 “공무원연금 개혁을 하는 데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했던 것이 국민들의 성원과 공무원들의 넓은 이해와 협조였다”면서 “노동개혁을 하는 데 있어서도 국민 여러분의 변함없는 성원과 지지, 그리고 노동계의 이해와 협조를 당부 드린다”고 밝혔다.

    구조개악1

    노동시장 구조개악 반대 민주노총 농성 자료사진(노동과세계)

    노동계 “김무성, 노동자 현실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다”

    김무성 대표는 객관적 성격을 띠는 통계 자료를 제시하며 현재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을 강변했다. 그는 “노동시장 유연성이 세계 70위, 노동시장 효율성이 세계 86위, 노사협력이 142위로 툭하면 파업하는 나라에 과연 어떤 기업이 투자를 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노동계에선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전체 노동자의 50%가 넘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노동시장의 경직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말이 되냐는 것이다.

    청년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김혜진 정책실장은 <레디앙>과의 통화에서 “같은 내용을 가지고 다른 결과를 보이는 통계는 많다. 우리 노동시장이 유연성이 높다는 통계는 얼마든지 우리도 제시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통계는 핵심이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 노동자의 상태가 어떤가.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하다고 김무성 대표도 말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각기 다른 결과를 보이는 통계 자료가 아닌, 실제 노동현장에서 노동자들의 현 상황이 어떠한지 파악하라는 것이다.

    김 정책실장은 “노동부 통계를 보더라도 2013년 한 해 동안만 희망퇴직, 명예퇴직, 정리해고 등 노동자 해고비율이 엄청나다. 어떻게 고용이 유연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나. 통계에서 몇위가 중요한 게 아니다. 실제로, 현실이 어떠냐가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국내 노동자 중 공무원을 제외하면 실제로 굉장히 많은 노동자가 정년이 되기 전에 해고당하고 자기 발로 나가는 시스템이다. 비정규직 노동자 비율이 50%가 넘는 사회가 어떻게 유연하지 않나. 현실에서 노동자가 어떤 상태에 취해있느냐가 핵심적 문제”라고 재차 언급하며 “김무성 대표가 실제로 저 통계처럼 (노동시장이 경직됐다고) 믿고 있다면 현실에 대해서 아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르츠 개혁 왜곡하는 김무성… 노동시장 구조개악 민낯은 “노조 무력화”

    김무성 대표는 복지나 임금 축소를 주장할 때마다 선진국 사례를 자주 언급한다. 지난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도 그는 선진국의 사례를 들면 복지 확대를 강하게 반대했었다. 그는 이번에도 독일의 ‘하르츠 개혁’의 사례를 제시하며 선진국을 따라야 한다고 강변했다.

    김 대표는 “독일은 과거 ‘유럽의 병자’ 소리를 듣다가 ‘하르츠 개혁’이라고 불리는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통해서 다시 ‘유럽의 경제성장 엔진’이 되고 있다”며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독일을 살리기 위해서 사회주의를 버린다’는, 본인이 소속된 사민당의 노선까지 바꾸는 결단을 내렸다. 최근 영국 캐머런 총리는 ‘대처 총리보다 더 강력한 노동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나라보다 훨씬 잘 사는 나라들이 강도 높은 노동개혁을 나서는 것을 보고 우리는 위기감을 느껴야한다”고 말했다.

    독일의 노동개혁, 이른바 ‘하르츠 개혁’은 하르츠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이 입안하고 슈뢰더 총리가 시행했다. 이 정책은 당시 전체 실업률이 10%에 육박하고 경제 성장률은 0%대에 머물던 독일 경제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반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페테 하르츠 전 독일 노동개혁위원장은 지난 5월 21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특별대담에서 “개혁을 통해 변화를 겪게 될 노동자들의 존엄성을 유지시키는 것”이핵심이라며 “갈등이 있을 때는 각 파트너들이 각자가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 어떤 부문을 언급하면 부정적인 자극이 될까 이런 것들을 생각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해고 요건 완화나 비정규직 확대 등 노조를 상대로 몰아붙이기식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현 정부는 노동계와 논의없이 공공부문에서부터 중장년의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한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 완화, 정리해고 요건 완화를 일방 강행하고 있다.

    슈뢰더

    방한 중 강연하는 슈뢰더 전 독일총리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또한 노조가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그 책임을 공유하는 것에서부터 노동 개혁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슈뢰더 전 총리는 “자유선거로 구성된 노조와 경영인이 함께 모든 고용인에 대한 근로조건을 협상한다. 노사가 임금정책에 있어서 사측뿐만 아니라 노측도 함께 책임을 지는 그런 개념”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노조가 해고나 전보조치 등 기업의 인사경영권에 지나치게 개입한다며 이를 금지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김무성 대표가 본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던 ‘하르츠 개혁’의 핵심은 결과적으로 기업의 투명한 이익 분배, 노조의 적극적 경영 참여, 일방 강행이 아닌 협의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김혜진 실장도 “독일은 우리와 달리 일정하게 사회안전망이 보장돼 있다”면서 또한 “우리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핵심은 기업 경영 등 모든 부분에 있어 노동자들이 개입할 수 있는 권리가 없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실제 ‘개혁’이 아닌 ‘노조 무력화’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정책실장은 “임금피크제를 한다면 기업이 일자리 창출하도록 정부가 강제해야 한다. 하지만 그러지 않는다”며 “이 때문에 구조개악의 핵심이 노조의 힘을 무력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를 테면 취업규칙 불이익 요건 변경이라든가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집단적 임금교섭구조 없앤다던가, 단체협약에 대해서 노동부가 시정지침 내린 인사경영권 침해 못하겠다는 것은 노조가 해고나 인사적 전횡에 대한 저항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라며 “말은 일자리 창출이지만 실제로는 노조 무력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다. 이런 상황에 자본에 대한 통제 구조도 없고 노동자 힘은 무력화하면서 사회적 타협을 통해 일자리 창출하겠다? 기업은 법이 있어도 안 지키고 있다. 이는 기업의 이해를 정확히 반영하기 위해 비정규직, 청년 노동자를 핑계로 들고 나온 것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청년, 비정규직’ 이름 핑계대는 노동시장 구조개악

    김무성 대표의 발언으로 드러난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저임금 등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결국 정규직 노동자 몫을 비정규직 노동자에 떼어주는 식으로 ‘나눠 먹기’하라는 뜻인 셈인데, 그는 발언 어디에서도 노동시장 문제 해결에 가장 큰 사회적 책임이 있는 기업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그저 노조가 파업을 해서 기업이 어렵고, 정규직 노동자가 이기적이라 노-노 간 양극화가 심화됐다는 매우 편파적인 시각만 드러낼 뿐이다.

    김 대표는 “‘같이 살자’고 일자리를 구하는 청년들의 외침이 높아지고 있고, 또 비정규직 등 약자들은 ‘함께 살자’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외침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고 주장하는데, 실제로 김 대표의 말로 드러나는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비정규직 노동자도 동의하지 않는 방침이다.

    기아차 화성지회 사내하청 양경수 분회장은 이날 <레디앙>과 통화에서 “비정규직 노동자가 요구하는 것은 정규직 노동자의 것을 빼앗아 달라는 것이 아니다”라며 “막대한 이익 쌓아둔 재벌들의 곳간을 풀어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노노 갈등으로 문제 해결하려고 하는 꼼수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청년·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구성한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는 특히 ‘비정규직 등 약자들은 ‘함께 살자’고 외치고 있다. 이러한 외침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라는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장그래살리기운동본부 김혜진 정책실장은 “(김무성 대표의 발언은 비정규직 노동자의 요구를) 왜곡해 해석하는 정도를 넘어섰다”면서 “개악안은 노조 없는 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에는 치명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 장은 그 이유에 대해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 내용 중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적용됐을 때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은 노조가 없는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라며 “노조가 있는 사업장은 노조를 통해 노동조건을 유지하려 하겠지만 노조가 없는 사업장의 경우 기존에 노동조건을 유지하기가 더 힘들 수밖에 없다.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악하면 필연적으로 1차 희생자는 비정규직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구조개악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의 구조개악에는 ‘개악’만 있을 뿐, 비정규직 불평등 해소를 위한 구체적 대안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 실장은 “비정규직이든, 청년 문제든 정부여당은 핑계거리로만 써먹고 구체적으로 대안은 없는 개악”이라며 “비정규직에 대한 구체적 대안은 찾아볼 수가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봐도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정부의 개악은 악영향”이라고 단언했다.

    청년 일자리 확충을 위해 내놓은 임금피크제도 명백하게 노노 갈등,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일 뿐 새로운 일자리는 생성되지 않는 시스템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위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요건을 집단적 동의가 아닌, 개별 동의만으로 가능하도록 전환하려는 계획이다.

    임금피크제는 중장년 노동자의 임금을 삭감하고 그 만큼의 임금 절약분만큼 청년을 고용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결국 기업의 투자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중장년 노동자의 희생으로 청년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세대 갈등으로 불거진 임금피크제에도 기업의 부담은 존재하지 않는다.

    김혜진 실장은 “청년 일자리 위한 임금피크제라는 이름이 붙어있다. 임금피크제를 통한 절약 금액만큼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건데 정확하게 말하면 새로운 일자리의 창출이 아니다”라며 “노동자들끼리 임금을 나누라는 얘기다. 명백하게. 정부도 그렇게 표현한다. (공공부문에 있어) 총액임금은 늘일 생각이 없다고 한다. 우리는 돈 안 줄거다, 니들끼리 나눠 먹으라는 갈등 조장이다. 결국 생색만 내고 ‘청년일자리를 위한’이라고 하지만 도움 안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노총 “대응 태세 구축하고 야당들과 긴밀히 공조할 것”

    노동계가 정부여당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어떻게 막아낼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5일에 있던 2차 총파업은 기대보다 상당히 축소된 면이 없지 않았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체포영장으로 발이 묶인 이유도 있겠지만 우선 조합원의 참여도 적었고 당연히 사회적 파장도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부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악의 가이드라인을 구체화할 경우 노동계도 현재와는 다른 대응 체계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4월 선제 총파업 이후 정부에서 구조개악 문제로 노동계를 크게 자극하지 않았고 노동계도 2차 총파업을 잠시 숨고르기를 하는 과정으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박성식 대변인은 “정부의 행보에 따라 노동계의 양상도 달라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가 올해 구조개악을 밀어붙일 거라는 건 예상했다. 정부가 노동자 동의 없이 밀어붙인 것인 만큼 반발이 거셀 것이고 총파업을 비롯한 대응 투쟁태세 갖춰갈 것”이라며 “지난번에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나 정의당 심상정 신임대표 등 야당과 국회 입법과제와 관련해 정부의 시행령에 의한 행정권 남용문제라든지 입법 사안임에도 회피하려는 꼼수 등에 대해 함께 공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필자소개
    레디앙 취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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