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등 수학교육 개혁 필요
[교육담론] 예산, 제도 못지않게 '교과내용' 중요
    2015년 07월 20일 11:3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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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관심이 요즘은 구체적인 교과 내용에 대한 것이어서 이번에는 필자가 생각하는 중학 수학의 교과 내용에 대한 문제점을 정리해서 보내줬다.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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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등 수학교과는 주로 크게 대수-기하-함수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 확률과 통계 단원이 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

대수는 주로 방정식과 부등식, 전개와 인수분해 등으로 구성된다. 그리고 대수의 수준이 높아지는 단계에 따라 자연수-정수-유리수-무리수 등 수 체계에 대한 이해가 연동하여 높아지게 설계되어 있다.

대수의 결정적인 문제점은 너무 진도가 느리고 산만하다는 점이다. 고등수학까지의 과정을 하나의 레이스로 봤을 때 중학교 대수는 구구단에 불과하다. 가령 그 자체가 무슨 중요한 수학이 아니라 미적분 등 고등수학을 하기 위한 기본 스킬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구구단을 가르치듯 기본 스킬을 충분히 숙달하는 것을 기본으로 빠르고 간결하게 나가는 것이 좋다고 본다. (최수일 선생의 글 참조)

수학교과

경험에 따르면 초6~중1 정도만 되어도 중1~중3 수학 대수를 전체로 놓고 가르쳐도 무방하다. 그냥 처음부터 무리수를 설명하고 이차식 전개하는 것을 가르쳐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재밌고 즐거워한다. 역으로 별 것 아닌 내용을 3년에 걸쳐 산만하게 늘어놓고 반복적인 연산을 시키는 것이 학생들의 피로도를 높이고 정작 중요한 기본 스킬을 익히는 데 장애를 조성한다.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3년에 걸쳐 분산시켜 놓고는 이를 응용하는 문장제 문제를 섞어 놓았기 때문에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교과에서는 1차 방정식을 가르친 후 이를 응용하는 문제를 함께 가르친다. 일선 현장에서는 시험에 출제할 내용이 적고 변별을 해야 하니 기기묘묘한 문제들이 속출한다.

문장제 문제에 담긴 기본 스킬은 1차 방정식이지만 그것을 식으로 구성하고 이를 조작하는 사고의 깊이는 고등학교 수준인 경우가 많다. 그런데 교과의 구성은 1차 방정식에 따른 부속 공부로 1차 방정식를 배운 후 이를 응응하는 문제인 것처럼 처리해 놓았다. 덕분에 학생들의 사고력과 응용문제의 난이도 사이에 심각한 괴리가 발생한다.

선생이나 공부를 좀 하는 학생들의 입장에서는 짜증이다. 1차 방정식은 충분히 알겠는데 그걸 응용해 놓았다는 문제는 그와는 동떨어진 문제처럼 난해하기 때문이다. 반면 중하위권 학생들 대부분은 이른바 유형문제라는 미명하에 외워서 문제를 푼다. 응용문제가 1차 방정식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과 별개로 놀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포자가 양산되고 선생과 학생 모두 적지 않은 후유증을 치른다. 중하위권 학생들은 이런 문제를 맞추기 위해 쓸데없는 과잉공부를 하고 수학에 대한 거부감을 키우는 반면 정작 중학 시절에 해야 할 기본 스킬은 취약해지기 때문이다. (세계일보 14.4.7자에 따르면 131명 중 대답을 한 123명 중에서 수학을 포기한 시점이 중1이 31명, 중2가 33명이라고 한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교과 과정 개편에서도 중학 수학에 문장제 문제가 쟁점이 되었다. 당연히 없애야 한다. 그런데 교과부의 개편논의에서는 이를 존치하는 것으로 결론이 내려진 것 같다.

교육운동의 관점에서 보면 제도나 예산보다 중요한 것은 교과 내용이다. 교과부나 현직 교수들의 무신경한 태도에 강력히 맞서야 한다. 그리고 현장의 교사들은 이런 문제에 대해 단호하고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대수 단원에서 흐르는 느리고 산만한 구성은 수학을 바라보는 보수적인 태도에 기인하는 것 같다. 수학뿐만 아니라 학교 전반에 이른바 고전주의라는 미명하에 현대적이고 첨예한 쟁점을 다루기보다는 오랜 전통을 그대로 따르려는 보수적인 경향이 만연해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소인수 분해나 약수, 배수 등은 그냥 간단히 넘어가도 좋다고 본다. 소수를 구분하는 방법으로 에라토스테네스의 체 따위를 무신경하게 실어 놓고 있는 교과서들이 많은데 이런 내용은 삭제하는 것이 좋다. 수학사에서는 필요할지 모르지만 지금 학생들에게 소수를 찾는 과정 따위를 서술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

역으로 강조해야 할 것은 정수 연산에서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가 왜 플러스가 되는지 무리수의 의미 등이다. (어제는 수학 시간에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소개하면서 피타고라스 학파의 세계관과 무리수를 둘러 싼 논쟁을 소개했다. 이 과정에서 히파수스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했더니 초등 6학년 녀석이 짧게 감탄사를 외치며 흥미를 보였다. 수학이 재미없는 이유 중 하나는 수학에 담긴 역동적인 세계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중학교 수학책은 마치 소크라테스나 플라톤의 고전을 보는 것 같다. 터무니없이 지루하다. 교과는 시대의 요구에 맞게 개선되어야 한다. 가령 구구단의 경우 이를 종이와 펜으로 계산하기 위해서는 아라비아 숫자 체계와 위치 기수법이 선행되어야 한다.

인류 역사의 맥락에서 보면 두자리 수 곱하기 두자리 수를 하는 것은 불과 몇백년 전에는 아무나 할 수 없는 고급 기술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쿨하게 그냥 초등학교 때 외우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가?

마찬가지로 일이차 방정식과 부등식, 전개와 인수분해 등 중학교 때 배우는 대수 연산 거의 전부를 구구단처럼 쿨하게 그냥 단순 기술로 처리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아마도 조만간 두자리 숫자 곱하기 두자리 수를 계산기에 맡기듯이 이차방정식의 풀이는 그냥 컴퓨터로 해결하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필자소개
민경우
전 범민련 사무처장이었고, 현재는 의견공동체 ‘대안과 미래’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서울 금천지역에서 ‘교육생협’을 지향하면서 청소년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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