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쿠바를 만든 것은
    혁명도 게바라도 아닌 쿠바사람들
    [책소개] 『쿠바 알 판 판 알 비노 비노』(오로, 김경선/ 너머학교)
        2015년 07월 18일 02:16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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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쿠바 알 판 판 알 비노 비노』는 쿠바에서 온 오로가 열정적이고 도전적인 삶과 그 원천인 쿠바에 대해 들려주는 책이다. 제목 ‘알 판 판 알 비노 비노’는 스페인 속담 “Al pan pan y al vino vino”에서 따온 말로, “언제나 진실을 말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쿠바에서의 안정된 삶을 떠나 한국에 와 낯섬과 외로움을 이기며 새로운 도전을 하고 있는 오로는, 소련이 붕괴한 뒤 찾아온 극심한 결핍을 자신들의 손으로 창조적으로 극복한 쿠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불안정함이 삶의 본질이자 변화의 원동력이니,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며 현재의 삶을 즐기자는 것이다.

    한국에 온 이주민들이 자신의 목소리로 조국의 문화와 역사를 들려주며, 경계의 시선으로 한국 사회에 대한 생각을 십대들에게 들려주고자 하는 기획의 첫 책이다.

    2011년 다큐멘터리 「쿠바의 연인」을 통해 쿠바의 삶을 소개한 저자 오로는 쿠바에서 교육 및 청소년심리학, 컴퓨터 프로그래밍, 그래픽 디자인을 공부하고, 애니메이션 제작, 디자인 등 다양한 일을 했다. 한국에 와서 스페인어 교사, 살사 댄스 강사,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지금은 예술을 통해 창의적인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회사를 꾸리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저자가 이렇게 다채롭고 도전적인 삶을 살 수 있었던 것은 쿠바의 독특한 문화와 제도 덕분이다. 어릴 때부터 선택권을 존중하되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하는 가정교육, 원한다면 무엇이든 무상으로 배울 수 있는 교육제도, 학습과 노동의 균형을 위한 농장 교육, 다양한 인종이 어울려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인정하는 개방적인 태도, 음악과 춤을 사랑하며 현재를 즐기는 삶의 태도 등, 한국과 다른 쿠바의 문화나 제도를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생생하게 소개한다. 또한 쿠바의 긍정적인 측면뿐 아니라 쿠바 혁명, 체 게바라, 무상 의료 등 외국인들이 알고 있는 것은 본인의 경험으로는 정확한 현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오로’가 솔직하고 거침없이 들려주는 쿠바 이야기를 통해, 청소년 독자들은 한국이라는 환경에서 벗어나 세상을 보는 넓은 시각, 긍정적인 삶의 태도와 어려움이 닥쳐도 창조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자세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쿠바 알판판

    창조적이고 열정적인 삶의 근원, 바로 쿠바의 문화

    저자는 ‘올라 요 소이 오로(안녕 나는 오로라고 해).’라는 스페인어 인사말로 독자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며, 친구가 들려주듯 친근하게 쿠바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간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쿠바는 한국과 지리적으로 멀 뿐 아니라 사회 체제, 문화가 많이 다르지만, 식민지의 경험, 삼시 세끼 밥을 먹는 것, 서로 챙기고 아끼는 가족 문화 등 공통점도 꽤 있다.

    한편 한국과 달라서 놀라운 점도 많다. 특히 공부 위주의 한국 교육제도와는 달리 쿠바에는 초등학교 필수 과목에 정원 가꾸기가 있고 중·고등학교 때는 농장에 가서 농사일을 해야 한다. 이는 부자든 가난하든 배우고 싶은 것은 뭐든 배울 수 있는 무상 교육과 함께 쿠바 교육의 중요한 특징으로 학생들에게 학습과 노동의 균형, 그리고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게 위한 호세 마르티의 가르침 중 하나이다.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인 호세 마르티는, 사회, 문화, 교육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끼쳤고, 모든 쿠바인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성에 대한 태도도 한국과 사뭇 다르다. 학교 선생님이신 엄마와 동료들이 아이였던 저자 앞에서 거침없이 자신들의 성생활을 이야기한 일, 고등학생 때 여자 친구의 아버지가 콘돔을 주면서 행동에 책임을 지라고 당부한 경험을 소개하며,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성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분위기가 되어야 하지 않겠냐고 말한다.

    또한 “쿠바인들은 물질적으로는 부족하지만 웃음만큼은 넉넉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이는 음악과 춤을 사랑하는 문화 덕분이다. 3대가 같은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등 춤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 생활 속에 녹아 있다.

    저자는 춤을 통해 생각과 느낌을 몸으로 표현하고 상대방과 접촉하면서, 잊혀가는 몸의 소통 능력을 되찾을 수 있다며, 남들의 시선에 신경 쓰지 말고 몸을 흔들어 보라고 권유한다.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따뜻한 포옹으로 몸의 온기를 전하는 쿠바의 문화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느라 눈 맞추기도 어려운 한국의 현실에 중요한 메시지를 준다.

    물질적인 결핍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도 귀 기울일 만하다. 쿠바는 소련의 붕괴로 곡물 배급이 중단되고 전기가 끊기는 등 혹독한 시기를 겪는다. 이렇게 되자 쿠바인들은 자급자족을 위해 집집마다 뒷마당에서 작물을 기르기 시작한다. 공장장이었던 저자의 아버지도 돼지를 키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주변의 모든 것을 동원해서 새로운 물건들을 만들어 냈다. 소련군이 두고 간 전차를 이용해서 버스를 만들고 치약으로 촛불을 밝히는 등 기발한 ‘쿠바 발명품’을 만들어 냈던 것이다. 저자 역시 서툴지만 컴퓨터 부품을 구해 조립하는 등 웬만한 것은 직접 만들었다. 이 결핍의 시기가 쿠바의 완전한 자립이 시작된 의미 있는 시간이었던 것이다.

    쿠바를 만들어 낸 것은 혁명도, 체 게바라도 아니라 바로 쿠바 사람들

    독재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쿠바를 탄생시킨 혁명, 그 혁명의 중심인물인 체 게바라, 그리고 그 결과물인 무상의료 시스템. 이는 외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쿠바의 자랑거리이다. 특히 “그가 밟았던 땅을 밟기 위해서” 쿠바를 방문할 만큼 체 게바라의 인기는 높다. 하지만 저자가 느끼는 쿠바의 현실은 다르다. 저자에게 체 게바라는 교과서에 나온 인물일 뿐이다. 쿠바 곳곳에 체 게바라의 사진이나 초상, 동상이 있고 물건을 파는데, 이는 그를 존경해서라기보다는 상품을 팔아서 쿠바인들이 먹고살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자, 쿠바를 하나의 기업으로 보는 거야. 그 기업의 마케팅, 판매, 수익 등 모든 것을 총괄하는 CEO는 피델 카스트로, 그리고 그 기업의 가장 대표적인 브랜드가 체 게바라인 거야. 그 ‘체 게바라’라는 브랜드로 수많은 ‘상품’이 생산되고 있는 것이지.”

    영화 「식코」를 통해 해외에 널리 알려진 무상의료에 대해서도 비판적이다. 영화 속의 병원은 고위 간부이거나 외국인만 이용 가능하고, 현지인이 이용하는 병원의 의료 시설이나 서비스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쿠바인들은 무상의료, 무상교육의 체제를 유지하기 위해 적은 월급을 감수해야 하고, 두 가지 화폐 단위를 쓰면서 생겨나는 물가 상승 때문에 블랙마켓(암시장)이 생겨나고, 국가에 등록된 직업이 있지만 저녁에는 돈벌이를 위해 관광객을 대상으로 다른 일을 하는 이중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쿠바 정부는 여전히 혁명을 외치고 강조하지만, 혁명 당시와는 달리, 자신들의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들을 감시하고, 왜곡된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 사용을 금지해 외부와의 접촉을 막고 있음을 비판한다.

    “그래서 난 쿠바 혁명을 옹호하지는 않아.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도 많을 거야. 그리고 난 그들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 세상에 절대적인 정답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다만 내가 말하고 싶은 건, 난 제도나 사회적인 규칙보다는 ‘사람’을 믿는다는 거야. 그래서 쿠바를 대표하는 건 혁명도 아니고, 체 게바라도 아닌 바로 평범한 사람들과 이런 사람들이 이뤄 낸 문화라고 생각해.”

    내 꿈은 꿈꾸기를 멈추지 않는 것

    저자는 쿠바에서의 안정적인 생활 대신,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얻기 위해 한국에서의 삶을 선택했다. 스페인어 교사, 살사 댄스 강사, 그래픽 디자이너 등 다양한 일을 했지만 일이 순조롭지만은 않았다. 낯선 나라에서의 외로움, 문화의 차이, 불안정한 일과 수입, 인간관계에서의 어려움…….

    하지만 새로운 도전과 그에 따른 결과를 받아들이고, 한 걸음씩 나아가면서 꿈꾸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안정과 불안정에 대한 그의 생각은 이러한 도전과 책임 속에서 단단하게 형성된 것이다.

    “난 불안정함이 자연의 법칙과도 같다고 생각해. 모든 순간이 안정적이라면 생명은 변화하지도 진화하지도 않았을 거야. 불안정한 상황에 적응하기 위해 매 순간 변화하면서 지금까지 와 있는 거 아닐까? 그 안에 살고 있는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고 말이야.”

    한국에 와서 경험한 한국 문화에 대한 시각도 흥미롭다. 처음에는 모두 ‘화난’ 줄 알았지만 서로를 챙기는 친절하고 정이 많은 사람들임을 알게 되었으며, 다른 외모 때문에 자꾸 쳐다보아도 관심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누군가 불쾌하게 대해도 ‘저 사람 힘든 일이 있었나 보다.’하고 넘기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대별 위계가 너무 엄격하여 젊은이들을 가르치려고만 들고 젊은이들은 질문하기보다는 대답에만 익숙해지는 것은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저자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미지에 대한 호기심을 잃지 않고 발견을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려는 자세를 지켜나가려 노력하고 있다. “어른이 됐지만 여전히 내가 발견하지 못한 수많은 잠재력과 새로운 모습들이 내 안에 있다”는 생각으로.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런 진솔한 이야기들은 “미련으로 얼룩진 삶보다는 도전해서 실패로 단단해진 삶”을 살기를 당부하는 저자의 메시지를 독자들 가슴 깊이 전할 것이다.

    이 책의 글은 2년여에 걸쳐 오로의 친구이자 쿠바를 두 차례 여행한 김경선 씨가 영어로 묻고 오로가 답한 대화 내용을 녹음한 뒤 우리 글로 옮기고 여러 차례에 거쳐 수정한 것이다. 오로가 직접 그린 쿠바의 특성이 담긴 상징적인 그림과 박정은 작가의 일러스트, 김경선 씨가 쿠바 여행에서 찍은 사진들 다양한 시각적인 자료로 쿠바의 특성이나 정취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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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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