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3차 구제금융
굴복과 투항인가, 전술적 후퇴인가
3차 구제금융 합의의 속살, 그리스의 운명은?
By 원시
    2015년 07월 15일 10:26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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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긴 글이다.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의 17시간에 걸린 유로존 국가의 정상회의를 거쳐 그리스에 대한 3차 구제금융 협상이 합의됐다. 독일과 채권단의 가혹하고 비정한 긴축정책 협박에 그리스의 시리자 정부가 결국 항복했다는 평가들이 많다. 하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과 그것이 미치는 함의를 분석한 글들은 많지 않다. 지난 1월 급진좌파 시리자의 집권부터 현재까지 그 궤적을 추적해왔던 원시님이 이번 7월12~13일 3차 합의에 대해 구체적이고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글을 보내왔다. 길고 긴 글이지만 숙독을 권한다. 상황이 급박하여 나누어 게재하지 않고 한번에 올린다. 맨 마지막에 현재의 합의안에 대한 그리스 여론을 첨부했다. 참고로 지난 원시님의 기고 글을 링크한다. 1회 / 2회 / 3회 <편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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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제 3차 구제금융 협상,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의 경제주권 포기 강요인가, 소나기 우선 피하려는 시리자(Syriza)의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 전술인가? : 그리스인 72% 협상 일방적이었지만 불가피했다. 70.1% 의회 가결 찬성 여론

<글 순서>
– 아직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통치’ 안에 굴종하지 않았다.
–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미친 영향,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사임할 것인가?
–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그리스 시리자 내부 분열을 가져 올 것인가?
– 구제금융 협상안 17시간 마라톤 회의 난항 이유 3가지 주제들
– 테살로니키 시리자 프로그램과 ‘치프라스 구제 금융 제안서’ 내용은 무엇이 다른가?
– 유럽 정상회의 ‘타협안’의 기초가 된 쇼이블레 ‘긴축 제안서’는 무엇을 담고 있었나?
– 시리자 정부의 향후 과제
– ‘협상안’에 대한 7월 14일 그리스 여론조사

0 서문 – 아직 그리스 국민들은 ‘긴축통치’ 안에 굴종하지 않았다.

그리스 좌파 정부 시리자는 지난 토요일과 일요일 17시간에 걸쳐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와 ‘제3차 구제금융안’을 놓고 힘겨운 줄다리기를 마쳤다. 19개국 재무장관 회의틀인 유로그룹의 협상 테이블에서 결론이 나지 않자, 독일 메르켈 총리 프랑스 올랭드 대통령 그리스 치프라스 총리, 유럽정상회담 의장 투스크(Tusk) 네 명이 따로 모여 그 협상을 마무리지었다.

제3차 구제 금융 협상안의 결과는 다음과 같다. 그리스는 2018년까지 치프라스 시리자 정부 총리 ‘제안서’(1)대로 유럽안정화기금(ESM)과 국제통화기금(IMF)로부터 860억 유로(108조 3400억원)를 받게 되었다. 그러나 이것 대신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연금제도, 부가가치세(VAT), 공공자산 매각, 노동법 개혁 등 강도 높은 트로이카 ‘긴축 통치’안을 이번 주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시켜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되었다.

지난 7월 5일 국민투표에서, 그리스 주민들은 트로이카(유럽연합 EU, 유럽중앙은행 ECB, 국제통화기금 IMF)의 ‘긴축 프로그램’에 기초한 협상안을 61% 반대로 부결시켰다. 그런데 이번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은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 목소리가 더 많이 반영되었다. 그리스 국민들 사이에서 양해각서 아니라 그리스 경제주권 포기 각서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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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쇼이블레를 비판하는 그리스인들, 7월 5일 국민투표 직전. “5년간 쇼이블레는 그리스인들의 피를 빨아먹었다”)

그렇다면 그리스 좌파연합정당인 시리자의 ‘긴축 통치 종식’ 공약과 정치적 실천은 실패인가? 필자는 이러한 질문에 단언적으로 말할 수 있는 능력은 되지 않는다. 다만 이러한 질문에 답하기 전에 몇 가지 생각해볼 사실들과 주제들이 있다고 본다.

비록 트로이카의 ‘쇼이블레 산성’에 막혀 시리자가 관철시키지는 못했지만, 다음과 같은 시리자 전술들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관심과 평가가 있어야 한다. 시리자의 공식입장은(2)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가 아니라, 유로존 내부 개혁 노선이었기 때문에, 유로그룹 협상 테이블에서 ‘빚 탕감’, ‘단기 국채 T-Bill’ 발행 한도 확장, ’명목 GDP 증가율과 채무 원금 및 이자 상환 연계(스왑)‘,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 및 투자 증액 등을 관철시키려고 했다.

그러나 지난 5개월 동안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트로이카의 협상에서 드러난 사실은 ‘중과부적(衆寡不敵)’ 그것이었다. 유로 통화를 공식 화폐로 쓰지 않는 유럽 국가의 좌파들과 유로존 내부 좌파들의 정치적 힘과 연대의 파괴력은 독일 보수파 메르켈과 쇼이블레의 장벽을 뚫어낼 만큼 크지 못했고,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엉덩이가 트로이카라는 만원 버스 안으로 들어가게끔 그 추진력 뒷심이 센 것도 아니었다.

아울러 지난 1월 25일 이후, 집권 5개월 동안 전임 신민당(ND)-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 연립정부의 묵은 때를 벗겨낼 겨를도 없었다. 트로이카와의 협상 테이블, 다시 말해서 좌파의 외교력을 검증받는 데 모든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시리자 정부의 현실을 고려했을 때, 그리고 그 시리자 정부의 외교력과 집권 이전 대중투쟁의 파괴력과의 차이를 감안한다면, 그리스 시리자 정부의 실패를 지금 단언하는 것은 너무 인내심이 없는 것은 아닐까 한다.

물론 그리스 시리자가 2014년 9월 테살로니키 총선 공약에서 밝힌 트로이카 ‘긴축통치’ 종식 선언과, 지난 5개월간의 트로이카와의 협상 내용을 비교해본다면, 시리자의 총선 공약 실천과 성공은 그렇게 크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시리자와 그리스 독립당(ANEL)이 2차 세계대전 당시 그리스에 대한 나치 범죄 비용으로 독일이 3320억 유로를 배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트로이카와의 협상 테이블의 안건으로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이 규모 돈이면 현재 그리스 국가채무를 거의 다 상환할 수 있다. 이러한 역사적 책임 소환과 해결이 단지 시리자-그리스 독립당의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면 말이다.

또한 시리자(Syriza)가 그리스 국가채무 해결방식으로 제시한 모델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승전국이 패전국 독일에게 취한 ‘빚 탕감’과 ‘경제성장과 연계한 원금/이자 상환 방식’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시리자 공약을 트로이카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관철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의 관제탑인 독일은 승승장구했는가? 시리자 정부도 트로이카의 ‘긴축통치’안을 후퇴시키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로이카의 완전한 승리라고 단언하기도 아직 이르다. 쇼이블레와 메르켈의 불화설과 쇼이블레 퇴진설도 독일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아울러 시리자와 그리스 국민들도 트로이카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등 승전국이 마샬플랜을 들고 나와서 유럽 경제 재건을 해준 것처럼, 현재 유로존 국가들이 그리스 경제 재건을 위해 제2의 뉴딜 정책을 손쉽게 선물할 것이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외교적 협상은 협상이고, 그리스 민중들의 정치적 실천은 또 다른 그들의 숙제일 뿐이다.

공은 다시 그리스 시리자와 경제주권을 빼앗아간 트로이카의 ‘긴축통치’에 저항할 그리스인들에게 넘어갔다.

1.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미친 영향,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사임할 것인가? 메르켈과 쇼이블레의 미묘한 불화설이 나오다.

토요일 유로그룹 회의에 비공식적으로 제출한 문건(3)에서, 쇼이블레는 만약 그리스 정부가 ‘긴축 프로그램’을 수용하지 않으면, 5년간 그리스는 일시적으로 유로존에서 탈퇴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협상 타결 이후, 그리스는 물론이고 인터넷 SNS 공간에서도 쇼이블레와 독일 나치즘을 비유하는 글들과 그림들이 올라오고 있다.(4) 쇼이블레와 유로그룹 등 트로이카의 협상안은 유럽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쿠데타’라는 트위터 글들이 줄을 잇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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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사진 설명 0. 7월 12일 협상 결과, 그리스 구제 금융 지원 구성 / 1) 2018년까지 신규 860억 유로 (108조 3400억원) : 재원 출처: 유럽안정화기구, 국제통화기금. 사용처: 은행 회생 재자본화, 채무 원금 이자 상환 / 2)500억 유로 (62조 4575억원) : 재원 출처: 그리스 공공 재산 매각. 사용처: 은행 재자본화, 유동성 공급, 유럽중앙은행 빚 청산, 중소기업 산업대출 및 금융 지원 / 3)브릿지 대출: 120억 유로 (15조 1075억원) IMF와 유럽중앙은행 채무 상환 / 4) 350억 유로 (44조 638억)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

그렇다면 독일 여론은 쇼이블레를 어떻게 평가하고 있는지 간단히 살펴보자. 최근 진보적 일간지 프랑크후르트 룬트샤우에서는 ‘쇼이블레-위기’를 박스 기사로 다뤘는데,(5) 그 핵심 요지는 다음과 같다. 지난 주 토요일 유로그룹 회담에서 쇼이블레 제안서는 연정 파트너인 사민당(SPD)의 지그마 가브리엘(Gabriel)과도 상의 없이, 유럽의회 의장 마틴 슐츠(Schulz)와도 조율을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런데다 국제적으로도 쇼이블레는 ‘적군 이미지’로 각인되었고, 특히 미국 케인지안 경제학자로 알려진 크루그먼, 스티글리츠, 제프리 삭스 등은 쇼이블레 주도 독일 정치를 ‘비정하고 비합리적이고 충격요법’이라고 혹평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기민당(CDU) 탄생 70주년을 맞이하여 쇼이블레 재무부 팀 전원 교체도 고려해 봐야 한다고 프랑크후르트 룬트샤우지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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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3 : 독일 좌파당 “쇼이블레 당신이 나가라: 쇼이시트 (Schaueixt

이러한 기사에 앞서 지난 6월 12일자 슈피겔지에서는(6) 메르켈과 쇼이블레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독일 국민 70% 이상이 독일은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을 반대한다는 여론이 있음에도, 유럽 연합 민주주의 차원에서는 메르켈의 정당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슈피겔 기사에 따르면 메르켈은 쇼이블레처럼 강경하게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주장하지 못하고 있다고 본다. 왜냐하면 그렉시트가 실제 발생했을 경우, 모든 정치적 책임은 재무장관 쇼이블레가 아니라, 메르켈에게 떨어진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메르켈이 과거 서독 수상 헬무트 콜(Kohl)처럼 ‘유럽 연방’이라는 정치적 목표를 향해 뛰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독일 국가 현안에 더 큰 관심이 있다고 메르켈의 정치 범위를 평가했다. 올해 73세인 쇼이블레가 1972년 독일 연방 초선 의원이 되었을 때, 메르켈은 고교 졸업반이었고, 2000년에는 메르켈이 쇼이블레의 원내 총비서직을 역임했던 두 사람간의 복잡한 관계를 설명하면서, 향후 메르켈 정치에 쇼이블레의 옹고집이 걸림돌이 되지 않겠느냐고 슈피겔지는 내다봤다.

2. 제3차 구제금융 협상이 그리스 시리자 내부 분열을 가져 올 것인가?

(1) 그리스 시리자 정부 총리 치프라스의 협상 결과 평가는 어떠한가?

치프라스는 이번 협상안은 가능한 시나리오 중 가장 좋은 결과라고 자평했다. 왜냐하면 이 협상안 이후, 그리스의 독립과 향후 투쟁의 근거지를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구체적인 그의 평가를 보자면, 이번 3차 구제금융 협상에서 그리스가 획득한 성공은 350억 유로 확보, 국가 채무 상환 연기, 그리스 은행 붕괴 방지, 정부 공공 자산 해외 매각 저지 등이라고 보고 있다.

치프라스의 이런 자평을 보면, 시리자 정부의 가장 큰 우려 사항이란 바로 그리스 은행 체계 붕괴이고 유동성 위기였다는 것이다. 그리스 은행 창구들과 현금지급기에 이어진 긴 줄들과 시민들의 불편 호소는 상상 이상의 것이었고, 유럽과 전 세계 보수 미디어의 줄기찬 공격 역시 상담한 정치적 부담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치프라스가 협상안이 타결되자, 던진 메시지는 다음 두 가지였다. “350억 유로의 경제성장 패키지와 채무 재구조화 합의를 통해서, “‘시장’은 그리스 유로존 탈퇴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7), 이번 협상 타결의 정치적 의미는 “우리가 전 유럽인들에게 존엄성이라는 메시지를 보낸 데 있다.”는 것이었다.

그는 이러한 성과가 있음에도, 갈 길은 멀다고 발표하면서, 그리스인들은 과거 정부체제에서 부와 권력을 독점한 소수 특권층(Oligarch)와 싸워야 하고, 급진적인 개혁 조치들을 완수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2) 그리스 시리자 내부 급진파 의원들의 치프라스 ‘협상안’ 비판과 내부 분열 조짐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이 발표되자마자, 시리자 내부 급진파 정치조직인 <레프트 플랫폼>의 대표 라파자니스(Lafazanis) 의원은 의회 표결에서 ‘협상안’에 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8) 한편 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출하고 있는 시리자 중앙위원이자 정치학자인 쿠벨라키스 (Kouvelakis)는 협상안을 항복문서라고 폄하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겼다.

“오늘 트로이카와 그리스 시리자 정부 간의 협상은 ‘쿠데타’가 아니다. 이것은 전면적, 절대적, 무조건적인 항복(문서)이다. 오늘 협상은 2차 세계대전 이후에 유럽 좌파정부의 가장 명백한 패배이다. 트로이카의 무자비한 공격으로부터 시리자를 최소한이라도 방어하지도 못한 이 완전한 무능력이 애처롭다. 어려운 그러나 필요한 교훈이다. 유럽주의, ‘좌파 유럽주의’는 비극으로 귀결되고 있다. 그리스와 유럽이 미래 희망을 가지길 원한다면, 유로와 유럽연합이라는 사슬로부터 해방되어야 한다. 우리의 투쟁은 지속되어야 한다.”

이러한 시리자 내부 정치조직들 간의 내분은 지난 금요일 의회에서 치프라스가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에 제출한 “구제금융 제안서”에 대한 표결에서 이미 드러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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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4. 7월 10일 그리스 의회, 33세 시리자 청년 의원, 파나기오타 드리첼리, 치프라스 ‘제안서’에 찬성하기 힘들고, 양심의 가책을 느낀다고 울먹이고 있다.

치프라스의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은 반대파 야당인 보수 신민당(ND)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의 지지를 받았지만, 오히려 일부 시리자 의원들의 반대에 부딪혔다. 17명의 시리자 의원이 치프라스 ‘협상안’에 찬성하지 않았다.(9) 반대에 부딪힌 이유는 치프라스 협상안이 시리자 총선 공약으로부터 너무 많이 후퇴해서 트로이카 ‘긴축통치’를 종식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10)

<레프트 플랫폼> 대표 라파자니스와 국회의장인 콘스탄토풀루 (Konstantopoulou), 라파비차스(Lapavitsas), 시리자 정치국원 스타티스 레우차코스(Leoutsakos) 등이 ‘기권표’를 던졌다. 한편 시리자 내부 정치조직 <적색 네트워크 Red Network> 소속 의원인 이오아나 가이타니(Gaitani)와 엘레나 프사레아(Psarea) 등은 ‘반대’표를 던졌다. 이외에도 <레프트 플랫폼> 소속 15명 의원은 시리자 정부 붕괴를 막기 위해서 비록 ‘찬성’표를 던지지만, ‘협상안’ 결과의 의결 시에는 ‘찬성’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11)

위 표결보다 더 심각한 내부 갈등 문제는 내각 교체설이다. 시리자 내부 우파로 알려진 경제부 장관 스타타키스(Stathakis)와 파파디물리스(Papadimoulis) 등은 시리자 내각의 개편을 요구하고, 산업 에너지 장관 라파자니스와 국회의장인 콘스탄토풀루 등의 퇴진을 주장하기도 했다. 만약 시리자 내부 그리스 유로존 탈퇴(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출하고 있는 ‘레프트 플랫폼’ 정파와 치프라스 다수파와의 갈등이 격화되면, 그리스는 다시 조기 총선에 돌입할 수 있고, 새로운 연립정부가 출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이번 주 중에 열리게 될 그리스 의회에서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을 두고 ‘표결’할 예정인데, 그리스 시리자 내부에서 격렬한 토론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그리스 안팎의 좌파들이 시리자의 단결을 요구하고 있고, 그리스 민중들과의 연대 투쟁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리자 구성원들이 어떠한 답변을 내놓을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치프라스 역시 ‘협상안’에 강한 불만을 드러낸 30여명의 시리자 의원들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포용할 것인가 그 시험대 위에 서 있다.

그리스 시리자의 성공이냐 실패냐를 논하는 건 너무 성급해보이고, 어차피 현재 그리스 국가 채무는 2050년까지 상환해야 한다는 사실을 기억한다면, 시리자의 반-신자유주의 투쟁과 유럽 좌파들과의 연대를 트로이카와의 협상안으로 축소시킬 필요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유럽 보수파와 트로이카의 ‘철권 긴축 통치’ 강요에도 불구하고, 시리자 정부가 내건 총선 공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따져볼 필요는 있다.

그럼 이제부터는 시리자의 총선 공약이었던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은 2월 20일 트로이카와의 협상, 그리고 7월 11일~12일 협상을 통해서 어떻게 변형을 거치게 되는지 살펴보기로 하자.

3. 제 3차 구제금융 협상안이 난항을 겪게된 이유와 그 내용들

이번 제3차 구제금융 협상안을 두고, 토요일과 일요일 이틀간 17시간이 넘는 회의가 진행된 이유는 다음 세 가지 주제들 때문이었다. 첫 번째는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아테네에서 그리스 정부의 경제 구조개혁을 감시 관리하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시리자는 이러한 국제통화기금의 계획을 ‘경제주권’ 훼손이라고 극렬 반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통화기금의 유럽 국가 채무 위기 개입은 약간 아이러니한 측면이 있다. 2010년 1차 구제금융 <메모랜덤> 체결 이전, 독일 총리 메르켈은 국제통화기금(IMF)과 같은 제3의 기구가 채무 위기를 겪는 국가들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이유로, 그 개입을 찬성했다. 이에 비해서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국제통화기금이 유럽 정치 경제에 끼여드는 것을 반대한 바가 있다.

두 번째는, 쇼이블레가 제안한 그리스 경제성장을 위한 ‘신용기금 500억 유로’안 때문이었다. 그리스는 500억 유로(62조 4575억원) 가치가 있는 공공자산(공항, 항구, 전기, 통신 등)을 사유화해서, ‘펀드’를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500억 유로 펀드는 트로이카 감독 하에 그리스 정부가 소유하되, 외부 펀드 기구를 둬야 한다고 그는 제안했다.

세 번째는, 쇼이블레는 그리스가 트로이카가 제시한 ‘긴축 프로그램’과 ‘구조조정안’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그리스는 향후 5년간 일시적으로 유로존을 탈퇴할 것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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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5: 독일 여론조사 결과, 7월 3일, 그리스 국민투표 직전 독일 여론조사
질문 : 독일이 그리스에 더 많은 양보를 해야 한다고 보는가?
예 10%, 아니오 85%를 기록했다.
좌파당원들 중 28%가 “예”, 녹색당원들은 15%가 “예”라고 답했다. )

4. 쇼이블레가 제안해서 ‘협상안’으로 통과된 500억 유로 펀드 기금이란 무엇인가?

쇼이블레의 ‘외부 펀드 기구’ 운용이란 다음과 같다.

쇼이블레는 독일 정부 소유 개발 은행인 카에프베, 즉 재건을 위한 신용기구 (KfW:Kreditanstalt für Wiederaufbau)(12)의 이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기구 산하에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IfG’가 있는데, 이와 같은 외부 펀드 기구를 만들어서, 500억 유로를 그리스 경제 성장과 회복을 위해 사용하겠다는 계획이 바로 쇼이블레 제안서이다.

카에프베 은행과 이전 집권했던 그리스 정부(신민당 ND- PASOK 연립정부)는 ‘그리스 경제성장 기구’ 산하에 세 가지 종류의 서브-펀드를 조성하기로 이미 협약을 맺은 바 있다.

2013년 2월 당시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IfG’ 프로젝트를 토론한 당사들은 그리스 재무부 장관 야니스 스투나라스(Stouraras), 그리스 경제발전 장관 하트지다키스(Kostis Hatzidakis), 그리고 카에프베의 경영 책임자인 울리히 쉬뢰더(Ulrich Schröder)였다.

당시 하트지다키스 경제발전 장관은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IfG’의 3가지 종류의 서브 펀드 조성 제안을 승인했다. 첫 번째 서브 펀드는 그리스 중소기업에 은행 대출을 해주는 것이고, 두 번째 서브 펀드는 주식 지분을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세 번째 서브 펀드는 인프라 구축에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다.

첫 번째 서브-펀드는 2014년 5월 7일에 룩셈부르크에서 창립되었다. 독일 연방 정부를 위해서 그리스 정부와 케에프베 은행은 각각 펀드 채무에서 1억 유로를 이 서브-펀드로 사용할 것이다. 이 펀드는 그리스 중소기업에 대출되고, 그리스 은행이 그 기업들에 돈을 빌려주는 형태를 취하는 것이다.

쇼이블레가 7월 11일 토요일 유로그룹에서 제안한 것이 바로 이 500억 유로 상당의 그리스 공공자산을 사유화하고, 그 돈을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IfG’와 같은 외부 펀드 기구에 맡겨서, 은행을 재자본화하고 경제성장을 달성하면서, 그리스 국가 채무를 갚아 나가자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쇼이블레의 ‘외부 펀드 기구’ 제안은 2014년 9월 시리자의 ‘테살로니키’ 프로그램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시리자는 트로이카가 감독하는 500억 유로 펀드 기구가 아니라, 30억 유로 규모(3조 7474억원)의 공공개발은행과 특수목적 은행을 설립하려고 계획했고, 이 재원은 그리스 재정안정기금(EFSF) 110억 유로 중에서 30억 유로를 사용하고자 했다.

시리자는 이러한 트로이카가 감독을 떠맡는 ‘외부 펀드 기구’는 경제주권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결국 최종 협상안에서는 트로이카의 안을 수용했다.

그렇다면 치프라스 총리가 10일 제안한 ‘구제금융 제안서’는 무슨 내용을 담고 있길래, 시리자 내부 의원들이 너무 많은 양보를 했다고 비판했던 것인가?

5.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트로이카에 제출했고, 지난 10일 의회에서 가결된 ‘구제금융 제안서’ 내용은 무엇인가?

지난 6월 25일 트로이카와 그리스 시리자 정부는 다음과 같은 5가지 주제를 놓고 타협을 이루지 못해 협상 테이블을 떠났다.

첫 번째 유럽 채권단은 그리스 연금과 공무원 임금을 대폭 깎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는 이를 거부했다. 두 번째, 국제통화기금(IMF)는 시리자 정부가 사회복지지출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했다. 세 번째, 유럽 채권단은 저소득 연금 생활자에게 지급되는 인도주의적 차원의 ‘사회복지기금’을 철회할 것을 그리스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시리자 정부는 이를 수용할 수 없다고 했다. 네 번째, 유럽 채권단은 부가가치세 확대를 요구했으나, 그리스는 의약품과 전기세에 더 이상 부가가치세를 부과할 수 없다고 거부했다. 특히 관광산업 위축을 가져오는 호텔과 식당 부가가치세 인상을 시리자 정부는 반대했다. 다섯 번째 시리자 정부는 유럽 채권자들(트로이카)에 부채 탕감을 요구했으나, 이는 거절당했다.

10일 의회에서 시리자 소속 2명, 그리스 공산당(KKE), 친-나치 극우정당 황금새벽(GD) 등이 반대하고 나머지 시리자, 그리스 독립당, 포타미, 신민당(ND),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 소속 251명이 찬성한 ‘시리자 제안서’에서는 위 5가지 주제들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는가?

첫 번째 연금 제도 개혁과 관련해서는 시리자가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지급한 연금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이것 역시 테살로니키 프로그램에서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빈곤선 아래로 처진 그리스인을 위해 20억 유로를 예산 책정하겠다고 했는데, 트로이카의 압력 때문에 이를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시리자 제안서’에서 연금 개혁과 관련해서는, 조기 은퇴자에게 불리하게 연금 제도를 수정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2019년 12월까지 연대기금(EKAS) 연금(13)을 폐지한다. 그리스 연금 생활자들 중 연간 월 소득을 계산한 후, 가난한 연금생활자에게 한 달 230 유로씩 지급해왔으나, 기금 부족으로 그 액수가 절반 이하로 줄어왔다. 이마저도 이제 폐지하고, 2016년 3월까지 상위 20% 연금생활자부터 점진적으로 폐지한다. 또한 2015년 6월 30일 이후 은퇴한 사람들에게는 소득과 자산 조사(Means-test)를 한 후에 67세부터 기초 연금을 지급할 것이다.

두 번째 국제통화기금(IMF)는 그리스 시리자 정부가 사회복지지출을 대폭 줄일 것을 요구했는데, 이번 ‘시리자 구제금융 제안서’에 담긴 내용을 보면, 그간 농업 종사자들에게 제공된 에너지, 특히 디젤 연료 지원금을 폐지하기로 했다. 올리브 생산자들을 비롯하여 농업 종사자들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준 것도 폐지한다.

세 번째 트로이카가 계속해서 강조한 정부 기초재정 흑자 목표를, 2015년 GDP의 1%, 2016년 2%, 2017년 3%, 2018년 3.5%까지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했다. 조세 확충을 위해서 그리스 통계청(ELSTAT)의 독립화를 추진하고, 법인세를 26%에서 28%로 인상하며, 부가가가치세(VAT)를 개혁하겠다고 제안했다.

트로이카에서 압박을 가한 부가가치세 인상 조치에 대해서, 시리자 정부는 2016년까지 부가가치세를 GDP의 1%까지 확보하고, 표준세율은 식당, 음식 배달업에 적용되는 23%로 맞추기로 결정했다. 생필품 음식, 에너지, 호텔, 수도세 등의 세율은 13%, 의약품, 책, 연극 공연 등은 6% 세율로 정했다. 과세기준을 강화하고, 보험세를 인상하며, 그리스 섬지역에 주던 세금 감면 혜택을 점진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한편, 국방비는 2015년 1억 유로 감축하고, 2016년에는 2억 유로를 축소시키로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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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6: 사진 : 그리스 산업 구성에서 서비스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80%에 육박한다. 부가가치세 23% 세율 표준화는 그리스 관광업 식음료업계에 종사하는 자영업자들의 원성을 듣고 있다. )

네 번째, 그리스 시리자는 트로이카의 노동시장 유연성 요구에 대해서는, 세계노동기구(ILO) 기준에 부합하는 노동법과 노동시장 제도를 확립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다섯 번째, 생산물 시장에 대한 트로이카의 개방 요구에 대해서는, 관광버스, 트럭 면허증, 식당요리 조리 자격증, 상가 건물 기준 등을 OECD 기준에 맞추겠다고 제안했다. 또한 외국인들에게 허용이 금지된 직종들(엔지니어, 공증인, 보험사, 집달관, 관광 대여 업체 등)을 해외에 개방하겠다고 약속했다.

여섯 번째, 가장 중요한 현안이자 시리자 내부뿐만 아니라, 전 그리스인들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공공기업 해외 매각 및 사유화 계획에 대한 것이다.

‘시리자 제안서’에 따르면, 전기송전회사(ADMIE)를 2015년 10월까지 사유화할 것이고, 한번 결정된 사항은 되돌릴 수 없다고 약속했다. 또한 공항지역 공항들을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중국과 줄다리기 협상으로 잘 알려진 항구 항만 매각에 대해서는, 피래우스(Piraeus), 테살로니키, 헬리니콘 항구 등을 사유화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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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7: 그리스 최대 항구 피래우스 Piraeus : 1500명이 넘는 항만 노동자들이 1년에 2만 4천 선박 물동량을 책임지고 있고, 지중해 연안에서 가장 규모가 큰 항구이다)

이러한 사유화 계획에 대해서는 지난 2월 시리자 산업 에너지 장관 라파자니스가 강하게 반발하며, 공공자산 매각은 시리자 정책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가 있다.(14) 이와 별도로 피래우스 항만 노조 역시 이러한 사유화 및 해외 매각에 대해 반대할 것이다.

시리자 중앙 정부가 기오르고스 고고스(피래우스 항구 항만 노동자, 피래우스 노조 위원장, 시리자 당원) 인터뷰 내용대로(15), 피래우스 항구 사유화 과정에서 시리자 정부가 어떻게 피래우스 항만 노동자들과 민주적으로 의사결정을 해나가느냐가 또 하나의 관건이 될 것이다. 시리자 정부는 그리스 최대 항구 피래우스 사유화에 대해서, 전임 정부가 내건 정부소유 67% 지분 매각이 아닌, 51%의 지분을 경매에 부치겠다고 지난 5월 발표한 바 있다. (16) 이러한 조치 역시 지난 1월 시리자의 피래우스 항구 사유화 반대 발표를 고려할 때, 정치적 후퇴라고 볼 수 있다.(17)

또한 치프라스는 2015년 10월까지 그리스 정부가 100% 소유하고 있는 트라아노세 로스코 (TRAINOSE ROSCO) 사유화를 위한 경매를 공고하기로 했다. 통신회사인 OTE의 정부지분을 그리스 정부 재산 개발 펀드(HRADF)에 이전하고, 이사회의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시리자는 원칙적으로 정부 소유 공공 자산인 공항, 철도, 항구, 전기 등은 사유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으나, 국제통화기금(IMF) 등 트로이카는 지속적이고 끈질기게 그리스 국가채무 해법은 공공자산 매각뿐이라고 압력을 가했는데, 이러한 힘겨루기에서 그리스 시리자가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끝으로 시리자가 테살로니키 프로그램(2014년 9월)과 시리자 경제 프로그램 (2012년)에서(18) 강조한 ‘부채 탕감’은 트로이카와 유로그룹에서 거절당했다.

6. 유럽 정상회의 ‘타협안’의 기초가 된, 쇼이블레 ‘긴축 제안서’는 무엇을 담고 있었나?

토, 일요일 이틀간 협상 이후, 형식적으로는 유럽 정상 이름으로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안이 발표되었다.(19) 그러나 이 협상문의 기초는 토요일 유로그룹 회의에서 비공식적으로 발표된 쇼이블레의 제안서였다(20). 이 4페이지 문건 내용을 보면,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가 얼마나 깊게 강하게 그리스 경제 주권을 침해하고 있는지 금방 드러난다.

그 주요한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그리스가 유럽안정기구(ESM)기금 860억 유로를 받는 대신, 국제통화기금(IMF)는 그리스 정부가 트로이카가 제시한 ‘긴축 프로그램’을 잘 실행하고 있는지를 감시 관리 감독한다.

7월 15일 그리스 의회에서 다음과 같은 조치들을 담은 법안들이 통과되어야 한다.

(1) 부가가치세(VAT) 체계를 간소화하고, 과세 기준를 확대해서 조세 수입을 늘여야 한다.

(2) 포괄적 연금 개혁 프로그램 도입으로 연금제도의 장기 지속가능성을 높여야 한다.

(3) 그리스 민법 체계를 개혁해서 민사소송이 용이하도록 한다.

(4) 그리스 통계청(ELSTAT)의 법적 독립화

(5) EMU 유럽 경제통화동맹에서 ‘안정, 협조, 행정 협약 the Treaty on Stability, Coordination and Governance’ 연관 조항들을 법률로 만들어야 한다.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기 전에 그리스 재정 흑자와 적자 차이를 계산해서 자동적으로 예산 삭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기 전에 국가 재정 심의회(Fiscal Council)를 설치해야 한다.

(6)그리스는 유럽위원회(EC)의 지원 하에 1주일 이내로 ‘은행 회생과 해결 지침서(BBRD)’를 채택해야 할 것이다.(21)

그리스 정부는 ‘구조 개혁안’을 실천할 구체적인 평가기준들, 이정표, 양적인 측정 기준들을분명하게 담고 있는 경제개혁 법안과 실행 지침서를 트로이카에 다시 제출해야 한다.

트로이카에 제출해야 할 것은

1) 연금제도 개혁

2) OECD 툴키트(tookit) 권고안 실행을 위한 계획표 제시: 생산물 시장 개혁, 일요일 무역, 판매 기간, 약국 소유, 우유, 빵, 페리 운송업 등 외국인에게 불허된 직종들 개방 등

3) 에너지 시장 개방, 전기송전회사(ADMIE) 사유화 진척시킬 것

4) 노동시장, 노동법 개혁

트로이카의 동의하에 단체 협약, 파업과 같은 단체 행동, 집단 해고 등 노동법을 개혁할 것

5) 금융산업 강화할 것.

그리스 재정 안정 펀드(HFSF)와 은행의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정부가 이에 대한 인사권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또한 은행의 부실 대출에 대한 강력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그리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1) 사유화 계획표를 제출하고, 공공 재산 가격을 측정할 사람/집단/기구 등을 만들어야 한다.

2) 500억 유로 상당의 그리스 재산을 이전받을 외부 독립적인 펀드 기구를 만들어라. (예를 들어 룩셈부르크에 ‘그리스 경제성장기구’) 이 외부 펀드기구는 트로이카의 감독 하에 그리스 정부가 그 펀드를 운용할 것이다.

3) 그리스 행정부의 현대화를 해야 한다. 그리스 행정부의 탈-정치화 (de-politicizing)와 업무능력 향상을 도모해야 한다. 이를 위한 제안서는 7월 20일까지 트로이카에 제출되어야 한다. 정부 지출비를 축소해야 한다.

4) 그리스 정부는 트로이카의 감시 관리 감독 하에, 모든 법안 초안들을 트로이카 관료들과 상의해야 한다.

5) 시리자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만들어진 ‘법률’은 다시 원상복귀하거나 수정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 법안들은 트로이카와 상의하지 않았거나 트로이카가 동의하지 않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위 요구사항들은 트로이카가 그리스 정부와 협상하기 위한 최소한 조건들이다.

이에 덧붙여, 7월 20일까지 70억 유로, 8월 중순까지 50억 유로를 그리스에 지급하기 위해서 새로운 양해 각서 (MOU)가 필요하다. 또한 트로이카는 그리스에 대한 부채 탕감 계획은 없기 때문에, 그리스는 채권자들에게 모든 빚을 갚아야 한다.

협상 주체에 대해서는, 유로그룹과 유럽안정화기구(ESM) 이사회는 그리스와 신규 유럽안정화기구 프로그램을 협상하도록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에 그 권한을 위임할 것이다. 만약 트로이카와 그리스 간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트로이카는 곧바로 그리스 채무 구조조정에 들어가며, 그리스는 유로존으로부터 ‘타임-아웃 (일시 휴식)’에 대한 신속한 협상을 개시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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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8: 지난 주말 유로회의와 정상회담 난항을 보여준다. IMF 총재 라가르드와 그리스 재무장관 차카로토스 )

7. 결어 : 제 3차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타결 과정의 극적 반전과 시리자 향후 과제

이번 협상안 타결까지는 극적인 반전들이 몇 차례 있었다. 6월 25일 협상 결렬로, 7월 5일 그리스 국민투표 결과는 트로이카 ‘긴축안 반대’였고, 무려 61% 그리스 국민들이 시리자 정부의 ‘반-긴축 통치’ 입장을 지지했다.

이후 7월 10일 금요일 치프라스 시리자 정부 총리가 의회에 제출한 ‘제3차 구제금융 제안서’는 시리자 내부 <레프트 플랫폼>, <적색 네트워크> 등 급진적인 정치조직들과 그 소속 의원들의 반발에 부딪혔다. 치프라스 ‘제안서’는 트로이카에 너무 많은 양보안을 담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투표 결과 30여명이 넘는 시리자 소속 의원들이 내용상 ‘반대’를 표명했으나, 시리자 반대당으로 알려진 신민당(ND)과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 (PASOK) 의원들의 지지를 얻었다.

로이터를 비롯 대부분 미디어에서는 그리스 의회에서 가결된 ‘시리자 구제금융 제안서’는 유로그룹과 유럽 정상회의에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했다.(22) 특히 독일의 패권에 견제를 가하고 있는 프랑스 대통령 올랭드는 시리자 제안서가 ‘진지하고 신뢰할만하다’고(23) 칭찬하기도 했다.

그러나 7월11일 토요일 유로그룹 회의 출발부터,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는 ‘시리자 구제금융 제안서’의 신뢰성을 문제 삼고, 보수적인 핀란드 재무장관 알렉산더 스툽(Alexander Stubb)은 영국 BBC와의 인터뷰에서 시리자 제안서는 실행의지가 부족하고, 채무자의 의무조항이 불충분하며, 그리스 경제개혁안이 부족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24). 유로존 19개 국가 재무장관들의 회의틀인 ‘유로그룹’ 내부 논의는 독일 재무장관 쇼이블레의 입김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고 있었음을 반영한다.

결국 유로그룹에서 협상 타결을 하지 못하자, 이탈리아 수상 렌치는 쇼이블레에게 “그만하면 됐소, 정도껏 하시오”(25)라고 반격을 가하기도 했다. 이탈리아는 이번 협상과정에서 프랑스와 함께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를 반대했다.

이제 시리자의 과제는 무엇인가?

제3차 구제금융 협상 타결 이후, 그리스 언론과 아테네 정가에서는 친-유로존 정당들끼리 다시 헤쳐모이고, 시리자 내부 ‘그렉시트(그리스 유로존 탈퇴)’를 주장하는 좌파들과 치프라스 등 시리자 다수파가 분열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치프라스 총리, 차카로토스(Tsakalotos) 재무장관 등 시리자 다수파는 최대한 <레프트 플랫폼>과 <적색 네트워크> 등 급진파 정치조직들을 포용해야 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난 5개월 트로이카와의 협상 과정 자체가 그리스 시리자의 정치적 실험과 실천의 전부가 다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그리스 국민들 61%는 트로이카의 ‘긴축 통치’ 독재에 반대하지만, 아직도 70%이상 국민들이 그리스가 유로존에서 탈퇴하는 것에는 반대하고 있다. 시리자 내부 급진파로 소개되고 있는 <레프트 플랫폼>은 그리스 기존 화폐 드라크마(Drachma)를 사용함으로써 경제주권을 회복하고, 경상 수지 적자를 타개하며, 동시에 그리스 경제와 정치를 좌지우지했던 올리가크의 부패를 척결하면서 생산과 정치를 민중에게 되돌려 주자는 기획을 하고 있다.

그러나 <레프트 플랫폼>은 케인지안 거시정책에 근거한 경제성장과 소득정책이 아니라, 그리스인들의 이중적 여론(긴축통치는 반대하지만, 그렉시트 역시 찬성하지 않고 있는 이중적 여론)을 어떻게 정치적으로 해결할 것인가? 이에 대답을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레프트 플랫폼>보다 더 적극적이고 급진적으로 ‘그렉시트’를 주장하고 있는 또 다른 좌파 안타르샤(Antarsya)와 차별이 없을 것이라는 진단 앞에 서게 된다.

유럽 민주주의 확장과 관련해서, 2014년 발표한 “유럽 연합의 생성과 쇠락 : 현재 시간과 목적론들”이라는 논문에서 에티엔 발리바르(Balibar)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 바가 있다. “그리스 국가채무 문제는 그리스 일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유럽 전체의 문제이다. 유럽의 좌파는 일국 단위의 민주주의 연대를 유럽 전체로 확장시킬 때이다.”

시리자 내부 ‘그렉시트’를 주장하는 좌파들은 ‘드라크마’를 사용한다고 해서 국제연대를 하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발리바르의 문제 진단과 해법에도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자본은 국경을 넘어 성공하고 있지만, 노동자는 일국 노동조합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한 채, 유럽 좌파들이 고립되고 있다는 그의 지적을 새겨들을 필요는 있다.

지난 5개월 동안 그리스 시리자 정부와 유럽 채권단 트로이카의 협상에서 드러난 사실은, 중과부적(衆寡不敵)이었다. 트로이카가 장악하고 있는 제도적 공간들과 기구들에서, 그리스 시리자 좌파들이 구사할 수 있는 정치적 전술과 무기는 지극히 제한적이었다.

아울러 유럽 국가들 내부 자칭 좌파 그룹들, 정당들, 개인들 역시 트로이카의 제도적 링 위에서는 아직 힘이 부족했다. 물론 아일랜드 신 페인(Sinn Fein)(26), 독일의 좌파당(Die Linke), 녹색당, 스페인의 포데모스 등은 그리스 시리자의 원군이 되어주고도 남았다. 특히 지난 주 유럽의회에서 신 페인 소속 의원 마티나 앤더슨(Martina Anderson)은 “시리자 치프라스가 트로이카 독재에 맞서 싸우면서, 유럽 민주주의를 위해 가장 강력한 무기를 들고 있고, 아일랜드 장삼이사 갑남을녀 모든 사람들이 시리자를 응원한다”고 연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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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9. 아일랜드 신 페인 (Sinn Fein) 청년당원들이 시리자를 응원하고 있다.

이번 주 그리스 시리자는, 그리스 좌파 정당들의 통합리그 결과로 만들어진 좌파연합으로서 ‘시리자’ 정치력이 그 시험대 위에 올라갈 것이다. 어떻게 시리자 내부 정체성과 통일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겠는가? 전 세계 진보와 좌파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이유이다.

시리자는 과연 미국 브루킹스 연구원들의 흥미로운 분석대로(27) ‘트로이카는 국민 투표 이전에는 시리자와 그리스 국민을 따로 분리해서 봤지만, 7월 5일 국민투표 이후로는 시리자와 국민이 하나가 되었다’는 것을 시리자가 다시 한번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

다음 글들에서는 우선 그리스 시리자 내부 ‘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제출하고 있는 <레프트 플랫폼>의 입장과 라파비차스(Lapavitsas)의 주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리고 치프라스와 차카로토스(Tsakalotos) 등의 다수파는 왜 유로존 내부 개혁을 시도하고, ‘그렉시트’를 대안으로 삼고 있지 않는지, 존 밀리오스(Milios)등이 진단하는 그리스 위기 원인들과 해법등을 살펴보고자 한다.

* 부록 첨부 : 제 3차 구제금융 협상안에 대한 그리스 여론조사 결과 (출처 MEGA TV)

http://www.megatv.com/megagegonota/summary.asp?catid=27381&subid=2&pubid=34913129

표1

표 1. 설문 답변자 72% : 이번 트로이카와 그리스 시리자 정부 협상이, 유럽채권단 트로이카의 일방적었지만,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표2

표 2. 70.1% : 협상안이 이번 그리스 의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찬성.
25.3% 반대

표3

표 3. 64.5% : 행정부 내각 개편이 필요하다. 31.2%는 아예 조기 총선을 다시 실시해야 한다.

표4

표 4. 68.1% : 새 정부가 들어선다면, 가장 적합한 총리로 치프라스를 선택했다.

필자소개
원시
캐나다 요크대학과 토론토대학에서 민주주의 이론, 비교 정치, 정치경제학, 정치철학을 전공했다. 역서로 '글로벌 슬럼프' (2011. 그린비 출판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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