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합진보당 사태와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새로운 모색
    [연속기고④] 민주노조운동 혁신·재건 전략 필수적
        2012년 07월 20일 10:09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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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합진보당 동시 당직 선거에서 강기갑 후보가 약 4천여표 차이로 당 대표로 당선됐다. 강기갑 대표는 취임사를 통해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을 필두로 한 과감한 혁신과 당위에 군림하는 정파활동 종식, 진보정치 재건과 야권연대의 조속한 복원의 뜻을 밝혔다.

    민주통합당 이해찬 대표도 “지도부 선거에서 다행스럽게 좋은 결과가 나와 저희들도 크게 안도를 했다”며 강기갑 대표 체제에 힘을 실었다.

    강병기 후보의 우세로 예상되었던 당내 지도부 선거에서 혁신 비대위 측이 승리하면서 당내 지형과 세력관계, 당의 주요 지지기반인 민주노총의 향후 행보에 일정한 변화가 예상되지만,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과 이정희 대선후보 출마설 등 또 다른 갈등 요소가 여전히 잔재해 있기도 하다.

    이번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사태는 비단 통합진보당 구 당권파의 패권주의와 비민주성의 문제를 넘어 노동자 민중운동, 진보운동 전반의 도덕적, 운동적 정당성을 심각하게 훼손했다.

    통합진보당의 출범, 총선에서의 야권연대 실패와 새누리당의 승리, 총선 이후 불거진 통합진보당 부정선거, 이후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의 폭력을 수반한 첨예한 갈등은 두 개의 커다란 효과를 낳았다.

    하나는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 등 지배세력으로 하여금 대대적인 이념, 색깔공세를 야기했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노동자 민중운동 세력에게 통합진보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진보정당 혹은 새로운 노동자정치세력화운동의 절박함을 제기했다는 점이다. 전자는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반면, 후자는 논의와 모색의 수준을 여전히 넘어서고 있지 못하다.

    이번 통진당 사태를 바라보면서 우리는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평가와 비판의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통진당은 이미 국참당과의 통합과정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가치와 원칙은 대폭 후퇴했다. 향후 구 당권파-신 당권파의 ‘한 지붕 두 가족’의 갈등구조, 검찰·경찰을 동원한 공안탄압, 조중동을 포함한 지배세력의 색깔공세 속에서 통진당은 국민의 눈높이라는 모호한 잣대로 자신의 이념과 노선을 더욱 자유주의적으로 변모시킬 것이다.

    구 당권파는 신 당권파가 통진당을 민주당화시킨다고 비판하지만, 구 당권파와 신당권파 모두 민주통합당과의 선거연합을 통해 정권을 교체한다는 전략을 공유하고 있다.

    하지만 말이 좋아 선거연합이지 온 국민의 지탄거리로 전락한 통진당은 자신의 정치적 생존을 위해 민통당과의 선거연합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혁신이라는 미명으로 탈운동화, 자유주의화의 경향을 강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이미 민주노동당 활동과정에서 드러났던 여러 가지 문제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뚜렷한 대안이 없다는 현실론으로 그들을 지지, 묵인해온 것이 현재의 통진당 사태를 불러왔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썩은 살은 도려내고, 새살이 돋도록 해야 한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새롭게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전망을 개척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 혁신·재건 전략이 결여된 새로운 노동자정당/진보정당 건설을 경계해야

    이번 통진당의 부정선거, 당내 폭력사태는 노동자 민중운동, 진보운동의 많은 활동가들에게 그 동안 진행되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1년 11월 전태일정신 계승 노동자대회

    동시에 미국의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그리스를 필두로 한 유럽의 경제위기로 인해 조만간 불어 닥칠 한국경제의 위기, 그리고 경제위기를 빌미로 한 정권과 자본의 긴축정책과 구조조정에 대응하기 위해 변혁적인 정치세력의 결집도 필요하다.

    이러한 정세적 조건으로 인해 노동자운동의 주요 정파들이 대부분이 통진당을 대체하는 새로운 노동자정당 건설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우선 민주노총이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민주노총 특별위원회'(새정치특위, 특위 위원장 김영훈 민주노총 위원장)를 구성했다.

    또한 임성규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신승철 전 사무총장, 정용건 민주노총 부위원장, 나순자 전 보건의료노조 위원장 등이 노동포럼을 결성하여 민주노총의 재편과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한 공동행동을 모색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이와는 달리 통합진보당의 출범에 반대하여 직간접적으로 ‘3자통합당 배타적지지 반대, 새로운 노동자 계급정치 실현을 위한 민주노총 조합원 선언운동본부’(선언운동본부)에 결합했던 세력들의 경우, 새로운 노동자정당 건설을 위한 논의와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양경규 전 공공연맹 위원장과 박유기 전 금속노조 위원장이 제안하여 결성된 ‘새로운 노동정치를 위한 제안자모임’(제안자모임). ‘사회주의 노동자정당 건설 공동실천위원회’(사노위). ‘현장실천 사회변혁, 노동자전선’(노동전선), 그리고 ‘전태일을 따르는 사이버노동대학’(전태일 노동대학)이 노동자정당 건설을 추진하는 주요 세력이다.

    한편 위의 주요 세력들의 행보와 더불어 정파를 뛰어넘는 현장 활동가들의 공동논의 와 각 세력 간 협력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이정행 기아자동차노조 전 수석부위원장과 김일섭 대우자동차노조 전 위원장, ‘변혁산별’ 및 금속 비정규투쟁본부 활동가 등 금속노조 활동가들을 중심으로 ‘변혁적 현장실천과 노동자 계급정당 건설을 위한 전국 활동가 모임’(변혁정치모임)이 제안되어 무너진 노동운동과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에 대한 처절한 반성과 성찰을 통해 현장 활동가들이 중심이 되어 변혁적 현장실천과 변혁적 노동자계급정당 건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다른 한편에서는 위 노동자정당 건설 세력들과 변혁정치모임에 참여하는 개별 인사들 간에 상호 협력을 위한 집담회가 비공식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집담회에서 노동자정당 건설을 위한 각 세력들의 공동행보, 즉 공동의 기구 건설 등이 제안되었으나, 현 시점에서는 각 조직의 논의수준, 정당의 성격과 노선, 건설경로 등 입장의 차이가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한편 진보신당 창준위의 경우 전국위원회를 통해 진보좌파정당 건설 추진위원회를 구성하여, 3개의 TF팀(노동정치팀, 부문사회팀, 강령당헌팀)을 구성하여 진보좌파정당 건설을 추진하고 9월말까지 독자 재등록 여부를 최종 판단하기로 결정하였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노동운동 주요 정파의 정당 건설에 대한 집중과 민주노조 혁신/재건을 위한 활동과 괴리되어 있는 것을 비판적으로 살펴보아야 한다.

    상반기부터 진행된 ‘3자 통합당 반대 선언운동본부’ 활동과정에서 드러난 바와 같이 당 건설에 대한 선언운동본부 내부에 이견이 부각되면서, 민주노총의 총파업과 전국·지역 투쟁전선 구축을 위한 공동활동,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논의는 거의 진행되지 못했다.

    각 정파의 주요 관심사가 모두 당 건설에 쏠려 있다는 반증이다. 물론 현재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어느 정파도 민주노총의 혁신을 위한 현장, 지역 활동가들의 공동실천을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당 건설 논의가 중심이 되면서 구체적인 현장, 지역의 공동실천 논의는 상대화되고 있다. 현장 활동가들의 논의가 당 건설을 중심으로 진행될 경우 당의 성격과 노선, 건설경로 등에 대한 이견으로 민주노총 혁신을 위한 공동 논의와 실천조차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현재와 같이 지역, 현장의 운동역량이 취약한 조건에서 노동자정당 건설을 중심으로 역량을 배치할 경우, 민주노조운동을 혁신·재건하기 위한 역량은 그 만큼 취약해 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민주노동당의 건설이 민주노총의 활동을 강화시키지 못했듯이 노동자정당 건설이 민주노조 운동의 혁신과 강화를 대체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오히려 노동자정당 건설 추진 세력들이 현재의 지역과 현장의 주체적 역량을 고려하지 않고 당 건설로 역량을 집중할 경우 민주노조 운동의 활동력을 더욱 축소시키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그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의 실패는 한편으로는 진보정당의 대리정치, 의회와 선거 중심의 활동에 원인이 있겠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민주노총이 민주노조답게 조합원을 정치적 주체로 세우기 위한 현장 활동(학습과 투쟁, 정치적 실천)을 소홀히 하고, 노조를 진보정당운동의 동원부대로 전락시킨 것에 더 큰 문제점이 있다.

    ‘무원칙한 야권연대’ 선거방침으로 현장 조합원들을 신자유주의세력인 민주통합당-주류 시민운동의 들러리로 동원한다면 투쟁은 사라지고 좀 더 영향력 있는 보수정당에 대한 로비와 상층 협상에 의존하는 경향만 늘어날 것이다.

    민주노총이 투쟁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굳건히 하지 않을 때, 진보정당은 노조운동으로부터 거리두기를 하고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한 당의 우경적 노선전환과 원내 정당화 경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노동해방과 평등사회 건설’이라는 민주노조 운동의 이념을 바로 세우고 노동조합의 조직적 토대를 강화하는 것이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대중운동의 취약한 토대를 강화시키는 계획 없이 ‘집권’을 위해 노조의 인적, 물적 자원을 동원하는 데 매몰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아니라, 노조의 민주성·연대성·투쟁성을 바탕으로 계급적 단결과 투쟁력, 사회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필요하다.

    이것이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실패로부터 얻을 수 있는 값비싼 교훈이다.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 민주노조운동·사회운동의 혁신·재건과 민중연대 투쟁전선의 강화로부터

    지난 20세기 전 세계 사회변혁운동(사회주의운동, 민족해방운동 등)에서 자본주의와 국가를 변혁하는 과정에서 당과 노조, 민중연대전선은 조직노선의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적대적인 위치에 있는 자본-임금노동 관계를 기본으로 하는 자본주의 체제를 변혁하기 위해서는 사회적으로 다수인 노동자 대중의 계급적 단결과 농민, 빈민, 학생 등 여타 대중운동의 민중연대 투쟁전선이 필수적이다.

    재벌(자본)-보수정당·자유주의정당-관료집단-검찰·경찰 등 억압적 국가장치-보수언론 등 이데올로기장치의 강고한 동맹을 깨뜨리고 사회적 관계를 변혁하기 위해서 사회적 세력과 힘을 형성하지 않는다면, 선거를 통한 집권은 가능할 수도 있지만 사회구조의 변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역사적 교훈이다.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은 노동자계급이 이념적, 조직적으로 보수주의 혹은 자유주의 정치세력과는 분별 정립하여 정치적, 사회적으로 투쟁력과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성장하기 위한 운동 전략을 말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노동자정당 혹은 진보정당 운동을 일컫는 개념으로 축소되어 사용되었다. 그 동안 추진되어온 노동자 정치세력화가 정치적으로 파산한 상황에서 이제 ‘노동자 정치세력화 운동’이라는 개념의 본래의 의미를 되살려야 한다.

    ‘계급적 단결을 통해 노동해방, 평등사회 건설을 지향하는 노동조합운동’과 ‘변혁적인 노동자정당’, ‘민중연대 투쟁전선’을 포함하는 운동 전략으로 재구성되어야 한다.

    통진당 사태로 인해 현장 노동자들과 진보정치-노동정치를 꿈꾸는 시민들의 진보정당, 노동자정당 운동에 대한 실망과 정치적 냉소주의가 확대되고 있는 현실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원칙을 견지하는 노동자정당/진보정당 건설의 필요성을 십분 인정한다.

    하지만 급하다고 바늘허리에 매어 쓸 수는 없는 일이다. 단기적 선거대응에만 집착하는 조급한 당 건설 사업은 또 다른 실패로 귀결될 뿐이다.

    그 동안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실패의 교훈을 곱씹으며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위한 입체적인 운동전략을 세워야 할 때이다.

    첫째,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신자유주의 노동유연화 공세와 타임오프, 복수노조 악법을 앞세운 노조탄압 속에서 민주노조운동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통진당 사태로 인해 진보정당운동 또한 심각한 위기 상황에 처해 있다.

    최근 통진당 지도부 선거에서 신 당권파인 강기갑 대표가 선출됨에 따라 민주노총 내부에서도 통진당을 고쳐 쓰자는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또한 통진당 출범을 반대하고 새로운 노동자 정치세력화를 주장하는 흐름 내부에서도 노동자정당/진보정당의 성격, 정강정책, 건설경로 등을 둘러싸고 이견이 크다.

    이러한 악조건을 딛고 새로운 노동자정당/진보정당을 건설하는 과정이 결코 녹록치 않을 것이다. 특히나 정당 건설을 둘러싼 이견이 민주노조운동 혁신과 강화를 위한 공동 활동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크다.

    자칫 새로운 노동자정당/진보정당 건설의 전망도 확보하지 못하고, 민주노조운동 또한 혁신의 계기를 확보하지 못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도록 상호 입장 차이를 인정하면서 상생하기 위한 협력과 연대가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 각 정치세력 독자적으로 운동의 전망을 개척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인 만큼 협력과 경쟁의 지점을 명확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금속을 중심으로 산별과 지역의 활동가들이 결집하고 있는 변혁정치모임이 현재적 수준에서 한계가 많지만, 활동가들의 지역별 공동논의와 공동실천의 틀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변혁정치모임이 당 건설 논의의 과잉과 당 건설에 대한 이견으로 좌초되지 않도록 각 정치세력들이 현장 활동가들의 보다 폭넓은 참여 속에 영향력 있는 전국적인 활동가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특히나 당 건설 논의 과정이 민주노조의 혁신과 강화를 위한 자기 활동을 방기하는 과정이 되지 않도록 당의 성격, 정강정책, 건설경로 등을 중심으로 각 조직의 입장을 논쟁하는 방식 보다는 노조운동에서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 정당운동의 의미를 재정립하고, 지역과 현장에서의 민주노조운동의 혁신방안과 지역/현장에서의 공동투쟁과 정치활동을 어떻게 진행할 것인가라는 구체적인 쟁점을 중심으로 실천적으로 구성되어야 할 것이다.

    이 과정에서 실천적으로 신뢰를 형성하고, 각 정치세력의 논쟁의 성과를 상호 교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럴 때만이 여전히 통진당 지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민주노총의 올바른 정치방침과 대선방침 수립, 민주노총 선거에 대한 공동대응 등을 힘 있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대선에서 독자후보 전술 등은 각 정치세력들의 논의와 현장 활동가들의 논의를 거쳐 가능성을 검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정당/진보정당의 건설은 이러한 현장 활동가들의 공동논의와 공동실천, 전국적 활동가조직으로의 발전을 지원하면서, 이와 동시에 진행되는 변혁적 정치세력 간의 논의의 성과를 교류하고, 주객관적인 역량을 고려하면서 구체적인 당 건설 추진경로를 밟아야 한다.

    변혁적인 노동자정당, 사회운동적인 노동자정당은 노선의 선명함과 주체들의 의지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민주노조 운동, 대중운동의 역량과 투쟁력이 취약한 조건에서 조급하게 노동자정당을 추진한다면 정당으로서의 사회적 영향력이 거의 없거나, 통진당처럼 자유주의화/우경화의 길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둘째, 지난 노동자 정치세력화운동의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현 시기 노동자정당/진보정당의 위상과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미 역사적 과정을 통해서 검증된 바와 같이 부르주아 정당정치와 의회체계를 중심으로 한 전략은 자본과 권력, 기득권층의 강고한 사회적 동맹과 한국사회의 왜곡된 정치체제의 벽을 허물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의회진출만을 지상의 가치로 삼는 선거주의-의회주의 정당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사회운동의 활성화, 이를 토대로 한 민중연대 투쟁전선의 강화를 자신의 분명한 목표로 하는 사회운동정당이라는 방향성을 확고히 해야 한다.

    또한 현재와 같은 취약한 운동조건에서 인적, 물적 자원을 당으로 집중시키겠다는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한 대중운동과 신자유주의에 맞서 대안적 운동을 전개하고 있는 민주적, 계급적 사회운동의 역량과의 협력과 연대를 통해 당의 전략과 노선, 활동가 양성프로그램을 수립해야 한다.

    사회운동과의 관계를 당 건설 혹은 당 운동에 참여여부만을 가지고 폐쇄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사회운동을 당 운동의 동반자로서 사고하고 공동토론과 협력을 강화할 때 취약한 당의 자원과 역량의 문제를 함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당은 권력과 자본에 맞서는 전국적인 민중연대 투쟁전선의 구축과 강화를 위한 자신의 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당 정책단위의 아이디어성 정책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을 중심으로 한 대중운동과 민중연대 투쟁전선의 요구를 바탕으로 당의 정강 정책을 수립해야 하며, 공동논의와 공동투쟁을 통해 대중운동의 요구와 당의 노선을 통일시켜 나가야 한다.

    한편 지역 당 조직의 경우 지역의 노조와 사회운동을 혁신·재건시키기 위한 연대와 협력의 센터로서 자기역할을 분명히 해야 한다. 지역운동을 강화하기 위한 기본 역량을 갖추지도 못한 채 선거구별 선거대응 조직으로 전락하고 있는 당의 지역조직을 혁신하고 지원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특히나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 주류 시민운동이 정부 지원 혹은 정부 기구 참여를 통해 신자유주의 정부의 하위 파트너로의 포섭과정이 있었다면, 이명박 정부 하에서는 민주당의 지방정부 당선과 함께 풀뿌리 지역조직들의 민주당 하위 파트너로의 포섭이 광범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노조와 진보정당들조차도 이러한 경향이 강화되고 있다.

    정부/지자체로부터의 자주적이고,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저항하는 지역운동을 형성하기 위한 지역 당 조직과 건강한 사회운동, 노조의 연대와 협력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기이다.

    셋째, 노동현장의 조직화와 관련하여 당으로의 자원 동원(당원 가입을 통한 재정확보, 당직/공직 선거에서의 표 동원)에만 관심을 갖는 기존의 관성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강화를 위한 당의 전략 부재의 문제를 노동현장에서 당 조직 건설의 문제로 환원해서는 안 된다.

    장시간 고강도 노동에 시달리는 노동현장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여전히 투표권조차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중소영세 비정규사업장 노동자들의 무권리 상태를 개선하지 않고 현장 노동자들이 지역의 정치활동의 주체로 나서는 것은 쉽지 않다.

    무권리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고, 운동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노조운동과 어떻게 연대하고 협력할 것인지 공동의 전략마련이 필요하다.

    그 나마 조직된 노동자 당원들의 경우 선거 때 당의 선거운동원으로 동원하는 것을 넘어서 현장에서의 정치활동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 민주노조운동의 혁신과 강화를 위해 어떤 활동을 펼쳐야 하는지 당의 입장과 계획이 있어야 한다.

    재벌문제와 관련해서도 탈삼성과 같은 모호한 아이디어성 기획이 아니라 민주노조운동의 조직 확대와 주체적 역량 강화, 재벌에 대한 사회적 통제를 위한 제도적 요구가 함께 결합될 수 있도록 노조운동과의 공동전략수립이 필요한 것이다.

     

    필자소개
    사회진보연대 운영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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