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개인의 삶에 투영된 현대사
[책소개] 『미완의 꿈』(성유보/ 한겨레출판)
    2015년 07월 11일 10:54 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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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자유언론선언 40돌을 맞은 2014년, 평생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성유보가 지난 50년의 삶을 되짚어본 것이다. 그의 기록은 현대사의 주요 역사적 사건들을 큰 줄기로 삼고, 개인의 삶은 잔가지로 삼아 우리 현대사를 오롯이 보여준다.

이 책은 단순한 개인의 ‘삶’이 아니라 이 시대를 함께 살아온 우리들의 이야기, 바로 우리 역사와 언론의 살아 있는 이야기이다. 한국 언론 민주화 운동의 한가운데 서 있던 저항의 아이콘, 성유보의 삶을 통해 한국 역사상 가장 뜨겁게 타올랐던 저항의 시대, 그의 삶과 한국 현대사를 조명한다.

한 개인의 삶에 투영된 한국 현대사의 질곡

거리의 언론인, 성유보의 일생은 굴곡진 한국 현대사 그 자체다. 일제 말에 태어나 일본식 이름(나리오카 다카히코)을 가져야 했고, 2살 때 해방을 맞았으며, 5살 때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하면서 비로소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었다.

훗날 ‘유보’라고 개명을 하기 전까지 그의 이름은 ‘철수’였다. 한국전쟁으로 전쟁의 공포와 배고픔에 싸워야 했던 어린 시절은 그야말로 환란의 시대였다. 그의 삶이 본격적으로 현대사와 맞물린 것은 4월 혁명 때부터다.

“공자 말씀의 입지(立志) 나이였던 고등학교 2~3학년 때 겪은 4월 혁명은 내게 민주주의와 언론 자유의 꿈을 깊이 새겨주었다.” 그는 공대에 진학하려던 꿈을 접고, 서울대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게 된다. 4.19를 계기로 ‘민주 정치’에 대해 공부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대학에 입학해 찬란한 봄날을 기대했던 그는 입학 후 얼마 지나지 않아 5.16 쿠데타를 겪으며 민주화 운동에 뛰어든다.

미완의 꿈

1960년대 한국은 독재 정권에 저항하던 수백 명이 죽고, 수천 명이 다쳤으며, 수십만 명이 빨갱이로 몰렸다. 1971년 대선에 승리하며 장기 집권의 발판을 마련한 유신 정권은 언론 통폐합과 긴급조치로 한국 사회에 싹트고 있던 시민민주주의 운동을 말살했다.

그는 독재 정권의 언론 탄압에 맞서며 1974년 10.24 자유언론실천선언에 동참했다가 해직되면서 본격적으로 언론 민주화 운동에 앞장섰다. 1974년은 한국 민주화 운동사에서 분수령이 되는 해였다. 언론계, 문학계, 종교계, 재야인사들에서 유신 체제의 무한 권력에 대한 저항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박정희 시대의 처절했던 민주화 운동사가 1979년 10.26 사태로 마무리되자 1980년 5.17 쿠데타로 전두환이 집권했다. 전두환은 ‘언론기본법’을 제정해 보도지침을 내리고 사전검열을 통해 언론을 장악하면서 한국 사회 전체가 암흑기에 접어들었다.

전두환의 폭압 정치에 맞선 1980년 5월 광주 항쟁과 1987년 6월 항쟁은 한국 민중의 새로운 각성의 표현이었다. 그 여세를 몰아 그는 1988년, “말하고 싶은 자는 누구나 말하고, 듣고 싶은 자는 누구나 듣는” 새 시대의 신문 〈한겨레〉 창간에 참여한다. 1991년 논설위원을 끝으로 〈한겨레〉를 떠난 이래 마지막 숨을 다하는 순간까지 그는 한 번도 언론 민주화와 진보 운동의 현장을 벗어난 적이 없었다. 진실 추구라는 언론의 사명이 위태로운 지금, 언론과 역사에 대한 정학한 인식은 그래서 더욱 절실하다. 이 책에서는 대한민국의 굴곡진 현대사와 맞물린 그의 삶이 마치 살아 있는 한국 현대사처럼 전개된다.

한평생 목숨을 던져 지키고자 한 민주 언론의 길

한국의 언론 민주화 운동의 한켠에는 항상 그가 있었다. 옆에서 가장 오랫동안 그를 봐왔던 임재경 선생은 그를 “자타분한 이해타산에 매달리지 않고 어려운 결단을 내렸던”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한겨레> 창간 초기 아무도 맡으려 하지 않은 광고국장의 자리나 모금특별위원장직을 두말하지 않고 맡아주었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다. 작고하기까지 20여 년간 〈사회평론〉대표, 개혁신당 부대표,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 총선연대 공동대표, 방송위원회 상임위원, 희망래일 이사장, 우리겨레하나되기 운동본부 이사장 등 셀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했으나 그중 보수를 받은 일은 3년간 지냈던 방송위원회 상임위원이 전부였다. 임재경은 “가난을 타고난 팔자라고 하면 간단히 끝날 일인지 모르겠으나 자유 언론 운동과 민주화 운동에 참여했던 투사들 중에서 정말 특이한 존재”라고 평한다.

〈한겨레〉김경애 기자는 다음과 같은 말로 책머리글을 마무리한다.

“1988년 〈한겨레〉 창간 초기 몇 년간 편집국을 진두지휘하던 때에도, 신문사를 떠난 이래 대선배이자 언론 운동가로 가끔 오가며 인사를 나눌 때에도, 선생에게는 한결같은 인상이 있었다. 그는 어느 자리에서나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었고, 어투며 차림새며 표정이며 권위적인 구석이 전혀 없었다. … 그런 선생의 평소 품성에 비추어, 집필 요청을 고심 끝에 승낙한 이유 역시 한 시대의 증인으로서 사명감에 따른 것이었다는 생각을 새삼 깨닫는다.”

언제나 중심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보다는 주변에서 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는 것이 그의 모습이었다. 이런 그의 성정은 개인사가 아니라 동시대가 함께 겪은 우리들의 이야기를 정리하고 싶었다는 이 책의 집필 의도에서도 드러난다.

잔인한 왜곡과 거짓이 만무한 세상, 정부의 품에 안긴 언론이 판을 치는 세상에서 그가 바라던 언론 자유의 꿈은 아직도 미완으로 남았다. 그러나 그가 걸어온 길, 그의 존재는 우리에게 소중하다. 오늘날의 언론이 있기까지 그의 한숨과 피와 땀이 새기지 않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그가 걸어온 길속에서 우리는 한국 언론의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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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디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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